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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민윤기 빙의글] 정략결혼자와의 하룻밤 01 - W.해랑길
[민윤기 빙의글] 정략결혼자와의 하룻밤 01 - W.해랑길







정략결혼자와의 하룻밤



W. 해랑길

*트리거워닝: 욕설이 포함돼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01






나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받았다. 대한민국의 제일 가는 기업이라는 일성 그룹의 하나뿐인 귀한 장녀였으며, 오랜 부부 생활 동안 아이를 보지 못했던 부모님께서는 산부인과에서 난임이라는 판정을 받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시험관 아기로 어렵게 얻은 나에 대해 애정이 각별하셨다.




내가 태어난 것은 신문의 1면에 실렸으며, 내가 일성 그룹의 장녀로서 각종 모임에 참석을 할 때마다 기자들의 입맛에 맞는 소재거리는 단연 나였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일성 그룹을 물려받을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나를 자주 공식 석상에 데려가시곤 했다.




나의 모든 것은 곧 국민들의 궁금증이 되었고, 나는 후에 있을 그룹의 회장 자리를 자리 매김 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경영수업을 듣고 학문에 매진했다. 부모님께서는 서민들의 삶을 알아야 그룹의 회장직도 이어나갈 수 있다고 판단 하셨기 때문에 나는 초등고를 모두 평범한 학군에서 지냈다.




분명 어렸을 적부터 부족함 없이 성장해왔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성인이 되어 갈수록 나는 형식적인 겉치레를 멀리했으며 소박하고 검소하게 생활 하는 것을 좋아했다. 부모님께서도 이런 나는 보고 지지해주셨다. 굳이 내가 가진 것을 자랑하는 것 보다는 또래의 여고생들과 함께 연예인 이야기를 하거나 새로 나온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나는 더 좋았다.




그리고 12년 동안 공부했던 모든 것이 결실을 맞는 수능 시험 날에도 나는 긴장하는 것 없이 평소처럼 덤덤하게 수능을 봤던 것이 기억난다. 시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정문에서 기사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으면 곧장 울음을 터트리며 부모님의 품에 안기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항상 일로 바쁘신 부모님에 언제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품에 안겨봤는지 되새김질 해봤다. 딱 그 정도로 나의 인생은 외로웠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 입시 결과가 나왔을 때 나는 부모님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유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20살이 되고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을 때 나는 이제야 숨이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고생한 것을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끝났구나.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대학생이 되고, 신입생 뒤풀이를 거치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내 삶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졸업 후 미국으로 경영 대학원에 진학할 것을 말씀하시던 부모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만을 졸업하겠다고 말했다. 졸업을 하고 일성 그룹을 물려받는다면 과연 나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길까. 답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가끔 부모님이 그리울 만큼 외로웠던 나의 유년 시절을 돌이켜 보면 타국에서 홀로 대학원 생활을 지낼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아도 도무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 항상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것에 대해 고민해 보아도 내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분명 나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언제든 가질 수 있는 돈이 차고 넘쳤다. 그건 바로 다른 사람들이 그리 입에 침이 마르도록 부럽다고 말한 요소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에게는 마음 한 구석이 빈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숨이 막힌지는 아주 오래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대학 합격서를 받아 들고 신입생 환영회를 다녀온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내 머리에는 학사모가 씌워져 있었고 손에는 졸업장이 쥐어져 있었다. 단상 밑에서 대표자의 연설을 맡게 돼 기다리던 와중에도 잡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그런 나에게 동기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너는 졸업하면 진로가 정해져 있어 부럽다. 그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들이 말하는데 틀린 점은 없었다. 나는 졸업을 하면 곧장 일성 그룹에 입사하여 일반 사원들과는 다르게 고속 승진을 하고, 곧 아버지의 밑인 부회장직을 맡을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어쩐지 나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원래 재벌이 이렇게 외로운 것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조금 있으면 나에게도 내 정략결혼의 상대가 정해질텐데. 이대로 일성 그룹을 이어 받고 정략결혼 상대와 결혼을 하면 내 삶은 행복할까? 과연 인생에 돈이 전부일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다녔지만 나는 어떤 삶을 원하던 뒤로 물러나기에는 이미 지날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




“여주양, 연설하러 올라갈게요.”

