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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100D][김석진] 시골떼기 청춘 부부 이별 이야기 - W.한음
[100D][김석진] 시골떼기 청춘 부부 이별 이야기 - W.한음






시골떼기 청춘 부부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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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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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석진은 사람 지키는 경찰이렷다. 만날 오묘-한 표정에 반반하게도 생겼으니 얼씨구, 저 놈 저거 테레비에 나오는 배우겠거니,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서울 가서 좋은 대학에서 지딴엔 엄청난 끼 부리고 졸업했으며는 고대로 서울 경찰 해서 폼 나게 살 것이지 뭐하러 요딴 촌에 와가서는 동네 경찰 한답시고 나서니 고 동네 할매들은 펄쩍 뛰고 난리 났지. 어떤 이는 워매야, 나 사는 데 드뎌 인물 훤한 청년 하나 오는 구마이, 하며 춤 추기 바빴거니. 또 어떤 이는 아이구, 저 놈 저래선 언제 장가 갈라니, 하며 탄식하기 바빴어. 실은 고 할매들의 걱정이 사실인 게, 그 청년이 촌에 할매들도 다 알아, 알아, 할만큼 삐까뻔쩍한 경찰대학에 갔다 왔다더라, 이 말이야. 고럼 그리 잘난 서울에서 돈 벌어 먹고 만날 입 헤- 벌리고는 웃으며 살았어야제. 이래 궁핍하게 못난 삶 살거면 청년아-. 나 같은 사람 사는 덴 왜 왔냐, 이거야. 근데 고 이유가 다 여기 있드라.

스무 해 조금 넘게 된 옛날이었던 게, 기업 사장이란 사람이 참신한 계집한테 장가가서는 그 계집 닮은 고운 계집을 하나 낳았더란다. 그 집에서 왼쪽으로 쭈욱- 가다 오른쪽 모퉁이를 획- 돌며는 커다란 저택이 하나 보이는 게, 고 집에서 계집 태어나기 두 해 전에 아들내미가 새로 태어났다더라. 그게 이번에 온 경찰 청년이라지 뭐냐. 하도 오래된 일이라 동네 할매들은 기억도 안 나더래. 그래도 스무 해 전 두 애들은 기억하는가? 고 부잣집 둘 째 아들내미가, 사장네 외동 딸내미를 그리도 좋아하던 게 젊었던 할매들 눈에 훤히 보였다는 게, 이번에 온 청년이 그 아들내미랑 어찌나 닮았던지 얼마 전에 고향에 들어온 이장네 딸내미를 부추겨 고 청년을 만나게 했어. 청년은 남자답고 아직 청년보다 쬐끔 어린 계집은 여자다운 것이, 둘 다 서울에 오래 살아서 말도 통하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 그 전에 둘이서 처음 마주보던 눈빛은··· 어휴. 지켜보던 할매들이 다 설레더라니까. 물론 옆에서 고개 돌리던 할배는 신경도 안 썼지.

껍데기만 경찰같이 차리고는 고 계집만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옆에 할배 오토바이 지나가는데 청년이 계집을 감싸주더라. 계집도 첨에는 내키지 않았는디, 고새를 못 참고 둘이 사랑이란 곳에 풍덩! 빠져버렸지 뭐냐. 둘이서 알콩달콩하니 한 몸처럼 만날 붙어 댕기다가 옆집 할매 지나가면 모르는 사람처럼 헛기침만 하기 일쑤였다지. 두 사람 얼-마나 쿵짝이 잘 맞던지, 무슨 드라마 보는 것 같았다니께. 청년도 촌구석에 들어와 경찰 하고, 계집도 바다 건너 살다가 지 눈에 익은 할매들 보러 왔다니까, 아주 그냥 둘이서 평생 같이 살 것만 같았어.




"저,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이 동네 파출소에서 근무하게 된 김석진이라고 합니다."

"칫, 저 건장한 사내 놈 얼굴 하나 기억 못할까 봐. 내가 니 아빠랑 엄마 아들 하는 사이였어라. 알어?"

"할머니, 저도 기억하시죠? 저 여주예요. 김여주. 쩌어기 검은색 문, 대저택 하나 있었잖아요,"

"에잉, 몰라! 시방 내가 나이 팔십을 넘게 처 먹고 반반한 계집애나 기억하다 죽어야 허냐."




그러니 어떤 할매는 괜스레 질투만 할 뿐이었지. 그렇지 않아도 이십 년 전부터 도련님, 아가씨, 하고 불리면서 잘 사는 집에 살았던 것이 꽤 아니꼽게 여겨졌었는디, 고것들이 커서 하필이면 이 동네 다시 돌아와가지고는 주름 하나 없는 손 마주잡고 지들 입술 물고 빨고 아주 그냥 지랄을 한다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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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한 고 계집이 왠일로 혼자서 뭘 그리도 열심히 하고 있길래 옆에 앉아서 파리 잡던 할매가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니, 계집이 그걸 또 눈치채곤 청년이랑 곧 있음 결혼한다고, 한 이불 덮고 살 집을 알아본다더라. 계집은 서울이란 곳에 그리도 가고 싶어 했건만, 고 청년이 어-찌나 반대하던지. 쯧쯧. 청년이 계집이랑 좋은 도시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고 동네 할매들 유일한 소원이었단다. 이젠 다 늙어 빠져서는 뭐 더 바랄 게 있겠냐는 둥, 청년을 떠밀기 바빴어.

