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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2. 반 년이 너무 길다 - W.새벽네시
02. 반 년이 너무 길다 - W.새벽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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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물고 총이나 잡아요, 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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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열이 받아도 한 순간의 선택 때문에 남은 평생을 머저리와 살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입꼬리 더 올려, 열렬히 사랑하는 것처럼`

`여기서 입꼬리를 어떻게 더 올리는데. 경련 와, 재수없는 놈아`

`알아, 그러라고 올리라는 거야`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는 듯 활짝 웃는 표정과 반대되게 서로에게만 들리게 속삭이는 내용은 퍽 살벌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우리는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양가 부모님 앞에 서있고, 여기서 들키면 모든 게 엎어지는 것을.










"둘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그럼요, 숨겨오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얼마나 됐나?"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온 질문에 나는 급하게 태형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다시 사르르 웃으며 대답했다. 태형은 마찬가지로 내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한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난 얼굴에 그런 표정이라니 여자 여럿 울렸을 법 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나에게 태형은 놈팡이 1일 뿐이었다. 재수없는 놈.











"한 넉 달? 됐어요"

"넉 달 전이면...그 때 한울 그룹 창립 10주년 기념 파티에서인가?"

"네 맞습니다"










타이밍 좋게 태형이 끼어들어 말을 거들었다. 사실 창립 기념 파티에서 태형과 말 한 마디 섞지 않았지만, 알 게 뭐야. 얼른 속아넘어가 달라는 마음으로 나는 한 술 더 떠 자연스레 태형의 팔에 팔짱을 꼈다.










`미간 안 피냐, 죽고 싶어?`

`미안, 그런데 좀 꺼져. 불쾌해서 연기가 안돼`

`참아, 싸가지 없는 자식아. 나도 불쾌해`












내가 팔짱을 끼자마자 조금씩 구겨지는 태형의 미간을 바라보던 나는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태형에게 속삭였다. 나더러 불쾌하니 꺼지라는 말을 속삭이는 태형도 달콤한 표정이었으니, 말이 들리지 않는 쪽에서는 우리가 달달한 사랑의 말이라도 주고받는 줄 알 것이다. 현실은 사랑의 말은 개뿔, 엿이나 주고 받는 사이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태형이 너도 약혼녀가 있고, 여주도 이번에 새로 약혼자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바로 그 것 때문입니다"










이 말을 기다렸다. 나는 잽싸게 대답하며 속으로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물론 어떻게 하면 더 유리하게 이 일을 끌고 갈까 하는 계산이었다.










"아무래도 저희 둘 다 대기업 자제다 보니...파장이 클까 염려되어 숨기고 있었는데, 제가 결혼을 한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게 되어서요...이건 아닌 것 같아 말씀을 드려요"

"저런...마침 여주와 태형이 둘 다 비슷한 그룹 아이들이니 여주와 태형이를 맺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지만 약혼은 전부 어쩌구요?"

"약혼이야 깨면 되지요. 솔직히 서로 약혼 상대가 그룹 수준보다 조금 떨어지기는 하잖아요? 급에 맞는 그룹이니 저희야 좋지요"










일부러 속눈썹을 팔랑이며 마치 줄리엣처럼 안타까운 세기의 로맨스를 연기했더니 옆에서 태형이 다정한 목소리로 역겹다고 속삭였다. 닥치라고 예쁜 미소를 지으며 되받아쳐준 뒤 나는 그 연기가 먹혔음에 기뻐했다. 그룹의 급이니 어쩌니 하는 소리에는 좀 정이 떨어졌지만 결혼 시켜주겠다니 입 다물고 있었다.

조용히 있었더니 저들끼리 하하호호 웃으며 상대그룹을 칭찬하기를 한참, 어울리지도 않는 가식적인 겸손 떨기를 한참, 슬슬 지루해졌을 무렵 다시 우리의 결혼이 화두에 올랐다. 결혼 날짜를 당장 잡는 파격적인 행보에 뒷목을 잡고 싶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러려니 했다.