“아, 네.”




홀로 망상에 빠져있으면 곧 졸업식 관계자 분께서 단상으로 올라가라고 하신다. 스포트라이트가 나를 비추고 단상 위에서 나는 목을 가다듬고 일주일 전부터 연습했던 졸업식 축사를 외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학우 여러분…”




그렇게 무사히 졸업식이 끝나고 부모님께서는 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으셔서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동기들을 보며 벤치에 앉아 있으면, 별안간 나와 친분이 있는 지은이가 내 옆에 앉아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야, 너 졸업사진 완전 잘 나왔어. 대박.” “에이 뭘 그렇게까지.” “나도 너처럼 좀 웃는 상이었으면 좋겠다.” 내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던 지은이는 곧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 일성 그룹 지원했는데 떨어졌더라.” “그래?” 나를 장난스레 흘겨보던 지은이는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지지배야 좀 웃어라. 그냥 해본 말이야. 우리 공주님께서 왜 이리 기분이 안 좋으실까? 졸업사진에서는 빵긋빵긋 잘만 웃었으면서.” “나 원래 그런 거 잘 하는 거 알잖아.”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지은이는 내게 넌지시 제안을 한다. “오늘 밤에 클럽이라도 가보는 거 어때? 저번에 말한 곳인데 부잣집 자제들이 그렇게 많이 오고 물이 완전 죽인대.” 클럽? 클럽이라는 얘기에 놀란 듯 몸을 움찔하자 지은이는 이런 내가 재밌다는 듯 말했다. “아이고~ 그런 데 한번 안 가봐서 되겠냐. 가서 춤도 좀 추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술이나 좀 마시다 오자. 입뺀 하면 안 되니까 노출 있는 옷 좀 입고. 내가 이따 코디해줄게. 너 학교에서도 경영 수업 듣고 집에서도 따로 경영 수업 듣는 거 누가 모를 줄 아냐. 스트레스 받을 거 아니야. 하루 정도는 괜찮지.”




그렇게 나를 꼬시는 지은이를 보며 곤란한 웃음을 내 보이면 이따 우리 집에 와서 코디하는 것을 도와준단다. 나에게 서글서글하게 잘 대해주는 아이라 평소 가깝게 지내는데 항상 힘들어 하는 나를 유심히 보다 자기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해줘서 고마웠다. “알겠어.” 우리가 떠드는 동안 하나둘씩 집에 가려는 동기들을 보며 나도 집에 갈 채비를 해 정문을 나섰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기사 아저씨의 차를 타고 가지 않는데,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검소하게 지내는 것이 더 좋아 몇 년 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중이다.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지하철을 기다리면 아까 지은이가 말했던 것이 떠오른다.




클럽을 가본 적은 없지만 나와 같은 재벌들이 자주 들리는 클럽이라면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속히 말하는 원나잇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데, 나는 그런 행위가 소름끼치게 싫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항상 지은이가 나를 꼬셔 데려가려고 하지만 어쩐지 매일 거절하던 일인데 오늘은 구미가 당긴다. 평소 경영 수업을 듣고 사교회에 참석하는 것이 꽤 스트레스가 됐는지 오늘은 탈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탈선이라고 해봤자 그냥 경험이지 뭐.”




물론 클럽에 가서 내 또래 남자아이들과 원나잇을 할 생각 따위는 없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고 노는지 궁금할 뿐. 술을 잘 마시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흔히들 말하는 술을 못하는 사람 축에 속한다. 소주 반병만 마셔도 머리가 띵할뿐더러 그렇게 시끄러운 장소에서 술을 마시자니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궁금한 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의 정신을 깨우듯이 바깥을 보니 깜깜한 어둠이 내려 앉은지 오래된 모양이었다. 혼자 사는데 넓은 집은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얻은 15평짜리 자취방을 둘러보면 아까 어떤 옷을 입고 갈지 정하느라 여기저기 정리되지 않은 옷들이 난잡했다. 띵동. 가벼운 초인증 소리에 지은이가 벌써 왔나 시계를 보면 자정을 가리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둘러 문을 열어주면 나를 장난스럽게 쳐다보는 지은이가 앞에 서있었다. 지은이는 안으로 들어오며 한가득 들고 온 짐을 자리에 풀기 시작했다.