안 갈 겁니다. 전 절대로 안 가요. 뭐시기 단호박도 아니고 딴딴하면서도 고 부드러운 말투가 할매들을 몽땅 다 홀려버렸지 뭐냐. 계집도 말도 못할 만큼 착해빠져서는 이젠 스무 해도 더 넘어 낡아 부서져버릴 것만 같은 그 커다란 집에서 살겠다더라. 솔직히-, 아주 소올직히 말해서는, 할매들도 잘생긴 청년 하나 오래 본다고 좋아했지 뭐냐. 증말로 못 말려, 고집쟁이 이기주의 할매들.




"석진 씨, 우리 이사는 언제 할까요?"



"음, 조만간 하지 뭐. 서둘러서 나쁠 거 없으니까. 빨리 우리 여주랑 한 집에서 자고, 한 집에서 깨고 싶다."

"푸흐, 나도요."




에잇, 퉤. 결혼할 사이에 석진 씨, 지랄하고는.

고 할매의 혼잣말을 들은 다른 할매들이 시방 이 년이 미쳤냐며 할매를 나무랐어. 뭐, 쫴끔 오글거리긴 하지만서도 그거시 어쩔 수 없는 거라. 지네들도 다, 청춘 땐 꿀 먹은 병아리, 아니, 벙어리 마냥 헤실대며 영감 쫓아다녔으니. 저짝 청년이 나이 먹고 허리 굽으며는 지들 영감이랑 똑같이 몹쓸 사람 될 것을 훤히 알면서도, 일일드라마 보는 것 마냥 새파랗게 어린 청춘 녀석들 구경하는 걸 참 좋아했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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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고 구석진 촌이라 밤만 되면 벌레 소리밖에 안 들리던 그 골목에서 글쎄 말이다, 새로 고친 고 큰 집에 은은하니 촛불 같은 게 켜져 있더래. 할매들이 신식 기계를 서로 귀에 갖다대고 말하면서는 고 새로운 부부보다도 훨씬 더 좋아하더라, 신혼 첫 날 밤이 저런 거라며 집 안 쩌렁쩌렁 울리게 난리를 쳤다고. 진짜 그 둘이 엄청 사랑하긴 사랑하는가 보는 게, 자기들 할배는 이제 손가락 하나 안 잡아 주드라는 거야. 허벌나게 부러웠지, 고 할매들. 간만에 베개 대고 주먹질 좀 했을 거야.

계집은 청년을 변함없이 사랑했고, 청년은 매일 변할 정도로 계집을 훨씬 더 사랑했으니. 청년이 진정한 사랑꾼이렸다, 하고 생각한 놈들 많을 것이야. 만날 사랑하는 김여주, 사랑하는 김석진, 해대는 새내기 부부였으니. 고러며는 그대로 몇십 년이고 쭈욱- 사랑하고 사랑하면 될 것이었어. 그런데 큰 일이 하나 터졌지.

사랑도 넘쳐서 터지면 안 되는 거라.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사람의 욕심이, 사람의 욕구가, 그것이 촌도 아니고 나라도 아니고 요 세상에서 제일로 위험한 것인 걸 새내기 부부가 백 날 천 날 봐도 맞아들게 보여주더라. 둘은, 그저 계집처럼 변함만 없이 좋아해 주면 평생이 행복할 것이었어. 허나 청년은, 그 청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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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개가 촌에 찜찜하게 내리더라. 비가 내릴 것이면 퍼붓거나, 내리지 않을 것이면 화창할 것이지 는개는 왜 땡깡을 부리냐, 는개는. 하필이면 그날이렸다. 는개보다 훨씬 더 답답했던 일 년 부부의 울화통이.

그 동네에만 적어도 삼십 년은 산 할매들 촉이 유난히 나빴었어. 왜 글쎄, 굉장히 드문 예감이, 그러니까 좋지 못한 예감이 마구 치솟았다니께? 그것이 자기네들 일은 아닐 것 같으면서도 동네 하늘이 쩍쩍 갈라지고 무너져서 육체가 아니라면 사람의 감정 같은 것을 송두리째 흔들어 뒤집어 놓을 것 같은, 그런 예감.

역시나, 전설의 용보다도 더 용한 고 시골 할매들 촉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어라. 할매들, 할배들이 주구장창 마을회관 장판 바닥에 드러누워 아침드라마 신명나게 감상하고 있던 도중에, 희미하게 어떤 남녀가 목청을 높이는 소리가 들리는 거라. 근데 그것이 촌 동네 사투리도 아니고, 늙고 쇠한 목소리도 아닌 게 누가 들어도 그 청년이랑 계집애 목소리였지. 만날 두 녀석 질투하며 온갖 욕을 해대던 할매가 그 소리가 문득 궁금하여 회관 뒷문으로 조심스레 나가보니까, 글쎄,




"그러니까 지금 석진 씨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거 아니예요...!!"

