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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분화구 - W.어반
분화구 - W.어반





있지 나는 저 달에 뚫린 구멍이 분화구인 줄 알았어.
변칙적인 것을 사랑하다 보면 종국에는 상처가 나기 마련이다. 나는 사포질하지 않은 거친 것을 사랑했고 완만하게 튀어나온 과속방지턱을 사랑했으며 울퉁불퉁한 달의 표면을 사랑했다. 그리고 나를 가장 사랑했다. 내가 보듬어 줄게. 제발 자신을 좀 사랑하지 마. 차오르는 목소리로 한 자 한 자 전하는 걔의 헝클어진 머리를 사랑했다. 괜찮아 평원에도 결국 경사면은 있고 공에도 흠은 있을 거야.

별비가 내리는 밤에 그 찰나의 순간에 영원히 반짝일 것 같던 게 추락하는 그 순간에 잽싸게 소원을 빌었다. 내가 빌 소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살아갈 목적이 있어서. 걔는 그저 손을 맞잡은 나를 끌어안고 고개만 숙였다. 난 너만 있으면 됑. 존댓말 쓰자. 됑요.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나무를 붙잡고 크는 풀잎은 흔들리는데 우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은 없었다.


야 있지

저기 달 보여?
오늘 보름달 떴네요
난 저기 푹 파인 곳이 분화구인 줄 알았어
그거 화산에 있는 거 아녜요?
웅 그래서 저게 폭발하면 지구가 망하는 줄 알았어


소원 뭐 빌었어용. 꿈에 너 나오라고. 난 항상 꿈으로 찾아가는데 지가 안 열어주면서. 이제 존댓말 그딴 거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아마 곧 저 분화구에서 어마어마한 게 쏟아져 나올 거라고. 저 땅속에서 끓는 마그마보다 더 거대한 것이. 별 같은 건 단숨에 집어 삼킬 수 있을만큼. 종아리를 간지럽히는 잔디가 시들어갔다.


희야 그거 아니
뭐여
달에도 분화구가 있대
헐… 하나도 안 궁금했는뎅
그게 화산에 있는 게 아니라 뭐랑 부딪혀서 생긴 거래


난 내가 태어날 때부터 모난 줄 알았어. 둥글고 매끈한 곳 하나 없이 그게 태생인 줄 알았어. 남들보다 하얀 나를 쓰다듬으며 관리 좀 해보라고 일렀던 걔를 나는 아직 떠나보낼 줄 모른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뭐였드라. 멍청하긴 해도 그 공백에 나를 채운 걔를 사랑했다. 내가 금이 가서 빈틈이 생기면 꽉 끌어안아서 메꾸던 걔를.

있지 난 달이 폭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죽어도 너랑 죽고 싶었어
솔직히 말하면 소원 그거 아니야
세상이 잠시 미쳐서 지구가 무너지게 해달라고 했어

사랑해







-
원래 1주년 후보였는데 맘에 안 들어서 지금 올려용ㅎㅎ 오늘이 마침 음력 15일이더라구요 보름달 구경해야죠 좋은 하루 보내세요~ 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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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요정  63일 전  
 ❤❤❤❤❤❤❤❤❤❤❤❤❤❤❤❤❤❤❤❤❤❤❤

 답글 0
  젯디  64일 전  
 사랑해요...넘조아요...💖

 젯디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젯디  64일 전  
 젯디님께서 작가님에게 501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유선비  64일 전  
 글 멋져요.

 유선비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니닷!  64일 전  
 글 좋아요

 니닷!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유예혁  64일 전  
 유예혁님께서 작가님에게 9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유예혁  64일 전  
 어반님 진짜 천재 아니애요??????

 유예혁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64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강서해  64일 전  
 어반 님 사랑애요.........

 강서해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김.잔디  64일 전  
 ㅠㅠㅠ글 너무 좋아요ㅠㅠㅠ

 김.잔디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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