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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1. 키스도 했는데 못하겠어? - W.구팔칠팔
1. 키스도 했는데 못하겠어? - W.구팔칠팔








평생을 가난함 없이 살아왔던 나였다. 먹고 싶은 건 다 먹고, 내가 사고 싶은 건 다 사고. 입고 싶은 옷들도 마음대로 살 수 있고. 고를 수도 있었다. 난 그냥 평범한 집에서, 남들도 사는 그런 평범한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었고. 말로만 듣던 재벌, 대기업 회장의 아들. 이런 건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평생 부모님 옆에 앉아 같이 살고 싶었다.





그러던 도중,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망하고. 이 넓은 서울이라는 곳에서 그 남은 돈으로 살긴 역부족이었지만. 일단 될 대로 해보자는 식으로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하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망한 사업을 놔두고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하셨다.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부모님은 모르셨으면 했다.






그런데, 그런 부모님께서 찾으신 해답은







나의 결혼이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집안 때문에 몇 년을 쉬지도 않고 일했던 나에게 고작 그 ‘결혼’이란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내가 믿었던 부모님의 배신이라고는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뿐더러, 그렇게 믿고 싶지도 않았다. 내 어머니, 아버지는 누구보다 나를 끔찍하게 여기셨던 분들이니까. 그런 분들의 요구를 거절하기엔 내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선, 내 결혼 하나면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 하나면, 그냥 나 하나만 고생하면…. 나는 조금 힘들겠지만. 다시는 이런 지긋지긋한 아르바이트는 손에 대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참자. 라는 식으로 생각했다. 아버지께서 망하신 그 사업을 다시 일으킬 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과의 결혼이라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나도 괜찮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래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계약 결혼인지 모르고 온 건가?’






계약 결혼?






‘몇 년만 내 아내인 척만 해주면 돼.’






…아내인 척이라니?







‘넌 나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의 말처럼, 이젠 의지할 사람조차 없었다. 부모는 날 그냥 하나의 미끼로 사용했다. 내 결혼이 정해지고 난 이후에 잠시 집이 빈 사이에 여길 떠나 내가 여태까지 벌어온 돈을 다 챙기고 발 빠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렸다. 모든 게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말조차 나오질 않았고, 밀려오는 배신감에 온몸이 떨렸다.







난 당신들을 생각해서 날 희생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






“잡아.”

“…아, 네.”

“그리고, 이제부터 존칭 같은 거 쓰지 마.”

“…….”

“티 나잖아. 너랑 나랑.”




그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입을 다물었다. 아직 어색한 그에게 존칭을 쓰는 게 오히려 더 편해서 그랬던 것 같았는데. 이젠 그마저도 못 쓰니, 필요할 때 빼곤 말을 줄이자.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크고 긴 손이 내 손 위로 포개졌고, 난 살짝 몸을 움찔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 지었다.




어차피 나에겐 아무도 관심을 주진 않겠지만. 잘나고, 멋진. 그 옆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사람을 만나면 그의 평판도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노력하려고 애썼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예상대로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진 않았지만. 왠지 나 혼자 그의 옆에서 재롱을 부리는 것 같았다.





“앉아.”




나와 그는 신랑 측 내빈에 속했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있어서인지 발목은 이미 벌겋게 부어있었지만. 자리에 앉아 가만히 앞만 바라보는 그에게 방해가 될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무리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나 같은 게 무슨 이런 남자와 결혼을 했다고, 말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과는 똑같이 다들 날 무시하는구나. 그냥 편하게 올 걸 그랬나.





“어디 불편해?”

“…아니요, 그냥.”

“근데 뭘 자꾸 움직여. 신경 쓰이잖아.”

“미안해요. 안 그럴게요.”




그의 말대로 계속 존칭을 쓰다 보니, 무슨 내가 잘못을 한 거 마냥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역시 어색하긴 어색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도, 그냥 일반 연인들과 같게 호칭을 부르자니 오글거려 그럴 수가 없었다. 그냥 그의 말에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발목에서 손을 뗐다. 식장은 약간 어두워 발목이 부은 모습이 티 나지 않지만, 내가 계속 발목을 만져대니 그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겠지.





“…….”





뒤이어 식이 시작되고, 나는 애써 미소 지으며 그 둘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다들 그 신부와 신랑을 바라보며 축하해주고 있지만, 내 뒤에서 가만히 그 둘을 지켜보던 김태형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표정은 평소에 많이 짓던 표정이라 그냥 그렇게 넘겼지만. 갑자기 날 뒤로 끌어들이는 행동에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

“뭘 그렇게 놀라.”

“지, 지금 뭐 하는….”



“내 아내 내가 안고 있겠다는데, 문제 있나.”





그의 품에 안겨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우리 둘 앞에 앉아있는 그 둘을 보았다. 몇 번 보았던 적이 있는 사람들, 한 명은 그의 고모. 또 한 명은 그녀의 딸. 그 둘은 내가 몇 번이고 만났지만 나를 무시하고 나와 그의 사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우리 집에 올 때면 차라리 아프다고 억지로 병원에 가 누워있고 싶은 심정일 정도로 그 둘이 너무나도 싫었다.




“둘이 사이가 이렇게 좋았나?”

“어떻게 안 좋을 수가 있겠어요.”

“……!”



“이렇게 예쁜데.”





날 바라보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그의 행동에 안 그래도 굳은 몸이 더 굳어 움직이지 않아, 그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인 나였다. 살짝 내 입술로 시선을 옮기는 그에 난 평소 해오던 미소를 띠었다. 그 둘 앞에서. 나와 김태형의 사이를 의심해오던 둘이 오늘만큼은 아니라고 믿고 가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나도 모르게.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고 말았다.





