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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작당글] 거리의 무용수 - W.하해랑
[작당글] 거리의 무용수 - W.하해랑





•Trigger Warning: 죽음, 화재에 대한 간접적 묘사. 약간의 유혈.









씀| 하해랑






한 쌍의 나비처럼 짝을 이뤄 춤추는 우린
이 작은 거리의 무용수.



전정국이 아스러져 사라지는 그 순간의 밤하늘은 농익은 사과의 황혼으로 잔물지었다. 시원하고도 달곰한 향 대신 누릿하게 타는 메케한 냄새. 그사이 붉은 천을 덧댄 것같이 발갛던 전정국을 기억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진, 절정을 맞던 우리의 파란 청춘. 끝없이 뻗어나갈 것 같았던 청춘은 불길에 아스러져 갔다. 염원은 아스팔트 길 위에 잠들고 증오는 가로등 위에 자리 잡아 세상을 들이비춘다. 우리의 안타깝고도 불쌍한 청춘이여. 혀가 아리도록 진하던 익애여. 어느 말로도 정의할 수 없었던 정서여. 꽉 막힌 어두운 밤 아래 굳어버린 감각은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제 기능을 잃었다. 무덥던 여름밤의 공기는 살갗에 닿는 순간부터 한기를 머금은 겨울바람으로 바뀌고 물에 잠긴 듯이 먹먹해진 귓가에는 전정국의 나긋한 목소리. 코끝을 빙빙 맴도는 텁텁한 체취. 허무하게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버석거리는 게 느껴지는 전정국의 낡은 잠바와 눈을 깜박일수록 점멸되었다가 나타나는 전정국도. 전정국을 이루어 구성하던 기억 하나하나가 비산했다.

동이 트는 새벽엔 전정국을 흠모하는 공기가 세상을 가득 메웠다. 깜박거리는 누런 가로등. 정적만이 주저앉은 잿빛의 거리 위에. 고요한 시간과 몰매를 맞던 감정의 틈새. 오로지 우리 둘만이 살아 숨 쉬던 그 시간. 나는 구태여 전정국의 손길을 갈구하고, 온기를 끌어안으며 끊임없는 세계를 이룩했다. 우리 다시 한번 뛰어보자. 친애하던 전정국을 향한 끝없는 구애로. 텅 비어있던 연습실 안엔 우리의 열정과 의지가 깃들어 열기를 내뿜었다. 우리의 노력으로 맺힌 땀이 방울방울 낙하한다. 그깟 언어로 형용할 수 없던 감정이 난무하던 그 시간. 우린 마치 한 쌍의 나비로 보이리. 혈관 사이사이를 피 대신 진득하게 흐르는 우리의 음악. 순수한 안광을 마주치며 말소리 하나 없는 적막 사이엔 숨소리만 가득했다. 스텝에 맞춰 잡아 오는 하얀 손가락과 손끝에서 느껴지는 전율. 고운 살결 사이로 비죽 웃음이 삐져나올 것만 같았던 우리. 그것은 잃어버린 청춘의 광기. 무른 얼굴로 말갛게 웃던 전정국의 얼굴을 추억한다. 뻔뻔하게 그때의 기억을 애써 회억하면서.

무더운 여름밤의 골목길. 가로등은 옅은 그림자와 춤추고 서로의 숨소릴 들으며 우린 영원을 열원한다. 발을 한 걸음 떼라. 그 순간 너는 황홀을 맛보고, 손을 쭉 뻗어라. 소망을 얻을 테니. 빙그르르 턴 한 바퀴를 돌면 그래, 드디어 구애이로다. 손끝과 발끝까지 감정을 담아라. 폐부를 터질 듯이 채운 숨을 내쉬어라. 몸 곳곳을 채워 흘려내라. 이 거친 숨소리마저 기꺼이 받아들여, 꿋꿋이 이어 나가리. 정신없이 지나가는 이 여름밤을 돌이킬 수 없게.

원, 투.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뒤쫓아오는 애정.

그때 우리는, 남다른 사랑을 했다.

작은 집구석을 나뒹구는 작은 맥주캔은 거칠게 내모는 손길에 힘없이 찌그러졌다. 맥주캔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음은 귓구멍을 가득 채우다 못해 찢어발길 것만 같았다. 삶이 잔뜩 무너진 응어리에 묻어두었던 절망이 감정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전정국의 가쁜 숨이 멎을 때. 거대한 화마 사이에 무너지는 전정국. 두려움과 눈물로 얼룩진 그 얼굴. 천천히 다가와 손목을 잡아채 절망을 끌어내는 전정국이. 새 맥주캔을 쥐고 있던 손이 하염없이 떨리다 이내 힘없이 떨어진다. 전정국이 비관한 인생에 한탄하는 모습이 주변에 아른거렸다. 구석 끝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그때의 장면에 널브러져 흩어진 맥주캔을 걷어차며 정신없이 뛰쳐나왔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 공간, 이 비황함에서 해방되고 싶은 심정. 가슴 언저리가 얹혀 숨이 턱턱 차올랐다. 밋밋한 맨발을 짓이기고 파고드는 날카로운 돌조각과 시멘트 가루, 그때의 아스팔트 도로. 전정국의 얼룩진 얼굴과 상응하는 피투성이 맨발. 방황하던 그 시절에 도착지는 처음 만난 그때의 골목길.

다시 그 자리에서.

무더운 여름밤의 골목길. 가로등은 짙은 그림자와 춤추고 절망의 숨소릴 들으며 나는 영멸한다. 발을 한 걸음 떼라. 그 순간 나는 황홀을 맛보고, 손을 곧게 뻗어라. 소망을 얻을 터이니. 빙그르르 턴 한 바퀴를 돌면 그래, 드디어 절망이로다. 손끝과 발끝까지 감정을 담아라. 폐부를 터질 듯이 채운 숨을 내쉬어라. 몸 곳곳을 채워 흘려내라. 이 거친 숨소리마저 기꺼이 받아들여, 꿋꿋이 이어 나가리. 정신없이 지나가는 이 여름밤을 돌이킬 수 없게.




떠나지 않는 추억을 애써 보내며.

짝을 잃은 허망한 나비는
이 작은 거리의 무용수.











정말 간절했는데 현실이 되니 감격스럽네요ㅜㅜ 응원해 주시고 축하해 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앞으로 좋은 글들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ㅜㅜ


앞에 제목에 작당글을 안 붙혀서 재업합니다.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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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rica_싱귤러브  10일 전  
 글이 너무 예뻐요♡
 작당 축하드려요!!

 erica_싱귤러브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비,추  10일 전  
 비,추님께서 작가님에게 11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비,추  10일 전  
 응원했어요ㅠㅠ

 비,추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고또  11일 전  
 묘사가 너무 예뻐요. 건필해 주세요.

 고또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봄밤에  12일 전  
 작당축하드립니다!

 답글 0
  므꼬  12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므꼬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하현월  12일 전  
 축하드려요

 답글 0
  찌유우  12일 전  
 축하드립니당♡♡♡

 찌유우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이굉굉  12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답글 1
  고사리삼  12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ㅠㅠㅠ 건필하세요!!

 고사리삼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37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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