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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전정국] 오렌지 사탕 - W.한음
[전정국] 오렌지 사탕 - W.한음






ㄴ 재생!







오렌지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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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항상 입에 막대사탕을 물고 다녔다. 단추를 모두 푼 채 티셔츠 위에 걸친 교복 셔츠는 물론,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거만한 표정으로 복도를 거닐고 다니는 꼴은 그의 시그니처였다. 공교롭게도 벌써 삼 년째 같은 반이다. 내가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아도 녀석은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나에게 스스럼이 없었다. 물이 졸졸 흐르듯이 우리는 어느새 자연히 친해져 있었다. 서로 간에 오가는 쌍욕이 없으면 안 될 사이. 우리는 그런 나날들을 지나는 중이었다. 다만 문제는,






"김여주!"




내가 저 또라이를 좋아해버렸단 말이지.
















"새끼야, 그게 아니잖아."



"모르는 걸 어떡해. 너나 제대로 알려줘 봐."




머리통이 뒤집어질 것 같다. 이 새끼는 기본 중의 기본도 모른다. 낙서로 가득한 책상 위에 구겨진 문제집을 어정쩡히 펼쳐놓고는 나에게 알려달라며 떼를 쓴다. 그래놓곤 지금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사람 속을 뒤트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놈이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이걸 모르는 네가 이상한 거라곤 생각 안 해?"

"네가 있는데 내가 알 필요가 뭐가 있어?"




또다. 또 이렇게 훅 들어온다. 반듯한 얼굴에 설레는 표정을 숨기기가 쉽지 않다. 제발, 눈치채지 말아라. 이 주문을 외우는 게 벌써 몇 번짼지 기억도 안 난다. 전정국은 매번 나를 착각하게 만든다. 정작 자기는 아무에게도 관심 없으면서.




"김여주, 매점 갈 건데 갈래?"

"어어, 잘 됐다. 이 새끼가 문제 이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을 듯."




그럴 때마다 나를 구제해 주는 건 김태형이다. 매점을 가자는 그의 말에 나는 쥐고 있던 샤프를 내팽개치곤 벌떡 일어난다. 전정국이 앉아있는 의자 뒤로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나를 확 잡아끄는 힘에 휘청인다. 정신을 차려보면 팔에 핏줄이 선 전정국이 내 손목을 잡고 있다.






"가지 마. 어딜 가."

"..."




뛴다. 이 멍청한 심장이 터질 듯이 뜀박질한다. 심장 박동이 내 손목으로 가 그의 손바닥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아 손을 획 빼버렸다. 그 자리에서 뒤돌아선 채 김태형의 등을 떠밀었다. 볼이 점점 붉어진다. 어떻게든 숨겨야만 한다.

수업은 정신없이 지나가고 어느새 점심이 다가왔다. 청아한 종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자마자 뒤에서 들리는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는 분명 전정국일 거다. 예상대로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 섰다. 저 장난꾸러기 미소는 항상 달고 다닌다. 가자, 가. 전정국은 그렇게 급식실로 향하는 내 옆을 또 졸졸 따른다.




"존나 맛없네. 이걸 급식이라고 만든 거냐."



"너 그거 안 먹어? 그럼 나 줘."




날 마주 보고 앉아 허둥지둥 밥을 먹던 녀석은 반찬 투정을 부리는 나를 보더니 내가 먹지 않는 반찬을 금세 집어 가져가버렸다. 분명 의미 없는 행동인데도 설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병인 것 같다. 맨날 귀찮게 굴면서 내게 해주는 배려는 세심하다. 아, 이것마저 착각인 거면 정말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말 거다.




"아, 사탕 좀 그만 쳐 먹어."

"존나 맛있는 걸 어떡하라고."

"무슨 맛인데?"



"오렌지."




또 오렌지냐. 급식실을 나오면서 전정국 손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길래 쳐다보니 또 막대사탕을 까고 있다. 전정국이 항상 입에 물고 다니는 막대사탕 열 개 중 아홉 개는 오렌지 맛이다. 사탕 중에 오렌지 사탕을 제일 싫어하는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렌지 사탕에 미친놈이라니. 미친놈.




"아."

"왜."

"혀 베였어."

"잘한다."




사탕을 먹다 혀를 베인 전정국에게 겉으론 꼴좋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피는 나지 않았는지, 많이 아픈지 마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여간, 사람 마음 참 여러모로 복잡하게 만든다.














곧 전정국의 생일이라는 것이 생각난 나는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왜 하필 편의점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확고하게 대답할 수 있다. 전정국이 가장 좋아하는 건 그곳에 있다.

