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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400+4D 자축글] 시선이 닿는 그곳에 - W.찐모찌
[400+4D 자축글] 시선이 닿는 그곳에 - W.찐모찌





















시선이 닿는 그곳에
W. 찐모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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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웅성-










천천히 걸어 들어 오면서 그리 좋지 못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떠드는 사람들을 한 번 스쳐보았다. 분명 한껏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슬픔에 잠겨 있어야 할 곳인데, 어째서 저들은 그리 보이지 않는 걸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다. 살면서 얼마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위해서 예의상 왔을 뿐이지 어떻게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억지로 짜낼 수가 있겠는가.





하, 땅 끝까지 파고 들어갈 듯 깊게 숨을 내쉬었다. 저 멀리 진정한 슬픔에 잠겨 있는 이들을 그냥 마주 볼 낮은 없었다. 그렇다고 잠깐 들렸다만 갈 양심도 없었다. 그리고 저기에 누워 있을 그를 마주할 용기조차 있지 않았다. 아마 그런 내가 한심함에 나오는 한숨이겠지.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발에 모래 주머니라도 달린 것 마냥 한 걸음을 띨 때마다 다리가 무거워 빨리 걸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말을 듣지 않는 다리를 애써 움직여 걷고 있으면 어느새 저 멀리 서 시선이 날아와 내게 꽂혔다. 하지만 난 그 시선을 피할 자격조차 없단 것을 잘 알기에 기꺼이 감내하며 들어온 내내 줄곧 땅바닥만 응시하던 고개를 살짝 들어 보였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날 보고 놀란 시선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깊은 슬픔만이 일렁이고 있었고, 그 속에서 작은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증오와 원망이 가득할 거라 예상했었음에도 날카로운 시선이 향하지 않으니 어느새 참고 있었던 숨을 가득 터뜨렸다.










"여주씨... 맞죠...?"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녀는 아마 그가 그리도 말했던 누나인 듯 싶었다. 그 시간조차 엉겁처럼 길디 길게 느껴졌다. 세상이, 시간이 언제부터 이리도 천천히 흘러갔나 싶었다.










"네..."


"정국이를 위해서 와준거에요?"


"네..."










답이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온 후부터 터져 나오려는 울음소리와 눈물을 가리려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애쓸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려지진 않은 건지 공손히 모으고 있지만 파들파들 떨리는 손을 다정히 감싸주었다.










"우리 정국이가... 여주씨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걸 전해 달라고 했고요."


"..."










그녀가 고이 접혀있는 종이 한 장을 내게 내밀었다.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받아 들었다. 필사적으로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건 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그녀가 내 손을 잡아 준 후부터 눈물이 맥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종이 받아들였지만 그 종이를 펼쳐보지도 못한 채로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 나에게 정국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다가와 가만히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내 등을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쓸어내려 주었다.










"정국이가 여주씨를 많이 좋아했어요. 매일 집에 올 때마다 여자친구 얘기 밖에 안 해서 늘 서운했는데."


"죄송합니다..."


"죄송하라고 한 말 아니에요. 이제 보니 알겠어요. 정말 예쁜 사람을 여자친구로 뒀네요 우리 정국이. 많이 행복했을 거에요. 여주씨를 사랑하고 사랑 받아서."










나도 남편을 만나면서 그랬거든. 여주씨도 우리 정국이 많이 사랑했죠? 나는 그 물음에 다시 눈물을 펑펑 쏟으며 고개를 위 아래로 저었다. 그러자 그녀는 정말 다행이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얼마나 울었는지 이미 다 쉬어버린 푸근한 목소리가 왜 이렇게 울컥하는 걸까.





만약 정국이가 살아 있었다면 내 시어머니가 됐을 그 분은 본인의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내가 뭐 그리 예쁘다고 계속 내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도 결코 싫지는 않았던 것인지 그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죄송해요... 정말... 너무 죄송해요..."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그거 밖에 없었다. 내가 싸우러 나가는 그를 붙잡았다면 정국이는 지금 즈음 살아서 나와 그의 가족들의 곁에서 내가 환장하도록 좋아했던 미소를 안면에 가득 띠었겠지. 그럼 살면서 단 한번도 웃지 않았던 내가 또 그로 하여금 다시 미소를 띠울 수 있었겠지.










"여주씨, 미안해 하지 말아요. 여주씨도 아프잖아."


"..."


"정국이도 여주씨가 자기 때문에 우는 걸 원하지 않을 거에요. 여주씨한테 프러포즈한다고 생전 애교 한번 없던 동생이 도와 달라고 전화해서 애교까지 부리게 했던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웃어요. 우리 정국이를 위해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게 딱 봐도 무엇이 들어 있을 지 유추 가능한 상자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종이를 주머니에 소중히 집어넣고 상자를 받아 들어 열어보았다.










"흡, 흐끕.... 흐윽..."










그리고 상자 안에 고이 자리한 그와 나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는 반지 한 쌍이 보였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차이 나는 반지의 크기에 결국 앙 다문 잇새에서 참아왔던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주야, 내가 다녀오면 너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설마 헤어지자는 건 아니지?"