"조용히 해, 어르신들 다 듣잖아...!"

"지금 그게 중요해요? 아무리 아버님 사업이 망했어도 그렇지, 우리 집 돈을 뜯어먹을 생각으로 나한테 접근한 거라고?"

"여주야, 오해라니까!"

"오해? 오해?! 허, 참나. 김석진 너 처음부터 미심쩍었어. 맨날 석진 씨, 석진 씨, 하고 고분고분하게 대해주니까 내가 만만하지? 어? 내가 그렇게 순진한 여자인 줄 알아? 재벌 집 딸이 멍청한 청년 하나에 홀려서 외딴 시골까지 따라와 발목 잡혔다는 소문 내니까 어때, 기분 좋아?"

"만만하다니, 기분이 좋냐니! 나 너 사랑해서 결혼한 거야. 네가 재벌 집 딸이든 말든 그딴 거 알기도 전부터 너 좋아했고, 진심으로 사랑했어. 알잖아!"




우렁찬 목소리를 들은 할매는 깜짝 놀라 회관 벽면에 몸을 숨겼더래. 몇 마디 듣지도 않았는데 상황이 너무나도 잘 이해되니 퍽이나 끔찍했겠지. 할매가 두 손 두 발 다 떨면서 차마 떡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순간 계집의 한마디가 할매의 귀에 고대로 꽂혀버리더래.




"우리 그만해요."

"여주야."

"시간을 좀 가지자는 말이에요. 석진 씨한테 이렇게 실망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네가 생각하는 거 다 오해야. 내가 다 설명해줄게."

"당장은 무슨 말을 듣든 비겁한 변명으로밖에 안 들려요."



"김여주,"

"당분간 나한테 연락하지 마요. 안 그러면 결혼이고 뭐고 다 깨트려버릴 테니까."




할매는 개미 기어다니는 벽 꼭 붙잡고 고개를 다시 빼꼼 내밀었어라. 또 한 번 놀란 것이 고 계집애 눈가가 시뻘-개져가지고는 닭똥 같은 눈물을 막 흘리는 것 같다더라, 야. 계집이 먼저 청년을 떠나고, 청년은 잠깐 주춤하더니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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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그렇게 쳐먹고도 새내기 부부 막장드라마가 그렇게 궁금했던 건지 고집스런 할매는 조심스레 청년과 계집을 쫓아가보기도 했다지 뭐라냐. 얼마 전부터 둘이서 회관에 잘 들어오지도 않구 토 나오게 애정 묻은 말들이 들리지도 않으니 할매들 입이 또 바빠지기 시작혔지. 수군수군, 수군수군.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놈들이 이혼을 했다나 하는 이상한 소리도 돌고, 둘이서 다시 저짝 서울로 내빼버렸다는 둥 근거 없는 말들이 전해지기도 했어라. 고 동네 할매들, 진짜 허벌나게 무서워.

그 소문을 듣기라도 했는지 어느 날 갑자기 파출소 밖으로 청년이 걸어나오더래. 두 명의 할매가 지나가다 한 명이 고 초췌한 꼴을 보고선 이게 웬일이냐- 하며 절뚝절뚝 뛰어가서는 힘들게 캔 고구마 한 바구니를 청년의 품에 안겨주면서 말하더라.




"하이고! 우리 총각, 고생혀. 요것이 금방 캔 고구마인디, 쪄가지구 뜨시게 잡수면 아주 그냥 기가 막힐 것이여."

"아, 예. 감사해요."

"그나저나, 고 예쁘장한 계집은 어디갔다냐? 요새 통 보이질 않는구먼."




계집이란 한마디에 총각의 얼굴이 보기 좋게 문드러졌어라. 할매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지 뭐라냐. 옆에 서 있던 할매가 괜시리 눈치를 힐끔힐끔 보는디, 고 총각이 한숨을 푹- 쉬더니 말하더라.




"헤어졌어요."

"......"

"그 아이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할매들의 입이 떡 벌어졌어. 총각의 눈시울이 핏덩이처럼 벌개져 있었거든.





"난 진짜 사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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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낡아빠져서 고 다리 하나가 툭- 하고 부러졌어라. 할매가 엉덩방아를 씨게 찧었는디, 눈에 눈물이 찔끔 나는 게 보였더란다. 재수가 없어도 없지, 하늘도 며칠 째 우중충한데 의자 다리가 부러지는 게 웬 말이냐. 그래서 할매는 예상했지.

아아, 오늘이 우리 촌 동네 올해 들어 가장 재수없는 날이겠구마잉.

