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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밤끝없는밤 - W.온음
밤끝없는밤 - W.온음




밤 끝없는 밤


끝자락을 향해


손을 맞잡고 달렸다


밤은 끝이 없었고


끝에는 밤이 없었다


밤 끝없는 밤으로


우리는 달렸다

.
.
.



밤끝없는밤







비가 한바탕 퍼부어 추적거리는 골목길을 영이가 달렸다. 물이 사방으로 튀기는 소리와 헐떡이는 숨소리만 골목을 가득 메웠다. 간간이 뒤를 돌아보며 위태롭게 달리던 영이는 골목에서 나온 누군가와 세게 부딪혔다. 빗길이라 바닥이 미끄러웠던 터인지 영이는 완전히 뒤로 나뒹굴었다.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빗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끝없는 밤이었다.





•••영이는 한참 지루한 수업을 뒤로하고 연필을 손 위에서 마구 굴렸다. 그러다 결국 연필이 책상 위를 몇 번 구르다 교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씨… 영이는 낮게 읊조리곤 허리를 굽혀 연필을 주웠다. 주우고 허리를 한 번 쭉 피니 제 대각선 쪽에 앉아있던 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황급히 눈을 돌렸다. 놀라서 그런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깜짝야. 눈을 내리깔고 책상에 스르르 엎드려 창문을 바라봤다. 구름이 꾸물거렸다. 우산 없는데. 잔뜩 울고 싶어졌다.



비가 내렸다. 가뜩이나 어두운 하늘이 더 어두워졌다. 반 애들이 우르르 빠지고 혼자 책상에 기대어 창문 밖을 계속 바라봤다. 비가 계속 창문을 때렸다. 영이는 그냥 학교에서 잘까 잠시 생각하다 그만뒀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집에 들어갈 순 없었다. 집에 안 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영이는 화들짝 놀라서 바보같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뒤를 돌았다. 지민이었다. …우산, 없어서. 영이의 목소리가 조금 끊겼다. 지민이 손에 들린 우산을 영이의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가자. 지민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다정해 영이는 울렁거렸다. 눈가가 찌릿한 것 같아 입안을 깨물며 참았다.



우산은 생각보다 작아서 영이와 지민은 딱 붙어서 서로를 붙잡고 걸어야 했다. 그렇게 교문까지 말없이 걷다가 지민이 입술을 떼었다.



"데려다줘도 돼?"


"…여기서 가까워. 그냥 갈게."



영이는 자신의 집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평소에 말을 거의 섞지 않던 지민이 왜 자신에게 이렇게 해주는지도 알 수 없었다. 지민은 잠시 멈칫하더니 우산을 영이에게 건넸다. 그럼 너 써. 영이는 어리둥절해 우산을 받고 멍하니 섰다. 지민이 가려고 하자 다급히 영이는 지민의 어깨를 붙잡았다. 너는? 영이가 물었다. 나 집 가까워. 지민은 빗속을 뛰어갔다. 영이는 우산을 들고 사라져가는 지민을 계속 쳐다봤다. 우산을 꼭 쥐고 놓지 않았다. 쓰고 집에 가야 할 것 같아서 영이는 묵묵히 우산을 쓰고 집으로 걸었다.




현관에 다다르자 영이가 한 번 심호흡을 길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안에서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영이가 화들짝 놀라 현관 손잡이에서 손을 때고 미끄러지듯 현관 앞에 쪼그려 앉았다. 지민이 준 우산을 손에 꼭 쥐었다.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영이는 혹시 누가 볼까 싶어 얼른 지민이 준 우산부터 숨겼다. 그제서야 한숨 돌리는 영이가 무언가에 얻어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어깨 쪽을 맞았는데 팔이 덜덜 떨렸다. 영이가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버지가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영이는 숨을 참았다. 밤은 길었다. 끝없는 밤 영이는 죽고 싶다고 빌었다.




