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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1. 그 남자의 두 얼굴 - W.디귿
01. 그 남자의 두 얼굴 - W.디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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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뱀파이어물이며 그에 따른 피와 죽음에 대한 묘사가 존재합니다. 트라우마와 위 장면이 불쾌하신 분들은 보지 않는 것을 추천드리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Cannibalism

01. 그 남자의 두 얼굴


















*꧁༺༻꧂*















"남여주...!"













비가 주륵주륵 오는 오늘. 습도는 78%로 불쾌지수가 하늘로 치솟는 날이라고. 기상캐스터 언니가 그랬다. 그런데 정말 불쾌한 날이 되어버릴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옹졸함이 줄줄 흐르는 선생님의 입에서 침 한 방울이 날아와 나의 뺨에 철썩 붙는다. 이 곳은 사방이 막힌 상담실. 그리고 내 앞에 일어나 씩씩 분을 삭히고 있는 그녀는 나의 담임이란 여성이었다.












습하고 축축한 오늘도 그녀의 얼굴을 마주할때마다 아이라인이 거슬린다. 축 처진 눈살을 살려보겠다고 아이라인을 대략 1.9cm까지 쌓아올린 담임은 우리 학교 일진무리에 의해 지어진 이름이 있다. 그녀는 `쌤, 부탁인데 아이라인 그릴 때 자 좀 재가면서 그려요` 라는 준말로 부라자 라고 불린다. 담임의 수업 시간마다 일진 두세명이 `어, 부라자 쌤. 질문이 있어옴!` 이라고 얘기하면 나는 속으로 같이 동조하기도 했다.











피식-
개웃겨.












순간 딴 생각에 빠져있을 때, 빨간 종이 하나가 날아와 이마에 부딪혀 버린다. 정신이 바짝 들어 담임을 올려다 보았고, 어느새 부라자 쌤은 벌떡 일어나 책상을 내려치고 있었다. `쿵쿵쿵!` 딴 생각을 없애버리기 적절한 행위였다.











나의 이마에 부딪히고 떨어진 빨간 종이를 주웠다. 웬 메모지였다. 이마가 딱히 아프진 않았지만, 타인이 내 얼굴에 물건을 던졌다는 것이 불쾌해서 이마를 문지르며 그녀를 빤히 올려다봤다.















"이게 뭔데요?"



"다정이가 적었어. 다정이가!"



".... 그냥 남여주라고 적혀있는데요"












구겨진 메모지를 펼쳐 확인했다. 날림체로 적힌 `남여주`는 조금씩 번져있었다. 이게 뭐 어쩌라고? 눈살을 구기며 올려다보자 부라자 쌤은 다시 책상을 내려쳤다.
















"너 이제 학교 폭력 가해자라고 생기부에 남게 생겼어. 알아?!"



"갑자기요?"



"뭐? 너 진짜 뻔뻔한 녀석이었구나. 병동에서 다정이가 이거 적어주더라. 꼭 혼내달라고. 너 이때까지 다정이한테 뭔 짓을 한거니?"



"물어보는 거에요, 아님 듣고 싶은 답이 따로 있는 거에요?"



"뭐? 너 그게 할 말이니? 너 때문에 다정이 얼굴 9바늘이나 꿰맸어, 알기나 해?"

















9바늘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그녀의 목소리가 뒤흔들렸다. 격분한 것일까, 다수 가량의 침이 튀겨온다. 눈까지 희번덕 치켜떠서 그 1.9cm의 아이라인이 훤히 보인다.














"그거 최다정이 지혼자 자빠진거에요. 내 남자친구 꼬신다고 지랄이 났길래 따지러 갔더니만 도망치다가 넘어진거라니까요? 하필 그 길에 유리 파편이 있었던 것 뿐이라구요!"




"너 진짜!"




"최다정이 그래요? 제가 걔 때렸다고? 와 어이 없네. 전 걔 건든 적 한 번도 없거든요?"













사건의 전개는 이러했다. 2학년 7반인 나의 남자친구한테 꼬리란 꼬리는 다 친다기에, 야간자율학습을 끝으로 후문에서 기다린 그날. 나를 발견하자마자 도망친 최다정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졌고, 내가 119를 불렀던 것이었다. 내가 한 짓이라곤 최다정에게 욕 하나 한 것 뿐인데.