그리고 그 예감은 딱 맞아떨어졌어. 왜 고 대저택 있잖어, 그 앞에 트럭 몇 대가 줄줄이 들어오더니, 웬 아저씨들이 집에서 짐들을 모조리 챙겨가지고 그 위에 싣더래. 할매가 고 아저씨들 노동하면서 내뱉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저짝 놈들은 이사 온 지 얼마 됐다고 다시 불러쌓냐. 지들 사랑싸움 드라마에 이삿짐 센타는 까메오냐?"

"어유, 참어. 그래두 시방 돈 받고 하는 일 아녀! 난 오늘 저녁 딸 애 고기 사줄려니까 신나 죽겠구만."




누가 들어도 총각과 계집 얘기 아니더냐. 할매는 그 말에 깜짝 놀라 얼른 고 집 앞으로 뛰어갔는디, 대문 뒤에서 희미하게 대화 소리가 들리구, 조그맣게 두 사람 얼굴도 보이는 것 같았더란다. 총각 어깨는 축 쳐져있었고, 계집 표정은 당돌했어. 서로 먹은 마음이 달랐는가 보지.




"이 집은 팔기로 했어요."

"... 잘했어.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

"......"

"...... 그래."




시방 저 새끼들 아예 연을 확 끊어버리는구마잉. 할매가 평소에 남의 인생엔 요만큼도 관심 없구 될대로 되라지 식으로다가 살았는디, 이번 일에는 얼마나 속이 터지고 답답하던지 한숨을 씨게 내쉬면서 방방 뛰더라니께. 아니 긍께, 총각은 진짜루 사랑했던 거라면 오해를 풀려고 죽어라 매달려야지, 왜 찌질하게 계집이 하라는 거 다 해주고 지랄이냐고. 다시는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니까 그래? 그래? 엿이나 처먹어라. 에잇, 퉤. 할매는 그렇게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퍼붓다가 도망가버렸어라. 총각은 오랜만에 경찰복 말구 흰색의 반팔티를 입고 있었는디, 할매 눈에는 그게 더 처절하게 보여서.




"서울로... 가는 거야?"

"그래야죠. 원래 있던 곳인데."

"......"

"석진 씨는 여기서 계속 일하겠네요?"

"......"

"... 아, 내 알 바가 아닌가."




총각은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오랫동안 정적이 이어지자 계집은 그만 총각을 지나쳐 가버리고 말았지. 벌써 짐을 다 싫어버린 것이라. 계집이 밖으로 나와서 번쩍번쩍한 자동차 뒷 문을 열었어. 그리고 타려는데, 갑자기 계집의 귀에 한 목소리가 들리지 뭐냐.




"김여주!"

"......"




계집이 얼기라도 한 것처럼 뚝 멈췄어라.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까는 총각이 눈에 눈물을 매단 채로 거칠게 숨을 쉬면서 서 있더래.





"좋아했어."

"......"

"정말 많이 좋아했어. 물론 지금도 좋아해."

"......"

"그러니까 지금 나 버리고 가도 아무 말 안 할게. 대신에,"

"......"

"잘 살아. 나 보란 듯이 잘 살아. 나보다 믿을만한 남자 만나서, 평생 싸우지도 않고 오해하지도 않고, 애도 최소한 둘 이상은 낳아서 행복하게 살아."

"......"

"안 그러면 나, 진짜 너 찾아가기라도 할 거니까 알아서 해."




총각은 계집에게서 등을 돌려 빠르게 걸어갔어. 계집은 고 총각이 멀리멀리 걸어 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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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샌다, 김 새. 파출소 소장이 총각의 이야기를 모두 듣더니 그게 끝이냐면서 호통을 쳤다지 뭐라냐. 의자에 떡하니 앉아서는 책상에 두 발 올리곤 담배나 뻑뻑 피워대면서 말이여. 아, 그래두 오해하지는 말랑께. 고 파출소장이 인성같은 게 글러먹은 놈은 아니거든.




"소장님."

"으응."

"저 파출소 옮길 수 있어요?"

"니 온지 얼마 안 됐잖어. 어떻게 옮겨."

"그럼 저 그냥 그만 둘까 봐요."

"뭐, 뭐? 시방 뭐라 혔냐? 설마 고 계집에 때문에? 키야, 이 미련한 새끼. 너 남자가 그래서는 되겄냐? 응?"




총각은 고개를 푹 숙였어라. 고 동네에, 아니, 고 시골떼기에 처박혀 있는 것만으로두 스멀스멀 피어올라오는 계집 생각 때문에 미쳐버리겄는디, 시방 어렵게 따 낸 공무원을 그만 둔다? 소장은 저 놈 저거 진짜루 미친 거 아녀? 하면서 소리를 빽빽 질러댔지.




"계집애는 서울로 갔다냐?"

"... 네."

"정말루 잘 산대?"

"연락 같은 거 안 해요. 다시는 안 보기로 했거든요."

"그러면 너는, 고 계집이 잘 살구 있을 것 같냐?"




총각은 소장의 물음에 적잖이 당황했어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덜랑. 지가 없는 곳에서, 서울이라는 복잡하고 대가리 터질 도시 한복판에서, 시방 그 계집은 지 없이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거란다. 그게 총각이 애써 도출해 낸 결론이란다. 총각이 쪼그라드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하는데, 소장 놈 어떻게 화가 안 나겠냐는 말이여.




