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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사랑방 손님 01 - W.풀내음
사랑방 손님 01 - W.풀내음






*본 작품은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글입니다.

사랑방 손님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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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집안이 어수선했다. 일본 유학을 갔던 작은 도련님이 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한껏 들뜬 안방마님이 집안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기 때문이다. 난 그 덕분에 새벽 꼭두 세시부터 마님의 지시를 따라 먼지가 소복이 쌓인 사랑채를 쓸고 닦았다. 빗자루질과 걸레질을 번갈아 하다 보면 어느새 방바닥에서 보기 좋은 광이 났고, 이를 조용히 지켜보던 마님은 올라간 광대를 손가락으로 짓누르며 ‘이제 그만 나와, 밥차려야지.’ 라고 하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이 대저택에서 일한 지 겨우 서너 달 밖에 되지 않은 나는 작은 도련님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뒤주방에서 만찬을 준비하던 다른 하인들 얘기를 들어보니,




“도련님 용모가 어찌나 훌륭한지 동네 여인들을 물론 건넛마을 여인들까지 도련님을 보러 저택 주변을 어슬렁거렸다니까?”

“또 성격은 어떻고. 이 집 사람들 답지 않게 인자하고 정이 많아서 우리 같은 하인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

“화술 솜씨도 기가 막혀서 일본 유학도 나라에서 보내줬다지 아마?”




제법 완벽한 류의 사람이겠거니 했다.

신시申時(오후 3시)쯤 되니 마님은 더욱 분주해졌다. 행여나 문밖에서 삐거덕 거리는 인력거 소리가 들리면 메마른 두 하인들에게 무거운 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게했다. 하지만 도련님은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마님은 초조한 듯 손톱을 물어뜯다 저의 옆에서 멍하니 하늘을 보던 내게 도련님이 오기 전 방을 한 번 더 닦으라고 닦달했다. 마음 같아선 ‘이미 파리들도 미끄러질 정도로 닦아놨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네, 마님.”





뭐 어쩔 수 있나,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원.

도련님이 묵으실 사랑채는 하인 열댓 명이 대자로 누워도 될 만큼 널찍하니 좋았다. 또 창은 어찌나 큰지 파란 하늘이 방안에 떡하니 걸려있는 듯했다. 마님의 눈치를 살피며 청소를 하느라 방 안속 작은 하늘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했다는 핑계로 잠시 청소를 멈추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문 밖엔 푸른 잎사귀들을 축 늘어뜨린 백 년산 소나무가 햇볕을 쬐고 있었고,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따뜻한 일광이 얼룩덜룩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내가 여기 방에 묵는 손님이면 좋으련만. 난 창가에 고개를 괴고 앉아 이를 조용히 바라보며 바람에 살랑거리는 내 머리칼을 정리했다. 어느새 기분 좋은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때였다,







“풍경 좋지.”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갤 돌려보니 서양식 고풍스러운 정장 차림의 남성네가 저의 윗옷을 방바닥에 내려놓으며 옅게 웃었다. 당황한 내가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이자, 혼내려던 게 아니니 그러지 말라고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고개를 살짝 올려 방문 앞 손님을 조용히 살폈다. 이 사람이 말로만 듣던 둘째 도련님인가. 손님은 두 손 가득한 짐을 방 한 쪽에 들여놓더니 문지방에 걸 터 앉았고, 곧 뭔가 재밌는 거라도 발견한 듯 샐쭉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굳이 내 방을 두고 사랑채에서 묵는지 알아?”





그게 의문이긴 했다. 도련님 방은 사랑채에서 왼쪽으로 돌면 바로 있다고 들었는데, 마님은 도련님방이 아닌 사랑채를 말끔히 정리 해놓으라고 당부하셨다. 원래 주인들은 말대꾸보다 네. 라는 단어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 그 이유는 묻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궁금하기는 했다.

내가 도련님의 물음에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이에 도련님은 한 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내 등 뒤 창문을 가리켰다.





“이 방이 풍경이 좋아.”





도련님도 내가 방금까지 즐겼던 자연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하긴, 이상하게 사랑채 창가로 보이는 풍경이 유난히 예쁘더라. 나는 그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웃어 보였다. 그러자 그는 양복 셔츠의 팔 부분을 위로 둘둘 말아 젖히더니 ‘너도 느꼈나 보구나.’ 라고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난 얼어붙었고, 그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랑채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바빴다.
난 어서 이 방을 떠나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청소 도구들을 챙겨 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도련님은,




“아, 생각해보니 소개를 안 했네.”

“...둘째 도련님이신 거 알아요.”

“아니, 너 말이야.”

“...네?”




“이름이 뭐야?”





진짜 별난 사람이네 싶었다. 콧대 높고 재수 없기로 유명한 김 씨 집안사람이 하인 이름을 궁금해하다니.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난 어물쩡거리다 겨우 입을 벌려, ‘ㅇㅇ… 이름은 ㅇㅇ예요.’ 라고 말했고, 이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방 청소 고마워 ㅇㅇ.’






내 손에 꽃 한 송이를 쥐여주곤 등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난 한참 동안 그가 준 꽃을 내려다 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조용히 사랑방의 문을 닫았다. 방을 나서자마자 부뚜막에서 청소는 이제 그만하고 저녁 준비를 도우라는 마님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에 난 얼른 꽃을 치마폭에 숨긴 뒤 발걸음을 옮겼다.





