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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모나코 인력 - W.beMYoung
모나코 인력 - W.beMYoung
vs
 
 
 
 

 새벽녘 고층 아파트 아래 펼쳐진 팔차선 도로에선 굉음이 울렸고 지구 반대편의 어느 나라에서는 큰 화재로 사람이 여럿 죽었고 또 어느 곳에서는 표류됐던 고기잡이 배가 37일 만에 구조됐고 영원히 겨울이라던 어느 나라에서는 빙하가 녹아가고 누구는 평생 보지 못하고 죽는 별을 누구는 평생 올려다보며 살아가고.

 
 
 


모나코 인력
 
 
 



 민윤기는 음주가 하고 싶었다. 텁텁한 교실 공기는 들이마실때 마다 먼지를 한 움큼씩 흡입하는 기분이라서. 스무 살 먹은 놈이 고딩 딱지 못 떼 입고 있는 교복이 빡쳐서 더더욱. 밤색 바지를 내려다 볼수록 모럴리스하게 음주가 마려웠다. 늘어가는 불만에 민윤기는 검정으로 덮은 머리나 탈탈 털었다. 초여름 공기는 따뜻했으나 습하지 않은 온기와 향을 품고 밀려온다. 교실 천장에 달린 선풍기는 덜덜 소리를 내며 공중을 회전했다. 저를 향해 바람이 밀려들때면 훅 끼쳐오는 뜨듯한 냄새. 그러나 필히 불어닥치는 계절의 향이나 온기와는 다른 더 밀도 높은 것이 제 옆에 앉아 있었으니. 머리가 지끈하게 아파왔다. 그러나 민윤기 옆의 초코 보이는 무해하게 웃는다. 두 살 차이라지만 민윤기는 미성년자랑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는 취미는 없다. 어젯밤의 숙취가 이제서야 슬슬 올라오는 듯 하다.



 
 
 
 
 
 
 
 
 

  어젯밤 싸구려 모텔 즐비한 어느 거리를 신발 없이 내달리던 민윤기 그리고 그 앞에 손 내밀던... 초코색 남자애. 어쩌다 맨발로 밤거리를 활보하게 되었는지 일일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면 긴 상황이다. 게다가 빈속에 술만 왕창 밀어넣은 탓에 다 떠올리기도 버겁다. 그러나 민윤기 앞을 느닷없이 가로막은 초코 보이. 취한 정신에도 떠오르는 구석이 있는 어딘가 익숙한 낯이었다. 어라. 얘 근처 호빠 서빙하는 애 아닌가? 나 얘 만난 적 있나? 긴가민가 했지만 단언할 수 없었다. 내가 거길 가봤어야 알지. 갖은 상상이 머릿속에서 부푸는 사이 초코 보이는 민윤기를 향해 곤색 슬리퍼 두 짝을 내밀었다. 제 발에는 한참 커보이는 곤색 슬리퍼 위 마카로 갈긴 글씨. 도난 방지. 기가 차 가만히 서 있자 초코 보이는 멀뚱한 얼굴로 재촉 한다. 어서요. 하지만 민윤기는 맨발로 집에 가는 한이 있어도 이런 노간지 업소 화장실 슬리퍼를 신을 순 없다. 이거 니네 가게꺼 아냐? 횡령하냐? 질문하자 초코 보이는 무해하게 웃으며 답한다. 횡령 아녜요. 갖다 주세요. 담주까지. 게다가 친절하게 가게 이름까지 알려준다. 몰디브요. 아... 돈 없는 애랑 엮이기 싫은데. 생각했지만 민윤기는 결국 노간지 슬리퍼를 받아신는다. 모든 일은 호의를 가장한 고의에서 비롯된다.