"어휴, 이 답답한 새끼!"




소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 아예 문 열고 나가버리려는지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문 손잡이를 잡더니만, 다시 뒤돌아서 총각한테 소리치더라.




"그 년도 멍청한 것이여! 계집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디! 그리고 너는 고 계집을 얼마나 사랑하는디! 헤어지긴 뭘 헤어져! 엿이나 처먹어라!"




그때 총각은 고 동네 사람들이 엿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거라. 입에 담배를 물고 유유히 사라져가는 소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계집이 지를 아직도 사랑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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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좀도둑이 고 촌떼기에 들이닥친 날이 있었어라. 워낙에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지라 총각은 계집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았지. 밤 늦게까지 계속해서 전화가 울리는 바람에, 파출소 사람들 전부 미쳐 돌아버릴 뻔했다니께?

그리고 진짜루 일이 하나 터진 건 그날이었어. 파출소장이 이상한 신고 전화를 받았는디, 진짜루 심상치가 않은 것이 이십 년 경찰 촉으론 고 좀도둑이 확실했다나. 전화기를 툭, 소리나게 내려놓은 소장이 텅 빈 눈동자로 총각을 마주보면서 말했어라.




"출동이여."




따까리들도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걸 눈치챘는지 서둘러 출동 준비를 하기 바빴어. 워낙에 전과가 쎈 놈이라, 평화로운 촌 동네 경찰들은 하나같이 겁을 먹었다지. 경찰차가 요란한 소리를 울리면서 출발했어. 정말루 오랜만에 현장에 나가는 것이었어라.

신고를 받고 달려간 곳은 허름한 주택이었는디, 창문이 온통 깨져있고 불 하나 켜져있지 않았더란다. 경찰들이 온 집안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엉망진창이 된 집안과 벌벌 떨고 있는 피해자 말고, 범인은 코빼기도 안 보이더래. 경찰들은 겉으로는 아쉬워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참 다행이라구 생각했지. 고 도둑놈이 총이라도 들고 있으면 어떡할랑가.




"도둑 새끼 고거 멀리 못 갔을 거라. 응? 김석진 너는 나 따라오구, 나머지는 피해자 모시구 들어가."

"소장님, 막내만 데리고 갑니까? 안 위험하겄어요?"

"막내가 니보다 나아, 짜식아. 김석진 너, 겁 먹거나 뭐 그러진 않았지?"

"전 괜찮습니다."




소장이 총각만 데리고 도둑놈 더 찾아본다구 하니까 옆에 멀뚱멀뚱 서 있던 경찰이 마구 걱정하더래. 하지만 총각이 다른 경찰들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구, 이미 달아났을 좀도둑, 그날 안에 찾기는 사실 글렀거든. 소장도 별 걱정 안 했던 거지. 총각도 별 개의치 않았구.

피해자가 경찰차에 올라타고 차는 출발했어. 그리고 소장은 다시 주택 안으로 들어갔어라. 혹시나 찾지 못한 구석이라두 있을까 봐. 총각도 따라서 들어가려는데, 골목 저편에서 이상한 기척이 느껴지는 것이여. 총각이 모자를 고쳐쓰면서 자세히 보는데, 왠지 안 가 보면 후회할 것 같았어. 발이 저절로 막 움직이는데, 마치 누군가 골목 모퉁이를 돌면 범인이 나올 거라고 말이라도 해 주는 것 같았어.  총각은 소장두 없이, 아무도 없이 혼자서 골목을 막 걸었어라. 점점 깊게 들어가니까 가로등 빛도 없어지구 온통 깜깜했지. 총각은 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췄어. 혹시나 도둑놈이 있을까봐서 말이여.

그리고 모퉁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는디, 딱! 온통 검은색 옷을 입은 도둑놈이 숨어있던 거라. 총각이랑 눈이 마주친 도둑놈은 죽어라 내달렸지. 물론 총각도 놓치려고 하지 않았구. 이미 주택이랑은 멀어져서 소장을 부르지도 못했어. 무전기를 쓰려면 발이 느려질 것 같았구. 총각두 그냥 무작정 도둑놈을 쫓았어. 그런데, 총각의 뇌리에 문득 한 기억이 스치더라. 고 도둑놈 전과기록을 보니까, 뭐라고 적혀있었더라... 아, 살인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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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커피향이 코를 찔러서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어라. 계집은 그걸 참고 꾸역꾸역 커피를 목구멍으로 넘겼어. 맞은편에 아버지가 앉아있었거든.




"작별인사는 어땠니."

"......"

"말을 안 할 생각인 거냐."




계집은 그런 분위기가 죽어도 싫었어라. 아버지가 총각에 대해서 얘기할 때 느껴지는 기분 나쁜 기류 말이여. 그래두 개길 수는 없는 거니께 계집은 끝까지 참았어라. 입을 꾹 다물고 말이지.