화가 뻗쳐 나 또한 일어났다. 그녀의 작은 키에 나는 부라자쌤을 아래로 내리봐야했다. 굽 있는 신발을 신고도 160cm가 안되는 작은 키는 부라자쌤의 행동 하나하나 우스움을 더하는 걸림돌이었다.












"넌 진짜 안되겠구나. 위원회로 넘겨야겠다. 생기부(생활기록부)에 가해자라고 적혀져봐야 정신 차리지? 너?"




"........."













책상에 올려둔 여러 서류철을 챙기더니 옆구리에 끼워둔다. 마지막까지 옹졸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는 부라자쌤은 두꺼운 안경을 들썩 올리며 한 걸음을 내딛었다.
















"쌤."



"왜, 좀 무섭니? 대학 못 갈까봐?"



"......."




"이제 미안한 마음은 들고? 진심이긴 해? 부모님이 아프시다길래 좀 넘어가줬더니, 아주 선생을 우습게 아는구나"















부라자쌤의 입술엔 90년대에서 온 듯한 촌스러운 핑크색이 가득 발려있었다. 종알종알 움직일 때마다 신경질이 확 뻗쳤다.













"아뇨"



"뭐?"












"쌤 저랑 딜하실래요?"










*


*


*











나 또한 흥분해있었다. 하지만, 천천히 숨을 고르며 제안했다. 짜리몽땅한 쌤을 여전히 내리보면서. 한쪽 입꼬리를 들썩였다.











"너 미쳤구나, 진짜"



"초롬고등학교. 한국대 보낸 적은 있어요?"



"뭐?"



"아, 의대라도 보낸 적이 있으시련지-"













한국대 의대. 한국에서 잘난 인재들만 간다던 최상위 대학교. 고등학교 입시를 중요시 여겨지는 이 곳에서 교사라는 작자는 천천히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여전히 나를 못마땅히 쳐다보고 있었지만.














"못 보냈겠죠. 시스템이랑 프로그램도 허접한 곳이 어떻게 한국대 의대를 보내요? 요즘 학교 인기 떨어져서 교장이 화내던데.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죠?"




"남여주!"




"제가 한국대 의대 갈게요. 아시잖아요, 저. 생기부부터 내신까지 완벽한거. `초롬고교 한국대 의대 합격`이란 현수막을 걸어놓으면, 어떨까요?"















철썩-












그녀의 손이 나의 뺨을 가격한다. 교사에게서 처음 맞은 뺨싸대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고개가 뒤틀리는가 동시에 내 몸은 균형을 잃어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가 감돈다. 퉤잇- 입술을 타고 흐르는 맑은 선혈을 뱉어버리곤 다시 일어나 그녀를 쳐다보았다. 다시 마주한 담임은 흥분이 최고조에 다다른 듯 해보였다.













"학교폭력 위원회에서도 그런 뻔뻔한 소리가 나오는지 보자"




"그래요. 그럼. 보내봐요"




"너 학교에서 공부 좀 한다고 잘해주니까 뵈는게 없구나?"




"선생님은 지금 좋은 기회를 놓치는 거에요. 알아요?"












나의 의기양양한 태도에 담임은 움찔, 나를 쳐다보았다. 피가 물들은 입술을 슥슥 닦아내리곤 다시 한번 비소를 터뜨리는 내가 광기 어린 사이코패스로 보였을 것이다. 소매과 입가엔 붉은 핏자국이 옅게 묻어있었다.













"한국대 의대를 보낸 학생의 담임. 교장 쌤이 잘봐주시지 않겠어요? 더군다나 여기 사립이니까... 뒤에서 챙겨주는 것도  많을 것 같은데."




"......."




"하지만 저. 학교폭력 위원히 열리면. 저도 가만 안 있어요. 저 뺨 때리신거. 제가 고소할거에요. 상담실에서 학생을 폭행한 교사. 기사 제목으로 죽이지 않나요?"














부라자 쌤의 눈빛이 달라졌다. 어딘가 초조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그런 눈빛이었다. 자존심에 괜히 나를 빤히 쳐다보았지만, 내 눈엔 훤히 보이는 수작에 불과했다.