"그럼 다음 달은 어떨까요?"

"좋네요, 그럼 결혼 준비는 지금부터 서두를까요?"

"사돈댁, 잘 부탁드립니다?"

"아휴, 벌써부터 사돈댁은요"










결혼하는 건 우린데 자신들이 난리가 났다. 좋아죽는 모습을 보니 그냥 서로 결혼하지 그랬나 싶었다. 내 벌레 씹은 표정을 본 태형이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표정 펴. 꼭 벌레 씹은 것 같잖아`

`실제로 씹었는데 어쩌라고`

`구라치지 말고 미간 펴`









옆에서 표정이 조금이라도 구겨지려는 틈이 보이면 귀신같이 표정을 피라고 속삭이는 태형 덕에 정말 입꼬리에 경련이 올 지경이었다. 실제로도 내 입꼬리는 떨리고 있었다. 짜증나서 아무 말이나 뱉었더니 구라치지 말란다. 말하는 꼬라지 봐라.










"그럼 다음 달에 뵐게요, 사돈댁"

"네, 다음 달에 뵈어요"











입꼬리 경련으로 죽는 게 아닐까 싶을 즈음에야 만담이 끝났다. 조금이라도 더 머물렀다간 정말 입꼬리가 이대로 굳어서 안 내려올 것 같은 느낌에 대충 핑계를 대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는데 태형이 나를 붙잡았다. 저 악마새끼. 입 아픈 거 뻔히 알면서 대화를 요청하는데, 대화고 나발이고 저 반반한 낯짝 한 대 후리고 싶은 걸 보는 눈 때문에 참았다.











"무슨 일인데"

"별 일 없어"

"XX, 지금 장난해?"

"지금도 니 입꼬리 못 내려오는 게 너무 웃겨"










남의 고통을 보며 실실 쪼개는 저 사이코 자식을 내버려두고 나는 그냥 방으로 올라와 버렸다. 어차피 딱히 용건도 없는 듯 했고 더 대화가 길어져봤자 손해면 손해였지 이득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태형이 내 방으로 찾아올 것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봐도 그가 날 찾아올 이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너 나 좋아하냐?"

"무슨 그런 미친 소리를"

"그럼 꺼져"

"왜 그래, 자기야"











진심으로 역겹다는 듯 표정을 구기고 팔을 쓸어내리자 태형이 더욱 능글거렸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고 엿먹이려 일부러 그러는게 분명했다. 나는 니도 엿이나 먹어보라는 심정으로 애교를 부렸다. 사실 그 때는 김태형을 엿먹이고 싶다는 마음에 눈에 아무것도 뵈이지 않았다.












"우웅 자기야, 여주 방에서 빨리 안 나가며는 모가지와 몸통이 분리되는 수가 있떠?"










천천히 썩어들어가는 태형의 표정을 지켜보던 나도 같이 데미지를 입었다. 아 XX, 현타...내가 얘 하나 심기 긁어보겠다고 애교나 부리는 상황에 심각한 자괴감이 왔다. 그래도 태형 또한 만만찮게 데미지를 입었는지 순순히 방 밖으로 쫓겨났다. 쫓아내고 보니 더더욱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내가 이 나이 먹고 쟤랑 저렇게 유치하게 싸워야겠냐? 진짜 유치해"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알고 있었다. 유치하다고 짜증을 부리는 중에도 태형을 엿 먹일 생각을 하는 내가 가장 유치하다는 것을 말이다. 태형만 만나면 다섯 살 배기 애가 된 느낌에, 골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 많은 유치한 짓이 기다리고 있을 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아...나 애들 보러 가야하는데"












나는 태형의 생각을 관두고 잠궈둔 책상 서랍을 신경질적으로 열어젖혔다. 그 반동에 새카만 권총이 책상 서랍 끝까지 밀려나왔다. 익숙하게 권총을 쥔 나는 달빛에 이리저리 총을 비춰보다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드디어 알아냈네, V조직의 보스."