"아무래도 네가 아무나 만나게 두면 안 될 것 같구나."

"....."

"정략결혼, 곧 진행하자."

"아빠...!"




계집이 깜짝 놀라 소리쳤어. 사실 계집은 원래부터 정략결혼이 계획되어 있었는디, 운명처럼 총각을 만나서 어쩔 수 없이 보류해뒀었거든. 계집은 고 정략결혼 상대를 죽어라 싫어했어. 사람이 워낙에 건방지고 싸가지가 없는 것이 말 한 마디도 붙이기 싫었거덜랑.




"안 돼요. 그 사람은 정말 안 돼요...!"

"난 분명 기회를 줬다. 스스로 그 기회를 날린 건 너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빠는 몰라요!"

"사람 하나 집에 데리고 사는 게 대수니? 네가 그 친구와 결혼만 해 준다면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백 년이라도 보장돼 있어."

"그 백 년을 위해서 꼭 저를 이용하셔야만 하겠어요?"

"뭐?"




결국 계집은 제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리고야 말았어. 정략결혼, 그딴 거 정말 죽어도 안 하겠다는 거지. 아버지는 계집을 호되게 꾸짖었단다. 한껏 마음에 상처를 입은 계집은 제 방으로 들어가버렸어. 지가 생각해도 지 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막 나는데, 생각나는 건 한 사람밖에 없었더란다.




`좋아했어.`

`......`

`정말 많이 좋아했어. 물론 지금도 좋아해.`

`......`

`그러니까 지금 나 버리고 가도 아무 말 안 할게. 대신에,`

`......`

`잘 살아. 나 보란 듯이 잘 사랑. 나보다 믿을만한 남자 만나서, 평생 싸우지도 않고 오해하지도 않고, 애도 최소한 둘 이상은 낳아서 행복하게 살아.`

`......`

`안 그러면 나, 진짜 너 찾아가기라도 할 거니까 알아서 해.`





계집은 잘 못 살고 있잖냐. 그래서 계집은 바랐지. 차라리 찾아와라, 이 나쁜 놈아. 대놓고 좋아한다고 소리쳐 놓고 그렇게 숨어버리기냐. 찾아오라고. 차라리 내 눈 앞에 나타나라고, 이 자식아. 계집은 속으로 그렇게 외쳤어.




"... 보고싶어요."




석진 씨. 고 잘난 김석진 씨가 갑자기 그렇게 보고싶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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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될 대로 되라지. 총각이 도둑놈이랑 거리가 부쩍 가까워져서 손을 뻗었는디,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았어. 달리다 보니 막다른 골목이 나왔고, 도둑놈은 기회를 엿봤어.




"아!"




좀도둑 놈이 재빠르게 다른 모퉁이를 돌길래, 총각도 아무 생각 없이 모퉁이를 돌았는디, 도둑놈이 쥐새끼처럼 숨어있다가 총각을 덮쳤어. 총각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입을 떡 벌렸어.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칼이었어라. 고 나쁜 도둑 새끼가 총각을 칼로 찌른 것이었어. 총각이 다리에 힘이 풀려서 무릎이 꿇리니까 도둑놈은 칼을 빼어들고 다시 냅다 도망쳤어. 총각은 피가 철철 흐르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흙 묻은 담벼락에 기댔어. 볼 위로 눈물이 툭 떨어졌는디, 그것이 아파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님,




"보고싶어..."




그런 와중에도 남은 거지같은 미련 때문이었을까. 총각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어.

총각이 겨우 눈을 떠 보니까 허름한 시골 병원이었더란다. 할매들이 저마다 과일 바구니를 들고 총각의 침대에  빙 둘러 앉아있고, 소장이랑 경찰들은 그런 할매들을 내보내기 바빴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지 뭐라냐. 총각은 아마 그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났을 거야.




"어? 눈 뜬 것이여? 김석진, 시방 진짜 눈 뜬 거 맞어? 대답을 좀 해 봐라. 내 말 들리냐?"

"아이구, 소장님. 그만하셔유. 겨우 눈만 뜬 것 아니어유, 대답을 어떻게 할랍니까."





시끄러워. 총각이 속으로 고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이상한 호흡기가 코랑 입을 덮고 있어서 꽤나 답답했다지.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총각의 눈동자에 고대로 꽂혔어. 너무 눈부시니까, 눈물이 나더래. 정말루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난 거였더란다. 나, 칼 맞고 기절했다 깨어났대. 옆구리가 너무 답답하고 아릿해. 숨을 한 번 들이쉴 때마다 찌릿찌릿해. 나 너무 아파, 여주야. 차라리 그 칼이 심장에 꽂혀서,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 게 더 나았을까. 혹시나 너를 다시 볼 기회조차 지워지는 게, 그게 더 나았을까.

... 네가 정말 보고 싶다.




"조용히 해, 건방진 자식아. 야, 김석진, 내 손 보이냐? 이거 몇 개여? 잉? 이거 손가락 몇 개냐구!"