"그럼 선생님은 퇴임 당하고, 저는 다른 증거 잡아서 봉사 몇시간 하고. 서로 불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 그래서"




"그러니 딜을 하자구요. 제가 사과할게요. 무릎까지 꿇을 수 있으니까. 그냥 사과하고, 깔끔히 끝내는게 어때요?"











`아님 퇴임 당하시던가요. 아직 교사생활이 창창한데 그깟 정의 때문에 실업자 되지 마시고. 잘 선택하세요. 알겠죠?` 나의 제안은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주저하는 모습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
















"헐? 쭈! 너 입술 왜 그래?"



"넘어졌어"



"야아. 피 많이 나는 것 같은데, 보건실이라도 가봐!"



"..... 다음 화학이지? 화학쌤한테 말해줘"



"헐랭... 너 지금 나 화학쌤이랑 대화시간 만들어 주는거야?"




"미친년- 그래 아고물(아저씨 / 아줌마 & 고등학생) 시원하게 찍어라"

















교실로 돌아와 몇가지 필기구를 놔두고 보건실로 향했다. 머릿속엔 부라자쌤의 말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 반성하고 지내렴. 사과는 꼭 하고`. 픽- 터져나오는 웃음에 터진 입술에서 다시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다시 입술에 흐르는 피를 와이셔츠를 대충 닦아냈다. 그리곤 보건실 문앞에 우뚝 섰다. 흐음- 그냥 조금 바람 쐬다 들어갈까. 보건실에 들어가려던 나의 발길은 화장실로 향했다.  지혈이라도 해야되니 휴지를 얻기 위함이었다. 저벅저벅, 여자 화장실로 걸어가 이리저리 휴지를 찾아다녔다.
















"아씨... 여자화장실엔 휴지 있는 적이 없어. 진짜."















텅빈 휴지 걸이에 인상을 구기곤 화장실 밖을 나섰다. 계속 흐르는 피에 휴지를 찾기 급급했다. 그러던 도중에 남자화장실이 눈에 띄였다.











그 남자화장실은 후관 4층 꼭대기 구석에 있었고, 발길이 드문 곳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수업중이고, 교무실과도 멀리 떨어져있었다. 아무도 없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은 나의 발걸음을 남자화장실로 되돌렸다. 양심이 찔리긴 하지만 무엇보다 휴지만 챙기고 나올 거라 상관이 없었다.















벌컥-














화장실 문을 열자, 남학생들 여럿이 북적이며 서있었다. 한 다섯명은 족히 넘어보였다. 그 무리 가운데에 쭈구려 앉아 흐느끼는 뿔테안경의 학생을 보아하니 학교폭력의 현장이었다.















"어라? 울 누나가 왜 여기있어?"









또한 담배를 입에 물며 뿔테안경 학생에게 발길질을 해대던 무리 중에 나의 남자친구가 서있었다. 나에게 짧은 말을 남기곤 다시 왜소한 체구의 남학생을 두들겨 패는데 몰입했다. 희미하게 올라가는 담배연기, 나의 남자친구는 피해자에게 담뱃재를 툭툭 털고는 내게 몸을 돌려 마저 인사한다.









"우리 누나 지금 수업시간일텐데-"


".....너"
















나의 몸은 잔뜩 얼어버렸다. 휴지를 가지고 나가려던 나는 확장된 동공으로 맞고 있는 학생을 쳐다보았다. 그 가해자 무리는 가늘고 연약한 피해자에게 발길질을 계속한다. 나의 말이 들려도 어김없이 발을 차대다, 멍하니 구경하는 내가 거슬리는지 뒤를 힐끗 돌아본다. 와중에, 마지막으로 옆구리 깊숙히 발을 찔러넣는다.












퍽! 퍼억-!











"이 씨발, 민윤기 ㅈ찐따새끼. 내가 크림빵 사오랬지 미친새꺄."



"ㄴ,내가 크림빵 사왔...!"



"야, 우리 누나 보고 있잖아. 수위 조절해라"



"슈크림이잖아, 씨벌로마-!"




"아,아파.;.."











