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는 태형의 애교인지 앙탈인지 모를 것을 더 이상 못 보겠다며 인상을 구긴다. 여동생 방문을 여는 것을 꺼리는 지민과 태형과 달리 윤기는 터프하게 방 문을 열어 젖힌다. 아무래도 잠을 방해받은 것에 상당히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저거냐."
태형의 말대로 침대 위에는 뭔가가 이불로 뒤집혀 있었다. 태형과 지민은 겁에 질린 얼굴로 윤기를 붙잡았다.
"형, 뭐가 있을지 몰라."
"형. 그냥 나가자."
"그럼 너 자꾸 앵앵댈 거잖아."
얌전히 있어라. 윤기가 사정없이 여동생 침대 위 이불을 걷자 정국이 크리스마스 때 사줬던 거대한 라이언이 여동생의 침대 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게 귀신이냐? 엉?"
"뭐야. 라이언이었네. 김태형!"
"알고 있었어. 난 형하고 지민이 놀래켜 주려고 연기한 거야."
그게 연기면 너 남우주연상 타야함. 급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태형에게 눈을 흘기는 윤기와 지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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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서워. 내 방에 뭐가 있다는 거야? 침대 위에 뭐 놔두고 온 거 없냐? 다른 거랑 착각할 수도 있잖아. 나? 오빠가 크리스마스 때 사준 라이언 이불 덮어 놓고 나왔지. 근데 그건 너무 작잖아. 나로 착각할 수가 없지. 내 말에 정국오빠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너 엄청 작은데."
"아닌데. 라이언 정도는 아니거든."
"내 눈에는 거기서 거기인데요."
"아니라니까!"
정국오빠는 나에게 성큼 다가와 내 바로 앞에 섰다. 확실히 정국오빠는 한참 고개를 숙여야 나와 눈을 맞출 수 있다. 정국오빠의 손이 내 머리를 꾹 눌렀다.
"아주 작다고요. 꾸잇꾸잇씨."
"강조하지 않아도 되거든?"
운동을 열심히 해서 정국오빠한테 무시 당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말 거라고 마음 먹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