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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처음 뵙겠습니다, 내 또래 친구씨 - W.깔깔마녀
처음 뵙겠습니다, 내 또래 친구씨 - W.깔깔마녀












처음 뵙겠습니다, 내 또래 친구씨
깔깔마녀












01



선풍기의 고개가 바삐 움직인다. 그리고 그 고개를 따라 나도 바삐 움직인다. 이 더운 여름날 선풍기 한 대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라는 건지. 에어컨을 그리 쉽게 틀어주시지 않는 엄마에게 거실 바닥에 대자로 벌러덩 누워서는 제발 좀 에어컨 틀어달라고 항의하려던 찰나.






"... 뭐야, 웬일이야."






에어컨을 켜고 느긋하게 열고 있던 창문들을 닫는 엄마의 뒷모습이 참 뭐랄까. 다른 사람 같았다. 그런 엄마를 눈으로 좇으며 오늘이 무슨 날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보면.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엄마의 저런 행동들의 원인이라고는 딱 한 가지뿐.






"오늘 누구 와?"

"누구 오니까 방 청소 좀 해."

"청소는 하긴 할 건데, 누구 오는데?"

"있어, 한 명. 네 또래 친구. 그러니까 어서 방 청소해."






내 또래 친구? 내 또래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거라면, 내 친구일 가능성이 높은데. 어째서 나는 모르고 엄마는 알고 있는 걸까. 나 몰래 놀러 오겠다고 우리 엄마한테 문자로 일방적인 통보를 날린 걸까. 그러기엔 내 친구들 중에서는 그런 자신감을 가진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을 텐데.



에어컨 바람이 잘 들어오게끔 방 문을 활짝 열어두고 어지럽혀진 나의 방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 보면 인터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드디어 왔나 보네! 엄마의 들뜬 목소리에 재빠르게 방 정리를 마저 끝내고 현관 앞으로 우다다 달려갔다.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현관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디 놀러 온 사람 마냥 커다란 캐리어, 그리고 어깨에 둘러멘 커다란 배낭 가방. 마지막으로...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내 또래 친구였다.
아니, 애초에 처음 보는 사람을 `내 또래 친구`라고 칭하던가?












02



신발을 벗으면서 조용히 펼치고 있던 캐리어의 손잡이를 정리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엄마에게 귓가에 조용히 누구냐고 속삭였지만. 내 말은 간단하게 씹히고 말았다. 엄마는 내 또래 친구의 배낭을 빼앗듯 받아내고선 어서 들어오라고 그의 등을 가볍게 툭툭 치면서 집 안으로 안내를 한다. 마음에 안 든다. 아주 마음에 안 든다. 저 애가 어떤 애길래 나한테 귀띔도 안 해주고 무작정 우리 집에 들여보내주는 걸까. 나도 이 집에서 사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속상함에 무거운 배낭을 어깨 한 쪽에 이고 집안으로 발을 돌리는 엄마의 뒷모습을 조용히 째려보다가 나는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윤기야, 너는 여기서 자면 된단다."

"엄마!!!"






자연스럽게 딸내미 방에 외간 남자를 들여보내는 어머니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 다급하게 엄마의 팔뚝을 두 손으로 붙잡고 엄마와 갑자기 우리 집에 등장한 내 또래 친구의 얼굴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번갈아 보다 보면. 엄마는 나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오히려 그에게 묻고 있었다.






"괜찮지?"






근데 진짜 그 질문은 방주인인 나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그리고 여자애 방에서 자라는 엄마의 말에 부정도 안 하는 저 남자애가 더 이해가 안 된다. 태클 한 번쯤은 걸어야 하지 않나? 방이 없으면 애초에 저 애를 우리 집에 데려오질 말든가!



더더욱 올라오는 억울함에 눈썹을 아래로 축 내려뜨리고 계속해서 엄마를 올려다보았지만. 엄마는 검지로 나의 이마를 가볍게 밀어내기만 할 뿐. 거머리처럼 들러붙지 말고 어서 짐 정리나 도와주라며 나를 팔에서 떼어냄과 동시에 한 쪽 어깨에 이고 있던 배낭을 갈 곳 잃은 나의 두 팔 위로 툭 올려놓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부엌으로 종종 걸어가고서 뭐 먹고 싶은 거 있냐고 묻는다. 주어가 없어도 아마 저 애에게 묻는 거겠지.



