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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긩 님 300D] 썸머 하드 - W.온음
[긩 님 300D] 썸머 하드 - W.온음







우리의 여름이 청춘이 오렌지 향이 녹아내려




01.


네게선 톡 쏘는 오렌지 향이 밀려서 났는데 나는 그 향을 꽤나 좋아했다. 뜨거운 햇빛의 무자비한 열기가 주변 사물들을 아지랑이처럼 만들고 그 틈에 너도 껴서 물결친다. 벌써 3년 전이야 알지? 너무 거기에 묶여있지 마라 너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지겹다는 듯한 목소리에 욕을 내뱉을 뻔했다. 내가 알아서 해. 뚝. 여름은 존나게 덥다. 들고 있던 오렌지 맛 하드가 녹아서 손가락 위로 흘러내린다. 손에 묻은 끈적한 액체를 공중에 털어버리고 옷에 쓱 한 번 문댔다. 끈적했다. 여름의 오렌지 향이 가득했다.




02.


너는 사랑했고 나도 사랑했다. 너는 여름이었고 계절이었고 또 오렌지 향이 가득했고. 비틀린 내 감정과 너덜너덜해진 추억은 별 볼일 없다. 목덜미에 뜨거운 뭔가가 흘러내린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 손을 목에 가져다 대고 훑었다. 그냥 땀이었다. 심장이 계속 뛰었다. 죽고 싶었다.




03.


38도. 지역 곳곳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지고 사람들의 핸드폰 화면에는 안전 안내 문자가 계속해서 발송되었다. 오랜만에 오렌지 맛 하드를 샀다. 봉지를 뜯고 한 입 물었는데 숨이 콱 막혔다. 손가락 위로 조그만 하드 덩어리가 떨어졌다. 여전히 끈적했다. 여름의 오렌지 향이 가득했다.




04.


나는 걔를 여름이라고 종종 생각했었는데, 이유랄 건 딱히 없었다. 걔는 여름을 좋아했고 나도 여름을, 걔를 좋아했으니까. 더울 때마다 걔는 오렌지 맛 하드를 사서 내가 깜짝 놀라게끔 개구지게 하드 봉지를 목덜미에 가져다 댔다. 덕분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걔를 돌아보곤 사랑스러움 반 짜증 반이 섞인 표정으로 걔의 머리를 가볍게 한 번 쥐어박았다. 손가락을 어루만지는 듯한 머리칼이 썩 마음에 들었었다. 그랬었는데, 그랬었는데.




05.


그날도 어김없이 더운 날이었다. 걔는 미련하게 약속시간보다 항상 십여 분 일찍 나와 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나도 서둘러 집에서 나왔다. 햇빛이 너무 쨍쨍해서였던가, 가던 도중 오렌지 하드가 생각났다. 얼른 편의점에 들어가서 두 개를 사가지고 나왔다. 횡단보도 하나를 마주 보고 서있었다. 불빛이 바뀌자 나는 서둘러 건넜다. 나는 걔를 보고 웃었고, 걔는 나를 보고….




06.


……순식간이었다. 그래, 정말로 순식간이었다. 누가 손쓸 틈도 없었다. 걔가 달려와서 나를 안았고, 정확히는 감쌌고, 그다음에는 쾅. 아팠다. 몸이 세게 튕겼는데, 정신을 간신히 차렸을 때 나는 피로 뒤덮여 있었다. 문제는 그게 내 피가 아니었다는 것. 걔는 간간이 움찔 움찔거렸다. 바닥에 널브러진 나랑 걔랑 오렌지 맛 하드. 정말 거짓말이 아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 뭐가 조금씩은 들린 것 같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 우는소리, 비명 지르는 소리, …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중에 두 개는 내가 낸 소리였다.




07.


이 일을 후 나는 병원에 며칠을 머물렀고 걔의 장례식에는 꾸역꾸역 갔다가 결국 한 번 쓰러졌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걔는 굳이 달려와 나를 감싸 안았던 걸까. 왜. 왜. 사랑하긴 했지만 그래도. 왜 대신 죽을 생각을 했을까. 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구역질이 밀려왔다.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 고개를 처박고 몇 번 내 목울대가 일렁였다. 볼이 축축했다. 화장실 타일로 계속 물이… 생각해 보니 내 눈물이었던 것 같다. 계속 떨어졌다. 나는 사무쳤다. 미안해.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너는 어떻게.




08.


잊어. 죽은 사람 안고 있어봤자 뭐 하겠다고. 전부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그치만 나는 걔를 놓을 수가 없었다. 걔는 겁도 많았고 또 나를 좋아했다. 내가 놓아주면 걔는 어디선가 울고 있을 것이 뻔했다. 나는 놓을 수가 없어. 분명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입술은 꾹 맞물려 있었다.




09.


꿈에 걔가 나왔다. 미안해. 내 첫마디였다. 걔의 첫마디도 이거였다. 걔는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나는 걔의 목덜미를 그러안고 한참을 울었다. 걔는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한마디 뱉었다. 나 이제 놓아줘도 돼. 내 눈망울이 움직였다. 내가 놓을 수가 없어. 여기서 깨고 싶지 않아. 걔가 내 얼굴을 가볍게 손으로 쥐고 눈을 맞췄다. 나 이제 괜찮으니까, 너도 너무 울지 말고, 내 생각은 조금씩만 하고, 또 너무 서운해하지도 말고, 아이스크림 맛도 이제 다양하게 좀 먹어. 너무 거기에 머물러있지 마 나는 그게 더 슬퍼.




10.


나는 우리를 여름에 가두고 싶었어

더 이상 흐르고 싶지 않았어

여름에 딱딱했던

요동치던 너의 눈동자를 보면

여름의 오렌지 향이 났어

안녕

태형






긩 님300일 너무 너무 축하해요!!!! 이 글은 좀 전에 써놓은 글인데 그냥 처음부터 긩 님 드릴 생각으로 열심히 쓴 글이거든요 ㅠㅠ 근데 생각보다 맘에 들진 않아서 속상해요 300일 너무 축하드리고 항상 많이 사랑해요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사랑해요 300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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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엥어쩌라고  74일 전  
 엥어쩌라고님께서 작가님에게 3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민윤기  74일 전  
 민윤기님께서 작가님에게 3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하루  75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쫑  76일 전  
 마지막에 안녕 태형 그거 여운이 계속 남아있어요ㅠㅠㅠ 아 진짜ㅠ

 답글 0
  ❣Stella❣  76일 전  
 너무......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Stella❣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김.잔디  76일 전  
 ㅠㅠㅠㅠㅠㅠ표님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김.잔디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앚즈  76일 전  
 앚즈님께서 작가님에게 3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강월륜  76일 전  
 강월륜님께서 작가님에게 52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월륜  76일 전  
 여름 글은 표님이 채고야 진짜루........ㅠㅠㅠ

 강월륜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잠많고과제밀린얼빠  76일 전  
 잠많고과제밀린얼빠님께서 작가님에게 1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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