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편이라고 한뒤로 전정국이랑 내 사이에는 약간의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니까 왜 하지도 않은 남편소리를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혼자서 꿍얼꿍얼 거리며 반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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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시작 되고 자꾸만 나를 쳐다보는 전정국에게 뭘보냐며 일침을 주고는 필기를 하기위해 펜을 잡아냈다. 점심먹고 바로 문학수업을 들으려니 졸려서 미칠 노릇이다. 졸려서 자고싶은데 필기는 또 해야해서 짜증이 확 나려고 하는데 그런 나를 볼펜으로 콕콕 찌르는 전정국.
"해줘"
"뭘.."
"남편"
그의 말에 나는 선생님을 한번 살펴보고는 다시 전정국을 쳐다보았다. 팔을 괴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전정국을 향해 미쳤냐며 일침을 주자, 미간을 팍 찌푸리는 전정국. 미간 찌푸리면 뭐 어쩔건데. 나는 그런 전정국을 무시하고는 다시 시선을 칠판쪽으로 돌렸다.
"안해주면 너랑 결혼했다고 확 소문 낸다"
"미쳤어?!"
소문 낸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렀고, 반애들이 술렁 대며 나를 쳐다 보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해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선생님 눈치를 보았고, 역시나 선생님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말문을 여셨다.
"금방 떠든애 누구야!!"
"..."
"ㅇㅇ 이요!!"
얄밉게 고자질한 전정국 덕에 나는 결국 복도로 쫒겨 나게 되었다. 아니 어쩜 저렇게 한결같이 재수가 없지? 진짜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앞으로 내가 전정국이랑 상종 하면 전정국 개한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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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고 지은이랑 같이 하교를 하는중이다. 학교에서 못했던 전정국 욕을 지은이한테 하자, 속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그렇게 한참 전정국 욕을하고 있는데 정문앞에 전정국 이랑 그 의 친구 박지민이 나란히 서있는걸 보게 되었다. 쟤네는 아직도 같이 다니네..
최대한 모르는척 그들을 지나치기 위해 시선을 지은이한테 두고는 스쳐 지나가려는데 그런 내 앞길을 누군가가 막아섰다.
"어디가"
"집가지 어디가"
"가라, 그럼"
전정국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내길 가고 전정국도 마저 가던길을 갔다. 근데 정문에 왜 서있던 거지. 설마 어디가는지 물어보려고 나 기다린건가.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집앞에 도착해 있었고, 지은이랑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시아버지가 신혼집이라고 사준 집인데 신혼집 치고는 다소 넓은 평수에 마당 까지 있어서 아직 까진 이 집이 낯설기만 하다. 심지어 신혼집인데 전정국은 집도 잘안들어와서.. 거희 나 혼자 산다고 보면 된다. 집안으로 들어오자 넓은 집안에는 공허함이 맴돌았다. 집에 혼자 있는거도 싫어하고 어두운거도 싫어하는 나로서 집에 오자마자 하는일은 티비를 켜고 전등이란 전등은 다 켜놓는거다.
"아.. 심심해"
1년전 까지만 해도 집에 들어오면 부모님이 있었고 말장난 할수있는 동생 까지 있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었는데.. 신혼집으로 온뒤로 나는 항상 외롭고 심심했다. 전정국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좀 덜 외로웠으려나..
그리고 난 항상 하던데로 저녁은 거른채 과자를 팔에 껴놓고 티비 신청을 하다가 날이 저물때쯤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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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굿모닝 빠ㅃ-`
알람소리에 주섬주섬 휴대폰을 찾고는 부시시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어제 너무 일찍잔 모양인지 눈이 퉁퉁 부어있는게 거울을 보지 않아도 대충 감으로도 알수 있었다. 학교에서 전정국이 또 놀리겠지.. 그렇게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떠내고는 기지개를 쭉 피며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 나는 입이 차마 다물어 지지가 않았다. 한 남자가, 아니.. 전정국이 젖은머리를 탈탈 털면서 화장실에서 나왔고 나는 놀란 두눈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뭐야.. 너가 왜 여깄어"
"내집 내가 있겠다는데, 불만있어?"
그 의 말에 나는 반박할거 없이 멀뚱히 전정국을 쳐다 볼 뿐이었다. 갑자기 왜 집에들어온거지.. 아니 집에는 또 언제 들어온거야. 이런저런 생각을하며 나는 학교 갈 준비를 했고 전정국도 나와 같이 학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를 다하고 우리는 같이 집에서 나왔다.누군가랑 같이 준비를하고 같이 집에서 나온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진짜 내가 결혼을 하긴 했구나 라는게 뼈저리게 느껴지려는데. 말문을 여는 전정국.
"어제 잘 자더라"
"어.. 피곤했나봐"
"나 너 옆에서 잤는데 너무 잘자서 막 나쁜생각까지 드는거 있지.."
"미친놈이.. 변태야?
그리고 나는 내몸을 감싸고는 전정국을 째려 보았고 전정국은 부부인데 뭐 어떠냐며 나를 과민반응 하는 애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전정국말이 백번 천번 맞는말이긴 하지만, 난 그래도 무섭단 말이야..
"그리고 미친놈은 욕이잖아"
"욕이지..칭찬이겠냐"
"욕쓰지마, 안어울려"
"지는"
"너랑 나랑 같아?"
또 다시 우리는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고, 나는 지겹다는듯 전정국을 쳐다보았다. 그에 질새라 전정국도 나를 노려 보았고 우린 그렇게 등교를 같이 하게 되었다. 근데 전정국 원래 차타고 다니는데 웬일로 학교를 걸어간데..
"아 학교 가기 싫다"
"..."
"놀고 싶어"
학교가도 공부안하고 놀거면거 뭘 또 새삼스럽게 놀고싶다는건지.. 한심하다. 한심해
"땡땡이 칠까?"
"미쳤냐.."
그러자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웃는 전정국. 전정국 낌새가 수상해 나는 손을 빼내려고 안달을 냈지만 그럴수록 내 손을 더 꽉 잡아내는 전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