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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작당글] 사랑니 - W.2139
[작당글] 사랑니 - W.2139














사랑니가 났다.



좆같은 그것이 내 입 깊숙한 어딘가에 처박혀 올라왔다. 허여멀겋고 단단한 그것은 오른쪽 아래 어금니 뒤에서 불쑥불쑥 원래 나 있던 어금니를 밀어내며 자리를 만들었다. 사랑니, 이름조차 더럽게도 낭만적이라 턱을 기계적으로 움직일 때마다 잇몸 뿌리부터 치고 올라오는 통증을 구태여 참아냈다. 그 통증 말고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 같아, 치아 끝쪽에 새로운 이가 하나 더 났다는 게 크게 다가오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 이름답게 하트 모양이라는 이가 잇몸을 찌르고 다른 것들을 내몰아가며 이기적이게 빛을 보려는 것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발치할 때는 이름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고통을 동반한다는 사랑니가 내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데도,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사랑에 빠지면 사랑니가 난다고 했던가, 그 언제 적 진부하고 편협한 사고방식이란 말인가. 사랑니는 그저 대부분의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 사이에 나기에 그렇게 불리는 것뿐이다. 자기들 멋대로 사랑하는 나이라 단정 지어놓고 발치 때 이름값도 못 한다며 해대는 비난을 그대로 받아내는 것은 뽑히기 전까지는 세상 빛을 보지도 못할 사랑니이다.



사랑니가 발치 때의 고통을 동반하듯, 사랑 또한 이별 때의 미련을 동반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니가 나는 것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우습게도 사랑하자마자 오른쪽 아래에 단단한 그것이 자리 잡았다. 이쯤 되면 진짜 누군가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이야기일 지도. 사랑의 치통을 떠안게 되자 우연히도 너와 시선이 맞물리게 될 때마다 입의 오른쪽 아래 부근이 저릿하게 아파졌다. 통증이 옅은 것도 아니다만 이왕이면 겨울이 되더라도 사랑니는 빼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랑에 빠지던 순간 사랑니가 났으니, 사랑에 버려지는 순간 사랑니가 빠지리라. 오른쪽 턱 끝을 쓸었다.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고, 어떠한 변화도 없었지만, 사랑니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불변은 깨어져 있었다.


잇몸을 찢고 뼈를 깎아 그사이에 단단히 박힌 그것을 빼내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까다로울 테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아프지 않을 테다. 아프지 않게 한답시고 분홍빛의 여리고 건강한 잇몸에 그 좆같이 굵은 주삿바늘을 찔러대는 것이, 잔뜩 벼려진 칼날로 너덜하고 가난해진 잇몸의 덩어리를 째는 일이, 하얗게 그 견고함을 유지하던 뼈를 진동이 이는 이름 모를 기계로 몇 번이고 갉아내는 일이, 겨우내 그 아까운 사랑을 몇 조각으로 쪼개어 꺼내는 일이 어떻게 사랑하지 않는 일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아프다는 것일까. 어떻게 딱딱하고 고고한 사랑을 찌르고 잘라내고 갈아서 저버리는 것보다 고통스럽다는 것일까.



사랑니 때문에 아파. [아프면 빼면 되잖아.] 빼는 건 싫어. [왜? 아파서?] 빼는 것보다 빼어졌다는 사실이 더 아파서. [무슨 소리야.]

사랑니 말이야, 진짜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게 맞나 봐. [어째서?] 사랑을 했더니 사랑니가 났어. [그럼 사랑니를 빼면 사랑이 끝날까.] 글쎄.

[사랑이 끝나면 사랑니를 빼.] 응? [사랑이 사랑니보다 먼저라면, 그 자연스럽고도 어색한 감정을 증명해 주는 것이 사랑니라면... 다시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부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도 사랑니겠지. 그러니 사랑이 끝나면 사랑니를 빼.] 그럼 난 평생 빼지 못하겠네.

[평생 빼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아마 단단히 박혀 썩어가지 않을까. 사랑도, 사랑니도 고통과 뒤섞이며 문드러져 부식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랑이 썩기 전에 사랑을 끝내. 사랑니가 썩기 전에 사랑니를 빼. 강력한 통증과 미련에 뭉개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기 전에, 사랑도 사랑니도 끝내.] 그게 됐으면 아마 내 치통은 존재하지도 않았겠지.