계산대 바로 앞에 걸린 바구니에는 막대 사탕이 가득했다. 그 앞에 쪼그려앉아 주황색만 골라내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모른다. 전정국은 오렌지 사탕이라면 환장을 한다. 전정국이 좋아할 생각을 하며 오렌지 맛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골라냈다.




"이거 다 주세요."

"이걸, 다요?"

"네."

"칠천오백 원입니다."

"여기요."

"저, 혹시 애인 있으세요?"

"네?"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근처 편의점 알바생이 개 같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여기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알바생은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전화번호 주실래요?"

"네?!"

"남친 없으시잖아요. 제가 그쪽 마음에 들,"

"제가 남친인데요. 면상 앞에서 뻔뻔하시네."




그때 내 어깨에 걸쳐오는 익숙한 팔과 아주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흠칫 놀라 돌아보았더니,






"이런 개 같은 편의점이 있나."




전정국이 있다.

아무런 내색 없이 나의 남자친구라고 자처하는 그의 모습에 그만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 새끼는 문제 풀 줄은 모르면서 이런 상황에서 돌아가는 머리는 천재급이다.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저를 쳐다보는 나에게로 고개를 돌린 그의 연기는 계속된다.






"나 주려고 사탕 이렇게 많이 산 거야, 자기야?"

"딸꾹."

"그것도 오렌지 맛으로? 예뻐 죽겠다, 진짜."




진짜 미쳤나 봐. 내가 내 귀로 듣고 있는 말이 정확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자기야. 예뻐 죽겠다고? 전정국이 미친놈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의 똘끼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이번에는 정말 터지려고 작정한 듯이.

전정국은 내 손을 잡아끌고 편의점을 나왔다. 그제서야 진정이 된 나는 해맑게 웃는 전정국을 올려다보았다. 잘생기긴 조온나 잘생겼어. 녀석은 자기도 모르게 나를 꼬시는 게 분명하다.




"야, 너 아까 좀... 멋, 멋있더라?"

"아, 김여주 사람을 이제야 알아보네. 오빠가 자기야, 해주니까 좋디?"




생일이라 컨셉을 잡은 거냐, 아니면 생일이라 미치기로 한 거냐. 덕분에 내 볼의 색이 붉게 변해간다는 걸 톡톡히 느꼈다. 나는 전정국의 행동 하나하나에 미치지만 전정국은 나를 그저 친구로만 생각할 거라는 사실에 힘이 쭉 빠지면서도, 녀석의 `자기야` 한 마디에 또 펄쩍 뛴다. 정국아, 어떡해. 난 이제 너 하나에 죽고 못 사는 사람이 되어버렸어.




"응, 좋아."

"어?"

"좋아. 좋으니까 더 해줘."

"... 이거 고백인가?"




전정국은 내 말에 나의 앞을 가로막고 멈춰 섰다. 허리를 숙여 내 눈높이에 제 눈을 맞춘 그가 또 장난꾸러기 미소를 지었다. 너무 가깝다. 얼굴이 새빨개질 것 같다.




"그럼 약속하자."

"뭐, 뭐."

"김태형 앞에서 웃지 않기."

"..."

"오렌지 사탕 산다고 네 돈 다 버리지 않기."

"..."



"너는 나만 바라보기."




나를 향해 웃는 눈이 맑다. 그가 살짝 다가오니 입술이 부딪힌다.

오렌지 향이 났다.





















(음이가 평점 구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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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말량꽁떡  67일 전  
 부럽다ㅠㅜ

 답글 0
  44쿠키  81일 전  
 여주는 분명 전생에 족
 독립운동가였을거야

 44쿠키님께 댓글 로또 1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말랑토깽  87일 전  
 와 미친미친 개설래여어어!!!!!!!

 말랑토깽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pq536780  88일 전  
 아...미쳤다..

 pq536780님께 댓글 로또 1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곰돌으니닝  93일 전  
 어머머 말하는거봐 ㅠㅠㅠ 당연히 정국이만 바라봐야다우유어ㅠㅠㅇ

 곰돌으니닝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kimiis  93일 전  
 kimiis님께서 작가님에게 2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망개홉로록  94일 전  
 ㅇ오빠 나도 오렌지 사탕 많이 사줄 수 있어…나한테도 그런 말 해주면 안될ㄲ 죄송합니다

 망개홉로록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전정국조아걸  95일 전  
 크으...이거거든요 작가님 미쳐버렷네요 이번 글도...정구가 나도 너만 바라보고 오렌지 사탕도 적당히 사 줄 수 잇는데...응 난 안 되는 거지..나도 알아..

 전정국조아걸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나뉸아미  96일 전  
 작가님 넘 재밌어여

 나뉸아미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민말랭  96일 전  
 민말랭님께서 작가님에게 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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