남자친구를 제외한 남은 일진 무리들은 그 남학생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복부부터 갈비뼈까지 단단한 축구화로 뻥뻥 차대기 시작한다. 윽! 짧은 신음이 들려오자 넋 놓고 민윤기라는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아 참! 누나, 여긴 왜 왔어?"



"그... 휴지 잠깐 가져오려고"



"아~ 그래?"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다 재밌는 생각이 났는지 윤기에게 다시 걸어가는 남자친구. 배시시 웃다가 가래를 민윤기에게 퉤- 뱉어버린다. 어떻게 대해야할지 의문이었다. 나에겐 천사같던 남자친구가, 일진이었나? 혼란스러운 그 틈에 폭력은 계속되었다.















"윤기야~ 오늘 발정난 날이니?"



"인정, 씨발 크하하하하! 수업시간마다 AV배우 신음 따라하냐? 존나 헉헉대고 지랄이야"



"역겨운 새끼, 꼴에 성욕이라도 풀려고?"














자세히 보니 민윤기는 정말 숨이 차는 듯해 보였다. 색색 힘겹게 내뱉는 숨과 어딘가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흥분감에 달아올라 몸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폭력 때문이 아닌 민윤기 몸 속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사람을 팼으면...














"윤기야- 잘 모셔라. 우리 누나한테 휴지 주고 와봐"




"시,싫은ㄷ"












퍼억-!











또다시 축구화의 굽이 윤기의 배를 깊숙히 짓누른다. 크억-! 급소를 맞았는지 헐떡이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나는 느껴졌다. 윤기의 눈빛을 제대로 본 그 순간.











민윤기라는 그 아이는 고통에 몸부림 치는 것이 아닌,
어딘가에 미쳐있는 존재라는 것을.















윤기는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고, 내게 달려와 등허리와 뒷통수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리곤 피가 흐르고 있는 나의 턱선에 자신의 입술을 파묻었다.












순간적으로 촉촉하지만 서늘한 그의 입술이 닿자 온몸에 전율이 쫙 돋았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갑작스레 느껴진 이 상황에 나는 눈을 크게 뜨곤 눈빛으로 저항하는 수 밖에 없었다.













윤기는 나의 뒷통수를 더 세게 부여잡으며 혓바닥으로 입가에 묻은 선혈을 핥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목덜미 아주 깊은 곳까지 혀를 들이밀며 천천히 훑어낸다.












"하아.... 하..."













얼음처럼 굳어버렸고, 민윤기를 너머로 일진 무리와 나의 남자친구는 윤기를 찢어발겨버릴 듯이 노려보았다. 남자친구의 손이 민윤기의 목덜미를 강하게 쥐어잡았다.














"윽!!"



"씨발놈이, 진짜 발정난거였네. 우리 누나한테 뭐하는거냐"



"허억.... 헉...."



"야 벗겨"















그렇게 피해자의 하얗디 하얀 피부가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퍼렇게 들어있는 멍자국과 화장실 물로 젖은 온몸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종이인형 마냥 일진들의 손길에 이리저리 날아가는 그 피해자가 참 안쓰러우면서도, 두려워 지켜보기만 했다. 멍하니 그 폭력의 현장을 방관하자 때마침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린다.















"너희,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니"




"아 씨발 과학이네"




"빨리 안 튀어나와?"















김태형, 3학년 과학 담임 교사였다. 큰 덩치에 목청도 우렁차서 남학생반 담임을 주로 맡는다고 한다.(우리 초롬고교는 남여분반이다. 4반까지 여자반, 8반까지 남자반) 그런 과학쌤의 등장에 화장실 벽에 쭈구려 앉아있는 윤기를 남겨놓곤 일진 무리는 꽁지 빠지게 도망친다.












"야, 튀어!"













한바탕 전쟁을 치른듯이 화장실엔 과학선생님과 나, 그리고 민윤기라는 7반 왕따 아이만이 남아있었다. 그 휑한 화장실 속에서 김태형 선생님의 한숨소리가 넓게 퍼져나간다. 그는 집게손가락으로 이마를 집더니 이내 무거운 중저음으로 내게 말을 건넨다.













".... 보건실에 왜 안갔었니"



`겁나 다정하게도 묻는다.`
"사람이 많아서 기다려야 된다길래..."




