태형오빠도 참, 걱정이 너무 많단 말이야. 여름이라서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무슨 변태가 출몰한다는 건지. 과자가 든 비닐 봉지를 들고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가 좀 있었보이는 남자가 골목길에서 자신의 중요부위를 내어놓고 내 쪽을 돌아보는 게 아닌가. 태형오빠는 변태를 만나면 급소를 차라고 했지만 나는 그 아저씨를 마주하는 순간 목이 턱하고 막히고 몸이 굳어버렸다.
"아가야. 잠깐만 아저씨한테 와 볼래?"
좋은 구경 시켜 줄게. 아저씨가 슬금슬금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뒷걸음질을 치는 것 밖에 없었다. 내가 소리를 내어지르려는 순간 누군가의 슬리퍼가 아저씨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변태새끼야. 옷부터 올려! 우리 공주한테 더러운 걸 보이지 말란 말이야!"
연이어 태형오빠가 날아오르 듯이 달려오더니 변태 아저씨의 복부를 가격했다. 아저씨는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태형오빠는 나에게 달려와서 나의 안색을 살폈다.
"괜찮아? 괜찮아? 공주야?"
오빠가 변태 만나면 급소를 차버리라고 했잖아. 왜 가만히 있어. 태형오빠가 뭐라고 하는 지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만 태형오빠가 나를 구하러 와줬다는 사실이 고맙고 안도감이 들어서 태형오빠의 품에 안겼다.
"오빠, 나 엄청 무서웠단 말이야."
우어엉- 나는 결국 목 놓아 울기 시작했고 태형오빠는 경찰차를 불렀다. 한동안 이 근방을 누비던 변태 아저씨는 결국 태형오빠의 손에 잡히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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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사실을 안 윤기오빠가 변태 아저씨를 잡겠다며 지난 번 김장 때 마당을 팠던 삽을 들고 현관을 뛰쳐나가려 했으나 남준오빠와 호석오빠가 막아내는 바람에 윤기오빠의 살인을 막을 수 있었다.
"돼지, 이제 진짜 오빠랑 같이 다녀. 과자 사러 갈 때도 같이 가."
"뭐든 살 때 따라갈 거야?"
"그래. 따라갈게."
"그날에 쓰는 거 사면 조금 부끄러운데."
"...나가 있을게."
편의점 알바생 검은 봉투에 넣어주더라. 정국오빠는 과거의 경험을 살려 친절하게 답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