[사랑한 것을 후회해? 썩어 물러져도 끝내 빼지 못할 사랑을 한 것을 후회해?] 아니, 후회하지 않아. 설사 치통이 내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아니라 내 전부를 집어삼킨대도, 그 미련이 내 삶의 전부가 되더라도. 사랑니는 사랑을 증명할 뿐일 텐데. 그것이 내 전부가 되더라도 사랑니는 언제나 어금니 안쪽, 입 깊숙한 곳에 있겠지. 뽑히지 않는다면 단단히 자리 잡아 나를 갉아먹겠지. 통증과 미련, 그 자체가 내가 되더라도 난 사랑해 마지않겠지. 널 말이야.

[사랑하지 말아.] 응? [날 사랑하지 말아.] 어째서? [사랑니가 썩지 않고 너의 삶에 단단히 뿌리내리더라도, 날 사랑하지 말아.] 너를 사랑하고 사랑니가 났어.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사랑니는 뿌리부터 죽어버려.

[그러니 이제 그만 사랑을 끝내고 사랑니를 빼.] 사랑이 끝나면 사랑니를 빼라며. [다르지 않은걸.] 달라, 많이 달라. 너를 향한 감정은, 너를 사랑하는 현상은 절대 내가 주체가 될 수 없어.

[사랑니가 왜 깊숙한 곳에 나는 줄 알아?] 아니, 무슨 이유 때문인데? [사랑을 드러내지 말라고. 다른 감정들을 이용해 충분히 뒤로 밀어놓으라고. 통증이 일더라도 다른 곳보다 덜 아프라고. 그러다, 빠른 시간 안에 빼내라고.] 그렇다면 내 사랑니는 어금니 뒤에 있는데, 어째서 내 사랑은 나보다 앞에 있는 걸까.

내 사랑니가, 그러니까 내 사랑이 말이야. [응.] 원망스러워? [아니.] 후회스러워? [아니.] 불편해? [아니.] 불만족스러워? [아니.] 사랑스러워? [아니.] 그럼?

너에게는 사랑니가 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거라는 걸 알잖아. [그래도, 날 사랑하지 안아줘.] 어쩌면 평생 그 사랑니의 고통 같은 건 모르고 산대도, 내가 이미 그 사랑에 잠겨버린 걸 알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니를 빼.]

사랑이 끝나면 사랑니를 빼도록 할게, 언젠가 그럴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그럴게. [그럴 필요 없어.] 응? [사랑니, 금방 빠질 거야.] 왜? [그냥, 그럴 거야.]




오래도 사랑니를 빼지 않을 계획이었다. 다 썩어문드러져도, 남들이 지독하다며 지겨운 목소리들을 낼 때까지도 빼지 않을 계획이었다. 어쩌면 세상에 종말이 온대도 빼지 않을 생각이었다. 죽기 전에는 어떨지 한 번 생각해 봤으나, 역시 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랑니가 썩더라도, 사랑이 부식되더라도 상관없었다. 종국에는 내가 썩어가더라도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어째서, 부패되어 녹이 슬어가는 건 너여야 했을까. 사랑니가 처음 났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오른쪽 턱에 느껴지던 아릿한 통증, 그에 반하게 지어지던 너의 마취제 같은 미소가 어쩌면 현실을 잊게 했다. 통증을, 미련을 잃게 했다. 그랬는데도 마취제만 꾸역꾸역 흡수해대기에는 그 사랑이 너무나 아파서, 그 오른쪽 턱이 너무나 아려서 매일같이 사랑에 빠져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너에게서 세상을 지우고 싶은 것은 아니었는데. 애달픈 내 사랑니 대신 너를 빼내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사랑니가 나고, 또 빼기를 반복하는 그 삶이 너에게는 지겨웠을까. 오래가 오래를 넘어서는 시간이 흘러서도 사랑니를 빼지 않겠다는 내가, 너에게는 지겨웠을까. 그 작고 미약한 숨조차 조절하지 않는 너는 내가 사랑을 끝내기를 바랐을까, 사랑이 끝나기를 바랐을까. 네가 바스러지자 사랑니가 썩었다. 네가 떠나자 사랑니의 의미가 잊혔다. 네가 져버리자 사랑니의 고통을 버티기 힘들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니가 썩더라도, 사랑이 부식되더라도, 종국에는 내가 썩더라도, 세상에 종말이 온대도, 겨우내는 죽어버리더라도.