"된다길래?"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듯이 나를 내려다본다. 진짜 남자반 담임은 맞구나, 눈빛부터 무섭다.









".... 죄송합니다."



"... 문 닫고 나가. 민윤기 챙기고 나갈게. 곧장 반으로 가야된다"




"네"










*꧁༺༻꧂*














"어머, 여주 입술 왜그래?"



"아, 만지지마. 그냥 넘어졌어"



"이리와봐! 상처가 좀 큰데?"



"아, 진짜. 엄마는 엄마 몸이나 신경 써"



"피- 또 이런다"
















약품 냄새가 깊이 베인 병실, 2인실 병실이었지만 한 명이 재활을 받고 있는터라 우리 둘밖에 있지 않았다. 앙상해진 팔다리와 움푹 페인 뺨을 볼때면 내 마음이 다 시큰해지는 것 같다. 힘없이 누워 링겔에 의지하며 명을 연장해 나가고 있는 우리 엄마,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증상이 더 악화되고 있다.













병명은 간암 4기,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었다. 시한부 판정 이후, 대략 2달이 흘렀으니.. 벌써 눈앞이 캄캄해졌다. 대체 무슨 정신인지, 자신의 몸이 그렇게 아픈데도 엄마는 내가 올때면 꼿꼿이 앉아 귤을 까주곤 했다.












일상이었다. 학교, 병원, 학교, 병원. 일과가 끝이 나고 병원에 와 밤새 엄마와 시간을 보내다가 구석에서 잠을 자고 다시 등교하기 일쑤였다. 아, 딱히 효녀라고 불릴 생각은 없다. 아빠의 빚으로 다 쓰러져가는 집엔 사채업자가 들락날락 드나드니, 마음 편히 집에 있을 수 없었다.













"자, 우리 여주 용돈"



".... 또 일하고 왔어?"



"......그으럼, 우리 여주 키울려면 일해야지."



"엄마"



"간호사 선생님한테는 비밀로 해주면 안될까?"
















주름과 검버섯이 잔뜩 핀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고 있다. 아프면서, 살 날도 얼마 없으면서. 나 까짓거를 위해 밖에 나가 일했다는 사실에 나는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환자분, 무조건 절대안정입니다`라고 확실히 진단해주고 싶어서.













내 손엔 꼬깃꼬깃 접혀있는 만원 3장이 들려있었다. 퀘퀘한 담배냄새가 진동 하는 걸 보니, 분명 유흥업소 청소나 했을 것 같다.












"하지말랬잖아. 일하지 말라고, 움직이지 말라고 의사가 그랬잖아!!!"



"... 에이, 왜 화를 내고 그래... 엄마는 여주한테 도움되고 싶어서 그런거야, 응?"



"엄마 도움 필요 없다니까?! 괜히 나가서 굽신대지 말고, 그냥 여기서 편하게 있으면 안돼?"



"여주야.."



"평생 일만 하다가 죽을거야? 아빠 뒤치다꺼리하고, 아빠 도망치니까 이젠 내 뒤치다꺼리하고. 그냥 평생 일만 하고 욕만 먹다가 죽을거냐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목이 꽉 막혀 눈물이 나올 때쯤, 입을 다물고 감정을 삭혀냈다. 내 앞엔 또 여전히 어색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가 나의 머리를 쓰담아주고 있다.














"엄마는... 살아 있는 동안, 여주를 위해서 살고 싶어. 여주가 부모 없다고 욕 먹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돈 없다고 욕 먹게 하는 건 정말 싫어."



"아 진짜...!"



"여주가 잠깐 놀아서, 장학금 못 받으면 어떡해. 아님 놀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어떡해."



"........"



"엄마는.. 여주한테 안전한 집도 못 선물해줘서 미안해. 그런데 마지막까지 엄마가 여주 인생의 장애물이 될 순 없잖아, 그치?"













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머리에 올려둔 엄마의 손을 툭 쳐버렸다. 앙상한 손목이 침대 위로 떨어져 버렸다. 울컥,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보이기 싫어 무작정 병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













성적, 외모, 스펙. 어느 하나 모자라지 않은 나는 친구들에게서 패배감 따위는 느껴본 적이 없다. 단지 가정이 형편 없다는 사실이 흠이지만 숨기면 그만되는 일이었기에, 이때껏 우월감과 승리감을 느끼며 지내왔을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가정을 숨기기 위한 또다른 무엇으로 `생존`을 해온 것이다.












