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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캘리포니아의 꿈 - W.프록시마
캘리포니아의 꿈 - W.프록시마






아무도 우리를 지우지 않았네

​누구도 우리를 분류하지 않았네

​나는 누구도 설득하지 않을게​

​나는 어느것도 증명하지 않을게

​그래서 아무것도 가두지 않을래





노란 토끼는 신호등을 건너고 줄 달린 시계를 내게 던져

​​그 시계를 받아 든 나는 너에게로 끊임없이 달려

​​밤은 좋고 그래서 나쁘지

​​나는 너의 이름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

​​우리는 어느 다리 밑에서 처음 만났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들리던

​​내게 쑥버무리를 건네던 너를 기억해

​​내게 맞대던 촉촉한 너의 그것을 좋아해

​​



​원래 여기서 살았어요?

​​

​아니요, 같이 도망쳤어요.









한국인이 많다고는 했지만 온전한 한국인은 아니었다. 혼혈이라 그렇다고는 했지만 나도 온전한 한국 피는 아녔으니 그건 핑계였다. 외국물 좀 먹었다고 말이 심하네. 말하면 안될 것 같았지만 못 말할 것도 없었다. 몸에서 나는 저릿한 암내가 그걸 증명했다. 패스트푸드 좋아하는 구나. 울리는 머리를 붙잡고 일어나 다리에 남은 흙을 털었다. 노란 얼굴을 외국인 처럼 붉게 붉힌 아이는 내 어깻죽지를 치고 자리를 떠났다.





​- 우와, 너 되게 뽄새 난다?

​- ... 너 나 알아?

​- 엥? 그럼 넌 나 몰라? 우리 옆집 사인데.

​- 미안한데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집이라곤 거의 1킬로미터 떨어진 대저택 뿐이야.

​- 아네! 난 거기 살아. 난 김태형 이야.

​- ... 그래.





​ 언제요?



시계가 12시를 가리킬때요.





너, 너 정말... 대책이란 게 없구나?





​문득 찾아 온 김태형은 잠을 재워달라고 했다. 집을 나왔고, 가진 돈은 40불에, 전재산이라곤 새것 티가 나는 자전거 하나. 불쑥 나타나 어깨부터 들이 민 김태형은 은근슬쩍 내 침대에 엉덩이를 눌러 붙였다. 얼굴에는 긁힌 듯한 작은 생채기가 볼에 하나, 턱에 하나, 눈꼬리 근처에 하나... 응? 김태형이 벌떡 일어나 내 손을 잡았다.



​- 아! 올 시간이 다 됐어.

​- 뭐, 뭐야. 누가?

​- 봉고차 아저씨. 지금 열한시 사십칠분이지?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겠어.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제정신 이야?

​- 캘리포니아로 가자. 여긴 너무 추워. 그리고... 삭막해. 같이 가자.





​ 그래서요?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나요?



음... 비행 청소년?



​봉고차를 타고 LA를 떠난 뒤 우리는 늘 같이 잤고, 같이 먹었다. 종종 입을 맞추기도 했고 서로를 꼭 안은 채 잠만 자는 날도 있었다. 태생이 몸이 약한 김태형은 걷는 것 보단 자전거 타는 걸 좋아했다. 김태형의 자전거가 망가져 버리는 바람에 이동수단이 필요 해진건 그쯤이었다.



​- 돈은 훔쳐 봤냐?

​- 아니? 사람 마음은 훔쳐 봤어. 내 옆에 얘.

​- 지랄. 여긴 어차피 경찰 없고, 와도 시내에서 오는 거라 오래 걸려.

​- 그 말은 우리가 지나가는 미국인 쥐어 패서 돈 털라는 말?

​- 이해가 빠르네. 오늘 밤 8시까지 100불. 오케이?



​그날 밤 우리는 127불을 훔쳤고, 그 놈들의 차도 같이 훔쳤다. 놈들은 김태형의 바람 빠진 바퀴를 굴리며 우릴 쫓아 왔고, 김태형은 가운데 손가락을 하늘 위로 들어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차에 있던 충전기에 휴대폰을 끼웠다. 곧 불이 들어오며 휴대폰이 재작동 했다. 부재중 전화 90통, 문자 79통, 인스타그램 알람 47개, 라인 메세지 67개, 카카오톡 메세지 78개... 야!



​- 충전기 줄은 왜 자르는데! 이 미친 놈아!



​신호에 걸린 차를 뒤로하고 김태형은 충전기 줄을 이빨로 끊어 냈다. 살다 살다 이런 놈은 또 처음이라 늘 당혹스럽다. 퉤 퉤 침을 뱉은 김태형은 태연하게 다시 차를 몰았다. 곧 차는 우리의 집으로 들어섰다. 바다가 보이는 집 같지 않은 집이다. 움직이지 못하게 된 캠핑카가 모래 속에 깊이 묻혀있다. 아무도 쓰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길래 우리의 집이 되었다. 김태형이 눈을 느리게 깜빡 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다를 거닐다 낡은 바에 간다. 술을 조금 마시고 빵과 베이컨을 조금 나누어 먹는다. 졸린 눈을 비비며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김태형은 커피를 타고 나는 만화책을 본다.



​- 핸드폰 줘 봐.

- 응? 왜? 이제 배터리 3퍼센트 밖에 안남았는데.

​- 누구한테 연락 왔어?

​- 음, 가족들, 친구들, 친척들, 팔로워들......

​- ... 가고 싶어?

​- 아니?

​- 그럼 됐어. 난 지금이 좋아.

​- 그건 나도 그래.





왜요?



​ 어차피 전부 가라앉을 거잖아요.





​캘리포니아의 꿈을 꿔요

​이처럼 추운 겨울날에는

​잎들이 전부 갈색이네요

​하늘은 회색이고요

​당신은 눈을 감아요

​그건 아주 긴 꿈이죠

​나도 눈을 감아요

​당신은 해변의 여인

우리는 파도를 타요

​작은 술집에서요

​우리는 춤을 추어요

​몸을 살랑 살랑

​술잔이 찰랑 찰랑

​술을 나누어 마셔요

어린 아이들은 우리를 축복해요

캘리포니아의 꿈을 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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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강하루  257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순끼  259일 전  
 순끼님께서 작가님에게 1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wendy0613  259일 전  
 잘 읽고가요!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