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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라디오가 켜지면 00 - W.맘마미아
라디오가 켜지면 00 - W.맘마미아



라디오가 켜지면



SECRET 1.


"그래, 어떻게 보면 세상 흘러가는게 거기서 거긴가 싶어."






취기가 어린 설여주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벌써 이게 몇 번째인지. 원고를 보내는 족족 탈거절 또, 거절. 죄송합니다. 저희 프로그램과는 맞지 않는 것 같네요. 라는 이 지긋지긋한 말을 벌써 몇번째 듣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감히 헤아려 볼수도 없을 정도로. 오늘로만 벌써 7번째 거절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바득바득 이를 갈고 원고를 썼는데. 이렇게나 열심히 했는데도, 한낱 고전적인 라디오의 대본이나 끄적여대던 작가의 필력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아님, 애초에 글 자체가 별로거나.

그래도, 나름 내 글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물론 내 글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그건 나를 수없이 내친 라디오 관계자들도 인정했던 사항이고. 그래서 그냥... 음... 뭐랄까. 글이 나쁘지는 않은데, 임팩트가 없달까... 왜 그런거 있잖아.

포인트가 없는거.

감질맛이 안 나는 거.

그래, 감질맛. 바로 2시간전 전화로 거절을 통보한 `대중 가요 채널` 전담 라디오 관계자가 한 말이었다. 그게... 작가님 원고는 참, 좋아요... 좋은데... 그... 감질맛이 안 난달까? 그러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데, 마음 한구석이 어찌나 쿡쿡 쑤시던지. 그렇게 연연하지 않기로, 내 길만을 가리라, 내 글을 쓰리라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지난 3년간 죽어라 글만 써대는데 바친 내 시간이 헛되게 느껴지더라. 하긴. 아무리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 먹어도, 그게 어디 쉽나.

나도 사람인데.



"...승완아,"
"...뭐,"
"나 있지...,"
"빨리 말해, 나 졸려..."
"글 쓰는거 이제 그만둘까봐...,"



...뭐?

방금전까지만해도 오징어 다리를 질근질근 씹으며 테이블에 축 늘어져있던 손승완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니가, 글을 그만둬? 왜? 무슨 이유로.

그래, 그걸 알면 지금 내가 이러고 있겠냐고.

해탈한 감정을 애써 마음 한구석에 꾹꾹 쑤셔담으며 대답했다. 그냥... 이제 글 쓰는데, 흥미도 떨어지고... 내가 이 일을 진정으로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제 와서? 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러게, 이제 와서 추하게 도망이라도 치겠다는건가.


항상 누군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었다. 포기하고, 도망쳐버리면 지는 거라고. 그러니까 힘들어도 이 악물고 맞서 싸우라고. 그러면 그때는 진정한 승자가 되는거라고. 늘 이 짧은 구절들을 내 가슴 속에 박아넣어줬다. 그래서 그 순수하고, 멍청했던 나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 몇 안되는 문장들이 가끔은 틀릴 때도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아니, 어쩌면 모르는 척 했던 걸지도 모른다.

이게 맞나, 내가 과연 맞는 길을 잘 가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으면서도 결국은 다 맞는거라고, 나는 옳은 일을 하는거라고, 그러니까 남들 시선따윈 신경쓰지 않겠다고, 늘 생각했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굳건했던 다짐이 틀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들의 눈에는 내 정의감과 책임감, 의지력.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오지랖 혹은, 유세로 다뤄졌다. 한동안은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한 것 같다. 옳다고만 생각했던 내 행동들이 남들에겐 한낱 이리저리 유난을 떨고 다니는, 쓸데없는 정의감에 부푼 장애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까. 내가 잘못한게 아닌 것을 가장 잘 알면서, 사회의 시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날부터 나는 내 모든 것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아마 그때부터일 것이다.

내 자신을 그저 남들이 갖춰놓은 틀에 가둬놓은게.


껍데기는 가라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이제 나는 더이상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수도, 동요를 할 수도 없어져 버렸다.

내가 껍데기만 요란해져버렸는데, 뭘.



"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이게 사직서 낸다더니 드디어 미쳤나..."
"오징어나 빼고 말 하시지이,"
"어우, 술냄새. 몰라, 일을 그만두던 말던 그건 니 마음대로 해."



내가 이래서 얘를 좋아한다니까.

남들이랑 전혀 다르잖아. 내 일에 큰 간섭을 하지도, 그렇다고 아예 안 하지도 않았다. 허물없이 친한 사이인데도, 선이라는 것 하나는 기똥차게 잘 지켜왔다. 이러니까 내가 얘를 절대 못 놔주지. 유독 사교성이 없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그저 형식적인 인사 정도만 나누는 내가 유일하게 친구로둔 사람이었다. 손승완, 승완이는.

얘도 참 신기해, 나같은 사람이랑 친구란걸 다 해주ㄱ,



퍽-

"어어, 야! 서여주! 안 일어나?"



그렇게 테이블에 이마를 엎은채 그대로 눈을 감는 여주였다.







SECRET 2.

"하, 그래서요.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저기..., 작가님 그게 저도 전혀 몰랐던 일이라..."
"이제 알았으면 지금이라도 데려오던가."
"...네?"
"당장 라디오가 내일 오후인데,
최소한 양심이 있으면 책임지고 누구든 데려와야하는거 아닌가,"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알아보러 가겠습니다.

