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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0. 과대표와 복학생 - W.세상을누비는고래
00. 과대표와 복학생 - W.세상을누비는고래


00. 과대표와 복학생














“자, 우리 신입생들과 복학생들을 위하여!”
“위하여!”


짧게 떨어지는 잔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돌림노래처럼 울려 퍼졌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학교 앞 주점에는 저들 말고도 다른 과 학생들도 옹기종기 모여앉아 저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신입생들의 틈바구니 속에 끼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술을 마시고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던 남준이 웃으며 그녀가 있는 테이블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테이블 한가운데로 쏠리는 시선에 아무 말도 않고 있던 그녀의 고개가 슬쩍 들렸다.



“신입생? 못 보던 사람인데.”
“이번 학기에 복학하는데요.”
“아아, 나랑 타이밍이 안 맞았구나.”


주변에서 잔 떨어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틈바구니 속에 끼어있었지만 아무 말을 하지 않던 탓에 당연히 신입생이라 생각하고는 자연스레 말을 놓았던 주변 학생들의 표정이 슬슬 창백해져갔다. 그런 표정을 힐끔 바라보던 남준이 바람 빠지듯 웃어 보이다가 그녀의 옆에 있던 학생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장난스레 내뱉는 말에 술자리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쩐대? 선배님한테 밉보였네?”


아무렇지 않은 척 농담을 내뱉고는 일어나서 또 다른 테이블로 가 웃음을 던지고, 또 다른 테이블로 옮겨가 제 이야기를 하고 반복되는 술자리가 서너 시간이 가고 남은 사람들은 이미 만취가 되어 제 몸 하나도 가누지를 못하는 동기와 후배들뿐이었다. 이불을 개듯이 하나하나 같은 동네의 사람들로 포개어서는 택시에 태운 뒤 조금은 정리된 술자리에 남준은 뒤를 돌아 그곳을 둘러보았다. 말도 없이 신입생의 틈바구니 속에서 있던 그녀가 살짝 떠올랐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까만 눈동자. 슬쩍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모습이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얼굴이었다. 과대표가 되었다는 명목하에 여기저기 테이블에 끌려다니고 이야기를 하느라 제대로 이야기도 못한 채로 다른 곳으로 갔다는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조금 더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못 물어봤었네.”












“아, 하필 교양이 미스 나서.”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강의실로 들어가던 여주가 작게 투덜거렸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이미 아는 친구들은 졸업을 했거나, 남자 동기들은 군대에 있거나, 최악인 경우는 취업전선에 휘말려 얼굴조차 보기 힘들 정도였다. 휴학을 하고 알바인생을 살다가 시기를 잘못 잡아 복학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홀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이 좋고 나쁜 과목인지 알 수가 없어 수강신청 당일까지도 한참을 고민을 했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를 않았다. 지지리도 운이 없었던 걸까. 수강신청 당일, 고민고민하며 선택했던 과목을 마우스 클릭 한 번 잘못하는 바람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과목을 선택해버린 여주의 표정이 모니터 앞에서 썩어간 것은 말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여주가 한숨을 작게 쉬며 강의실 문을 열었다. 다행히 수업이 시작되기 조금은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에 앉을까 두리번거리며 고민하던 여주가 한쪽 구석에 한자리 책상에 앉아 가방을 던져 올려놓았다. 그리고 털썩 앉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한 학기를 아는 사람도 없이 어떻게 살아가나 싶었다. 아는 사람을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인생이 왜 이런지, 그냥 조용히 살아가되 허전하지 않게 살 수는 없나.



“휴.”
“젊은 애가 무슨 그런 한숨을 쉬어? 주름 늘어난다.”
“네?”
“너 우리 과 맞지? 경영.”
“아,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더라.”
“오여주요.”


사람 좋게 웃으며 들어오는 남준의 옆에 신입생 여학생들과 남학생이 옹기종이 모여 붙었다. 제 이름만 던져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남준과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껌딱지 마냥 붙어있는 제 후배들은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남준의 옆에 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그에 비위를 맞춰 웃어주는 남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눈은 웃고 있었지만 입이 웃고 있지 않은 게 확실하게 보였다. 왜 저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거지. 힘들 때는 힘들다, 귀찮을 때는 귀찮다고 말해도 될 텐데.


제 앞에 앉은 남준과 후배들을 바라보던 여주가 한쪽 턱을 괴고는 곰곰 생각에 빠졌다. 마주쳐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그저 좋은 인상, 지나친 장난에도 찌푸림 없이 가볍게 넘어가는 마인드, 말이 많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뱉는 말에 뼈가 있고 적당한 경중이 있는, 누구나 보면 좋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곳에서 알 수가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여주는 책상에 펜만 톡톡 쳐내며 뒤에서 남준을 바라보았다.


속을 모르겠네.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그저 1년 동안 과 하나를 끌어갈 사람일 뿐인걸.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일이 많아지고, 그 많아지는 일에서 와해가 일어나기 때문에 사건이 터진다고 생각되는 게 여주의 생각이었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쉽사리 손을 뻗을 수도, 뻗을 용기도 나질 않았다. 손을 뻗는다고 해도 그것이 받아들여질지 의문이었고, 아직은 손을 뻗지 않아도 제 스스로 저 혼자 생활하기 충분한 여건이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위로했다.


이리저리 휩싸이며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 들어가 괜하게 뒷덜미 잡혀 머리 아픈 꼴을 당하지 않는 게 훨씬 나아. 그저 잠시만 조용히 지내면 될 것을 굳이 사람을 필요로, 그것도 과대표라는 사람에게 손을 뻗을 필요는 없지.


여주는 강의실 앞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교수를 바라보다가, 남준의 뒤통수와 제 후배들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작게 되새겼다.



















작년 겨울에 개인공간에서 연재했었던 글입니다.
문제적 사무메이트를 열심히 쓰고 있기는 한데
요즘 바빠서 글쓸 시간이 많이 없어요.
연재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이 글도 함께 올려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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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JHH101  7일 전  
 정주행

 JHH101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윤기으니  7일 전  
 작가님 짱이요
 너무 잼있어요
 즐감하고 갑니다

 윤기으니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윤빱빱  8일 전  
 전부터 작가님 글은 진짜...♥︎

 윤빱빱님께 댓글 로또 1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냄뚜냄뚜  8일 전  
 또 레전드 찍을것 같아요ㅠ

 냄뚜냄뚜님께 댓글 로또 1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홍당퐁당  8일 전  
 작가님 글은 정말...최고에요ㅠ 항상 첫 문장 시작부터 묘하게 빠져든다니까요*^^*

 홍당퐁당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레몬1000  8일 전  
 벌써 너무 좋습니다..

 레몬1000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천상월_화  9일 전  
 작가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이 글도 열심히 챙겨보겠습니다...♡

 답글 0
  보오옴넬  9일 전  
 오오오옷 기대하겠숩니다

 보오옴넬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꾹꾹이  9일 전  
 기대되여!!

 답글 0
  @음표  9일 전  
 재밌어요엉엉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음표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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