방 입구에 어정쩡하게 배낭을 들고 서 있다가 생각보다 무거운 배낭의 무게에 저려오는 팔 덕에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내 방구석에 캐리어를 펼쳐놓고는 나에게 다가와 들고 있던 배낭을 말없이 들고 간다. 순식간에 가벼워진 두 팔을 여전히 어정쩡하게 들고 있다가 팔짱을 껴면서 짝다리를 서고 그를 바라보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따라서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고 있다 보면. 나의 시선을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둔해서 정말 느끼지 못하는 건지. 부담스럽도록 주시하고 있던 나의 눈은 그가 짐 정리를 대충 다 하고 나서야 그의 눈과 마주할 수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따꼼하게 한 마디 해줘야지. 이 방의 주인인 내가 가오가 죽어선 안 되지, 암암. 당연하고 말고. 입안에서 혀를 굴렸다. 나름 기선제압이었다. 옛날 영화 보면 이러면서 기선제압하던데. 입을 꾹 다물고 혀로 볼 안쪽 여린 살을 훑어내면. 나의 입가를 가만 바라보던 내 또래 친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신세 좀 지겠습니다."

"... 어, 어어... 네, 편히 쉬다가 가세요."






그리고 나는 좌절했다.












03



편히 쉬다 가세요? 편히이?? 어이없다. 내 입에서 그런 문장이 나올 줄은 몰랐다. 분명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는 기선제압에 성공을 하고 나서, 이 방의 주인 겸 실세는 나라는 걸 똑똑히 각인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쓸데없이 예의는 온몸에 치덕치덕 발린 몸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대충 예의를 차리고 인사를 하는 것도 아닌, 여관 주인이 할 법한 인사를 해버리고 말았다. 단순히 `안녕하세요`라든가, 조금은 싹수없어 보일지 몰라도 단답인 `네`도 있지 않나?



내가 나 자신에게 어이가 없어져서 금방 식탁에 음식이 가득해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내 또래 친구와 마주 보고 식탁에 앉아 젓가락을 움직이며 밥을 깨작깨작 퍼먹고 있다 보면. 엄마는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인사는 했냐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고, 나의 맞은편에 앉은 또래 친구는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서 아직 안 했다며 깍듯이 대답했다. 밥풀이 한두 개 붙어있는 젓가락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으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살펴보았다. 나보다 피부도 좋은 게 마음에 안 들어. 유전이겠지? 더 기분 상한다.






"너희가 기억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래봬도 너희 3살 때쯤 만난 사이인 거 아니?"


3살 때 기억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으면. 그거대로 신기한 거 아닐까요, 어머니.


"뭐, 기억 안 나겠지. 아무튼 우리 딸 여주는 지금 19살이고, 윤기는 18살이야."


뭐야, 나보다 한 살 어린 거였어?






갑자기 자신감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조용히 목을 가다듬으면서 구부렸던 허리를 쭈욱 펴면서 앉으면. 엄마는 이어서 윤기라는 내 또래 친구에게 묻는다.






"윤기야, 엄마는 해외에서 언제 데리러 온대니?"

"음..., 모르겠어요."

"그러면 그때 동안 우리 집이다, 생각하고 푹 쉬었다가 가. 내일 여주랑 학교 같이 가는 거지? 오늘 짐 들고 와서 피곤할 텐데, 다 먹었으면 어서 씻고 푸욱 쉬어."






윤기는 남은 밥 한 입을 마저 먹고 엄마에게 목 인사를 작게 하곤 싱크대에 자신이 먹은 밥그릇과 수저를 정리했다. 그리고 내 방에 들어가 여분의 옷을 챙기더니 우렁차게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지막이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철컥,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제야 입에 물고 있던 젓가락을 강하게 식탁 위로 내려놓으면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커다란 행동과는 달리 목소리는 개미 똥구멍만큼이나 속삭이면서 엄마에게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따졌다.






"엄마는 외간 남자가 딸이랑 같은 방을 쓰게 되는 게 아무 신경도 안 쓰여!? 쟤가 날 건드릴지 어떻게 알아!!"






작은 목소리로 외치는 나의 말에는 아무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 마저 밥을 먹는 엄마의 모습에 목덜미를 잡고 힘없이 벌떡 일어났던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몸을 축 늘어뜨려서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나, 하고 체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보면.






"윤기도 눈이 있잖니. 건드려도 건드릴 사람을 건드리겠지."