“내가 엄선한 옷이야. 오늘 하루 특별히 빌려준다.”

“뭘 이렇게까지 해.”




그러자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며 자고로 물이 좋은 클럽은 입장이 얼마나 힘든데. 다 모든 여자가 헐벗는다고 들여보내주는 것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기대하시라.”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옷인지 천쪼가리인지 헷갈리는 옷을 내게 던져준다. “고급지게 헐벗는 느낌으로 가자.” “고급지게 헐벗는 건 또 뭐야.” “일단 입고 나와.”




어찌저찌 지은이가 던져 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니 어색한 표정을 한 내가 서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때도 종아리 까지 온 치마를 입고 다녀 월남치마라고 놀림을 받은 게 전부였는데 이런 파격적인 옷을 입자니 도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나는 괜히 허벅지 절반도 안 오는 스커트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지은이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완벽하다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평소에도 이러고 좀 다니지. 그랬으면 남자가 줄을 섰을텐데.” 나랑 안 어울린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고 올랐지만 지은이의 표정을 보니 차마 말할 수 없어 억지로 집어 삼켰다. “일로 와. 화장도 시켜줄게.” 지은이는 자신의 파우치를 꺼내 내 얼굴에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 화장을 하는 날은 사교회나 공식석상이 있을 때만 연하게 할 뿐이지 이렇게 화려한 화장은 처음이었다. “자, 다 됐다. 거울 봐봐.”




한참 동안 내 얼굴을 지은이에게 맡기고 있자 완성 됐다는 말과 함께 거울을 바라보았다. 파인 옷을 입은 채 글리터로 화려한 화장을 보니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보니 지은이는 이정도면 됐다며 자신도 준비를 하곤 집을 나섰다.




“근데 꼭 가야 하나.”

“야, 모르는 소리 마. 여기가 요즘 제일 핫하다는 클럽인데 진짜 죽인대.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지은이는 말이 필요 없다며 내 등쌀을 밀었고 우리는 가드의 입장 점검을 통과한 후 클럽으로 들어서자 엄청난 소리의 음악이 고막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내 심장이 비트에 맞춰 쿵쿵 거렸다. 여기저기 화려한 조명들이 가득하고 나처럼 잔뜩 꾸미고 온 남녀가 가득했다.




지은이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가장자리에 있는 바로 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여기서 나 노는 거 보고 좀 배워.” 그렇게 지은이는 내 근처에 있는 무리로 섞여들어가 춤을 추러 갔다. 혼자 남겨진 나는 자꾸만 내 몸에 딱 붙어 올라가는 치맛자락을 끌어 내렸고 어색하게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바의 한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신기했고 여기저기 둘러보던 나를 본 바텐더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술 한잔 하시겠어요?”

“아… 네. 추천 해주시겠어요?”






“여긴 이게 제일 맛있어요.”




내 앞에 펼쳐진 메뉴판에 어떤 남자의 손가락이 들어오며 말을 걸었다. 고개를 올려 그를 쳐다보면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과 맞닿았다. 살짝 놀라 그 시선을 계속 마주하고 있으면 그는 아주 매혹적인 웃음을 지었다. 아, 웃는 게 저렇게 예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남자는 곧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몇 살이에요?”

“24살이요."

“어리네요. 클럽은 처음이죠?”

“그걸 어떻게…?”

“얼굴에 처음이라고 다 써져 있어요.”




남자는 뭐가 그리 웃긴지 쿡쿡 웃으며 말했다. 괜히 얼굴을 매만지자 남자는 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 죄송해요. 뭔가 되게 순수하셔서 웃음이 나네요.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아니에요, 그러실 수도 있죠.”




남자는 그런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손에 든 잔을 살짝 흔들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글라스 잔 안에 든 와인이 조명을 받아 투명하게 빛났다. 레드 와인이 조명에 비치니 아주 매혹적인 색깔을 자아냈다.




“와인을 잘 아시나봐요.”

“좀 아는 편이에요. 평소에 자주 즐겨 마시거든요.”




