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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인생 연극 - W.하해랑
인생 연극 - W.하해랑


인생 연극






Trriger warning: 살인, 가정폭력 등







씀| 하해랑






석진은 연기자를 꿈꿨다. 거짓을 말하는 연기는 자신이 있었기에. 제 마음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 자라면 그 누구도 연기에 능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나이가 열셋쯤이던가 아버지가 겉치레식 친절로 극장에 데려다주었다. 아버지의 사회적인 위치만큼 보는 눈도 많았기에 아버진 늘 좋은 아버지의 역을 맡았다. 아마 제 아버진 대가 없는 사랑과 친절을 몰랐을 것이다. 아버지의 매서운 눈초리 아래 의지할 곳은 윤기와 석진. 서로뿐이었다. 석진은 아버지 앞에서 거짓으로 뒤덮인 연기만을 해오다 처음으로 연극을 보았을 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 저리 아름다운 거짓이 어디 있을까. 기다란 혓바닥을 통해 나오는 대사는 허구와 망상으로 가득 찬 거짓이었지만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 같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대사를 읊는 연기자는 마치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그래서, 그 대사를 끊임없이 되새겼다. 연극이 끝나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중얼중얼. 머리에 새겨넣을 듯이. 집에 돌아와 방문을 꼭 닫고 그때 그 주인공처럼 자세를 취하며 당당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때의 웅장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살짝 헛나간 목소리에 금세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세를 풀고 목소리를 갈무리할 때 방문이 슬쩍 입을 벌렸다. 그 틈새로 빼꼼 얼굴을 내민 윤기의 말을 석진은 그 대사보다 더 잊지 못했다. 형, 방금 아까 보고 온 거 따라 한 거지! 똑같아, 짱 멋있어! 나도 형처럼 다 잘했음, 좋겠다.



거짓은 이내 진실로 바뀐다. 모두가 연기를 한다면.



붉은 융단 아래 맥없이 쓰러진 제 추잡한 아버지가 보였다. 늘 깔끔하게 정리 정돈이 되어있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감돌던 원목 책상은 마구 어질러진 채 짓밟히고 쓰러졌다. 늘 두렵고 흉포하기만 했던 그 공간. 그곳에서 석진과 동생을 만들어낸 짐승이 마지막 숨을 뱉어내곤 참사했다. 그 대담한 상황. 뒤 책장 사이에서 거칠게 숨을 내쉬는 저의 하나뿐인 동생이 보였다. 덜덜 떨며 작게 웅크리고 있어 석진을 보지 못한 건지 숨이 막히는 듯한 얼굴로 목을 마구 긁어내렸다. 머리를 잔뜩 쥐어뜯는 손엔 덕지덕지 눌어붙은 피, 과호흡이 온 듯이 숨을 껄떡껄떡 넘기는 동생. 그리고 손에 들려 서슬 퍼런 날을 빛내는 보검까지. 잠시 뻣뻣하게 얼을 타던 머리가 대굴대굴 굴러갔다. 코를 찌르는 고약한 피 냄새가 동생에게서 난다는 것은 덤이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금 윤기가, 제 아비를. 머리에서 내놓은 결과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허공에서 부서졌다. 당황한 순간은 어디가고 주먹을 꽉 쥔 석진은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만지곤 저기서 덜덜 떨고 있는 윤기에게 달려갔다. 재빠른 속도로 흉기를 낚아채 윤기를 품에 꼭 안았다. 더운 숨이 가슴팍에서 더 뜨겁게 타올랐다. 뺏어낸 보검이 손안에서 차갑게 내려앉았다. 윤기야, 윤기야. 이건 내가 한 거야. 괜찮아. 형? 형, 나 어떡해. 내가 죽였어. 내가 저 인간을 죽였다고. 아니야, 윤기야. 이제부터 이건 내가 한 거야. 아, 아니야. 내가 한 거야. 윤기의 말을 멍하니 듣던 석진이 윤기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 시체를 향해 고개를 들으며 중얼거렸다. 윤기야, 이건 내가 며칠 전부터 계획한 행동이고 결국 실행에 옮긴 거야. 넌 이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목격자와 최초신고자. 알겠지? 이 시나리오대로만 하면 괜찮아. 이윽고 거친 사이렌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다가왔다.





-이름.
-김석진.
-나이.
-열아홉이요.
-동기는?
-아버지가 개같아서.
-...

덤덤하게 생각해두었던 대사를 내뱉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여럿 성인 남성들의 목소리에 그 순간의 기억이 절로 연상되었다. 분명 제 아비는 쓸데없는 이유로 윤기를 호출했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러곤 위상이 어쩌곤 들먹이며 재떨이를 윤기를 향해 던졌겠지. 상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라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연속해서 가해지는 발길질과 폭력. 그 커다란 두 손으로 윤기의 숨을 막았을 것이다. 그리곤 윤기는.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참지 못하고 결국.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힘이 탁 풀렸다. 악인은 이미 온기가 꺼진 저 인간이다. 하지만 석진 또한 악인의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애써 화를 억누르곤 끊겼던 말을 이었다.


-매일 밤 폭행이 이루어졌어요, 심한 욕설은 덤이었고. 절 때리는 건 괜찮은데 동생까지 건드리잖아요. 그래서, 개같아서 죽였어요. 아직 열일곱인 애한텐 너무 하지 않아요?
-



김석진 19세 4년 형.



윤기의 절망 같기도 한 악에 받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 착한 아이니, 저와의 약속을 저버리진 않겠지. 석진은 슬쩍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저의 소중하던 꿈을 버린 일생일대의 연극이다. 내 평생을 진행할 이 연극이 종막이 될 때까진 절대 몰입을 멈추지 않으리. 흠뻑 젖은 얼굴로 애타게 손을 뻗는 윤기가 애처로워 보였다. 내 최고의 연극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석진은 윤기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돌리다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눈을 감고 어둠 속에서 유영하며 이입했다. 저는 이제 연기자를 꿈꾸던 열아홉 살의 김석진이 아니라 제 아비를 죽인 파렴치한 패륜아 김석진이었다. 제 인생은 온갖 욕설과 야유로 뒤덮이겠지. 허나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답고 경탄스러운 연극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연극의 주연은 우리.












사담맘에 드는 글을 쓰고팠지만 아무리 고쳐도 못나 보이네요ㅜ 형제애를 다룬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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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그저아미일뿐  7일 전  
 아니 이건.... 띵작이잖아? ㅇㅁㅇ

 답글 0
  낙연깅  8일 전  
 아니사랑해요
 진짜
 ...ㅠㅜㅜㅠ

 낙연깅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낙연깅  8일 전  
 낙연깅님께서 작가님에게 2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Hanbyul  10일 전  
 Hanbyul님께서 작가님에게 78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Hanbyul  10일 전  
 글 미쳐써요..작가님 천재신가ㅠㅠ
 와 진짜..글 보는 내내 입틀막하고 있었어요ㅠㅜ
 아니 진짜진짜 뻥 하나도 안치고 사랑해요ㅠㅠ
 좋은하루 보내세요 천재림..❤❤

 Hanbyul님께 댓글 로또 1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강하루  10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명금일하  10일 전  
 작가님 팬클럽 회장할래요 ㅠㅠ 세상에 너무 글을 잘 쓰세요!!

 명금일하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명금일하  10일 전  
 명금일하님께서 작가님에게 2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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