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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half - W.10월의오웃
half - W.10월의오웃


트리거

신촌역에 다다르고 나서야 깨달은 게 한 가지 있다면 나는 아주 나약하다는 것이다. 동생이 합기도 도장을 뛰쳐나왔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렇게 심장이 뛰고 다리가 부서질 것만 같고 세상이 나만 미워하는 것 같은 이런 기분을 걔도 느꼈을까? 목구멍까지 심장이 차올라 자꾸만 울컥하고 쏟아질 것 같았다. 작은 노란색 모닝 보닛 위에 쓰러지듯 누워있는 후드집업. 몸이 원래 이렇게 차가웠었나 싶다가도 마치 처음 느껴본 감각처럼. 걔를 안아 본 기억조차 없었단 사실에 미친 듯이 화가 났다. 한참을 멍을 때리다 눈가에 빗물이 고여서 걔 얼굴이 일렁이며 일그러져 보이는 순간까지도.
그땐 그랬다. 모든 게 구제불능이었고 내가 돈 때문에 동생을 죽였다는 시답잖은 소문 따위가 동네를 휘젓고 다녔을 땐 반쯤 미쳐서 한 달 동안은 점퍼 주머니에 쥐약을 넣고 다녔다. 수틀리면 정말 죽어버릴 작정으로. 걔는 운이 좀 안 좋았을 뿐이다. 하필이면 바퀴 상태가 엉망인 모닝을 만난 것도, 시내 한복판이 마비될 정도로 비가 많이 왔던 것도, 그 합기도를 도망치듯 뛰쳐나왔던 게 다 나 때문이란 것도.
합리화했다. 일생의 절반을 돈 때문에 고통받았다고 해도 불행하진 않았으니 행복에 떠밀린 것들이 이제서야 널 살짝 스쳤을 뿐인데 넌 쓰러진 거라고. 내가 악을 써서라도 합기도에 보내지 않았더라면. 술에 잔뜩 꼴아 밀린 학원비 같은 추잡한 얘길 애 앞에서 지껄이지 않았더라면. 난 나약했다. 나약하다. 밤낮으로 사채 똘마니들이 문고리를 잡아 뜯는 꿈을 꾼다. 동생이 죽은 후로 문턱을 넘는 일이 잦아졌다. 아등바등 계단을 오르면 내 다리를 갉아먹고 올라오는 인생들. 난 동생한테 그런 존재였을까? 역 근처를 서성이다 국화를 놓고 홀연히 사라지는 나를 보는 사람들. 눈빛들. 다음날이면 그 꽃이 온전할지, 잎마다 산산조각이 나있을지 알 수 없지만 걔는 세상의 전부가 나뿐이었다.
비가 온다. 그날처럼 아주 굵은 빗방울이 도시 위로 쏟아진다. 불완전한 어깨가 젖어들어 간다. 숨을 고르고 나서야 점퍼 속 품어두었던 국화를 꺼낸다. 돌아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니 한 꼬마가 너를 발견하고는 웃는다. 그러곤 손에 꼬옥 쥔다. 지하철역 인파 틈에 섞여 사라진다. 거짓말처럼 불안은 사그라들고 홀가분함만 남는다. 어째서인지 너는 웃고 있을 것 같아 나도 웃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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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rlatjdus3  268일 전  
 너무 좋아요..

 rlatjdus3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희끼ㅤ  268일 전  
 희끼ㅤ님께서 작가님에게 74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하루  271일 전  
 글 잘쓰시네요

 강하루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루미☽  271일 전  
 글 너무 좋아요

 ☾루미☽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순끼  271일 전  
 순끼님께서 작가님에게 22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전선잉......  271일 전  
 전선잉......님께서 작가님에게 3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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