다음날은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선생님께는 몸살이어서 못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다행히 아버지는 없었다. 부서질 것 같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다행히 얼굴에는 심한 상처나 멍은 없었다. 팔다리가 어디에 닿을 때마다 아팠지만 영이는 꾹 참았다. 영이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5년 전, 영이가 중학생이 되던 해 영이의 엄마는 영이를 남겨두고 떠났다. 지금은 영이를 데려갈 수가 없어. 그러니까 영이는 엄마가 올 때 동안 여기 있어, 응? 엄마가 나중에 데리러 올게. 영이는 눈에 눈물 대롱대롱 매달고 엄마의 소매를 꾹 잡으며 응, 했다. 떠나는 엄마의 팔뚝과 보이지 않는 허리춤에도 멍들이 있다는 걸 영이는 알았다. 영이는 이 지옥같은 곳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벌써 5년이었다. 울먹이는 영이의 몸에도 멍들이 있었다. 밤 끝없는 밤 영이는 죽고 싶다고 빌었다.




학교엔 간신히 갔다. 체육 시간에 스트레칭을 하다 긴 팔 체육복이 스르르 내려갔다. 영이는 깜짝 놀라 체육복을 끄집어 내렸다. 누가 봤나 싶어 고개를 마구 돌려보다 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영이는 숨이 멎는 것 같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지민이 그 멍을 봤는지 아닌지가 지금 영이에겐 가장 중요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영이는 마치 범죄라도 들킨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그 뒤로는 그냥 지민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그냥 하필 지민이 보았다는 것이 화가 났다. 입술을 계속 이빨로 물어뜯었다.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졌고 반은 텅 비었다. 영이는 미끄러지듯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숨이 막혔다. 집에 안 가?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 대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 밖으로 뛰었다. 그때 영이의 손목이 잡혀서 몸이 뒤로 확 돌아갔다. 지민의 얼굴이 가까이 있었다. 눈을 아래로 깔아 바닥만 봤다. 왜 피해. 지민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런 적 없어. 그 말을 끝으로 영이는 복도를 달렸다. 학교를 빠져나와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고 달렸다. 얼굴에 빗물이 가득했다. 영이는 숨을 쉬고 있는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빗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지민의 목소리가 울렸다. 영이는 숨이 차 헐떡였다. 코가 찡하니 아팠다.




잔뜩 젖은 몸으로 집에 들어왔다. 가방을 아무 데나 내던지고 신발장을 열었다. 지민의 우산이 있었다. 영이는 우산을 멍하니 바라보다 손으로 살살 훑었다. 지민이 보이는 것 같았다. 눈물이 났다. 우산을 가지고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왔다. 나갔던 그대로 방은 난장판이었다. 다정한 목소리가 그리웠지만 영이는 꾹 참았다. 내일은 우산을 돌려줘야 했다. 지민은 영이가 그리워하기에는 너무 다정했다.




교실에 일찍 가서 지민의 책상 위에 우산을 놓았다.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영이는 볼에 있는 상처를 손으로 살살 만지다 따가워서 눈을 찡그렸다. 뭐라도 붙여야 했다. 조용하고 추운 복도를 걸어서 영이는 양호실로 향했다. 문이 잠겨 있었다. 젠장. 영이가 속삭였다. 날이 꽤 쌀쌀해져 손이 제법 차가웠다. 할 수 없이 다시 교실로 향했다. 문을 열었을 때 지민이 가방을 메고 책상에 있는 우산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민이 고개를 돌렸고 문에 서 있던 영이와 눈이 마주쳤다. 놀라서 다시 문을 닫고 교실 밖으로 나와버렸다. 왜 이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교실 문이 열리고 지민이 영이를 잡아끌었다. 앉아 봐. 지민의 조용한 목소리에 영이는 입술을 물었다. 지민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밴드였다. 볼에 지민의 손이 닿을 때마다 영이가 움찔했다. 그리고 다시 지민의 우산을 영이의 손에 쥐여줬다. 네 거야. 영이는 지민을 가만히 바라보다 떨리는 눈을 내리깔았다. 너는 왜 아무것도 묻지 않아? 너는 왜 다정해? 토하려는 말들을 영이는 꾹꾹 다시 삼켰다. 그냥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우산을 꽉 쥐었다.




