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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작탈글]내 사랑은 나만 알면 돼 - W.예시
[작탈글]내 사랑은 나만 알면 돼 - W.예시


그 애의 눅진한 음울을 사랑했어
그 애의 비루한 낭만을 사랑했다고






눈 아프게 빛나는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번화가 뒷골목의 밤은 뭐랄까, 싼티난다 해야 하나. 거리 곳곳 사각지대마다 딱 붙은 남녀들은 타액을 나누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술에 찌들어 비틀거리다 아무 곳에나 철푸덕 주저앉아 곯아떨어진 사람들이 발에 채였지.
그런 빨간 유흥가 깊숙이 자리 잡은 한 바에서 그를 만났어. 테이블 한켠에 홀로 고고히 앉아 독한 위스키를 홀짝대던 그는 거리의 분위기완 맞지 않게 참 이질적으로 우아해 보이더라. 근데 조금 재수 없기도 하고, 웬 부잣집 도련님처럼 생긴 게 찌들 데로 찌든 유흥가 바 한구석에서 점잖은 척이라니, 웃기지도 않지.

뭐, 그래도 반반한 얼굴에 살짝 호기심이 들더라. 아 솔직히 걸친 거 보면 꽤 돈지랄 떤 것 같던데 저런 놈 하나 잘만 조각 치면 꽤 쏠쏠할 거라는 생각도 약간 들긴했지. 머리한번 쓸어 넘기고 거울 한번 보면서 어디 화장이 떡진덴 없나 번진덴 없나 슬쩍 확인한 후 뭐 딱히 거슬리는덴 없었지만 괜히 쿠션 몇 번 두들기고 더 붉게 입술을 덧칠하고 난 후에야 그에게 다가갔어.
그의 옆자리를 슬쩍 차지하고는 뭐, 기본적이고 뻔한 플러팅. 솔직히 뻔한 거 진짜 싫어하는 주의지만. 항상 뻔한 건 기본은 가는 법이니까. 대충 혼자 왔냐, 왜 왔냐 형식적인 몇 마디를 나누고 나면 기본적인 신상쯤은 나오지. 이름은 김석진. 나이는 29. 하는 일은 작게 로펌. 역시 돈 냄새 맡는 감은 아직 안 죽었구나 했지.

근데 고귀하신 법조인님께서 이 질펀한 유흥가는 왜 오셨을까, 이런 싸구려 바에서 위스키나 홀짝거리고 있으실 분은 아닌데 말이야. 궁금하잖아 그치. 그래서 손을 살짝 올려서 그의 쇄골 부근에 얹곤 진득히 쓸면서 술을 권했어. 물론 도수 쎈 보드카로 바꿔치기하는 건 잊지 않았지. 아, 내가 말했나? 여기 바텐더가 꽤 유능하다고. 살짝 신호만 주면 그 독한 보드카에 코냑이던 위스키던 이것저것 섞어서 아주 말도 안 되는 술을 내놓지. 그거 먹고 정신 말짱한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이미 꽤 취기에 몸을 맡겼던 그는 당연히 뻑 갔고 말이야. 발끝까지 취해서 옹알대는 입이 꽤 깜찍하더라.

취한 사람은 사리분별이 안돼. 어린애라도 되는 양 묻는 질문에 참 성실하게 대답하지. 그럼 이제 나는 유치원 교사가 되는 거야. 사근한 말투로 아가, 아가는 여기 왜 왔어요. 하고 물으면 그 올망한 입술을 열심히 움직이며 대답해주는 게 얼마나 우습던지. 도톰한 그 입술을 한입 베어 물고 싶더라.

그렇게 깜찍한 행동과는 다르게 그 예쁜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꽤나 우울했어. 슬프데, 힘들데, 깜깜하고 막 무섭데. 자기는 자기의 꿈을, 낭만을 좇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너무 속상하데. 내가 여기서 뭘 어떻게 반응해야 했을까, 모성애인지 그냥 동정심인지 그냥 잘생기고 순진한 얼굴 덕에 절로 품어지는 애착인진 모르겠지만 마치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쏟아져 나오는 울음 섞인 말들에 머리가 띵해져 오고 평생 누군가에게 나눠준 적 없는 진짜 나를, 내 감정을 조금 나눠주고 싶더라고. 꽉 안고 괜찮다고, 내가 옆에 있겠다고 다독여주고 싶더라고. 오지랖이고 불필요한 행위인 건 잘 알지만 내 감정에 솔직해야지. 내가 지금 바라는데 왜 굳이 이해관계를 따지겠어.