사랑니를 뺐다.








사담

안녕하세요, 금일 자정 당선 된 2139입니다.
왜 작가명이 2139냐고 묻지마세요.
저도 잘 모르거든요, 하하.

2017년 방빙을 시작해 2019년까지 버티다 겨우내 방빙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오랜만에 생각 나 들어온 방빙에서 한 번 해볼까 도전한 게 감사하게도 당선까지 이어졌습니다. 물론 다섯 개의 글을 쓰고 다섯 번의 도전을 해야하긴 했지만요.

3차에 올라선 제 글을 다시 봤는데, 생각한 것보다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완벽히 잘 쓴 글도 아니고, 그렇다고 망치자고 쓴 글도 아니고 말입니다. 이런 애매함과 미숙함이 덕지덕지 발린 글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 입니다.

사랑니라는 글의 배경은 그리 멋있지도, 진부하지도 않습니다. 건강검진을 하러 동네 치과에 갔더니 저의 인생 첫 사랑니가 났다고 말씀해주시길래,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아팠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구나 좀 신기했습니다. 언제든 빼러 오라는데 글쎄요, 과연 제가 굳이 지옥길에 걸어들어가야할까요.

아무튼 그러한 해프닝으로 인해 사랑니라는 좋은 소재를 얻었고, 한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떠나는 과정을 사랑니가 나고 사랑니가 빠지는 것에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마지막 문단은 좀 신경을 쓰고싶었던 부분인데, `사랑니를 뺐다`는 결론적 문장의 직전에서도 사랑니를 빼고싶지 않았던 화자의 마음과 그럼에도 빼야했던 결과를 모두 담고싶었습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하.

2017, 2018년도에는 작가님들도, 사람들도 많았는데 빙의글 앱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시각적으로 느껴집니다. 뭐, 사실 막 그렇게 안타깝지는 않습니다. 사실 유저들에게는 사람이 많으면 재미있고 없으면 재미없는 차이가 있을 뿐이거든요. 운영자 분들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ㅎㅎ

저를 응원해주시고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굳이 옛날 방빙 스타일로 감사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그 때 당시 방빙에 계셨던 분들은 맞아 저랬었지, 하면서 저랑 추팔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떠난 뒤에 오신 분들은 저랬었구나, 하면서 이 작가가 추팔이 많이 하고싶구나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늘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021년 8월 25일 오후 12시 20분 기준
20개의 응원과 축하 메세지를 남겨주신,

[응원]
이지훈 님 / 김.잔디 님 / ,쫑 님 / 요정 님 / 사륙46 님 / ♡Luna♡ 님 / iooo0000 님 / 유선비 님 / 이유젤 님

[축하]
유학. 님 / 강월륜 님 / 이지훈 님 / 은일여화 님 / 서하 님 / 규탄 님 / 딸기아미! 님 / 이유젤 님 / 김.잔디 님 / 유키 님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 한 마디만 더하고 갈게요.
방빙은 글 쓴 거 미리보기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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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엥어쩌라고  59일 전  
 건필하시고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_*

 엥어쩌라고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이지훈  59일 전  
 이지훈님께서 작가님에게 92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이지훈  59일 전  
 미쳣다진짜ㅠㅠ
 너무너무축하드려요ㅠㅠㅠ♡♡♡♡♡

 이지훈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iooo0000  60일 전  
 헉 작당 축하드려요!!

 iooo0000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흐흐흐흫흐흫  60일 전  
 작당 축하드립니다!!

 흐흐흐흫흐흫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북부대공유중혁  60일 전  
 작당축하드려요
 너무너무조아요 ㅠㅠ

 북부대공유중혁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랜쀼  60일 전  
 헉 작당 축하드립니다!

 랜쀼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유키ᅠ  60일 전  
 작당 너무 축하드려요 ♡.♡!!

 유키ᅠ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중위  61일 전  
 중위님께서 작가님에게 213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은일여화  61일 전  
 축하드려요 건필하세요!

 은일여화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23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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