점차 소장의 목소리가 총각의 귀에 다시 꽃히기 시작했다지. 그때 총각은 허, 하고 옅은 헛웃음을 내뱉으면서 다시 눈을 감았어라. 몸이 굉장히 나른해졌대.














_
게걸스러운 자세로 피어나는 갈대의 몸부림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작년 겨울에서부터 최선을 다한 끝에 가을이라는 계절이 찾아옴에서야 비로소 완전히 자라난 갈대는 조그만 바람에도 이리 휘고 저리 휘었다. 그러나 저들의 고생이 헛수고였나, 싶을 겨를도 없이 공기의 흐름에 맞춰 하늘하늘거리는 갈대는 말이 없었다. 나의 삶은 역시 불쌍한가. 갈대는 생각했다.

하지만 오며가며 우연히 갈대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말했다. 와, 저 갈대 정말 예쁘다. 그리고 얼핏 그 사람들의 말을 들은 갈대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끝없는 자신의 수고가 남들의 눈에는 한없는 아름다움으로 보였던 건가. 결국엔 다 의미가 있었던 것인가. 신기하네.

그런 속마음을 뒤따르는 건 허탈한 웃음소리 뿐이었다.



세 개의 계절이 지났다. 가을도 점점 저물어가는 중이었다. 일렁이는 갈대밭 위로 다시 한 번 눈송이가 떨어질 것 같았다. 그때처럼, 그들이 사랑했던 계절처럼. 살면서 가장 춥고 가장 따뜻했던, 그러나 결국에는 회색빛으로 물들어버렸던 그때처럼.

저벅. 저벅. 검은 신발이 모래같은 돌바닥 위를 지긋이 눌렀다. 석진은 가운데에 노란 독수리가 새겨진 모자를 더욱 눌러썼다. 주변이 굉장히 고요했다. 시골 구석이 사람들의 소리로 북적일 리가 없었다. 몇 걸음 걷지 않아 파출소 손잡이가 손에 닿았다. 그대로 밀고 들어가니 입가에 온통 짜장면 소스를 묻힌 파출소장의 모습이 보였다. 소장이 석진을 보고는 가볍게 인사를 했다.




"으응, 석진이 왔냐잉. 이제 잔소리 그만혀라. 봐 봐. 이거 보이냐? 잉? 나 담배 버린다? 나 끊는다구!"





석진이 소장의 모습을 보더니 피식, 하고 웃었다. 매번 그러시면서. 석진이 퇴원을 하고 소장은 자신이 석진의 아버지라도 되는 것처럼 살면서 석진에게 안 좋은 본보기가 될 것들은 모두 그만두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담배였고, 서랍 속에 숨겨둔 담배 한 움큼을 손에 쥐고 쓰레기통 위에서 망설였다. 그걸 과감하게 버린 날 소장의 모습은 참 볼만했다. 석진은 그런 소장의 모습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벌써 세 계절이 지났다. 석진이 옆구리에 칼을 맞고 퇴원을 한 지. 석진은 옆구리가 아려올 때마다 미치도록 보고 싶던 한 사람을 끝끝내 보지 못했다. 촌 구석에서 서울까지 사람이 칼 맞았다는 소문이 퍼질 리가 없었다. 석진은 씁쓸한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제 그녀와는 정말로 끝인가 보다.

석진은 이따금씩 여주를 생각했다.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허무하게 끝나버린 사랑이어서, 그래서 포기하기로 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단 한 번도 그녀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약속했고, 그래서 정말로 보지 않기로 했는데 가끔 괜한 희망을 품는다던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던가. 석진은 제 자신이 정말 바보같이 느껴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럴 수 없는 현실이야. 백 번의 되새김은 무의미했다. 천 번이라도 마찬가지였다.

파출소장은 밤을 새워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닌 끝에 좀도둑을 잡을 수 있었다. 도둑이 잡힌 이후로 거짓말처럼 파출소의 전화기는 조용했다. 다시 시골 구석의 평화로움을 되찾은 것이다. 덕분에 석진은 파출소에 복귀한 이후로도 거의 아무 일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창 밖으로 벚꽃이 피면 그녀를 생각했고, 장맛비가 세차게 쏟아지면 그녀를 생각했고, 낙엽 하나가 소리없이 바닥에 내려앉으면 그녀를 생각하며 지낼 뿐이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잊을 수 없었다. 강렬했던 사랑은 쉽사리 석진의 마음을 떠나지 못했다. 앞으로 몇 번이고 다른 계절들을 지나보내도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석진은 슬펐다.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조차 없어서 슬펐다.




"아, 그나저나, 고 계집은 어떻다냐? 요새는 통 소식이 없네."

"누구요?"

"왜, 그 계집아이 있잖어. 시원하게 차버렸다가 너 칼 맞으니까 미련탱이처럼 달려온."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낙엽이 스르르 떨어지고 갈대가 조용히 흔들리는 걸 구경하다 문득 여주가 생각이 난 소장이 아무 생각 없이 석진에게 말을 건네자 석진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장을 바라보았다. 그 즈음, 석진이 좀도둑에게 칼을 맞았다는 소식은 시골의 할머니들의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결국 여주와 가깝게 지내던 몇몇이 여주에게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석진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을 때 여주는 소식을 접해버렸으며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 들려 온 진짜 사랑의 부상 소식은 그토록 충격적일 수가 없었다. 여주는 곧장 다시 그 조그만 시골 구석으로 향했다.