세상엔 보이지 않은 피라미드가 존재한다. 돈 잘 버는 놈과, 돈 못 버는 놈. 공부 잘하는 놈과, 멍청한 놈. 번지르르한 놈과 못난 놈. 한 기준으로 갈려 천대 받고, 우대 받는 이 사회의 존재는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배워왔다. 아버지의 빚이 늘어나고 사채업자가 집에 쳐들어오고,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수많은 고난 속에서 나는 이미 나의 `위치`에 대해서 더 급급하게 꾸며나간 것 같다.












사람들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라지만, 그 껍데기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ㆍㆍㆍ. 아, 또 엄마한테 화내버렸네.













캄캄한 새벽. 엄마의 갑갑한 병실을 뛰쳐나와 길거리를 헤맸다. 그냥 매번 다니는 곳이었다. 모든 길거리 상점이 문을 닫고, 시끄러웠던 노래도 끄고. 낮에는 그렇게 시끌벅적하던 거리는 차 한 대 지나치지 않는 시골 읍내처럼 변해버렸다.















이러지말자, 라는 다짐과 가벼운 기분전환을 위해 산책을 나섰다. 그 시허연 병실은 꼴도 보기 싫어서 병원과 멀리 떨어진 좁을 골목을 굽이굽이 따라걸었다. 도둑놈 조심해!, 초등학생 때 엄마가 해주신 말씀이었다. 그것때문에 중학생 때까지는 골목에 잘 들어서지 않았는데, 고등학생이 되어 3년 가까이 지나니 딱히 무섭지가 않다. 2년동안 맨날 싸우고 뛰쳐나오고 산책하면 사람은 커녕 개미도 안보이는 골목에서 뭔 도둑놈이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적절한 장소에 불과했다.













으으, 춥다... 후드티라도 입고 나올걸. 교복 차림의 모습이 참 처량해 보이기 짝이 없다. 점점 날도 쌀쌀해지더니 새벽이 돼선 영하로 뚝 떨어지는 것 같다. 캄캄한 밤하늘과 지지직- 불이 나가버린 가로등, 아무도 없는 골목과 옷 사이를 파고드는 찬 바람. 몸을 더 움추리며 발을 뻗었다.















한참을 걸어가다 두가지 갈래로 나뉜 골목을 마주했다. 평소라면 곧바로 왼쪽으로 가겠지만, 오늘만은 조금 특별하게 시간을 보내보고 싶었다.













내 몸은 그대로 오른쪽으로 틀렸고, 조금은 밝은 유흥업소가 근처에 있었다. 뭐, 술 취한 어른들이 없는 걸 보니 꽤나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차가운 기온에 입김을 후- 내뱉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가로등도 꺼져 있어 어두운 밤하늘이 더 어두워 보인다. 그러고보니 참, 곧 월식이랬는데 그래서 유난히 더 어두워 보이는 건가. 드문드문 보이는 별을 올려다 보며 축 처진 몸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였다.













"사,살려줘!"












이 어두컴컴한 골목이 어느새 호러가 된 소리. 때마침 `도둑놈 조심해!`라는 엄마의 가르침이 떠올라 곧장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살려줘`라는 소리는 아주 희미하게 그것도 멀리서 들려왔다. 어디로 도망을 갈까, 사람을 참 곤란하게 만들었다.













살려달라는 말이 이리 무서운 말이었던가. 어느새 불안감으로 입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디로갈지, 헤매고 있을 때, 오른쪽에서 조그마한 인기척이 들렸다. 고민할 새도 없이 곧바로 왼쪽으로 도망쳤고 한참을 달린 후 제자리에 멈춰 숨을 헐떡였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허억.. 헉...."











숨을 고르며 상체를 숙였다. 무릎을 집고는 펄떡이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무심코 오른쪽으로 고개를 틀었고 그곳엔 곧 꺼질 듯한 가로등 아래, 피투성이가 된 여자와 그것을 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털썩-.















