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오빠는 하루종일 힘이 없었다. 태형오빠를 가엽게 여긴 지민오빠가 백제에 이어 죽빵이의 품도 살펴보았으나 삼천원은 보이지 않았다. 뭘 사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태형오빠의 축쳐진 어깨를 보자니 마음이 좋지 않다. 좋아, 어차피 삼천원이니까 태형오빠에게 삼천원으로 행복을 줄 수 있다면 돈이 그렇게 아까울 것 같지는 않다.
"태형오빠."
"웅?"
나를 돌아보는 태형오빠는 시무룩한 얼굴에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대체 사려는 게 뭐길래 눈시울까지 붉히는 걸까.
"내가 삼천원 줄게. 그러니까 기운내."
내가 태형오빠에게 삼천원을 쥐어주자 태형오빠는 감동을 받은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공주야. 이건 내가 꼭. 꼭 갚을게."
나를 덥썩 끌어안은 태형오빠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급히 윤기오빠의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도대체 태형오빠를 울리는 그 물건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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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석은 목마름으로 인해 가장 먼저 부엌으로 들어섰다. 냉장고 아래에 삼천원이 떨어져 있었다. 지난달 과도한 소비로 인해 돈이 부족했던 호석에게 행운이 왔다. 때마침 오늘이 쪼꼬미 포토북의 입금날이 아닌가.
"이건 쪼꼬미 포토북을 사라는 하늘의 계시야!"
호석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만끽하며 윤기의 포토북 입금 공지에 가장 먼저 입금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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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택배로 뭔가 배송되어 왔다. 오빠들은 상장을 받는 것처럼 엄중한 자세로 윤기오빠가 배포하는 택배상자를 받았다. 태형오빠는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눈물을 머금으며 포토북을 영접했다. 상자를 뜯는 손도 조심스러웠다. 포토북의 겉표지는 상큼한 주황색이었다. 주황색 표지가 행여나 구겨질까 조심히 페이지를 넘기자 꽤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뭐야. 저거 나잖아?"
"응, 내가 공주의 취중 애교를 못 볼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
홈마 설탕님, 우리 공주 너무 예쁘게 나왔어요. 후기 예쁘게 쓸게요. 태형오빠는 포토북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내 사진 하나때문에 그렇게 눈물을.."
태형오빠가 참 유별나다고 생각했는데 태형오빠와 같은 자세로 포토북을 영접하고 있는 오빠들의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무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