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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청춘의 왈츠 - W.봉숙이네
청춘의 왈츠 - W.봉숙이네
두 팔 벌려 태양을 집어삼키고 싶다.

불덩어리들 가슴에 담아 놓고

차가운 기억들 하나씩 태워 없애면

깊이 눌렀던 우리 새봄 앞에 설 수 있을까?

 

 

 

어리숙한 감정에 방황했던 우리의 청춘은 서로에게 가장 사랑하는 후회로 남았다. 이곳의 흙 내음, 바람, 햇빛은 마치 서로의 두 손에만 의지한 채 어디로든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와도 같다. 이곳에 그 시간 속의 모든 것들이 있으니 너만 오면 될듯하다. 네가 이곳에 오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또한 네가 이곳으로 와준다면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기에 네가 있어서 흙 내음이, 바람이, 햇빛이 찬란히도 아름다웠고 또 사라지지 않을 거 같았다. 허나 네가 먼저 사라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때 내 온몸이 곪아 오듯 고통과 함께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고 우리의 추억에 하나씩 나눠주었지. 허망하게도 온기 하나 없는 겨울바람만 쌩쌩 이어온다. 내 젊음에 네가 내려앉아 내 맘을 쥐고선 놔주질 않아 영영 네가 가지길 바랐는데. 더 이상 내 맘이 내 소유가 아니게 된 순간부터 나 또한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니 넌 날 어서 가져가라.

 

 

 

, 눈이 내린다. 이제 사계절의 끝이 하얘진다. 다만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면 나의 밤의 끝은 여전히 너라는 것. 사계절 내내 오롯이 내 머릿속 너의 자리 하나를 마련하고 시시때때로 너를 그 자리에 채워 넣는 것. 그러면 이 공허함이 조금은 사그라지지 않을까. 내 눈물이 천지에 넘치고 물결 자락에 네가 비친다면 그걸로 난 만족할 테니. 우리의 어리숙한 젊은 날의 사랑은 그저 한 계절에 피고 질 계절 속의 꽃이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 해도 봄날을 위해 제 열심히 치장하다 순간 지는 벚꽃처럼 불꽃같은 사랑이었음을. 비행기를 타고 낯선 타지에 처음 발을 내 디딘 순간의 긴장과 설렘이 묘하게 교차할 때의 전율, 모양 없는 글자들로 가득하게 이는 강당의 울림. 이 모든 것들을 포괄하는 너의 의미에 나의 청춘도 함께 넣어보자. 무곡에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우리의 추억 하나, 예고된 이별을 하나, 거울 속의 쓴웃음 하나. 서서히 우리를 잠식시키는 멜로디에 몽하게 취하면 이른 아침이 밝아 오고 심장박동의 템포가 고요히 비명을 지른다. 흘러나온 왈츠에 빙글빙글 돌며 널 안을 수 있을 만큼의 폭을 만들어 천천히 스텝을 밟아보자. 흥얼거리는 입안에 울컥울컥 차오르는 미련들은 다시 삼키면, 내 안에서 요동치는 눈물이 폭풍을 이루어 날 덮치더라도 난 힘없이 쓸려가겠구나. 마지막 이별을 아름답게 마침표를 찍을 수야 있다면 뭔들 미련 남아 밤잠을 못 이루겠는가. 낭만은 궁핍했고 우리의 어리고 서투른 사랑에 나락은 흔쾌히 문을 열어주었다. 추락하는 낭만과 규율을 깨트리는 청춘을 뒤로 한 채 너와의 손을 놓았다.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날, 넌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렇게 너와의 마지막 겨울을 보냈다.

 

 

 

참을 수 없는 서늘함에 우리 추억을 뒤돌아보면

나의 조각들이 빛바래 있을 거다.

너는 조각을 주워주워 마침내 나를 완성 시켜라.

그렇다면 빗장에 고이 모아둔 사랑한 너의 이름들도

그날의 낭만도 모두 다 너의 소유니 어서 와서 가져라.

난 네가 버려둔 나와의 아픈 추억들을

품 안 가득히 끌어안을 테니.

 

 

 

너를 부르지 않았는데 꽃송이가 날리고, 너를 부르지 않았는데 설원이 오고, 너를 부르지 않았는데 눈물이 흐른다. 흐르는 눈물 따라 걷다 그대 발자국을 찾았다. 그대 발자국 따라 걷다 보니, 우리의 가파른 추억에서 끊겼다. , , 그대는 우리의 아름다운 청춘만을 사랑했구나. 나는 우리의 마지막까지 사랑하였는데. 그러면 그대는 미래를 살아가라. 나는 과거에 머무를 테니. 언제든 돌아보면 처음 사랑하는 것처럼 사무치게 사랑할 수 있도록.