남자의 손은 여전히 와인 잔을 살살 흔들고 있었다. 그는 내게 흥미가 있는지 낮게 가라앉은 흑색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클럽이라면 무작정 스킨쉽을 하며 다가오는 남자들만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라는 듯 그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쩌면 재미있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든 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낯선 곳에 왔던 터라 긴장했던 몸이 천천히 풀리고 얼굴에는 편안한 미소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도 내가 미소짓는 것을 봤는지 더욱 기분 좋은 웃음을 내비쳤다.







“웃는 게 참 예쁘네요. 이름이 뭐예요?”

“…김여주요.”

“반가워요. 전 민윤기라고 해요.”




그는 손에 든 와인 잔을 들어 한 입에 털어 넣더니 와인을 이리저리 혀로 굴리며 와인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바텐더가 내게 그가 추천해준 와인을 건넸다. 그는 그런 나를 보며 어서 마시라는 듯 손짓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와인 잔의 밑부분을 잡고 가볍게 흔든 다음 마시기 전에 코를 잔에 가까이 대고 향을 음미했다. 손에 닿는 와인 잔이 시원한 것이 레드와인을 마시기에 가장 좋은 온도 같았다. 그리고 한 모금을 마신 후 입 안에 굴려 맛을 느꼈다. 이런 내 모습을 본 그가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




“와인 마시는 방법을 잘 아시네요. 보통 다른 분들은 무턱대고 입에 머금던데.”

“술을 잘 하진 못하지만 와인은 디저트로 자주 마셔서요.”




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에게 넌지시 질문을 했다.




“혼자 오셨어요? 처음 오신 거면 일행이 있으실 거 같은데.”

“친구랑 같이 왔어요. 근데 친구는 춤추러 가고 저만 혼자 여기 있네요. 윤기씨는 혼자 오셨어요?”

“네. 머리가 아플 때는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와인 한잔 하면 참 좋거든요. 잡생각도 다 떨쳐버릴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요.”




물론 나는 클럽이 처음이지만 그의 말이 단번에 이해가 됐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바에서 혼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와인을 한잔 하니 확실히 잡생각을 떨쳐내기에는 제격이었다.




“어때요, 처음이신데 마음에 드세요?”

“네. 생각보다 괜찮네요. 윤기씨 말대로 저도 잡생각을 떨치고 싶어서 온 입장이라.”




그러자 그는 의외라는 듯 눈이 커진다. 아마 어린 내가 무엇이 그리 고민이어서 왔는지 되묻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냥, 뭐… 이런 저런 일들이 복잡해서 머리가 좀 아프네요.”




대충 얼버무리는 내 모습을 보며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다시 보아도 그의 미소는 참 예뻤다. 그의 미소에 홀린 듯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 무슨 일이냐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씩 웃어 보인다. 내가 웃을 때도 과연 그처럼 아름답게 보일까. 찰나의 질문이었지만 쓸데 없다는 듯 고개를 도리질 치며 떨쳐냈다.




조금씩 와인을 머금으며 마시니 벌써 잔이 거의 비었다. 그의 추천대로 이 와인은 맛이 참 좋았다.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니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쉬워 보이는데. 다른 거 추천해줄까요? 오랜만에 흥미로운 사람을 만나니까 기분이 좋네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그가 띄운 웃음을 따라 나도 기분이 좋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러자 그의 흑색 눈동자가 다시 한 번 빛난다. 마치 맹수의 눈빛처럼 보이는 그는 어딘가 좀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으로 그런 점이 나의 구미를 당겼다. 다른 남자와는 다른 모습에 호기심 마저 생기기도 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그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몇 잔의 와인을 더 마셨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가만히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라 너무 총기 넘치고 아름다워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와인을 마시는 것을 멈추고 취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면 그도 얼굴을 낮춰 나와 시선을 같이 했다. 많이 취했는지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내가 웃고 있었다. 처음 보았던 그 기분 좋은 웃음을 걸치고 있는 그를 보면, 어느 새 제법 빠르게 마신 와인 탓에 몸에 힘이 풀리고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는 내게 다가와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것이 내가 가진 기억의 마지막이었다. 그의 입모양이 뭐라고 말한건지 궁금했다. 그의 입모양을 천천히 따라 해보았다. 조…, 조금… ㅈ… 자도‥?