나는 옆으로 주저앉아버렸다. 처음 보았다. 살해현장을.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이 아니라 깜짝 놀라 온몸이 말을 듣지를 않는다. 동공은 파르르 떨며 이 상황을 부인해나갔고, 입은 `꺄아아악!`이라는 비명 조차 내지 못해 꾹 다물렸다. 팔다리는 이미 힘이 빠져 넋이 나간 사람 마냥 바닥에 딱 달라붙어있었다.















피를 흘리는 여성의 배는 짐승에게 공격을 받은건지 할퀸 자국과 살점이 뜯겨나간 상처가 심했었다. 땀에 절어 달라붙는 머리카락. 여성의 옷이 짧은 원피스였는데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같았다. 그에 반해 멀끔히 차려입은 남성은 유흥업소 손님으로 보였다.
















"ㅇ,오지마...! 오지말라고, 미친놈아...!!"




"월식이네. 달도 가려졌고, 날도 시원하고. 최고의 만찬이겠어"



"사이코새끼.... ㅎ,흐윽....흑흑..."



"울지마, 피에 물 섞이니까"



















그 남자는 시멘트 벽에 기대 눈물을 흘리던 여자에게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공포스럽다, 이게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순간적으로 눈을 꾹 감았다. 도망칠 수 없는 병신된 다리 때문에 경련을 일으키는 눈꺼풀이 앞을 가려주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흐윽-!` 짧은 여성의 비명을 들으며 대충 짐작은 갔다. 피가 솟구치는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 비명을 이후로 여자의 소리는 일체 들리지가 않는다.












갔을까?











나는 천천히 한쪽 눈을 들었다.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며 조금씩 눈을 뜨자,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어디서 쥐새끼 한 마리가 있나보네"



"....으아아아아악...!"














그 남자의 입가는 핏물로 물들어 있었고, 광기 어린 붉은 눈동자가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고급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나를 쳐다보고 있다. 툭 튀어나온 송곳니와 창백한 저 피부. 나의 신경은 무조건 도망치라며 주저 앉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도망쳤다. 저 미친 살인마에게서 멀어지겠다고 미친듯이 달렸다. 목숨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나의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너무 빨리 달려서 발이 엉켜 넘어질 정도였으니까.












숨은 가빠오고 내 팔다리는 설마 나를 쫓아오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바들바들 떨려왔다. 한번에 수척해진 얼굴은 공포에 휩싸인 표정이 박혀있었다.













한참을 달려 오른쪽 골목으로 몸을 틀어 숨어들었다. 매번 와본 골목인데도, 저 남자만의 존재로 머리가 하얘진다. 갓 태어난 새끼 마냥 가냘픈 숨을 힘겹게 내쉬자, 가슴팍이 파르르 떨리며 내려간다.











썩은 물이 고인 웅덩이가 있어도 그저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게 쉬었다. 그제야 벌벌 떨리는 눈동자와 머리까지 울리는 심장 박동을 체감하며 비틀비틀 일어섰다. 또다시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생긴 것 치곤 잘 달리네"




"하... 하,읍..."















힘이 다 빠져버린 다리를 어찌저찌 세워 골목을 나서자, 내 앞엔 기다렸다는 듯이 그 남자가 서있었다. 입에 묻은 피와 풀어헤친 넥타이. 그리곤 도화지처럼 새하얀 피부. 당장이라도 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 듯한 행색이었다.















`엄마! 엄마는 아빠가 엄마 때릴 때. 왜 소리를 안 질러?`



`...사람이 깜짝 놀라면, 입이 딱 달라붙는대. 아빠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엄마를 괴롭혀서. 너무 깜짝 놀라서 그래.`



















문득 11살 때 철없이 엄마에게 물었던 질문이 생각났다. 그땐 뭔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이제서야 뭔 뜻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털썩, 힘없이 주저앉아 뒷걸음질 치자 `어디 도망이나 가봐`라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어디서 본 얼굴인가 싶었더니"




"ㅈ,저리가...!"











재미 없다는 듯이 보던 눈빛은 갑자기 생기가 돌아 내게 저벅저벅 걸어온다. 쫙 달라붙는 가죽 바지에 주머니를 푹 꽂은 모습은 정말이지, 나를 하찮게 보고 있다는 것 같았다.











"기억 안나?"