 

 

 

내 맘 담아 쓴 손 편지가 오늘 달을 띄우고, 흘린 눈물이 호수를 이루면 그대가 호수 물결 자락에 비칠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네가, 너를 사랑하는 내가 오늘 밤은 누가 먼저 잠들 수 있을까. 부서질 줄 알면서 가득 쳐오는 파도처럼 우리도 그리 사랑했고 산산조각 나버린 나는 심해로 쓸려 사라졌다. 물속 깊이 침잠하는 나를 오직 그대만이 구원할 수 있다. 물줄기 사이로 힘겹게 들어온 빛을 향해 힘껏 손을 뻗고 있으니 그대는 나를 버리지 말라. 찐득하게 절인 미련도 계절 따라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더욱이 맹목적인 구애를 해나갔다. 절절한 낭만에 네가 관심이 있기야 하겠는가만, 귀에 쓱 스치는 그날의 바람 소리와 보는 사람 하나 없이 지나가는 행성에 붙인 그대 이름이 더욱 애달프게 심장을 죄어온다. 아껴놓은 그대 이름을 부르면 나그네 바람이 채가 밤바다에 떨어트리니 그대는 내가 그대 이름 사랑하는 줄 하나 모를 것이다. 그러나 기약 없는 그대 이름마저도 난 사랑하기에 두둥실 떠오른 그대 이름 다시 건져와 빗장 안에 고이 모셔두었다. 그러는 그대는 나를 사랑하는가?

 

 

 

무의식에 침범한 잊지 못할 기억과 처염한 사랑이 일어서려는 내 귓가에 속삭이며 처절한 우리의 마지막을 상기시켜주었다. 구토감과 함께 흐르는 눈물에도 더 이상 그대의 온기가 기억나지 않았고 손끝 떨어질까 말까 하는 땀방울이 맺어있을 뿐. 불규칙적으로 청춘의 왈츠가 귓가에 구현되었고 쿵쾅거리는 심장박동 한 번에 주마등처럼 추억이 쉭쉭 지나며, 공중에 허우적대는 손가락 사이로 애처롭게 그대가 새어나갔다, 헐떡거리며 겨우 정신으로 차려보아도 온몸이 골병 난 듯 쑤셔왔다. 혈색 없는 입술을 물어뜯으니 주르륵- 입안으로 피가 흘러들어왔다. 씁쓸한 것이 마치 그대 이름 같아라. 아침 밝아오면 낭만도 같이 떠오를까 석양을 수만 번 삼키어 봐도 목구멍에 걸쳐 다시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청춘의 언저리에서 그대가 사라진 후로부터 모든 것이 무마되었고 또한 흙 내음이 의미를 잃어버린 채로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피워냈다. 청춘이라 할 수 없는 몰골과 궁핍하고 매 마른 감정에 금이 쩍쩍 가기 시작했다. 다만 그대 없이 살아 숨 쉬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없었기에 그대가 있던 기억에 내가 머무르는 것이다. 청춘의 동정은 무수한 기억을 낳았고, 청춘의 기억 속에 내가 고고히 춤추리.

 

 

 

사랑에 대가는 청춘을 잃는 것이었고

너의 대가는 나를 잃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를 잃기 싫다면

그날의 기억에 머무른 날 찾아와.

처음 본 순간처럼 사무치게 사랑할 테니.


 

 

 

 

/

 

 

안녕하세요. 작가 봉숙이네입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사실 이런 인사말도 민망한 게

활동을 그다지 활발히 하진 않아서

저를 모르실 듯합니다.

 

사랑은 간질간질 하죠.

그렇지만 어느 순간 보면

뒷걸음질 치고 있기도 하고..

 

그 사람이 머물러 사랑한 계절에는

아무 이름도 붙일 수 없는 것.

사랑이면서도 사랑이 아닌 것.

때로는 사랑이기만 한 것.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병들어가는 것.

이런 게 사랑인 듯합니다.

 

사랑이 자기 연민의 도구로

쓰이질 않길 바라며

아무런 기억도 추억도 아니길 바랍니다.

오로지 사랑은 현재에만 머무르길.

 

독자 여러분들 모두

사랑하는 사람과 안부를

건네는 밤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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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강하루  229일 전  
 글 잘쓰시네요

 강하루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방탄러버!  230일 전  
 와.... 너무 재밌어요!

 답글 0
  꾸꾸  230일 전  
 장편이면 더 보고 싶은데

 꾸꾸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희끼ㅤ  230일 전  
 희끼ㅤ님께서 작가님에게 7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Weller  231일 전  
 와,,,, 필력 최고네요

 답글 0
  wendy0613  231일 전  
 재미있게 잘읽고가요!

 wendy0613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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