곧이어 문이 활짝 열리며, 다급하게 방을 빠져나가는 여자였다. 그녀가 나감과 동시에 인상을 팍 쓰며 목을 뒤로 젖히는 태형이다. 괜히 오지랖만 부렸다가 되려 곤란하게 되었군.


그가 처음부터 이 라디오를 담당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어느날, 새 프로그램 하나가 편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때까지만해도 이미 맡고 있는 라디오도 두 개나 있고, 전혀 자신과 무관하다고만 생각했던 지민이었다. 하지만 왠일인지 선뜻 그 프로를 맡겠다고 나서는 피디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결국은 제 몸 하나 희생한답시고, 자진해서 이 프로를 맡게된 그였다.


그때까지만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꺼라고는 예상 못 했지.

솔직히 어느 누가 새로 개편된 라디오 담당 작가가 첫 방을 앞둔 바로 전 날 사직서를 던질 것이라고 알수 있었겠는가.





"제길..,"



낮은 음성으로 작게 욕을 읇조리며 바짓춤에 있던 담배 한개비를 천천히 입에 무는 태형이었다.







SECRET 3.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한편, 태형에게 한바탕 쓴소리를 듣고,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간 소율은 미칠 지경이었다. 전화를 거는 족족 이 프로를 담당할 의향이 없다거나, 이미 맡은 라디오가 수두룩해 여유가 없다는 작가들의 거부 의사에 속이 타들어가는 중인 그녀였다. 하나같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는 탓에 거의 반포기 상태까지 이르렀다.

결국, 이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어딘가 모르게 비장한 눈빛으로 침을 꼴깍 삼키던 소율, 천천히 자판 위로 손을 놀려 연락처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검색한다.


`설여주 작가님`


이 방법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생각한 그녀였다. 그래, 따지고보면 설여주 작가의 글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소율에게는 그녀의 원고가 그리 돋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의 수수하고, 매끄러운 맛이 있다고 여겨졌다.

물론 호불호가 조금 갈리긴 하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진짜 큰 문제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일어났다.

그녀. 즉, 설여주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 작가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그 간절한 기도가 무색하게 다시금 들려오는 대답은 그녀의 마음을 철컹 가라앉게 만들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난 이제 끝났어. 입사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박지민 피디에게 제대로 찍히게 생겼다. 조금이라도 저에게 거슬리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가차없다는데...

급격하게 착잡해져오는 마음을 애써 뒤로한채 천천히 발길을 김태형이 기다리고 있는 그 끔찍하리만큼 공포스러운 방으로 트는 소율이었다.

갑자기 힘차게 울려대는 핸드폰 탓에 몇 걸음 안가 멈추긴 했지만.



"...여보세요?"
"우음... 왜 저나해써요... 나 지금 원고, 아니, 사직서 작성하고 잇는데에..."
"네? 사직서? 아아, 됐고. 선배님, 지금 빨리 좀 이리로 와주세요."
"에? 시른데에... 나 이거 쓰고 자야 되는데..."
"아아, 선배님 안 오시면 나 죽는단 말이예요..."
"누구한테,"
"그건 와보시면 알게 될걸요. 여기 1층 회의실이요. 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제가 밥 한번 사겠습니다~"

뚝-



그렇게 전화는 끊겼다. 휴, 하마터면 내 목숨이 끊어질 뻔 했네. 이제야 한시름 놨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희미하게나마 내쉬는 소율이었다.







SECRET 4.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인지 나만 이해 안 가?



"아이씨이... 나 얼른 이거 써서 내야되는데..."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이놈의 망할년의 후배라는 것은 애초에 내 의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나보다. 아무리 사직서라지만 어쨌든 글인데. 무슨 글이든 삘이 꽂히면 그 자리에서 다 쓰고 봐야되는 서여주. 그러니, 이 상황은 그녀에게는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게 느껴졌다.

술에 쩔어서 혀도 다 꼬였는데, 다른데도 아니고 직장에 나가는 꼴이란.



"하..."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래도 주섬주섬 코트를 걸치는 그녀였다. 현관문을 열기전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거울로 몰골을 점검하니 뭐, 그럭저럭 봐줄만하다. 옷 상태도 나쁘지 않고, 자연스럽게 틀어올린 포니테일도 나쁘지 않다. 다만, 볼에 붉게 홍조가 잡혔다는게 조금 거슬리긴 하다.

그게 사랑스럽게가 아니라 누가봐도 술에 쩔은 여자처럼 보인다는게 문제란 말이지.



"그래, 어차피 그만둘 마당에, 뭐하러 그런걸 신경 써어..."



마치 저가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사람마냥 인심좋은 미소를 거울 속에 비친 자신에게 싱긋 지어보이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여주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편안해보여,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지금 그녀가 무척이나 신이 난 상태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렇게 그녀는 어느새 한적해져버린 도로변에서택시를 잡았다.

정확히는 ○○ 방송국으로 가는 택시를.

택시에 올라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는 그녀의 얼굴은 씁쓸하며서도 편안해 보였다.

마치 곧이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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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라디오가 켜지면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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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리,  455일 전  
 재밌게 보겠습니다!

 나리,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반의반  490일 전  
 오메

 답글 0
  주현❤❤  517일 전  
 정주행이요!

 주현❤❤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탵탱  528일 전  
 재밌어용

 답글 0
  탵탱  528일 전  
 재밌어용

 탵탱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자야자야  529일 전  
 ㅈㅈㅎ

 자야자야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529일 전  
 기대할게요

 답글 0
  권시오  529일 전  
 정주행이요!

 권시오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