***












나는 그 날 결국 조직으로 찾아가지 못했다. 끝났나 싶었던 혼담이 세세한 날짜와 세부사항을 조율하느라 밤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나도 태형도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탓에 눈은 거뭇했다.










"아...피곤해"

"안타깝지만 그런 말은 속으로 하지. 누구는 이제 주무시겠지만 나는 애들 관리하러 가야하는 몸이라서"










찌뿌둥한 몸에 기지개를 켜며 작게 중얼거린 혼잣말에 태형이 곧장 대답해왔다. 쟤는 날 엿 먹이려고 사는건지 혼잣말 한 마디에도 득달같이 달려든다. 나는 대충 미간을 구기고 무시했다. 왠지 지는 것 같아 짜증났지만 별달리 할 말도 없었다. 그는 내가 집으로 향하는 줄로만 알고 있어야하니까.











"예 좋으시겠네요. 저도 좋아요."

"미친거야?"












흔치 않은 존댓말에 태형이 미간을 살풋 구겼다. 아무리 빈정대는 말투였다지만 말을 놓은 뒤 처음 듣는 존댓말이라 그런 듯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말을 맺었다.










"그 반반한 낯짝을 후려갈기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플러스로 생긋 웃어주자 태형은 대놓고 얼굴을 구겼다. 아주 인정사정없이 찌푸리는 꼴이 꽤나 통쾌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태형은 짜증스런 표정을 짓더니 반격을 시도했다.











"여주야"

"돌은 놈"

"너 봐서 기분 너무 좋다"










이번에는 내 얼굴이 삽시간에 구겨졌다. 불가항력이었다.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정말 토 나왔다. 품 안에 항상 갖고 다니던 권총을 꺼내 들이밀 뻔 했으나 지금 나는 일반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간신히 참아냈다.









"너 엿 먹일 생각에 기분 너무 좋아"

"난 그냥 너랑 얼굴 보는 게 싫은데"

"피차일반이니까 6개월은 버텨"











이어진 말에 조금 평온을 되찾은 나는 진심을 담아 대꾸했다. 짓씹듯 내뱉은 태형의 말에 나는 다시 권총을 몰래 만지작거리며 대꾸했다.










"저기 사람있다. 웃어 멍청아"











동시에 표정이 풀리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장면은 스스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6개월이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ㅠㅜ예쁜 댓글 한 마디와 평점 부탁드립니다!! 항상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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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하련솔°  5일 전  
 하련솔°님께서 작가님에게 2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초코에초코퐁당  5일 전  
 이대로 잘되면 배틀부부 각이죠ㅋㅋㅋㅋ
 달콤살벌 글 잘 읽고가요♡

 초코에초코퐁당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우이먐  7일 전  
 와 뭔데... 여주 너무 좋아ㅠ

 답글 0
  박치미captive_0312  9일 전  
 어우 살벌해....

 박치미captive_0312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하늘하을  9일 전  
 아 진짴ㅋㅋ 달콤한 표정으로 살벌한 말을 한데..ㅋㅋㅋ 상상했어여

 답글 0
  ACE79  10일 전  
 프롤로그부터 정주행했어요

 ACE79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설연화*  10일 전  
 ....ㅇ.....와아................

 설연화*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엔젤로링  12일 전  
 엔젤로링님께서 작가님에게 3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엔젤로링  12일 전  
 저번에 작가님이 프롤에서 누가 총을 들고있는 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셨을 때 알아봤어야 해... 여주언니도
 조직이라니요..!((아 이랬 아니면.. 아 설마ㅎ)

 엔젤로링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포도그  12일 전  
 아니 ㅋㅋㅋㅋㅋㅋ

 답글 1

25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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