".... 가, 가! 제발!!"




"동정스럽게 많이도 보더니만"
















아무런 말도 없이 내게 얼굴을 드미는 남자. 순간적으로 풍기는 피비린내에 인상을 쓰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 광기 어린 눈빛을 마주하려니 내 정신 마저 이상해지는 것 같다.












"ㅎ,허....!"



"꽤나 충격인가보네"













그, 아까 그 화장실...!?











뿔테안경에 빼짝 마른 왕따가 밤이 되어 살인마가 되어있었다. 어,어떻게 ㅁ,무슨... 민윤기의 그 알량스러운 미소를 보며 나의 심장은 또다시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나를 죽일 것 같다는 생각은 없어졌지만, 그의 정체가 나를 더 섬뜩하게 조여온다.












그 두들겨 맞던 왕따가 맞는지 피가 묻은 셔츠를 툭툭 풀어낸다. 새까만 뿔테안경은 온데간데 없고 창백한 피부에 피만 잔뜩 묻혀있었다.











자신의 입술에 묻은 피를 핥아낸다. 그리고는 바르르 떨며 가파른 호흡을 내쉬는 나를, 그런 나를.













"내일 보자"
















자신의 손아귀 안에 밀어넣는다.























































제 2장






뱀파이어는 주로 밤을 즐긴다. 더위보단 추위를 더 선호하며 무리를 짓는 것이 아닌 혼자 사냥한다. 이때, 뱀파이어의 능력이 크게 적용이 되는데 그의 능력으로는 첫번째가 순간이동이고, 두번째가 공중부양, 세번째가 괴력이다.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월등하지만, 일년 중 한 번. 갓 태어난 아기 마냥 축 늘어지기도 한다. 불규칙적이라 상시 곁을 지켜야한다.




마침. 김정우.






























포명 & 베댓

요즘 작가놈이 학업에 허우적거리느라 따로 코멘트 적을 시간이 부족합니다..ㅠㅜㅠ 정말 죄송합니다. 포인트,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승하 님 60점
두까 님 200점
뷔가내리네=v= 님 82점
엔젤로링 님 60점
제비꽃7 님 100점
롸지벌랄라 님 50점














안녕하세요, 디귿입니다. 아앗, 오늘 분량이 너무 많았죠호...?^^;/ 이것저것 다양하게 써보고 싶어서 늘어버렸네요ㅜㅠ 그래도 몰입해주셔서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와 이건 실화냐ㅜㅜㅠ 너무 감사해요ㅜㅜㅠ!!! 신작이 인순 1위라니 여한이 없숨둥ㅜㅜㅜ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ps



엔절로링님이 만들어주신거! 너무 예쁘죠ㅠ 감사합니다 잘쓸게요-!♡♡










표지. 넴텍. 속지. 문의는 옾붕 `방빙 디귿`으로 전달해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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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여백  3일 전  
 와... 분위기 최고에요 진짜...

 여백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Dlaskdud04  3일 전  
 와.. 멋있어요 필력

 Dlaskdud04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탱슝  17일 전  
 필력이....ㅎㄷㄷ

 탱슝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고사리삼  21일 전  
 와씨 이번화에 뭔가 떡밥이 많아보여...! 난 우리 언니의 엄청나게 탄탄한 스토리를 믿는다..!!!!(비장)

 고사리삼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권여은  22일 전  
 재밌어요

 답글 1
  별댦_€  23일 전  
 진짜 너무 좋아여 ㅜㅜㅜㅜ

 답글 1
  쏭클라스  24일 전  
 필력이대단해요..너무재미있어요

 쏭클라스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사랑해용ㅣㅣㅣㅣㅣㅣㅣ  25일 전  
 대박 정주행ㄱ

 답글 1
  퐠  25일 전  
 아 스토리도 쌉오지지만 내용이 ..와..대박적

 퐠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가을오로라  31일 전  
 하 오늘도 작가님의 필력은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이 세상 급이 아니에요... 정말 디귿님 글 보면 자꾸 몰입돼서 막 혼자서 비명 지르고 인상 찌푸리고 같이 욕하고 그런다니까요 ㅠㅠㅠㅠ 아니 그냥 사랑한다구요..❤

 가을오로라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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