"설마. 내 보스는 그냥 이 자리에서 그대로 예쁘고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아, 물론 다른 놈들이 눈독 들일 수도 있으니까 적당히 예뻐야해요."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고요한 계단을 걸어 올라가 그 끝에 있는 옥상으로 향했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망치로 내 가슴에 못을 박는 소리처럼 느껴졌다면 기분탓일까. 울음을 참느라 목구멍에서 계속 끅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소리조차 거슬려 입을 두 손으로 꾹 틀어 막아 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입 속에 가뒀다.





끼익-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돌리자 단단해 보이는 철창이 맥없이 열렸다.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시멘트 바닥과 위험해 보이는 난간, 그리고 높은 빌딩의 반짝이는 불빛들과 검은 하늘과 구름, 별이 전부였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난간 쪽을 향했다. 그리고 난간 바로 앞에서 손을 올리고 남색 구름 사이사이에 수놓아 진 별들을 내 멍한 눈동자 가득히 담아내었다. 문득 네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보스, 있잖아요. 저 돌아오면 같이 별 보러 가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예쁜 별이 뜨는 곳을 알고 있거든요. 그래 줄 거죠?"










거짓말쟁이... 같이 오지도 못 할 거면서... 옥상에 드나드는 바람으로 인해 다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눈가를 촉촉히 적셔 오기 시작했다. 눈 앞이 뿌옇게 가려지기 전에 얼른 편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펼쳐 읽었다. 왜 그 타이밍이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음... 누나, 아마도 이 편지가 누나에게 갔다면 난 이미 누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준에 있다는 거겠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여기에 다 하고 갈게요. 사랑해요, 누나. 정말 누나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내가 돌아오면 누나한테 해주고 싶었던 말은 프로포즈였어요. 이미 멘트까지 다 생각해 놨는데. 누나 혹시 내가 누나의 곁을 떠나고 시간이 오래 지나도 누나가 나를 잊지 못했다면 그때 그 반지 껴줘요. 그리고 꼭 생각해줘요. 누나가 살고 있는 그곳의 하늘 누나의 시선이 가장 잘 닿을 듯한 그 위치에 내가 언제나 별이 되어 빛나고 있을 거라는 걸. 그리고 누나가 다음 생을 향해서 갈 때가 되면 나도 누나를 따라 갈게요. 다음 생에서 반드시 누나를 찾아갈게요. 그리고 만나면 이번 생에서 하지 못했던 프로포즈 이번 생에서 받지 못한 게 아쉽지 않을 만큼 멋지게 해줄게요.










뚝-





편지에 내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하지만 이내 화들짝 놀라 편지지를 내게서 멀리 떼어 놓았다. 혹여나 그의 편지가 나의 눈물로 인해 번져 일부분이라도 형체가 불분명해 지는 것이 너무나 싫어서 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바람에 말리며 눈물을 들어가게 끔 하였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것 하나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시선이 닿는 그곳에서 미동 없이 나를 보고 있는 듯한 구름 한 점. 구름은 장미꽃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또한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 장미꽃 한 가운데에서 다른 별들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밝고 찬란히 빛나고 있는 큰 별 하나였다.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또 뿌예지는 눈앞에 놀라 눈가를 손등으로 훔치니 바람으로 인해 멈췄던 눈물이 다시금 흐르고 있었다.










"다행... 다행이다... 잘... 잘 갔구나..."










하지만 별을 보고 난 후로는 그 눈물에 더 이상 슬픔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안도감만이 깊게 파고들어 머무르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서 날 계속 보고 있어줘. 네가 그렇게 계속 보고만 있어 준다면 네가 곁에 있을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힘 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오우... 뭘 했다고 벌써 400일이죠? 진짜... 시간 되게 빠르네요... 일단 지금까지 제 글을 봐주신 분들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작탈하는 거 아님) 앞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요즘 글 안 올리고 있죠? 그건 지금 방빙에서 연중했던 글들 리메이크해서 블로그로 옮기고 있어서 그래요. 이 글은 원래 장편 할까 생각했던 글인데 이렇게 뒷 얘기 없이 단편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아서 들고 왔습니다.(혹시 몰라요. 언젠가 X마이웨이인 작가놈이 또 이거 장편으로 해서 들고 올지도.)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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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해피트러플  36일 전  
 해피트러플님께서 작가님에게 4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해피트러플  36일 전  
 헉 너무 늦었다...8ㅁ8 벌써 400일이라니 ㅠㅠ 매번 좋은 글로 찾아와줘서 고맙고❤︎ 모찌도 좋은 하루 보내❤︎❤︎

 해피트러플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니닷!  36일 전  
 잘 보고 가용

 니닷!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보보은하수  39일 전  
 보보은하수님께서 작가님에게 4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보보은하수  39일 전  
 400일 축하하고 고마ㅝ 너무

 답글 0
  강하루  39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유선비  40일 전  
 작가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글 잘 읽었어요.

 유선비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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