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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이런 몹쓸 사랑 - W.이츠
이런 몹쓸 사랑 - W.이츠





이제 더워지니까 여름 이불 꺼내고 아침도 거르지 마. 손톱 물어뜯지 말고 다리도 떨지 말고. 빨래는 마르는 대로 걷어. 습하게 두면 비염 와서 고생하는 거 알지. 약은 네 방 찬장 위에 모아뒀으니까 헤매지 말고 먹어. 설거지 쌓아두면 안 돼. 옷도 아무렇게나 벗지 말고 외투는 꼭 옷걸이에 걸어. 너 다쳤을 때 귀찮다고 신경 안 쓰는 습관은 꼭 고쳐. 씨바 너 얼굴에 흉질 거 생각하면 개빡쳐.

잔소리 작작해. 알아서 잘 살 거니까.

정국의 손길이 태형의 목 언저리를 맴돌다 점차 올라가 턱을 그러쥐었다. 팔을 구부리자 힘없이 딸려오는 고개. 어지럽다며 투정을 부리는 소리에 부드러운 살갗이 볼을 쓸어 달랜다. 정국은 태형과 눈을 마주할 때마다 이렇게 생각했다. 취향의 얼굴. 내가 사랑하는 미인의 얼굴. 사랑하고 싶은 길게 트인 눈. 눈썹을 문지르다 코끝을 누르고. 다시 입술을 괴롭힌다. 전부 태형이 자기 전 정국에게 으레 치던 장난의 순서였다. 몰려오는 졸음에 얌전해진 정국이. 너의 점을 찌르다 참지 못하고 뱉게 되는 이도 저도 아닌 말들. 안 예쁜 구석이 없니. 닥쳐. 돌아오는 싱거운 대답이 너무 좋아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게 되는 유치한 짓. 태형은 어렴풋이 알았다. 정국이 그토록 질색하던 장난을 모방하는 이유를.

정국이 복숭아 먹이려고 샀는데.
알아서 잘 먹고 잘 살 거라고 했다.
알아. 제일 잘 알지. 근데 굳이 덧붙이자면
난 네가 담배는 안 피웠으면 해.
담배 피우는 정국이 보고 싶긴 한데
내 앞에서만 피워야 돼. 글고 음악 다시 해줘.
뭔 개소리야. 언제는 싫다매.

이거 비밀인데. 정국아.
좋아하는 음식을 기다리거나 산책을 할 때
간간이 들려오는 네 목소리의 높고 낮음이 어떤지 아니.
너랑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다정한 기분. 이런 기분은 나에게 얼마나 벅차고 아름다운지.
그런데 또 그게 너무 괴롭고.

진짜 끝까지 머저리같이 굴어.

울지 마. 웃음을 터트린 태형이 정국의 동그란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퍽이나 따스한 움직임이 머물다 사라진다. 이건 고문이야. 정국은 제 노래를 듣는 태형의 기분을 뼈저리게 알 것 같았다. 형이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으면 나도 그런 기분이 들어. 우리 처음 손잡은 날 지었던 표정 기억나니. 그거 한 번만 더 보고 싶어. 변태냐. 부탁도 지 같은 것만 하네. 언능 해줘. 머뭇대던 정국이 울음을 뒤집어써 엉망이 된 미소로 태형을 바라봤다. 좋다. 사랑해 못지않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 너의 엉성함. 흐트러짐. 애정에 흠뻑 젖은 눈이 비치는 건 나구나. 달달 떨리는 입꼬리는 너무 절박해요.

태형이 힘겹게 손을 올렸다. 가느다란 팔이 정국에게 닿으려 다가온다. 그렇게 눈가를 쓸었을 뿐인데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는 구차한 변명. 정국과 태형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사랑해. 손잡아 줘. 정국은 아무런 말 없이 태형의 손을 꽉 쥐었다. 느슨해진 눈이 감긴다. 맞잡은 손에도 힘이 빠진다. 틀림없다. 나를 떠났다. 이런 몹쓸 사랑. 정국은 소리 내어 울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이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것 말고 다른 건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이 사람의 시답잖은 잔소리가 유언이 되는 건 저주가 따로 없잖아. 나는 저주에 걸렸어. 울음을 그치고도 주저앉아 한참 동안 태형을 지켜보던 정국은 힘이 풀린 다리로 일어섰다. 돌아가야만 했다. 온통 내 걱정뿐인 저주에 따라 태형이 없는 태형의 집으로. 형이 없는 우리의 집으로. 내가 망가지는 걸 원치 않는 김태형이 선사한 더할 나위 없는 지옥으로. 진짜. 이런 몹쓸 사랑.

개새끼. 너랑 이딴 걸 하는 게 아니었어.
형 같은 사람이 서툰 나랑 볼품없는걸 해서.
이럴 거 알면서 잡은 손이라고 하겠지. 졸라 뻔하다.
담배도 끊고 음악도 하고. 잘 먹고 잘 살게.
근데 이제 이런 몹쓸 사랑은 못 해.
몹쓸 김태형이랑만 할 수 있어. 다른 건 할 줄 몰라.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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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만세애인    해우  77일 전  
 무덤덤하게 뜨거워요 글이 너무... 잘 보고 가요

 만세애인    해우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77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김.잔디  77일 전  
 아ㅠㅠ글 너무 좋아요ㅠㅠㅠ

 김.잔디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니닷!  78일 전  
 글 잘 보고 가요

 니닷!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시터  78일 전  
 시터님께서 작가님에게 5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신죠오니사사게요  78일 전  
 신죠오니사사게요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새벽기억  78일 전  
 ㅜㅜ ♡.♡ 최고예욧

 새벽기억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새벽기억  78일 전  
 새벽기억님께서 작가님에게 28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서해  78일 전  
 강서해님께서 작가님에게 2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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