조금 자도 돼요.




조금 자도 돼요? 조금 자도 된다고? 그가 말한 내용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거짓말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조금 자도 된다니?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자 하얀 천장이 나를 반긴다. 그와 동시에 시야 가득 햇빛이 들어찬다. 아침인가?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눈알을 여기저기 돌려보면 나는 어떤 새하얀 방 안에 누워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불안함이 나를 덮쳤다. 설마… 말도 안 된다는 듯 내 옆자리를 바라보면 어제 본 그가 맨몸으로 내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놀란 마음에 내 쪽의 이불을 걷어보면 나 역시 나체로 누워있었다. 머릿속에서 빨간불이 울리기 시작했다. 급히 탁자 위에 있는 핸드폰을 켜보면 지은이에게서 거의 10통 가까이 전화가 왔던 것이 눈에 띄었다.




씨발. 망했다. 바닥을 바라보며 찢기다시피 벗겨진 내 와이셔츠와 나뒹구는 미니스커트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다시 그를 바라보면 세상 온순하게 잠을 청하고 있는 그 잘난 얼굴이 보였다. 그의 얼굴을 보니 어젯밤 내가 저지른 살색 가득한 야한 행동들이 드문드문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일단, 깨지 전에 도망치자. 그가 깨지 않게 씻지도 않은 상태로 천천히 옷을 주워 입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자 침대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어요?”




그 목소리에 경직이 된 나는 냅다 소리를 지르며 힐을 신고 그대로 밖으로 내달렸다. 좆됐다.




그대로 나온 상태로 내 소지품을 잘 챙겼나 확인했다. 가방도 잘 가져왔고, 핸드폰도 잘 챙겼고.




정신 없는 그 와중에도 나는 내 물건들을 살뜰히 챙겨 나왔다. 참으로 안심이 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미친. 그러니까 와인을 뭐 그렇게 많이 마셔서 이 사달을 만드는지. 멍청한 나를 자책하려 손으로 머리를 때리면 언제 또 그가 옷을 입고 나와 나를 붙잡을지 몰라 일단 급하게 택시를 잡아 내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은이에게 미안하다고 카톡을 하니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냐며 한탄을 다 들어줬다. 미안해, 지은아. 내가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어.




집으로 급하게 도착하자 어제 클럽을 가기 위해 어질렀던 옷들이 나를 반길 뿐이었다.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마침 엄마로부터 전화가 온다. 기분이 땅에 꺼질대로 꺼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연락하는 엄마한테 괜히 걱정이 될 것 같아 한껏 소리를 올려 전화를 받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어, 엄마."

“여주야, 잘 지내지? 졸업식 못 가서 너무 미안해. 우리 딸이 대표 연설도 했는데 엄마가 꼭 갔었어야 했는데.”

“아니야,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요새 별일 없지? 저번에 말한 네 결혼 말이야. 대상 그룹 맏아들하고 하기로 했어. 너도 이제 대학도 졸업 했겠다 얼른 결혼해서 손주도 보고 해야지.”




요새 별일 없냐는 엄마의 질문에 가슴이 찔렸지만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다. 응, 엄마… 사실 별 일 있어. 나 사고 친 거 같아…. 그런 생각도 잠시 엄마가 뒤에 내뱉은 말은 내 뇌리를 내리치기 충분했다. 대상 그룹의 맏아들? 대상 그룹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이었다. 식품 쪽으로는 아주 유명해 우리나라에서 대상 그룹의 제품을 쓰지 않고는 요리를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대상 그룹의 맏아들이라면 아주 유명하다. 절대 언론에 나오지 않는 사람으로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이라니. 그는 유독 언론 공개를 꺼려 나이조차 몇 살인지 알 수 없는 신비의 인물이었다.