또 비가 왔다. 가을비는 여름비보다 차갑다. 적어도 영이는 그렇게 느꼈다. 지민이 준 우산을 쓰고 골목길을 걸었다. 집이 보였고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영이의 심장이 요동쳤다. 집으로 달음박질했다. 눈물이 막 나려고 했다. 엄마가 왔나, 엄마가, 엄마가 왔을까. 집으로 뛰어들어 갔을 때 집은 시끄러웠다. 영이의 눈에 맺힌 눈물이 순간 차게 식었다. 손이 떨렸다. 집은 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현관에 서있는 영이에게 곧이어 유리 조각들이 날아들었다. 영이가 바라던 사람은 없었다. 곧 영이의 손에 들려 있던 우산을 아버지가 빼앗았다. 우산살들이 마구 부서졌다. 하지 마세요, 그만…. 영이가 달려들어 우산을 쥐었다. 부서진 조각들 때문에 손에서 피가 흘렀다. 영이는 부서진 우산을 멍하니 바라보다 날아온 뭔가를 맞고 쓰러졌다. 몸을 간신히 일으켜 밖으로 내달렸다. 뒤에선 고함소리가 떠돌았다. 물건 몇 개가 더 날아왔다. 빗길을 영이가 내달렸다. 밤은 끝이 없었다.




비가 한바탕 퍼부어 추적거리는 골목길을 영이는 달렸다. 그리고 골목에서 나온 누군가와 세게 부딪혔다. 빗길이라 바닥이 미끄러웠던 터인지 영이는 완전히 뒤로 나뒹굴었다.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빗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지민이었다. 영이의 숨소리가 살짝 멎었다. 영이가 손을 들어 지민의 손을 잡았다. 영이의 피가 지민에 손에 묻었다. 지민이 영이를 잡아끌었다. 잔뜩 젖은 영이가 지민에게 안겼다. 영이의 몸이 마구 떨렸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끝없는 밤 영이는 죽고 싶다고 말했다. 지민이 영이를 안았다. 끝없는 밤에 자꾸만 젖어 들어가는 삶이 영이는 버거웠다. 작게 들썩이는 영이의 머리통을 지민의 손이 훑었다. 가자. 지민이 손을 내밀었다. 영이는 홀린 듯 지민의 손을 잡았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손을 잡았다. 밤은 끝이 없었다. 비는 계속 하늘을 메웠다.




밤끝 없는 밤


손을 맞잡고 달렸다


세상의 반대편으로


새벽의 끝을 향해


비루한 마음을 끝자락에 걸고


추락하는 빗방울을 입안에 머금고


끝없는 밤의 끝으로





*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라고 할 자격이 있나 생각될 만큼 간만이죠
서버가 닫히나 봐요 여기
길다면 긴 시간동안 여기서 지내면서
따뜻한 사람들 만나서 너무 행복했어요
이 글을 보실 분들이 몇 분이나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제 글을 봐주신 모든 분들, 감사했고 또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제 사람들 모두 아프지 말고 웃는 날이 많았으면 해요
저는 아직까지 여기를 보낼 준비가 다 안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씩 들르려고 해요
너무 저를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여기를 더 놓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냥 아주 가끔씩, 기억속에 스쳐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오래 남으면 좋겠지만 우리 모두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가끔씩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이 글을 보시는 모두의 밤이 그렇게 숨이 막히지 않았으면 해서
너무 두렵지 않았으면 해서 쓰게 된 조금의 위로랄까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의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모두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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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익사  89일 전  
 제폰투다어디갓조..?
 냠표님짱사룽..뽀잉투못쏘는게한이애요..

 답글 1
  묭­‍­‍­‍­‍  92일 전  
 아 ㅠㅠ 온음님 정말 글 좋아했어요 생각 날때마다 와서 읽을게요 감사합니다 아프지마세요

 답글 1
  강하루  97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궐끼  100일 전  
 사랑해요 음표님.. 저두ㅏ 아직 미련이 남ㅇ나서 이리 서성이구 있는걸료.. 가끔 들리다 마주치면 인사한번 건네주세요! 사랑해요

 답글 2
  달푸º  100일 전  
 서해!! 오랜만에 불러보는 거 같은데 너무 보고싶었어 ㅜㅜ 옾붕 못찾아서 연락 못하고 있었지만 항상 너무너무 보고 싶다는 걸 알아줬음해 !! 나도 가끔 찾아올테니 가끔이라도 볼 수 있었음 좋겠다 많이 사랑해!!!!!!

 답글 2
  순끼  100일 전  
 밤 끝없는 밤과 밤끝 없는 밤이라는 말이 있는데 밤끝 없는 밤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여기 적어봐요
 밤 끝없는 밤 -> 밤, 끝없는 밤
 밤끝 없는 밤 -> 밤의 끝이 없는 밤

 답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