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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톡91. Begin. - W.타생지연
톡91. Begin. - W.타생지연


















톡91.






















ㅇㅇ이가 곤히 잠들어 있는 방 안으로 정국이가 조심스럽게 들어 온다. 다행히 ㅇㅇ이의 잠을 깨우지 않은 모양이다. 옅은 한숨을 내쉬며 안도하던 정국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책 한 권을 들어 올린다.



"데자뷰?"


악마니 뭐니 하는 것보니까 판타지 소설인가? 우리 돼지가 이런 취향인지 몰랐네. 정국이 책을 넘기던 차에 한 곳에 멈춘다. 새하얀 종이 위에는 `호르몬 전쟁`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모니터 화면에 덩그러니 멈춰 있던 미디어 창에 재생버튼이 저절로 돌아간다. 정국이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세번째 트랙 `Begin`



.
.



여긴 또 어디야. 여기도 학교 같은데. 한 트랙이 지나면 또 다음 트랙이 있단 건가. 방금 전과 다른 교복 차림으로 기숙사로 보이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내 모습에 한 숨을 내쉬는 찰나에 핸드폰 진동이 느껴진다.













정국이 오빠도 이곳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나빼고 다른 사람도 이곳으로 휩쓸려 들어올 수 있는 거였어? 모르는 사람만 가득한 이 세상 속에 정국이 오빠라도 있다는 게 엄청난 위안이 되어서 당장 정국오빠에게로 달려 가려는데 태형오빠에게서 톡이 날아온다.
















뭐야? 잠깐만 다시 생각해보자. 그러니까 여기가 호르몬 고등학교라는 곳이라고 했지. 근데 이름처럼 초이스라는 사람들은 특정 호르몬을 가지고 있어. 태형오빠는 매력 호르몬이라 사람들이 많이 따르고 나는 그걸 무마시켜줄 수 있는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사람이야. 정국오빠도 나도 일반 사람이나 다름 없지만 방금 전 트랙을 생각해보면 일반인도 자신이 맡은 역할에 동화되어 간다. 그렇다면... 정국이 오빠도?

위험해. 정국이 오빠가 위험하다.







방금 전만 해도 칼답이 오던 정국오빠의 답이 없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초이스 반이 어딜까. 이 근처의 학교 건물을 뒤지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기숙사 밖을 달려 나가는데 입구에 지민오빠와 똑같이 생긴 남학생이 서있다.



"어? 지민오빠."


"역시, 넌 날 발견해 주네. 꽤나 오래 여기 서있었는데. 김태형도 윤기형도 그냥 지나치더라."


사람들한테 쫓기느라 정신 없어 보이긴 했지만. 이건 또 무슨 소릴까. 일단 오빠는 맞는 것 같고 아는 사이도 맞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이 누구든 지금 나는 이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저 먼저 가볼게요. 오빠. 지금 빨리 가봐야할 곳이 있어요."


"누구한테 가?"


전정국이야? 김태형이야? 나를 마주보는 지민오빠의 눈빛이 너무 서글퍼 보여서 쉽게 정국오빠에게 간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망설이는 내 모습에 지민오빠가 내 손을 붙잡더니 어디론가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어디 가요?"



"어느 쪽이든 초이스반에 있을 거 아냐. 일단 달려."



맞닿은 손에서 느껴지는 지민오빠의 애정이란 것은 너무 따뜻하고 아련한 것이여서 항상 어디랄 것 같이 모르게 비어 있던 마음 속 한 편이 따뜻한 감정으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
.



초이스 반 창가에 걸터 앉아 바깥을 둘러보던 정국이 바로 옆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책을 발견한다. 어라. 이거 돼지 방에 있던 거랑 같은 거네. 정국의 손이 책을 펼쳐 든다. 텅빈 종잇장 사이로 짙은 글자로 쓰인 `Begin`이라는 글자가 정국의 시야에 들어온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순간적으로 어린 날의 정국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윤기 형때문이잖아. 윤기 형이 졸업식에 와달라고 졸라서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 거잖아. 안 왔으면 모르는 척 했으면 그런 일 없었던 거잖아. 윤기의 멱살을 잡고 울부짖는 정국에게 윤기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한 순간에 세상을 잃은 기분이었다. 온 몸이 텅빈 기분. 더군다나 같이 있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적었던 정국이었기에 그가 느끼는 결핍은 다른 형제들보다 더 심했다.


