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당하게 선반에 있는 너구리를 일곱개 꺼내 들었다. 나는 어차피 별로 안 먹으니까 나눠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커다란 냄비를 꺼내 물을 채웠다. 음, 근데 7개를 끓이려면 물을 얼마나 넣어야지? 너무 많이 먹으면 아무 맛도 안 날텐데. 내 감을 믿어보자고 생각하며 물을 어림잡아 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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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 라면 다 됐어! 먹으러 와!"
여동생의 부름에 오빠들은 기대에 찬 얼굴로 부엌으로 걸어들어왔다. 여동생에 관한 일이라면 뭐든 일등으로 자리 잡던 윤기가 조금 늦게 부엌으로 걸어들어왔다. 커다란 냄비의 뚜껑을 연견 태형이었다.
모두들 젓가락을 잡고 어리둥절한 얼굴이 됐다. 분명 라면이 맞을텐데 국물이 거의 없다. 거기다가 너구리면이 국물을 다 먹어 더욱 통통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오빠들, 왜 가만히 있어? 먹어 봐."
"아, 이제 먹으려고."
혹시나 여동생이 상처받을까 호석이 먼저 한 젓가락을 그릇에 덜었고 뒤를 이어 오빠들이 라면을 덜어 입 안에 넣었다. msg가 덕지덕지 발린 라면은 마치 스파게티의 모양을 하고 있었고 나트륨이라는 존재를 한 입에 알아차리게 만들었다.
"오빠들 맛이 어때?"
기대에 찬 여동생의 눈동자에도 불구하고 정국이 뭐라 입을 열려고 하자 윤기가 정국의 허벅지를 꼬집는다. 정국의 입은 다시 굳게 닫혔다.
"맛있어. 우리 아가. 요리 잘 해."
"꼬맹아. 오빠는 맛있는 데 속이 안 좋아서. 미안해."
석진은 좋은 핑계를 가지고 자리를 빠져나갔고 한명 당 먹어야할 양이 늘었다.
"그럼 이제 나도 먹어볼까?"
여동생이 면발을 집어 들려고 하자 호석이 여동생의 손을 막았다.
"너무 맛있어서 양이 좀 모자를 것 같은데. 이건 오빠들이 먹고 우리 쪼꼬미 건 오빠가 끓여줄게."
"헤헤. 그 정도로 맛있어?"
다음에도 해줄게. 여동생의 말에 맵고 짠 맛을 참지 못하고 태형은 연신 기침을 해댄다. 모두들 태형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윤기의 첫 아가라면*
윤기는 아가표 라면을 먹는다는 생각에 들떴다. 무엇보다 다른 형제보다도 먼저 맛을 본다는 것에 신이난 윤기는 부엌에 미리 앉아 반찬을 세팅했다.
"윤기오빠. 여기 라면."
나는 밥 먹어서 괜찮은데. 오빠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줄게. 여동생의 말에 윤기는 냄비에 든 것의 정체가 스파게티가 아닌 라면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는 여동생이 스파게티를 라면으로 착각했나보다 하고 면을 입 안으로 넣었다.
쿨럭- 윤기의 입 속에 열이 올랐다. 이대로 한 그릇을 비우면 나트륨 과다로 고혈압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몸은 젓가락을 놓으려 했지만 앞에서 웃고 있는 아가를 실망시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가, 피곤할 텐데. 먼저 들어가서 자. 오빠 혼자 먹어도 돼."
"아니야. 우리 오빠 다 먹는 거 보고 잘 거야."
근데 오빠 왜 이렇게 먹는 게 시원찮아. 팍팍 먹어! 아가의 말에 윤기는 이제부터 먹으려고 했다며 면발을 한거번에 집어 입안에 넣었다.
우리 아가 마음씨도 참 착해. 하하하. 어색한 웃음 뒤로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는 윤기였다.
T.
타생지연.
내일 작가의 대학교 졸업식이 있습니다. 드디어 졸업이라니 ㅠ 근데 하필 내일 날씨가 춥다고 하더라고요. 기상청 정보가 틀리기를 바라며 저는 오늘 좀 일찍 잠에 드려고 합니다.
3월 소장본 준비예정인 숲속으로는 제 표지를 주로 맡아주시는 도단하 언니께서 열심히 작업중이십니다. 아니쥬 톡 시즌2도 제작되니 초록창 공지를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