 
 
 
 
 
 
 
 



  다시 돌아와 여기는 교실. 아침 조례시간 제가 더 들뜬 모습으로 들어오던 담임과 그 옆의 초코 보이. 전학생. 인사하자. 둥글고 큰 눈이 오롯하게 민윤기를 향한다. 착각인가 싶었지만 초코 보이는 시선을 고정한채로 점점 제게 걸어오다 종내에는 옆자리에 털썩 앉기까지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윤기는 그 모든 상황이 숙취에 시달리는 저 스스로가 만들어낸 망상이라 생각했지만. 어젯밤 술김에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지만. 세상이 핑글 돌고 눈앞은 김 서린 듯 흐릿했지만. 단 하나, 잔뜩 취했던 그 밤에도 지금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향. 향. 향. 느리고 절묘하게 반복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밤과 낮과 새벽 향 처럼. 민윤기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 이 새끼, 미자였어? 얼탱이가 없었다. 지금 제 상황을 서술하면 망상 인소 제목과도 같았다. 어젯밤 내게 슬리퍼를 건내준 호빠 몰디브 웨이터가 이 세계에선 고등학교 2학년?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민윤기가 엮이기 싫어하는 부류는 딱 두 가지다. 돈 없는 놈이랑 미성년자. 단순히 연애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사적으로는 엮이기 싫다는 소리다, 피곤하거든. 근데 저 초코 보이는 둘 다에 해당한다. 한껏 저주하는 표정으로 옆을 쏘아봤지만 초코 보이는  형, 안녕. 뻔뻔한 낯으로 인사를 건낸다.

 
 
 
 
 
 
 
 
 


  초코 보이의 이름은 김태형였다. 김태형은 언제부터 알았다고 민윤기를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남들이 보기에는 저들보다 두 살이나 더 먹은 복학생이 어리바리한 전학생을 시다처럼 달고 다니는 꼴이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으나 하굣길까지 따라 붙는건 열뻗치는 일이었다. 어디까지 하나 가만히 내버려 둘까 싶었지만 집까지 따라오면 문제가 좀 생긴다. 태양빛을 반사하며 눈부시게 올라선 통유리 고층 아파트 아래. 민윤기는 발걸음을 딱 멈추고 뒤를 돈다. 제 그림자를 밝으며 뒤따르던 김태형도 가만히 서고. 그 눈 앞에 112 키패드 친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고 소리쳤다. 너 계속 따라오면 신고한다! 그러나 김태형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한다. 나 그냥 슬리퍼 받으러 가는건데요. 저를 향해 단단히 오해했다는 듯 웃는데 여간 꼴받는게 아니라서 뻔뻔한 낯짝을 한 대 갈기려다 민윤기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슬리퍼만 던져주고 내쫓자. 미자 주제 호빠 웨이터 하는 발랑 까진 놈 집에 들이는 건 좀 오바긴한데. 내가 노간지 업소 화장실 슬리퍼 돌려주러 호빠 가는 건 더 모양 빠지니까. 하지만 김태형은 모양 따위 없는지 촌놈처럼 중얼거린다. 형 되게 좋은데 사네. 와 통유리. 와. 이 형 엄청 부자네. 
 
 
 
근데 이 새끼, 은근 말 까네?
 
 
 
 
 
 
 
 
 


 