깊게 파고드는 결핍의 목마름은 정국의 숨 막히게 만들었다. 정국의 검은 구슬 같은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졌다. 커억- 혼자 삭히고 죽여온 감정은 스스로를 갉아 먹었다. 상처 받은 마음은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용서 같은 건 몰라. 원망만 남을 뿐이다. 정국은 어느새 부모님을 잃었던 그 날, 어린 정국의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전정국."


또 어둠의 호르몬이 발동한 거야? 사람들에게 쫓기듯 교실 안으로 들어온 태형이 고통스러워 하는 정국의 안색을 살피다 정국을 감싸 안는다. 태형이 매력 호르몬을 가졌음에도 호르몬을 억제시키는 주사를 복용해야한다는 규율이 있는 이유, 바로 매력 호르몬의 정도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절되어 자신의 매력 호르몬으로 상대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형의 눈빛이 한층 날카롭게 변한다. 전정국, 괜찮아. 모든 걸 다 잊고 형아랑 같이 깊은 잠에 빠지는 거야. 모든 걸 잊을 수 있을만큼 깊은 잠에.



조금은 흐릿해진 정국의 시선이 태형의 것과 맞닿는다. 정국의 입가에서 딱딱히 굳어가는 검붉은 핏자국을 응시하는 태형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우리 돼지.."


"돼지?"


"돼지를 찾아야는데."


내가 오빠인데. 우리 돼지 여기서 꺼내 줘야는데. 네가 도와 봐. 멍청한 김태형아. 정국이 다시 검붉은 피를 토해내는 차에 교실 문이 열리고 ㅇㅇ의 모습이 정국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
.



"오빠!"


내가 정국오빠를 감싸안자 정국오빠가 흐릿한 눈동자 초점을 겨우 맞추어 나를 마주 본다. 바닥에 쏟아진 검붉은 피들이 마루 위를 물들인다.



"돼지야. 오빠가 미안해."


"뭐가.. 뭐가 미안한데."


오빠가 어리게 굴어서. 약하게 굴어서. 네가 천둥에 무서워할 거 알면서 달려가지 못한 적도 많아. 정국의 시야에 검은 암흑으로 물든 하늘이 그려진다.


`오빠, 무섭지 마.`


내가 오빠를 지켜줄게. 윤기 형의 일로 누구보다 천둥을 두려워 했던 ㅇㅇ이가 영혼 없는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있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 그 작은 몸으로 나를 감싸 안았다. 정국의 몸을 감싸기에는 아직 너무나 작은 몸이었는데. 그 몸의 온기란 건 정국의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들어와 정국의 살결에 맞닿았다. 부모님 이후로 처음, 정국에게 가깝게 다가온 손길이었고 관심이었다. 홀로 알속에 갇혀 있던 정국이의 세계가 깨진 것 그날, 정국이의 세계에 첫 타인이 된 사람. 그건 ㅇㅇㅇ이었다.



"네가 내 시작이었어."


내 세상의 시작. 정국오빠가 나를 자신의 품에 꼭 감싸 안았다. You make me begin. ​낯선 음악소리와 함께 의식이 흐릿해져 왔다. 어렴풋이 어릴 적 천둥이 치던 날 밤. 내가 정국오빠를 찾아간 일이 떠오른다. 항상 감정없는 인형같던 정국오빠가 웃기 시작한 그날이 정국오빠의 begin.




​.
.



"몸은 좀 괜찮냐?"


의식을 잃고 있다 다시 정신이 든 정국의 곁에 앉아 정국을 바라보고 있던 태형이 정국에게 물음을 던지자 정국이 얼떨떨한 얼굴로 태형을 마주본다.


"나.. 뭔 일 있었나?"


