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을 산 하늘에게 주어진 벌은 단지 영원한 밤이었다. 이질적이게 푸르렀던 창공은 악한 어둠에게 먹혔으니 이내 죽어버렸겠지. 별 하나 없이 흑으로 물든 하늘을 보니 괜스레 웃음이 삐져나왔다. 더 이상 별을 보며 자신의 바램을 끌어올리는 같잖은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 왔다. 결국, 그의 말은 거짓이었던 거야. 희망이 가득 차있던 그 아이의 눈망울을 떠올리다가 까득- 깨물고 있던 손톱이 부러져 붉은 선혈이 내 거친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그걸 보던 나는 다시금 반대 손가락을 들어 입에 물었다. 아, 온통 까만 하늘에 심장처럼 붉은색으로 물들여도 예쁘겠다. 새롭게 떠올린 구상에 나 자신 스스로 하늘을 보며 가뜩이나 올라가 있던 입꼬리를 더 높게 올렸다. 다른 이들이 본다면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이 나를 공격하겠지만, 오히려 이런 현실엔 이 표정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겁먹은 표정보단 차라리 즐기고 악을 느끼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제이처럼 사랑에 목 매여 죽어버릴 바엔 어둠에 먹히겠다는 선택을 해버린 날 보며 신은 배까지 잡으며 비웃어댈 테고 창공은 날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나겠지. 손목에 끼워진 팔찌를 들어 올려 숨어있던 우울을 꺼내 보였다. 금세 미쳐있던 기분은 다시금 나락으로 떨어졌고 조금은 버텨보려 했던 난 서둘러 팔찌를 다시 끼워 넣었다. 마치 악마처럼 굴어대던 자신은 한낱 상실에 죽어버린 나약한 사람이란 걸 정신이 자각시켰다.
또 다시 현실이 아닌 과거에 갇힌 내 우울감은 몸을 타고 흘러 심장에 도달했다. 순간적으로 멈춰진 호흡에 놀라 목을 부여잡고는 고통을 호소했다. 방금까지도 그리 당돌하던 내 정신은 헐떡이는 호흡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렇게 목이 빨개지도록 쥐어짜 내고 내서야 나름 정상적인 호흡이 내 기도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리고그 순간까지도 흑이었던 하늘은 살았다는 나의 하찮은 안심과 함께 붉은 하늘로 둔갑했다.
유구하던 나의 기억은 찢어졌고
단지 달그락거리는 내 눈에 보였던 건
죽어있는 하나의 붉은 창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