  통유리 고층 빌딩 바로 아래 보이는 한강뷰. 팔차선 도로.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천루. 빌딩 숲들. 수 세기도 버거운 버튼들. 금색 엘리베이터에서는 피아노 음악이 흐른다. 김태형은 이게 브루주아들의 삶이냐며 감탄했지만 민윤기는 엘리베이터에서 클래식은 틀어서 뭐 어쩌겠다고 꼴값들을 떠는지 의문이었다. 이중 삼중 잠금을 열자 펼쳐지는 대리석 신발장. 그 위에 덩그러나 놓여진 어울리지 않는 곤색. 얼른 갖고 나가. 민윤기는 이상하게 엮이게 생긴 노식 미자 초코 보이를 집안에 들이기는 싫었다. 그러나 개싸가지 없이 제 집을 멋대로 활보하고 다닐거란 예상과 달리 김태형은 웃으며 순순히 제 손으로 현관문을 밀고 다갔다. 간다는 말도 없이 덜렁 나가버리는 태도가 어이없었지만 홀가분 했다. 민윤기의 바람대로였다. 더이상 저 놈이랑 엮일 필요는 없겠네 싶었다. 열 여덟 주제 호빠 웨이터 뛰는 이유가 조금은 궁금했지만 더는 알 바가 아니다. 애초에 망할 슬리퍼만 아니었으면 연고 없었을 애니까. 잠깐, 슬리퍼? 분명 김태형이 가져갔어야 할 곤색이 아직 민윤기의 눈에 들어온다. 그제서야 술이 깬 듯 정신이 든다. 동시에 소름이 끼치는 것 같은 생생한 감각도 든다. 이거 어쩌면. 실수가 아닌거 아냐? 모든 기억들이 생생하게 다시 흘러가기 시작한다.


 
 
 
 
 
 
 
 
 
 
 

  민윤기가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돈 많은 사람. 그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돈 많은 사람을 좋아할까. 간단하다. 호구 잡기 쉽거든. 아. 정정한다. 민윤기는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을 좋아한다. 어쩌다 한 탕 쳐서 부자된 주식투자자나 사업가일수록 돈에 대한 경계가 없다. 그리고 민윤기는 그걸 노린다. 돈 많고 시간 많은 노인네들 술 마시는데 따라 앉으면 처음에는 사내 새끼가 어쩌고저쩌고 주절대지만 한 두잔 들어가기 시작하면 말이 달라진다. 지갑 열기 쉬운 이들을 공략해 야부리를 털면 톡톡히 챙길 수 있다. 게다가 민윤기는 업장 선수나 웨이터가 아니었으므로 수익을 나눌 필요도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했던가. 누군가는 그게 잘못된 용어라 말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민윤기는 그랬다. 보호해 줄 이가 없으니 선수들보다 몇 배는 위험했다. 그러나 나눠가질 이가 없으니 버는 족족 챙길 수 있었다.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억양 부터 후자가 몇 배는 더 끌린다. 그런식으로 이미 몇 백을 챙겼다. 고스란히 모나코 인력의 대포 통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늙은이들 돈 꿰어내는 양아치짓을 아버지에게 들켜서는 안됐다. 그렇게 모은 것들의 액수를 더더욱. 서울 중심 팔차선 도로 위 펼쳐진 한강뷰 통유리 고층 아파트. 온통 대리석에 금칠. 이름모를 익숙한 클래식. 그 속에 파묻혀 사는 놈. 스무 살에 고딩 딱지 못 뗀 놈. 밤이면 유흥가 늙은이들 돈 들고 날리는 놈. 그리고 모나코 인력과 대포통장.

 
 
여기까지가, 민윤기에 대한 김태형의 호구조사 결과였다.


 
 
 
 
 
 
 
 


  김태형은 몰디브의 웨이터였다. 말이 웨이터지 거의 화장실에 살았다. 관찰 결과 성질 더러운 사람들은 보통 화장실 바닥에 침을 뱉거나, 토를 하거나, 껌을 뱉거나 혹은 타일 위에서 자거나 싸우거나 섹스했다. 그리고 호빠 화장실 이용객의 대부분은 성질이 더럽다. 그래서 김태형은 밤 시간의 절반을 몰디브 화장실 바닥에 말라붙은 토사물 소변 가래침 담뱃재 씹던 껌 정액 때로는 가발이나 속옷같은 것을 닦고 떼고 쓸어담으면서 보냈다. 취객에게 하이힐로 머리를 얻어맞으며 여자 화장실의 토사물을 닦을 때, 진짜 개꼴받아서 차라리 배달 알바가 더 낫겠다 싶었지만 김태형에게도 팁 받으며 술병 나르던 진짜 몰디브 웨이터 시절이 있었다.
 