물론 이런 나의 행동에 놀란 건 그 둘 뿐만이 아니라, 김태형. 그도 마찬가지였다. 입술을 포갠 건 난데 그 상황에서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난 ‘키스’ 이런 건 단 한 번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기에. 그리고 오히려 얼굴도 그가 아니라 먼저 저지른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좋으시겠네요, 이렇게나 사이가 좋아서.”




그녀의 말에 난 얼른 입술을 떼었다. 어떠한 진전도 없었는데, 괜히 숨만 차올랐다. 그의 어깨를 붙잡고 숨을 몰아쉬는데 그런 나를 자신의 어깨 뒤로 고갤 젖혀주는 행동에 눈을 꼭 감고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지만,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생각도 없이 막 저질렀다. 그 둘은 내 행동에 애써 괜찮은 척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난 아직도 그의 목을 감싸고 있었을 뿐이었다.





“좀 전에 입 맞춘 거.”

“…….”

“나쁘지 않았어.”

“……!”

“덕분에 귀찮은 거머리들은 떨어져 나갔을 테니.”







나 잘한 건가…?








***





아픈 발목을 이끌며 그대로 식이 끝나자마자 식장을 나왔다. 김태형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한시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는 식장을 나오자마자 잡던 손을 놓았고,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예상보다 늦었는지 그는 한숨을 쉬었다. 난 멀어지는 식장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눈만 깜빡였고,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던 식장 입구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다.




“좀 놀랐어. 네가 갑자기 입 맞춰서.”

“…어쩔 수 없었어요. 죄송해요.”



“뭐가, 난 좋았는데.”

“……!”

“물론, 네가 입 맞춘 거에 대해서가 아니라.”





오늘 정말 그 때문에 몸이 많이 움츠러들고, 경직되는 것만 같았다. 날 놀리는 듯이 말을 내뱉어도 난 아무런 생각 없이 대답할 뿐, 김태형이나 나나. 서로에게 이성적인 감정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우린 단지 계약으로 이루어진 관계이니, 서로에게 감정 따윈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만약에라도 둘 중 하나가 이성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될 수도 있을 만큼,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가 그럴 리가 있나.






“오늘은 같이 회사 가. 집에 아무도 없어.”

“괜찮아요. 집에 혼자 있는 게 일상인데요…뭘.”

“…….”

“…알았어요. 같이 가요.”





그는 정말 고집이 세다. 내가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자존심도 세고, 원하는 건 뭐든지 손에 얻어야 하는 성격. 그래도 나에겐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직원들에겐 엄청 엄하다고 들어 결혼 생활 전엔 약간 걱정도 했지만. 워낙 어색해서 그런지 말을 잘 안 해서 그런지 나에겐 크게 화를 낸 적도, 싸운 적도 없었다.






“잡아, 내 손.”





아, 잊고 있었다. 매번 잡던 손도 이젠 그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자연스레 잡아야 하는데. 아직까진 어색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아서 불편하지만, 그가 잘 날 이끌어줘서 망정이지. 나 같이 소심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이었으면 둘 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거다. 그리고, 날 쳐다보는 시선들. 나와 손을 잡은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 하긴 다들 예상하지 못했겠지.




김태형 주변엔 집안 좋고, 유명하고. 자신과 비슷하고 닮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저 여자를? 이런 생각이 들 건 뻔했다. 나조차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우리 집안은 아버지의 사업으로 일찍이 망해 예전 같은 삶을 살지 못하는 건 당연했고, 그저 공장이나 여러 아르바이트하러 다니던 나를 도대체 왜 골랐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으니까. 댁들도 이상하겠지. 저 여자가 뭐라고, 쟤가 뭐라고.





왜, 저 남자 옆에 있는 거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안녕하세요. 회장님.”




다들 그에겐 허리를 숙여 인사해도 나에겐 그 흔한 손 인사조차 하질 않는다니. 내가 만약 그와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달랐을까, 나에게도 저렇게 대해줬을까? 다들 나는 쳐다도 보지 않고 무시하니 나도 이젠 익숙해질 법한데, 너무 무서워. 다들 같은 편인데, 왜 나만. 왜 나만. 다른 편 같은지.





“아…!”




잠시 잊고 있었던 발목이 금세 더 부어있었는지, 누가 살짝만 건드려도 아플 것 같은 정도였지만.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버티고, 버텼던 건데. 더는 무리였나. 내 약한 신음에 그는 살짝 옆을 바라봤고, 난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사소한 거에 신경 쓰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지. 그리고 이건 내 잘못이잖아, 그리고 내가 해결 할 수 있어.




“발목, 부었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안 괜찮아 보이는데, 뭘.”

“…….”

“업혀.”






업히라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리….







“키스도 했는데, 이 정도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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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poiurt1025  4일 전  
 미안해요... 내가 좀 무거워서 그래요...ㅠㅠ

 답글 0
  척애독락隻愛獨樂  8일 전  
 당연히 할 수 있ㅈ..

 답글 0
  방모아  12일 전  
 태형이의 속마음이 궁금해진당..!
 작가님 글 너무 좋아요!!

 방모아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승식  12일 전  
 헐.....

 승식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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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K_  12일 전  
 너무 좋아요

 MK_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  12일 전  
 필력이 너무 대단해요ㅠㅠ

 답글 0
  O²  13일 전  
 워후... 이런 거 아쥬 좋습니다... 필력 무슨 일이세요 사랑해요

 O²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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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잎  13일 전  
 미쳤다 정말ㅠㅠㅠㅠ

 손잎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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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am돌멩이  13일 전  
 마지막맨트에 조커가 된 나를 봤다...ㅎ

 Iam돌멩이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웅지현  13일 전  
 헐 미쳤어요 이런 거 너무 좋아요...ㅠㅜㅠㅜㅠ

 웅지현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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