“일주일 뒤에 상견례 있는 거 잊지 말고. 강남에 있는 가온이라는 식당으로 예약해 놨으니까 얼굴도 볼 겸 같이 밥 좀 먹자.”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털썩 의자에 주저 앉았다. 어렸을 적의 나의 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하는 것이었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부모님은 내게 언젠가 너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양가 부모님께서 정해주신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린 마음에 울며 불며 매달렸지만 경영 수업을 듣고 우리 가문에서 내가 유일하게 일성 그룹을 이어받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그때 나이가 아마 중학생이었던 것 같다. 아, 나는 결국 정해진 사람과 결혼을 헤야 하는구나.




그것을 인정하기 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한 번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걸 깨닫고 나서는 누군가를 이성적으로 좋아해 본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면 뭐해. 어차피 내가 결혼할 사람은 정해져 있는데. 어릴 때부터 그게 내 머릿속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 인정은 곧 동의로 이어졌다. 엄마가 어떤 상대를 골라도 나는 동의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흐지부지 엄마와의 통화가 끝나고 나는 더욱 심란해졌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부모님께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던 나임에도 불구하고 태어나 처음 한다는 거짓말이 원나잇을 숨기는 거짓말이라니. 양심에 찔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도망친 게 잘한 일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렴 어때, 나랑 이제 두 번 다시는 볼 일 없는 사람인데.




그렇게 혼자 괜찮다며 자기 합리화를 했던 것 같다. 괜찮을거야.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갔다. 그 일주일 동안 나는 원나잇을 했다 라는 일을 까먹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일성 그룹을 이어받기 위해 매일 경영 수업을 들었고, 주말에는 종종 공식석상에 서서 후계자 일을 톡톡히 했다.




약속 당일인 오늘 나는 샵에 들러 최대한 단아하고 예쁘게 꾸미고 오라는 엄마의 말을 따라 강남의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화장을 최소한으로 하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거울에 비친 나는 엄마의 말 그대로 단아한 화장을 하고 앉아 있었다. 이런 모습이 참 나에게는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괜스리 고데기로 펌을 넣은 머리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만져댔다. 어색하지만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상견례 자리에서 예뻐 보일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한다. 최대한 얌전하고 똑부러지게. 잘 할 수 있어 김여주.




양가 저녁 식사에 참석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가온으로 향했다.




데스크에서 예약자 이름을 말하니 직원이 나를 안으로 안내했다. 인테리어는 매우 깔끔하고 고급졌다. 엄마한테 듣기로 여기가 미슐랭 3스타라나 뭐라나. 그런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부모님께서 밝은 얼굴로 나를 반기신다. 아직 대성 그룹의 맏아들은 도착하지 않았는지 내 상대편 자리는 비어 있었다. 누구인지 궁금함도 잠시 잠깐 일었다. 누구일까?




“어머, 여주가 너무 예쁘게 컸네요. 우리 윤기한테는 아깝게.”

“아니에요. 윤기가 더 아깝죠. 인물도 훤칠하던데.”




하하 호호 오고 가는 덕담 속에 나는 불편한 이름 하나를 들었다. 윤기? 윤기라고? 그 이름을 듣자 나는 곧장 몸에 힘이 들어가며 긴장했다. 설마 그때 만난 그 남자가 대상 그룹의 맏아들? 아니야. 그런 우연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확률적으로 너무 말이 안 됐다. 하필 일주일 전에 간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게 대상 그룹의 맏아들이고 하필 원나잇을 하고 도망친 게 또 하필 대상 그룹의 맏아들이다? 현실적으로 로또를 맞을 확률보다 적다고 생각했다. 에이 설마.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등장한 인물은 나를 경악 시키기에 충분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와이셔츠 맵시를 가다듬으며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분명 나와 하룻밤을 함께한 민윤기였다.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우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며 앉아있었다.




“윤기 왔니? 일단 자리에 앉고 인사하자. 여기는 여주. 너랑 결혼할 사람이야.”




민윤기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그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따라 붙는다. 내 얼굴을 확인 하려는 듯 살짝 찌푸린 인상이 눈에 띈다.







"… …."




제발 그 일주일 동안 내 얼굴을 잊어버렸길. 제발. 평소에 믿지도 않는 신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간절하게 빌었다. 신이 계시다면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하지만 신은 이런 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그의 눈동자가 나를 알아봤는지 흑색의 무기력했던 눈동자에 생기가 돋는다. 그리고는 그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젠장, 나를 알아봤다.




