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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너한테선 시트러스 향이 났다 - W.딥웹
너한테선 시트러스 향이 났다 - W.딥웹


너한테선 시트러스 향이 났다
글ㅣ위선



사랑이라는 거 말이야. 나도 잘 모르는데. 너라고 잘 알 거 같진 않았어.
우리 사이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가 참 어려웠다. 솔직히 지금도 마찬가지야. 뒤늦게 명명하려해도 도무지 떠오르는 것이 없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버리고 남은 것은 네 체취와도 같던 시트러스 향 뿐이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 어떤 미지근한 물처럼 우리의 애매했던 관계는 언젠가 형상마저 불투명해졌고 그 자리에 미미하게 남아돌던 잔향만이 존재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레몬 에이드를 마시면 자꾸만 네가 생각이 나. 우리의 추억이었던 그 커다란 얼음은 그래, 레몬 에이드를 얼려놓았던 거구나. 무심결에 생각하곤 한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만연한 여름. 우린 일주일에 세 번이상 만남을 가졌다. 모두가 하교한 후 아무도 없는 빈 교실, 낡아빠진 체육창고, 서로의 집 혹은 인적 드문 골목길. 그저 둘만 있을 수 있다면 그 어디든 하등 상관없이 불식간에 비밀스런 아지트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게 퍽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오직 너만이 유일하게 나를 온전하도록 만들었다. 좁은 공간에 구겨지 듯 들어가있을 때면 운동을 즐겨하던 네게선 희미한 땀 냄새가 났고 나는 매번 일부러 인상을 구기며 쏘아붙이곤 했다. 야, 너 땀 냄새 엄청 나. 너는 멋쩍게 웃으며 작게 사과를 했고 나는 그 미소를 볼 때면 그곳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두근두근……. 짜증나게 심장이 박동하고 입술이 바짝 말랐다. 계속, 계속 바라보고 싶게 만들었다. 사실 땀 냄새따위 하나도 신경 안 쓰였어. 네가 웃는 게 미치도록 보기 좋아서 그 멋쩍은 미소 하나라도 더 보고 싶었다.
너는 언제부턴가 돌연 낯선 달콤한 향기를 몸에 묻히고 나타났다. 그게 뭐냐고 물으니 집에 있던 향수를 뿌리고 왔다 하며 화사하게 웃었다. 아, 가슴이 너무 아파서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아팠고 또 간지러웠고 누군가 마구잡이로 심장을 주물럭 거리는 듯도 했다. 숨 쉬기도 어려운데 이거 괜찮은 거 맞나. 네가 내 건강에 해로운 존재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도 그놈의 시트러스 향을 맡으면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져버렸다. 코가 아릿할 정도의 진득한 시트러스 향, 땀 냄새를 감추어보고자 뿌린 싸구려 향수, 나를 보고 웃던 너. 모든 것이 끔찍하게 완벽했다. 너무나도.
분명 사랑이란 것을 했던 것도 같은데. 나는 내가 가졌던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모르던 기간제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학교를 졸업하게 되자 자연스레 멀어져갔다. 관계의 모순에 대해, 어떠한 감정에 관해 일절 언급이 없었으니.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우리는 울타리에 갇힌 채였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다지도 흐지부지하게 끝이 났던가.
언젠가 네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 해. 나는 무심하게 답했다. 그런 건 허상이지. 믿지도, 하고 싶지도 않아. 잠시 침묵하던 네가 다시 물었다. 과연 영원한 사랑이 있을까. 자못 진지해보이던 네가 깨나 신기했었다. 곧이어 메마른 속소리가 우리의 사이를 채웠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네. 너.
의미없이 까칠한 가시를 세우고 있었던 지난 날의 나. 옆을 지켰던 사람은 오직 너 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깨달은 날부터 홀린 듯이 레몬 에이드만 마시기 시작했다. 씁쓸하고 새콤하다. 어떨 때는 달콤하기도 했다. 나는 그 후로 몇 번이나 반복되고 끝나버렸던 여름이 다시 시작되던 날 앉은 자리에서 마시던 레몬 에이드를 바닥에 쏟아버리며 고백했다. 사실은,
사실은 정말 좋아했다. 네 생각에 잠을 못 자고 겨우 잠에 들면 꿈에서조차 네가 나왔다. 집 안의 방향제부터 향기가 나게 하는 모든 것들을 시트러스 향으로 도배를 시켰고 늘 너를 기다렸다. 목에 얹힌 말들이 무겁게 자리 잡고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 좋아한다고 안아주고 싶었어. 그때의 내 행복도 눈물도 모든 감정의 이유가 너였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바닥에는 쏟아진 레몬 에이드와 녹아가는 얼음이 뒤죽박죽 섞여져 있었다. 가까이 가면 알알한 시트러스 향이 온 몸을 찌르고 멀어지자니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얼음이 마음을 찌른다.
그 날 밤 오랜만에 꿈에 네가 나온 듯 했다.
여전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 해.
나에게 사랑은 너였어.
과연 영원한 사랑이 있을까.
영원한 것은 없어. 하지만 사랑의 잔여물은 남을 거야. 아직까지도 내 주위에 가득한 시트러스 향처럼 진한 잔향이 되어 남겠지.

너는 약간은 우울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로 나를 마주 보았다.
어라, 왜 울지. 왜 네가 울지…….

그런 생각을 하며 무거운 눈꺼풀을 감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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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갓세븐더럽♡  3일 전  
 갓세븐더럽♡님께서 작가님에게 5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갓세븐더럽♡  3일 전  
 말이 필요없네요 no horse needed...

 갓세븐더럽♡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버뜨코코낫  5일 전  
 글이 너뮤 대박이에요ㅠㅠ

 버뜨코코낫님께 댓글 로또 1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5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음표  5일 전  
 헐 사랑해요 제 사랑 받아가세요

 답글 0
  @음표  5일 전  
 @음표님께서 작가님에게 3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새송°  5일 전  
 글 너무 입허요,,ㅠㅠㅠㅠㅠㅠㅠㅠ 묘사가 너무 예쁘다 못 해 아름다워요,,,ㅠㅠㅠㅠㅠㅠㅠ(하트)

 새송°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난교  5일 전  
 난교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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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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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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