초췌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는 석진을 내려다보며 여주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울었다.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도착했는지도 까맣게 잊은 채로 그저 눈앞에 있는 석진을 바라보면서 서럽게도 울었다. 바로 옆에 서 있는 파출소장이나 다른 경찰들은 신경도 쓸 수 없었다. 자신이 석진을 떠나기 전 석진이 제게 해 준 말들이 떠올랐다. 그의 사랑이 진심이었고 제가 들은 소문이 거짓일 수도 있었는데 자신은 그 사랑을 믿지 못하고 무작정 떠나기만 했다. 이 사람이 끝까지 제게 진심이었던 걸 수도 있었는데 자신이 먼저 선을 그어버렸다. 눈을 뜨지 못하는 석진의 앞에서 여주는 미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 한꺼번에 닥쳐옴을 느꼈다. 몰랐는데 자신은 석진을 사랑했다.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사랑하고 있어요. 나도 사랑해요.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우리는 왜 멀어져야만 할까요.`




그날 여주가 석진에게 울면서 하던 말이라고 소장은 말했다. 석진은 그걸 왜 이제서야 말해주냐며 소리를 쳤지만 소장은 한숨만 내쉬었다. 여주가 제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절대로 석진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와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본인이 답답해서라나.




`나를 잊어요, 석진 씨. 내가 석진 씨를 떠난 죄로 나 혼자 석진 씨를 기억하며 살게요. 그리고 석진 씨한테 영원히 미안해하면서, 또 영원히 석진 씨를 사랑하면서 마음엔 두지도 않고 있는 남자랑 외롭게 살게요. 하루하루를 석진 씨로 가득 채우면서, 나 정말 고통스럽게 살게요.`

`......`

`잘 있어요. 석진 씨는 행복하기를 바랄게요.`




그러고 그냥 나가버렸다고 했다. 석진은 너무 어이가 없는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쌍방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음을 여주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석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잊지 못했다. 그러지 못했다. 되려 제가 하루하루를 여주로 가득 채우면서 고통스럽게 살았다. 여주의 말대로 행복하게 살지 못했다. 그것이 화가 나기 보단 미안했다. 여주가 제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지키지 못해서.




"... 아니야, 아닐 거야. 여주가 나를 다시 사랑했을 리가 없어요. 난 여주한테 항상 나쁜 사람이기만 했어요. 난 항상 부족한 사람이기만 했어요."




결국 석진과 여주는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어리석게, 바보같이 저들이 다 잘못한 것으로 여겼다. 이렇게 늦은 때에서야 후회해도, 소용이 있을까.




"어유,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갑자기 옆에서 눈치를 보던 석진의 동료 경찰이 출입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은 석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형체가 눈 앞에 서 있었다.





"......"

"......"




영원히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꿈인 줄 알았다. 꿈인 것만 같았다.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석진은 보았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




안녕하세용, 음입니다!

후하.. 또 오랜만에 돌아오는 것 같은데ㅠㅠ

벌써 이곳에서 활동한지 100일이 되었네요!

심각하게 저퀄이지만 한 번 써보앗읍니다..ㅋㅋㅋㅋ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데 항상 제게 와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요ㅠㅠ

항상 부족하지만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작가 생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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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어거슽으디  6일 전  
 으헉 어떡해요ㅠㅠ 베ㅔ일 축하그립니당ㅇ!

 어거슽으디님께 댓글 로또 1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뾰로롱°  9일 전  
 악 너무 재밌어요ㅠㅜ 100일 축하드려요 ~

 °뾰로롱°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므꼬  9일 전  
 100일 축하드려요!

 므꼬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하쿠야  9일 전  
 헉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

 하쿠야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애옹이가내심장을강타함  9일 전  
 애옹이가내심장을강타함님께서 작가님에게 3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애옹이가내심장을강타함  9일 전  
 늦게와서 죄송하고 100일 진짜 로 축하드려요!! 작가님 백일에 함께해서 기쁜마음♡♡

 답글 1
  애옹이가내심장을강타함  9일 전  
 심각하게 고퀑이에요!!♡♡♡ㅠㅠㅠ

 답글 0
  애옹이가내심장을강타함  9일 전  
 아니 잠시만여 작가님 이게 얼마만이에여ㅠㅠㅠㅠㅠ 드디어 방빙에 들어올 이유가 생ㅇ김.... 진짜 저 이거 보면서 울었잖어요 약간 썰?아닌 썰 형식으로 진행되는거도 좋고 막 옥지로 해피엔딩 아닌거뎌 좋고

 애옹이가내심장을강타함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이청  9일 전  
 이청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ksh4552910  9일 전  
 글 잘봤습니다

 ksh4552910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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