부뚜막으로 뛰어가는 내내 생각했다.





“사랑방에 이상한 손님이 들었네.”















“새로오신 둘째 도련님 만났다며, 어땠어?”




주방에 쭈구리고 앉아 오늘따라 유난히 기름기가 가득한 설거지거리를 뒤적이고 있자, 저 멀리서 커다란 솥을 들고 헐떡이던 연이가 물었다. 연이의 질문은 속이 훤했다. 둘째 도령이 정말 소문대로 잘났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난 연이의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김씨 피는 안 섞인 것 같더라.’ 라고 말하곤 그 많던 설거지거리를 조금씩 닦아나갔다. 연이는 이런 내 반응이 더 궁금하다는 듯 어느새 내 옆에 쭈구리고 앉아 팔을 부쳤다. 설거지를 도와주려나 보다 했다.




“피가 안 섞였다니?”

“글쎄. 근데, 내 이름을 묻더라.”

“네 이름을 왜. 설마 너 뭐 잘 못했니? 그 인간이 마님한테 이른데?”

“아니, 고맙다던데.”

“...미친 거 아니야?”

“말했잖아, 김 씨 피 안 섞인거 같다고.”




우리 동네에서 김 씨 가족은 유명하다. 동네 제일 부자인데다가 훌륭한 자제들이 득실거리는 집안이지만, 인성과 품위는 그 유명세만큼 녹록지 못하다는 평이 자자했다. 밑 사람은 사람 취급을 안 해주기 기본이고, 온갖 부패비리에 얽혀있다는 소문마저 돌아 동네 사람들은 김 씨 집안을 피하기 바빴다.

그런데, 이런 집안의 도련님이라는 자가 하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니. 이상할만했다. 연이는 내 말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설거지를 마무리했고, 난 그런 연이에게 다 닦은 그릇을 건네 받아 뒷정리를 했다.




“처음인 거 같네.”


저의 치마를 툴툴 털고 있던 연이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뭐가?”





다 닦은 그릇을 정리하던 내가 물었다. 그러자 연이는 씨익 웃어 보이더니,






“사람 취급받는 거.”

















오늘 할 일을 다 마치고 하인들 방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문득 아까 도련님께 받은 꽃이 생각이 나 치마폭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는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있던 꽃이 사라지고 없었다. 혹시 설거지하다가 흘렸나?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뒤를 돌던 참, 생각해보니 그 갓 꽃이 뭐라고 잠잘 시간까지 늦출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다시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왜 가지러 안가.”





누군가 뒤에서부터 내 어깨를 콕콕 찔러 뒤를 돌아보니, 아까보다 훨씬 편안한 복장의 둘째 도련님이 내가 잃어버렸던 꽃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어딘가 언짢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쪄있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다 피식 웃더니 내 오른쪽 귀 위에 꽃을 꽂아주었다. 은은한 꽃향기가 내 코를 자극했다. 도련님은 내 귀 위에 얹어진 흰색 꽃송이가 마음에 든다는 듯 저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한쪽 눈썹을 올렸다.






“그냥 꽃처럼 보이지.”





바람 부는 소리보다 내 심장 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지던 늦은 저녁, 저의 손길에 그 자리 그대로 얼어붙어 굳어있는 날 내려보던 그가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난 도련님의 질문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숨을 몰아내쉬었다. 그러자 도련님은 큼지막한 저의 손으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그냥 꽃 아니야.”

“...그럼요?”




도련님의 손은 어느새 내 귀 쪽을 향했다. 그는 내 귀 위에 얹힌 꽃을 지긋이 바라보며 코를 찡긋거린 후,




“내가 준거니까 선물이야.”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낙엽도 내가 주면 선물이고,


동네 모퉁이에 피어있는 그 흔한 꽃도 내가 주면 선물이야.”



“그러니까 잘 보관해.”








“앞으로 볼 때마다 검사한다?”






배시시 웃어 보였다.





.......................


안녕하세요, 작가명을 바꾼 후 첫 활동이네용...

너무 오랜만에 쓴 글이라 좀 서툴 수도 있지만!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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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민윤기진심녀  22시간 전  
 진짜 제가 이렇게 꽃이되어보고싶은적은처음에네요 완전 대박이에요♡♡♡

 답글 0
  김석진나라세워  2일 전  
 김석진나라세워님께서 작가님에게 3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김석진나라세워  2일 전  
 ㅁㅊ나 지금 개화기임..??? 오져요ㅠㅠㅠㅠㅠ

 김석진나라세워님께 댓글 로또 1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2일 전  
 기대할게요

 답글 0
  잘생긴게짱이야짜릿해  2일 전  
 미쳤다미쳤다 진ㅉㄱㆍ 글보는순간 거의 제옆에 김태형잇랑 여주있어요진쨔 완전대바

 잘생긴게짱이야짜릿해님께 댓글 로또 2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헤헤헤헤헤헤ㅔ헿  2일 전  
 기대 할께용 왜 댓이 없졈??
 암튼 기대 하께유!!!

 헤헤헤헤헤헤ㅔ헿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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