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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율 님 900D] 제목 미정 - W.온음
[율 님 900D] 제목 미정 - W.온음




01.







항상 멀다고 느껴져요
가까이 있어도
손만 뻗으면 달아나버리잖아요




02.



선배는 내 중학교 때 선배였다. 물론 그때는 그냥 얼굴만 대충 아는 사이였다, 같은 방송부라서. 그냥 형식적인 사이였다. 만나면 형식적으로 나는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했고 선배는 응. 형식적이었다.




03.




인사만 했던 친하지도, 또 그렇다고 친하지 않지도 않았던 선배. 그냥 그렇게 내 기억에 머무를 줄 알았었다.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 안녕.
- ……어?
- 왜 안녕하세요 안 해.
- …윤기 선배?




선배를 다시 만났다. 딱히 그리움이 남던 사람도 아니었고, 미련이 남는 사람도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는. 나보다 한 살이 많았으니까 선배가 졸업하고 다시 만난 지 1년 만이었다.




04.




선배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알던 선배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알던 선배는, 조용하고 모범생이었달까. 사고도 안치고 오히려 사고를 수습하던.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학교에서 날라리라더라. 교무실도 자주 불려가고 학교도 자주 빠지는 그런.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어쩌다가…. 생각을 멈췄다. 내가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없다고 느꼈으니까. 나는 선배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05.




오늘도 마주친 선배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고 뒤를 딱 도는데, 내 뒤에 있던 지연이와 눈이 마주쳤다.



- 너 저 선배랑 친해?
- 아니 딱히 친한 건 아닌데…. 그냥 중학교 때 선배야.
- 아아. 아니 나 저 선배 웃는 거 처음 봐서.
- …선배 원래 잘 웃는데?
- 어?
- 아 아니야.





06.




생각해 보면 선배는 나와 마주칠 때 항상 입가에 호선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난 그게 원래 선배 표정인 줄 알았다. 조용하지만 다정한 선배의 성격 중 하나인 줄 알았다. 다른 애들에게 물어보니 선배 중학교 때도 좀 무서웠다고 한다. 말이 없고 차갑다고. 나랑은 좋았는…. 괜찮았는데.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07.




어느덧 여름이 가고 살짝 선선해진 날씨였다. 체육 시간에 누가 던진지도 모르는 공에 손목을 잘못 맞아 살짝 삐끗했다. 움직일 때마다 아팠지만 별로 심하지 않은 것 같아 내색하지 않고 혼자 보건실로 향했다. 가던 중 학교 뒷마당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조심스레 뒤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학교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선배가 있었다. 그냥 돌아서 나가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08.


- 여기서 뭐해요?
- …안녕.


안녕하세요. 고개를 까딱 숙이고 곁눈질로 선배를 살폈다. 그러다 선배의 볼 언저리 피가 나고 있는 상처에 시선이 머물렀다. 뭐야 어디 다쳤어요? 그러자 선배는 손등으로 상처를 한번 쓱 문대더니 괜찮아. 뭐가, 뭐가 괜찮은데요. 선배는 말이 없었다. 한참 후 선배가 말을 꺼냈다. 얘, 귀엽지. …네? 선배 바로 옆에 고양이가 있었다.


- 얘랑은 자주 만났는데, 얘는 손만 뻗으면 달아나.
- …선배 같아요.
- 응?
- 아니, 아니에요.





09.



그날 후로도 우리는 아무 일 없단 듯이 굴었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그게 끝이었다. 이상하게 서러웠다. 선배의 볼 언저리에는 밴드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계속 흘끔거렸다. 눈이 마주쳤다. 황급히 선배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숨이 찼다.




10.



커터 칼에 손을 살짝 배었다. 요새 마가 끼었나, 자주 다치네 하며 보건실로 향했다. 문을 열었고 거기에는 선배가 있었다. 보고 싶지 않았는데. 이상하다. 원래라면 선배를 보든 말든, 내 기분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기분이 0이었면 선배를 봐도 0. 근데 요즘은 왜… 선배를 보면 계속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11.



- 어디 다쳐서 왔어?
- 저 손 살짝… 베어서요.


살짝이 아닌 것 같은데? 선배는 내 손을 약하게 잡고는 소독을 하고 밴드도 붙여주었다. 눈을 살짝 굴려 선배를 바라보니 선배의 팔에도 생채기가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선배는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응? 선배도 다쳤잖아요. 왜 맨날 괜찮은 척하는데요? 또 아무말이 없었다. 무슨 일 있…. 그 뒤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선배가 몸을 내 쪽으로 기울였고 입술이 닿았다. 눈물이 나왔다.




12.