엄마는 나의 얼굴을 슬쩍 훑어보더니 그런 말을 내뱉었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 딸년인데, 얼굴도, 아니 내 몸의 모든 걸 다 엄마를 닮았는데 어떻게 그런 슬픈 말을...!! 상처받은 마음에 떨리는 동공으로 엄마를 바라보았지만, 엄마는 그저 아무튼 잘 지내라는 말만 남기고서 다 먹은 밥그릇을 정리했다. 설거지할 거니까 너도 어서 먹어! 엄마의 말에 나는 조용히 눈물을 퐁퐁 흘리면서 마저 밥을 먹었다.












04



밥을 다 먹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아서 베개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익숙하지만 또 낯선, 내 방바닥을 훑었다. 나의 외출복이 흩어져 있어야 할 나의 방바닥에는 처음 보는 펼쳐진 캐리어와 입을 한껏 크게 벌리고 있는 커다란 배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베개에 턱을 올려두고 한숨을 푹 내쉬다가 이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람. 진짜 나 건드리기만 해봐...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도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쓸데없이 이런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입을 삐죽 내밀고 엄지발가락을 까딱거리면서 핸드폰을 둘러보고 있으면.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싶더니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면서 내 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윤기였다. 그를 힐끔 봤다가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 이름이 뭐야?"

"민윤기, 입니다."

"그냥 편하게 반말해. 어차피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내 말에 민윤기는 나지막이 응, 하고 단답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혹시 드라이기가 어디에 있냐며 묻는 말에 손가락을 펼쳐서 드라이기가 들어있는 서랍을 가리키면 민윤기는 자연스럽게 드라이기를 꺼내 뜨거운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면서 손으로 머리를 정리하며 말리는 그의 뒤통수를 구경하다가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딱히 보는 건 없었다.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었기에.



그저 바탕화면을 오른쪽으로 밀었다가, 왼쪽으로 밀었다가,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서는 최근 나온 신규 게임이 뭐가 있나 구경을 하다가도 눈에 들어오는 재밌어 보이는 게임이 있으면 설치만 누르고 실행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 어느새 머리를 다 말린 민윤기가 드라이기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를 눈으로 좇고 있으면. 이번엔 나의 시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 할 말이 있으면 하라며 어느 때와 같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막상 시선을 느꼈다고 대놓고 말하니 조금은 민망해졌다. 그 민망함을 숨기려고 오히려 더 커다란 민망한 상황을 만들어 버리고 마는 나였다. 품에 안고 있던 베개를 침대 위 아무렇게나 내던지면서 상체를 일으켜고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외쳤다.






"내 방에서 지내면서 내 털 끝이라도 건드렸단 봐. 그땐 내가 너 바로 노숙자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나의 우렁찬 통보에 민윤기는 당황한 건지,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리는 건지. 읽어낼 수 없는 오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눈을 껌뻑껌뻑 감았다가 뜨기만 했다. 나는 민윤기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는 자세 그대로 굳어서 더 크게 밀려오는 민망함에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며 제발 뭐라도 한 마디 해달라고 속으로 빌고 있으면. 민윤기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바닥에 내려놓고 있던 젖은 수건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대로 나는 무시당하고 지울 수 없는 미치도록 부끄러운 흑역사를 만들어내는 건가, 싶을 때쯤.






"... 저, 저, 저저..."


저 시퍼렇게 어린놈이 어디서 누나한테 감히 중지를 내세워!?






아무 말 없이 곱고 기다란 중지를 보여주고는 방 문을 닫으면서 나가더라. 분노에 휩싸인 나는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진 베개에 머리를 박고 다리를 파닥이면서 침대를 팡팡 내리쳤다. 내가 언젠가 다음에 꼭 너 골탕 먹이고 만다, 민윤기익!!!











다음 내용 안 나올 가능성 80%... 나올 가능성 20%...
(이 글도 만족스러운 움짤은 다 용량이 커서 못 넣길래 아싸리 빼벅렸슴니다,, 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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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니닷!  66일 전  
 오 글 너무 재밌어요 술술 넘어가요

 니닷!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강하루  66일 전  
 재밌네요

 답글 0
  유선비  66일 전  
 재밌어요.

 유선비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요정  66일 전  
 마지막ㅋㅋㅋㅋㅋㅋㅋ

 요정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퐐듼  67일 전  
 마지막에 뿜었어욬ㅋㅋㅋㅋ

 답글 1
  정호시기  67일 전  
 아닠ㅋㄲㅋ 찐 민윤기 성격 아니에여??ㅋㅋㅋㅋ 주..중지ㅋㅋㅋ

 정호시기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청포도피치  67일 전  
 알람울리자마자 왔습니다.
 선댓 후 감상이요!

 청포도피치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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