그냥 바로 그를 끌어안았지. 살결이 부대끼자 번지는 따뜻함과 취기에 약간 몽롱해지면서도 그 큰 몸으로 품속에서 바르작대는 꼴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어. 응, 솔직히 사랑스러웠어. 그리고 조금 무서웠어. 미숙하다 치부되는 유년시절부터 사랑이란 그저 이별을 전제로 하는 유치한 놀음이고, 인간의 종족 번식을 위한 거짓 감정 임일 뿐이라고 믿어왔던 나로썬 처음이었거든. 진심으로 안고 싶고, 입 맞추고 싶고, 감정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지금 생각해도 참 멍청하고 유치하지, 그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스치듯 만난 한순간의 인연에 그렇게 목매달다니. 나도 솔직히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얼마나 우스운지 몰라. 근데 어쩌다 보니 그러더라고, 어떤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란 걸 알겠더라. 근데 첫눈에 반했다기 보단 첫 포옹에 반했다, 응 그 정도.

취기에 온몸이 빨개지고 뭐가 그리 슬픈지 예쁜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곤 끝엔 올망한 물방울을 살짝 매단 채 품에서 바르작대는 그 사람을. 그 누가 안 좋아할 수 있겠어. 정신이 아득하더라.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순간에 머릿속에선 살면서 겪었던 모든 순간 중에 가장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어.

근데, 많이 아프더라. 진짜로. 수많은 밤 중 고작 하룻밤, 그것도 싼티 폴폴 나는 야시꾸리한 유흥가 바 한구석에서의 잠깐의 만남. 심지어 그는 정신이 취기에 지배당한 채 내일이면 모든 걸 잊고 살아가겠지. 그 기분을 감히 어떻게 묘사할까. 눈물도 안 나게 아프더라. 마음을 누가 눅진하게 짓누르고 짓뭉개는 것 같았어.

그래도, 그래도 이게 하룻밤의 환상일지라도, 그냥 순간에 몸을 맞기는 수밖에 없겠더라. 그냥 내 품 안의 사랑스러운 존재에 집중하곤 신기루 같은 달이 지고 원망스러울 해가 뜨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를 떠나보내는 수밖에 없겠더라.

그렇게 너무나 짧게 내 평생 누릴 모든 감정을 누리는 동안, 야속한 시간은 꼭 행복한 순간에만 빨리 가고 미운 태양은 나를 놀리듯이 얼굴을 내밀었어. 작별이잖아 이제는, 애틋한 짝사랑을 너무 빠르게 떠나보내야 되잖아. 그에게 나는 그냥 꿈으로, 환상으로 남겠지. 근데 어쩔 수가 없더라. 운명이 참 가혹하다는데 그 말이 맞더라.

마지막으로 예쁘게 둥글진 이마부터 굳게 닫힌 눈틈 사이 길다란 속눈썹을 지나 옹골지게 꼭 여며진 붉고 사랑스러운 입술까지 시선을 진득히 맺어봤어. 이기적인 내 몸은 그걸로 만족이 안되는지 스스로 고개를 숙여 발갛게 달아오른 그의 뺨에 입술을 살짝 맞대고서야 인정하더라. 이제는 진짜 끝이라고.

정말 어이없고 유치한 하룻밤의 달뜨고 싼티나는 감정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 동안 나는 정말이지 열렬히 그의 모든 것을 사랑했어. 그의 눅진한 음울부터 비루한 낭만까지.






그 밤의 싼티나는 네온사인 불빛과
어딘지 야시꾸리한 빨간 조명들 속
질펀한 유흥가 깊숙히 위치한 거리의 작은 바



사랑스러운 음울을 잔뜩 머금었던 그와
진득하게시리 멍청한 감정에 휩싸였던 나.

















***

와 진짜 이건 올리기도 부끄럽지만 올려봅니다...8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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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한ㅤ아  9시간 전  
 이 글이 작탈이라니 말이 됩니까ㅠㅠㅠ

 답글 1
  오멘  2일 전  
 작탈글이요..? 작탈글이요 말이 안 되는데요.ㅠ

 답글 1
  김헤루  2일 전  
 네 이게 작탈글이라고요 말도 안됩니다 어떻게 이 글이 작탈글이죠..?

 답글 1
  별_똥별  2일 전  
 음 작가님 .. ? 이 글이 작"탈"글이라고요 .. ? 진짜 제가 다 속상하네요ㅠㅠㅠㅠ 저 지금 작당글 본 이후로 작가님 글 계속 보고 있는데 전부다 작탈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좋은 글이고 결론은 항상 작가님 사랑한다구요ㅠㅠ ♥

 답글 1
  강하루  2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찌유우  2일 전  
 천재 작가님 이셔요ㅠㅠ

 답글 1
  @음표  2일 전  
 @음표님께서 작가님에게 13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음표  2일 전  
 천재님아니세요진짜진지하게물어봅니다

 답글 1
  손잎  2일 전  
 손잎님께서 작가님에게 3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손잎  2일 전  
 어 오타난 것 같은데... 작탈글..? 이 필력이 미쳐서 내 머리속을 뒹굴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글이 작탈글이라구요..?!?!! 너무 쵝오인데...? 이 글 읽고 나니 제 글이 너무 초라해 보여요.. 살앙한다구요♡♡

 답글 1

15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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