또 아무 일도 없단 듯이 행동했다. 물론 선배 혼자. …안녕하세요. 응, 안녕. 눈이 시린 것 같아서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나를 스쳐서 그냥 지나갔다. 왜 선배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왜 아무 일도 없단 듯이 행동해요. 왜 나 혼자 애타게 만들어요. 왜 나 혼자 걱정하고 울게 만들어요.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13.



나 전학 가. ……네? 심장이 뛰었다. 계속 계속 뛰었다. 눈동자가 계속 흔들렸다.


- 왜요? 왜…. 무슨 일 있어요?
- …없어.


숨이 막혔다. 왜 선배는 항상…! 소리를 지르려다 멈췄다. 눈물이 고였다. 선배가 움찔했다. 왜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왜 아무 일도 없다고 해요 맨날. 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선배의 손이 내 얼굴 쪽으로 천천히 올라가다 결국 떨궈졌다. 선배를 그대로 지나쳐서 갔다. 선배는 잡지 않았다. 눈물이 계속 나왔다.




14.



일주일 전에 전학 간 애, 가정폭력이었다며? 책상에 엎드려 있는데 복도를 지나가는 웬 남자 선배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손이 마구 떨렸다. 교실 문을 뛰쳐나가 그 선배를 잡았다. 다시, 다시 말해주세요. 그 선배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 민윤기 걔, 가정폭력이었다고… 근데 왜? 걔랑 아는 사이였어?
- 아, 아… 죄송합니다.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마구 들렸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15.



학교가 끝나자마자 뛰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일단 달렸다. 선배를 찾아야 했다. 먼저 우리 학교 주변, 그다음엔 선배가 다니는 학교, 그리고 선배 집, 마지막으로 우리 집 근처.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너무 오래 뛰어서 발이 아팠다. 그리고 우리 집 옆 골목 쪽에 들어갔을 때, 선배가 보였다.



16.




무작정 달려서 선배 옆구리를 끌어안았다. 선배는 화들짝 놀라서 몸을 비틀다 나를 보곤 잠잠해졌다. 머리 위로 따뜻한 뭔가가 내려앉았다. 천천히 나를 쓰다듬었다. 나는 계속 울었다. 무슨 일 있는지 계속 말해달라고 하진 않을게요. 그냥 옆에 있어주세요. 저도 그럴게요. 선배가 웃었다. 세상이 웃는 기분이다. 기분이 박하향을 머금은 듯 환했다.





17.




항상 멀다고 느껴졌어요. 가까이 있어도. 지금도? 네. 선배가 한걸음 다가왔다. 지금도? 네. 어느새 선배의 가슴팍이 내 코에 닿을 거리였다. 선배가 무릎을 굽혀 시야를 맞췄다. 지금도? …네. 선배가 씩 웃으며 점점 다가왔다. 눈을 감았다. 이번엔 울지 않았다. 선배도 그랬다.




18.



항상 멀다고 느껴졌어요
가까이 있어도

지금도?

…네












율 님900일 너무 너무 축하해요 율 님 800일 축글 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900일이라니..... 너무 너무 축하하구 더 예쁜 글 못 드려서 미안해요 ㅠㅠ 제가 항상 사랑한다는 거 알아주세요 사랑하고 사랑해요 900일 축하해요!! 아 맞다 그리고 제 글인데도 불구하고 제목을 못 정하겠어요 ㅠㅠ 율 님이 원하는 제목 있으시면 그걸로 넣구 아니면 그냥 저대로 두거나 나중에 제가 넣을게요 미안하구 사랑애요...... 다시 한 번 900일 축하해요❤❤




마지막마지막에서 여주가 …네 라고 대답한 거 진짜 멀다고 느껴져서 말한 것 아니란 말을 다시 하고 싶었어요!! 제 미숙한 필력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잘 전달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항상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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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Luna♡  62일 전  
 ㅠㅠ 표님 대박이라구요..♥︎

 ♡Luna♡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이유젤  62일 전  
 이유젤님께서 작가님에게 5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이유젤  62일 전  
 표님 짱..ㅠㅠ

 이유젤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권율  63일 전  
 권율님께서 작가님에게 33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권율  63일 전  
 첫 문장부터 몰입감 엄청나요
 쪽지한지 얼마 안 지났는데 언제 이렇게 예쁜 글을 썼어요
 글 너무 좋아요 표 님의 문체가 너무 좋아요 전
 800일도 900일도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제가 항상 많이 사랑해요

 권율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유선비  63일 전  
 글 좋아요.

 유선비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김.잔디  63일 전  
 사랑해요진짜내가많이사랑해요ㅠㅠㅠㅠ

 김.잔디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신인류  63일 전  
 제목이
 제목미정인게전너무좋ㅎㄹ아요
 냠표님은천재라고........... ㅠ ㅠ

 신인류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63일 전  
 글 잘쓰시네요

 강하루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월륜  63일 전  
 강월륜님께서 작가님에게 23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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