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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계륵한 밤 - W.달걀
계륵한 밤 - W.달걀



계륵한 밤
달걀 作




“언제 왔어?”
“아까.”

거실에 앉아 소주 뚜껑을 까드득 까는 놈의 눈이 텅 비어있었다. 내 신발을 벗어 정리하고, 난장판으로 뒤집혀있는 놈의 신발 또한 한켠에 정리했다. 제 집인 양 편하게 소주를 들이키는 놈을 보고 살포시 웃음이 났지만 기분이 영 좋지 않아 보이는 모습에 집 안으로 조용히 들어섰다. 테이블을 보니 놈은 안주 하나 없이 깡소주만 들이키고 있었다. 이미 소주 한 병은 비워져있는 상태였다.

“골뱅이무침 해줄까?”
“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재료 준비를 했다. 곁눈질로 놈을 살피면 착잡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연락도 없이 왜 왔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안 들어도 알 것 같았으니깐. 새로 산 그릇을 씻어 골뱅이무침을 보기 좋게 담았다. 놈에게 다가가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나직이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 말에 웃으며 빈 소주잔을 내밀면 놈이 조용히 소주를 따라준다.

맞닿은 잔에선 경쾌한 짠 소리가 난다. 놈과 함께 소주를 들이켰다. 오늘따라 쓰게 느껴지는 소주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오늘은 좀 쓰다.”
“응.”

놈은 여전히 착잡한 얼굴이었다. 짙은 눈썹이 사납게 솟아있다.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젓가락만 매만졌다. 그 사이에 놈은 소주를 따라 한 잔 더 들이킨다.

물을까 말까.

“저기…”
“왜.”

비어있는 눈이 나를 본다.

“이번엔 왜 헤어졌어?”
“… …”

놈이 내 말에 턱을 괸다. 정적과 함께 나를 뚫을 듯이 쳐다보는 눈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어 시선을 피하던 참이었다. 내 턱을 그러쥔 놈이 곧장 입술을 부딪혀 왔다. 아무 말도 묻지 말아 달라는 뜻 같아 조용히 놈을 받아들였다. 한참 동안 질척이는 숨이 섞였다. 한 손으로 내 뒤통수를 잡은 놈이 소파 위로 나를 눕힌다. 나머지 한 손으로는 익숙하게 티셔츠 안에 손을 넣어 허리를 매만진다.

한창 놈과 호흡을 섞고 있을 때쯤이면 머릿속에 짙은 물음표가 떠오른다.

물을까 말까.

천천히 티셔츠가 말려 올라갔다.

물을까?

말까?

점점 숨이 차오르던 차에 놈의 어깨를 밀어 입술을 떼어냈다. 눈앞에는 풀린 눈과 젖은 입술이 보인다.

“우리 무슨 사이야?”
“…글쎄.”
“응?”
“무슨 사이인지 꼭 정의 내려야 해?”
“… …”

그래, 우리 무슨 사이인지 정의 내리지 말자. 고개를 저으며 이번엔 내가 놈의 입술을 삼켰다. 그냥…, 놈이 너무 좋은 탓이다. 계륵. 어쩐지 오늘도 계륵한 밤이다.

테이블 위 골뱅이무침은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가져가라 해도 그러지 않을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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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운장  54일 전  
 운장님께서 작가님에게 28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월륜  59일 전  
 강월륜님께서 작가님에게 6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월륜  59일 전  
 묘사 진짜.. 너무 멋져요 단순한 행동으로부터 나오는 그런 느낌? 을 되게 잘 쓰시는 것 같아용 잘 읽었습니다!

 강월륜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민트머리저승사자  59일 전  
 글 좋아요

 민트머리저승사자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59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유선비  59일 전  
 계륵 ... 딱히 소용도 없는데 버리기엔 참 아까운 사이네요.

 유선비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니닷!  59일 전  
 글 좋아요

 니닷!님께 댓글 로또 1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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