왜 오늘 아침 일이 전혀 기억이 안 나지. 정국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태형이를 마주보자 태형이 정국이를 덥석 껴안는다. 야, 너 어디 갈 거 아니지?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릴 거 아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다른 사람으로 변해?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태형의 모습에 정국이 무심하게 태형의 등을 두어 번 다독인다. 내가 뭣도 모르고 이곳에 왔을 때, 텅 비어 있는 나에게 처음으로 사람다운 감정을 알려준 게 태형이 형인데. 내가 어딜 가. 떠날 일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시지. 태형의 입가가 그제야 환한 미소를 머금는다.



.
.



벌떡- 정신을 차리니 정국오빠가 바닥에 쓰려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얼마지나지 않아 정국오빠가 눈을 번쩍 뜬다. 오빠! 우리 집에 돌아왔어! 내가 기쁨에 젖은 얼굴로 정국오빠를 바라보니 정국오빠가 몸을 일으킨다. 너무 기쁜 마음에 정국오빠에게 달려가 안겨 버렸다. 자연스럽게 나를 감싸 안은 정국오빠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번진다.


"돼지 구출하기. 성공!"


"우씨- 근데 내가 오빠의 시작이란 이야기가 뭐야?"


"아,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아! 알려달라고오- 내가 아무리 정국오빠를 졸라도 정국오빠는 듣는 척도 안하고 방문을 열고 나가 버린다. 알려줘! 뭘 알려줘? 내가 시작이라며! 넌 시작이지. 모든 돼지의 시작. 아! 진짜 정국오빠아!



그만 싸우고 저녁 드시러 오시죠- 꼬맹이 공주님.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난이 많았던 오늘, 모든 노고를 덜어줄 따뜻한 오빠들의 목소리가 나를 반긴다.



.
.


T.


타생지연.


오늘은 호르몬 전쟁을 가져왔어용. 홍홍. 이전 편에서 비긴 호르몬 전쟁이나 화양연화일 거라고 예상하신 분 잘하셨어요. (짝짝짝) 맞추셨어. 제 진짜 팬 인증해드릴게요. (웃음)

그 15트랙을 다 연재하는데 모든 편이 다 제 작품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고 이 윙즈라는 앨범 트랙들을 거치면서 여자주인공이 약간의 변화를 겪게 될 거에요. 트랙에 맞는 이야기들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림이 바뀌게 될 겁니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네요.


오늘 비긴과 연관된 작품은 현재 초록창에서 연재되고 있는 호르몬 전쟁 시즌5 리턴즈로 막을 내릴 예정인 호르몬 전쟁 시리즈입니다. 초록창에서도 2편밖에 연재를 남겨두지 않고 있어요. 제 첫작이기도 하고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기도 해요. 여주랑 방타니들 케미도 좋지만 무엇보다 태형이와 정국이의 케미가 터지는 작품이랍니다. (웃음)


저는 시험기간을 맞아서 공부하느라 바빠 연재가 좀 늦어지는 경향도 있긴 한데 그래도 기다려 주실 수 있죠? 아마 당분간은 톡빙 위주로 연재가 될 거에요. (아마 반응찰 때마다 연재가 늦지 않게 올 거에요.) 이번 주말 내로 리턴즈 한 편 더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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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눈야!팟찌밍!  7일 전  
 아직 트랙 남은 것 같은데..? 밥 먹고 방에 들어왔는데 다시 또 빨려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나눈야!팟찌밍!님께 댓글 로또 1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딱기우유  9일 전  
 그래도 나와서 다행이네...

 답글 0
  이연슬  17일 전  
 짱이다

 이연슬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준진기석민형국s♥  35일 전  
 짱이다

 답글 0
  투덕기  47일 전  
 잼게읽고갑니당!

 투덕기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쌈좀주세요언니  104일 전  
 뭐지?

 쌈좀주세요언니님께 댓글 로또 2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DKSTJDUD  120일 전  
 뭐지??

 DKSTJDUD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테루카  142일 전  
 너무 슬프다.... ㅠㅠㅠㅠ 이렇게 섞어서 하는것도 괜찮은거 같아요 작가니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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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loue  148일 전  
 ㅁ ㅜ ㅓ ㄴ ㅑ?

 답글 0
  김소소하게  154일 전  
 저ㅠ진짜 광광 웁니다....작가님 사랑해요ㅠㅜㅜㅜ

 김소소하게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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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1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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