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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사 랑 시인 김남준 - W.나련
사 랑 시인 김남준 - W.나련







사 랑 시인 김남준
집필ㅣ나련









    남준은 오늘도 어김없이 낡은 노트를 들어 지루하게도 시를 지었다. 먼지 쌓인 창문 틈새를 열어 갈길 없는 바람을 들여보내고 그걸 벗 삼아 하나의 구절을 지어내는 게 남준의 유일한 취미이자 일이었다. 만년필로 얼마나 짓이겼는지 규칙 없이 구겨져 있는 종이가 바람에 흔들렸다. 그리고 이내 바래버린 종이 한 장이 바람을 타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도 남준은 손에서 만년필을 놓지 않았다. 급하게 다른 손을 뻗었지만, 바람결에 실려 유유히 날아 가버린 종이었다. 딱히 써둔 거라곤 짤막한 문장 하나였지만 꽤나 미련이 남는지 창문 밖을 바라본 남준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가로등에 걸려 이도 저도 못하는 종이가 남준의 눈에 들어왔다. 남준은 서두름이 가득 묻은 발걸음과 함께 가로등으로 향했고 삐걱거리는 낡은 나무계단 소리가 남준의 걸음을 더욱 증폭시켰다.





"어,"

"이거 그쪽 거에요?"

"네."

"시인이나 작가 신가 봐요."

"취미에요."





    취미라기엔 재능이 아까운데. 종이를 찾으러 간 남준을 반긴 건 처음 보는 낯선 소녀와 그 손에 쥐어있는 종이었다. 특별한 결은 없지만 고아 보이는 검은 머리를 가진 소녀는 자신을 `유진` 이라 소개했다. 성은 친해지면 알려주겠다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유진이 어딘가 이상적으로 보였다. 얼굴은 어린 애 같이 생겨서 눈망울에 한가득 생기를 머금고 있을 듯했지만 유진의 눈을 채운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우울이었다. 서둘러 종이를 받고 돌아갈 생각의 남준이었지만 유진의 눈을 보자 왠지 모르게 자신도 우울이 몰려오는 듯싶었다. 유진은 그런 남준의 얼굴을 보고는 무언가 느낀 듯 조금 급하게 종이를 건네고는 다음을 기약했다.





"시, 좋아해요?"

"네. 가끔 즐겨봐요."

"그럼 내일도 와요. 다른 것들도 보여줄게요."

"오늘 처음 봤는데 그래도 돼요?"

"다른 사람한테 시 보여주는 것도 취미라서요."





    괜한 오지랖인지, 아니면 자신의 우울을 없애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남준은 유진에게 대뜸 내일을 기약했다. 유진은 놀란 듯 동공이 커졌고 그 순간만큼은 우울이 감춰진 듯했다. 찰나였지만 남준은 미소를 지었고 그에 유진도 웃음을 매달았다. 자신의 시를 보여주는 게 취미라던 남준은 사실 보여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싫어했다면 싫어했지 좋아한 적은 없었다. 제 부모에게도 보여준 적 없던 자신의 시를 오늘 처음 본 소녀에게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지극히 이성적인 정신으로 내린 선택이기에 남준은 멀어져가는 유진의 뒷모습을 보며 한껏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 구절, 그쪽이 썼어요?"

"거기 쓰여있는 것들은 다 제가 쓴 글이에요."

"아, 진짜 잘 지으시네요. 시도, 문장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이름은 김남준이에요."

"시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유진씨도 저 못지않게 시에 잘 어울리는 걸요. 두 사람은 남준의 시가 빼곡히 적힌 노트를 찬찬히 넘기며 곳곳에 미소를 묻혔다. 어딘가 모르게 혼자를 즐기고 있던 남준과 우울에 감겨 이내 포기해버린 유진이 조화롭게 대화를 이루는 모습이 꼭 사랑을 속삭이는 작은 연인 같아 보였다. 적어도 남준의 머릿속은 그랬기에 유진 모르게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유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남준의 노트를 넘기기 바빠 보였고 그 모습에 남준은 내심 안도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티를 내볼까 하는 대범한 생각도 하고 있었다. 유진이 자신을 쳐다보자 금방 무산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저 이씨에요. 이유진, 제 이름이요."

"이름 예쁘네요."

"고마워요."





    만난 지 2일 만에 자신의 성을 공개한 유진에 적잖게 감동한 남준이었다. 두 사람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었고 또 틀렸었다. 즐기는 사람과 포기한 사람은 현저히 다르지만 끝내 우울을,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사람이란 것은 너무나도 닮아있었기에 더더욱 그 사이엔 풀리지 않을 매듭이 묶여지고 있었다. 남준은 유진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을 지어내다 유진의 이름으로 시를 짓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기왕이면 사랑에 관련된 걸로 말이다.





"유진씨, 시 하나 지어 드릴까요?"

"그럼 저야 너무 좋죠."

"대신 주제를 유진 씨로 할래요."

"음, 그건 예상치 못했네요."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을게요."





푸흐- 알겠어요. 초롱초롱한 남준의 눈에 가뜩이나 거절할 생각이 없던 유진은 고개를 세차게도 끄덕이며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남준은 주머니에서 매번 그랬듯 만년필을 꺼내 한 자씩 조심스레 그어가기 시작했다. 항상 짓눌려 있던 헌 종이가 달콤한 러브레터 한 장으로 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걸 남준은 오늘 깨달았다.









流辰:유진


별 하나 정처없이 굴러
누구 마음에 안착했는가.

별 하나 하염없이 울어
누구 가슴에 묻어뒀는가.

별 하나 끊임없이 올라
누구 심장의 별자리 되었나.

결국 모여 끝없이 흘러내리는
은하수가 되었을 때가
내 심장에 달뜬 유진이었나.

_단 하나의 유진을 가지고 있는 김남준 지음.





저기 한자는 흐를 유에 별 진 입니다 :) 그냥 몽글몽글한 감성 글을 쓰고 싶었는데 역시나.. 다음에 더 좋은 글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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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전밈찌  8일 전  
 예쁘고 귀여운데 감성이 낭낭한 글이네요..
 한여름밤이나 가을 밤이 생각나는 글이었어요! 왜인지 모르깄지만 비니쓰고 트렌치 코트 입은 남준오빠가 생각나는 글..ㅎㅎ

 답글 0
  햰슬  9일 전  
 글 너무 좋아요ㅜㅜㅜ 잘읽었습니다

 햰슬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니닷!  9일 전  
 글 너무 좋아용

 니닷!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찌유우  9일 전  
 찌유우님께서 작가님에게 51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찌유우  9일 전  
 헐 진짜,,, 이 글을 완전 대박글이에요,,, 몰입감도
 쩔고ㅠㅠㅠㅠ

 답글 0
  ∅  10일 전  
 ∅님께서 작가님에게 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  10일 전  
 사랑해 정말

 ∅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0/1  10일 전  
 글 좋아요

 0/1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권율  10일 전  
 권율님께서 작가님에게 32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강하루  10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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