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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人間失格 - W.피학
人間失格 - W.피학
여름으로 흩어지는 목소리.



안개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빗물을 잔뜩 먹은 듯 먹먹했어요. 그 울림이 습기의 파장을 뚫고 내게 다가와 안녕을 말하고 떠났어요. 그렇게 십오년을 지내다가 이 강에서 다시 들은 거예요. 십오년 전과 똑같은 목소리를. 생각해 보세요. 누가 죽으려고 나와서 십오년 전 내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을 만날 줄 알까요. 솔직히 그게 그 사람인 걸 깨달았을 때는 따지고 싶었어요. 이럴 거면 나를 왜 살렸냐고. 그 알량한 동정으로 살린 게 왜 하필 나냐고. 그때 당신은 왜 거기 있었냐고. 그런데 내가 그토록 그리고 얼굴을 보니까 눈물만 비집고 나와서 목이 메이더라고요.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뭐라도 말해보려는데 흐느끼는 것 밖에 할 수가 있나요. 그런데 그 사람은 또다시 나한테 말했어요.
안녕,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나를 살리려고 온 건지 죽이려고 온 건지 모호해요. 죽으려던 나를 살렸지만 어쨌든 나는 그 사람 때문에 죽으려고 했으니까 이미 한 명을 죽인 거 아닐까요. 어쩌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에게 이랬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웃기게도 그때 든 생각은 이 사람이 나한테만 이랬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아직도 그때의 상황이 눈앞에 선연하게 그려져요. 나는 울기만 했고 그 사람은 나를 쳐다보기만 했어요. 정말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곳에서 철썩대는 강물 소리만 울려퍼졌거든요. 내가 훌쩍이는 걸 멈추자 그 사람은 그제서야 숨을 쉬는 듯했어요. 제 착각이었겠지만요. 한낱 사람이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숨을 참는 건 불가능이잖아요.

말은 제가 먼저 걸었어요. 아무리 봐도 먼저 말 걸어줄 것 같진 않아서 나라도 대화를 이끌어가야겠다 싶었죠.

형, 왜 또 여기 있어요. 너 보려고. 내가 볼 게 뭐가 있다구. 살려줬으니까 죽을 거면 죽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고 죽어. 난 네가 익사하는 순간까지 지켜볼게. 나 신경쓰지 말고 하던 거 계속 해. 나 진짜로 너만 보려고 온 거야.

그럼 나는 또 할 말이 없어져요. 내가 죽으려던 것도 사실이고 더 이상 나는 세상에 남겨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려고 했던 거예요. 이 사람이 나에게 왜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냐고 한다면 대답은 못 하겠지만서도 이 사람이랑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살고 싶다고. 나는 지금 불행을 따지면서 죽기엔 너무 젊고, 새파랗고 잘생기고 머리도 좋고…… 그래서 내가 죽으면 이 세상에서 엄청난 인재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 사람의 무언가도 사라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홧김에 내뱉었을 뿐이에요. 정말 다른 의도는 없었다구요. 나는 그저 그 잘생긴 남자 ─인어일지도 몰라요─ 와 함께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고 싶었던 거라고요.

정말로요. 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그냥 형 저랑 같이 살아요 하고 말했어요. 이상하게도 그 사람…… 은 친근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맞추고서도 입 하나 뻥긋하지 않았어요. 난 침묵은 동의라고 생각했고 그 사람의 손을 잡고 가려고 했어요. 어디로든요. 집이든 카페든 어디든.

그런데 그때 인근 주민이 엉엉 울던 나를 그 사람이 납치해간다고 생각했나 봐요.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서 당신들이 오는 게 보였는데 그 사람이 가야 한다며 내 손을 빼는 거예요. 어디를 가냐고 물으니까 잘 있으래요. 언젠가 오겠다고 같이 가자고. 내가 어디를 가려는지도 모르면서 한 소리예요.

당신들이 와서 저나 당신들한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한 사건이라도 피해자를 제대로 구출해서 안전하게 마무리했다─ 를 바라시는 것 같은데 이것도 그 일부의 상담인 건 알아요. 내가 죽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경찰복 입은 사람들이 별 말도 없이 나를 여기로 밀어넣더라구요.

저 아직 추워요. 물기도 여전히 남아있고요. 코코아라도 타 주실래요.







▣ 2022.6.8
방빙 사이트 - 미완


무려 방빙 서버가 닫힌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답니다. 정확히 언제 닫히는지도 몰라요. 저번 주에 몇 달만에 들어와서 포인트가 없어진 걸 보고도 그냥 그랬구나 싶었어요. 포인트 받아도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 하나둘씩 닫는 걸 보고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제가 바보인가요. 혹시라도 아는 거 있으심 댓글로 달아주세요.

방빙 제가 3년 동안 꾸준히 함께 하면서 엄청난 추억을 쌓았는데 헤어진다니 믿을 수 없어요. 정말. 처음으로 빙의글을 접하고 글을 배웠던 곳인데 오래된 친구를 떠나보내는 느낌이에요. 숙제하다가 급하게 마무리해서 글이 말이 아니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제대로 된 공지는 후에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몇 없는 독자지만 기다려 주세요. 저 혼자라도 작별 인사는 하고 가겟서요. 이만 말 줄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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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ㅜ산  101일 전  
 혹시 서버 정확히 언제 닫히는지 아시나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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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끼  102일 전  
 최고에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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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슬퍼런글  117일 전  
 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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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하루  117일 전  
 글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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