 
 
 
 
 
 
 
 
 
 
  김태형의 엄마는 몰디브 사장의 애인 행새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김태형 엄마 행새도 했다. 근데 역할 놀이에는 별로 충실하지 못해서 술만 마시면 김태형을 호출해 고아 새끼라고 했다. 처음에는 중학생 쌍판에 고아니 뭐니 욕을 퍼붓다가도 종내에는 불쌍하다며 만 원을 꽂아줬다. 그래서 김태형은 그녀가 술 마시는 시간이 좋았다. 몰디브에 오는 손님들은 다 그녀를 또라이년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라면 질색팔색을 한다는 사람이 느닷없이 갈 곳 없는 중딩을 호빠에 데려와 웨이터 일을 가르쳤는데, 그 이유를 물으면 웃으며 쌍판 괜찮아서 아들 삼기로 했다고 답했다. 처음 김태형이 나타났을때 몰디브 사장은 이제 스무 살 어린 애인이 필요한거냐며 그녀에게 어항을 던졌으나 다행히 그녀에게 그런 취미는 없었다. 틈만나면 아들에게 욕을 퍼붓고 화장실 바닥에 토하고 유리잔을 던지고 모나코 사장과 큰소리로 섹스했지만 그런 김태형의 엄마는 가짜 기질을 숨기지 못했고, 아들의 고등학교 입학식 날 어딘가로 날랐다. 소문에는 돈 많은 이혼남과 바람 나 강남에서 사모님 행새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모조리 들고 나른 몰디브 사장의 전재산이었다. 입학식을 마치고 가게로 돌아온 김태형은 자신의 가짜 엄마가 유부남과 바람 나 돈을 들고 날랐다는 이유로 사장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으며 자기 재산 안 갚으면 널 죽이겠단 말에 그날부로 그 돈을 갚아주기 위해 몰디브 화장실 전용 시다가 된다.
 


 
 
 
 
 
 
 
 
 
   근데 몰디브 사장이 착각한게 있다. 김태형의 가짜 엄마는 사장을 두고 유부남이랑 `바람 난`게 아니라 그냥 지갑 좀 바꾼거다. 김태형은 대리석 흉내를 낸 타일 위에서 얻어맞으며 굳이 말 안 한 사실이지만, 그녀는 그게 취미고 본업이자 인생이다. 가짜 아들에게 자장가 대신 들려준 엄마의 전 지갑 전전 지갑 전전전 지갑들의 얘기를 들으며 김태형은 생각했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어느 날 자신을 죽이러 찾아온 전전 지갑을 피해 숨죽여 울며 이렇게 위태롭게 살기 싫다는 엄마를 보며. 이번엔 진짜 제대로 된 놈 낚아서  어디 스페인 같은 곳에 가 살거란 말 하는 엄마를 보며. 자신도 지갑을 하나 마련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튼튼하고 견고한 지갑을. 평생을 써도 질리지 않을 지갑을. 김태형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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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뉴로 썼던 글. 스토리 짠 거 다 쓰면 삼 만자는 써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서 오 천자 가량 쓴거 먼저 올립니다. 미리보기 느낌이고 진짜 내용은 시작도 안함.아놔.. 하 편 언제 올릴지는 모르겠으나 시간 날때 마다 쫌쫌따리 덧붙일게요. 근데 설정 자체도 그렇고 단어 선택이나 뒤로 갈 수록 펼쳐질 내용이 좀 선정정이거나 폭력적이서... 방빙에 올릴지는 모르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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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난교  7일 전  
 난교님께서 작가님에게 132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하루  12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핑키  13일 전  
 핑키님께서 작가님에게 1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あかり  13일 전  
 넘 좋아욕 ㅜㅜ
 진짜 ...... 다음 화 존버탈게요 ㅠㅠ

 あかり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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