그는 자연스럽게 나의 반대편에 앉더니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어때, 여주 너무 예쁘지 않니? 너한테 아까울 정도로.”







“네. 그러네요. 저한테 아까울 정도로 예쁩니다.”




그러더니 그는 태연하게 내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꾸 나와 눈을 마주치려는 것을 나 혼자 바닥을 바라보며 피하고 있었다. 그는 진짜 내가 맞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듯 진득하게 붙은 눈동자가 떠나갈 생각을 않았다.




아마 이 자리에서 나만 불편한 것인지 그는 나의 부모님과도 웃으며 대화했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고 나는 접시에 코를 박으며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새가 없었다. 젠장. 한동안 긴 식사시간 동안 나는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그에게 태연하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나만 불편한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니 그와 정통으로 시선이 맞았다. 줄곧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지 마주치는 시선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그가 내 시선을 꽉 잡고 있기라도 한 듯 그와 마주친 시선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드디어 찾았다는 듯 만족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내 정신 좀 봐. 둘이 얘기 좀 하게 자리를 비켜야지. 윤기 보니까 여주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은데 우리가 너무 눈치가 없었다.”

“어머, 그러네요. 윤기야. 여주랑 잘 해봐. 알겠지?”

“그렇게 염려 안 하셔도 잘 해볼 생각입니다. 걱정 마세요.”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그의 말은 진심이라는 듯 눈동자가 또 반짝 빛난다. 나랑 잘 해보겠다고? 나는 머리에 망치라도 맞은 듯 얼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을 들은 부모님들은 어머, 어머, 하시더니 눈 깜짝할 새에 자리를 비켜주셨다. 둘만 남자 참을 수 없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나를 왜 아는 척 하냐고?







“서운했어요. 여주씨가 먼저 그렇게 가버리셔서.”

“…예?”

​“적어도 저는, 여주씨가 자꾸 생각 났거든요.”

“무슨 말씀이신지…”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내가 자꾸 생각 났다니 뭐 때문에?







“첫인상이 되게 좋았거든요.”

“아, 그렇죠. 저도 윤기씨 첫인상이 참 좋았어요.”




어색하지만 억자로 입꼬리를 올려 웃자 그는 내 심정을 다 안다는 듯 피식 웃었다.




“마음에 드네요.”

“네?”

“여주씨요. 결혼하고 싶어질 만큼.”

“네?!”







“저랑 결혼하실래요? 아무리 정략결혼이라지만 프로포즈란 절차는 필요한 거 같아서."




나는 그의 마지막 말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 하룻밤이 대체 그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나는 당최 알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내가 마음에 든다는 말과 함께 내 모든 것을 담아두겠다는 듯 진한 눈길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














제가 생각하는 여주 이미지





네 알아요… 양심 없는 거… 소설 속에서라도 좀 예뻐보자구요…ㅠㅅㅠ


1. 분량 조절 실패

2. 윤기는 웃는게 너무 예뻐

3. 민윤기 사랑해

4. 민군주님 사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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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빅힡의노예  12시간 전  
 재밌어요!!

 빅힡의노예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4일 전  
 재밌네요

 답글 1
  JHH101  4일 전  
 재밋담

 답글 1
  ㄱㅅㅎㅇㄷ  4일 전  
 오오 재미있어여

 답글 1
  방탄짱짱팬애린  5일 전  
 1등!

 방탄짱짱팬애린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왕자들  5일 전  
 재밌게 잘봤어요 ^^

 답글 1
  김설홍  5일 전  
 김설홍님께서 작가님에게 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김설홍  5일 전  
 너무 재밌어요!!! 시간가는줄 모르고봤네요ㅎㅎ 다음평도 기대할게요~~

 김설홍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단단한젤리  5일 전  
 단단한젤리님께서 작가님에게 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단단한젤리  5일 전  
 작가님 분량도 괴물 분량이고 첫 환데 너무 몰입돼요 ㅠㅠㅠㅠㅠ 윤기야 프로포즈란 절차는 필요하다니... (심멎)
 
 작가님 필력 너무 좋어요❤❤❤❤

 단단한젤리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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