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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생일] 자축글 : 언어의 온도 - W.황월
[생일] 자축글 : 언어의 온도 - W.황월
언어의 온도_
 
 
-100도

 
 
 
 
 
 
 
온 몸이 얼어붙도록 추운 어느 겨울 이었다. 자꾸만 어는 손이 시려 워 입김을 호호 불 때 하얀 김이 나는 추운 겨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는 번화된 도시에서 널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다 지나가도록 오지 않는 너에 주머니 속 핸드폰을 확인 한 것이 몇 번째인지 가늠을 할 수도 없었다.
 
 
 
 
 

따르릉-
 
 
 
 
 

경쾌하게 울리는 반가운 전화벨 소리. 너에게서 온 전화인 것 같아 빠르게 집어 들었다
 
 
 
 
 

화면 위로 뜨는 너의 이름 세 글자.
 
 
 

사고가 났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걱정되어 받은 전화에는 네가 아닌 다른 누군 가의 목소리가 들렸어. 그것도 여자가 말이야. 아, 태형이가 지금 어디서 다쳐서 이 여자가 받았겠지 하며 날 안심시켰는데 그마저도 너무 빠르게 무너지더라.
 
 
 
 
 

[저기요. 이거 오여주씨 폰 맞죠?]
 
 
 

“네, 맞는데 무슨 일이에요? 태형이 혹시 어디 다친건가요?”
 
 

[풉. 약속 시간도 어길 대로 어기고, 전화도 젊은 여자가 받았으면 그정도는 언니가 알아서 생각해야죠. 이걸 내 입으로 말하게 만드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언니 남친 지금 연하랑 놀아나구 있다구요. 오늘은 잔뜩 취해서 거기 가긴 힘들 것같네~ 밖에 많이 춥지 않아요? 풉.]
 
 
 

“지금 걔 어디에요..?”
 
 
 

[헐.. 설마 찾으러 오게요? 이 언니 눈치만 밥 말아 먹은 거지 멘탈 하나는 강하네~ 여기가 어디냐면.. ]
 
 
 
 

“금방 갈거니까, 꼭 어디 가지 말아요.”
 
 
 
 
 
 
 

전화로 들려오는 말은 내겐 꽤나 충격이었어. 네가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내겐 몸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너무 가슴 아픈일이었어. 차라리 네가 다쳐서, 차라리 네가 나한테 연락을 못할 정도로 급한 일이 생겨서 내가 여기에 몇 시간을 주구장창 서있더라도 지금 보다 힘들진 않을 것같아. 너에게로 가는 길, 추운 한기에 못 이겨 나는 또 입김을 후후 불어대고 있어. 네가 따듯한 방에서 달콤한 잠에 취해 있을 때 말이야.
 
 
 
 
 
 

언어의 온도_






0도
 
 
 
 
 
 
 
 
 

나에게 전화를 한 여자가 말해 준 곳은 모텔이었어. 보나 마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곤 여자에게 기대어 있겠지. 네가 제일 잘하는 일이 잖아. 나와 사귀기 전에도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가 너에게 나타났을 때 네가 할 말은 뭘까, 미안해? 잘못했어? 아님 그보다 더 한 말을 할까.
 
 
 
 
 
 
305호
 
 
 
 
 
 
굳게 닫혀 있는 철문을 열까 말까 나 수 없이 많이 고민했다? 이 문을 열었을 때 내가 감당 할 수 있을 까 생각 참 많이 했어. 판도라의 상자처럼 나를 패닉에 빠트릴 것만 같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갈 까 생각도 했어. 그냥 몰랐던 것처럼 너에게 연락을 하고 또 다시 만나고. 너를 보기가 너무 무서워서, 두려워서 나를 정말 많이 설득 했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 지질 않더라.
 
 
 
 
 
 
 
 

찰칵.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너의 모습이 제일 먼저 보이더라. 그리고 너의 옆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그 여자도. 그 여자는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어.
 
 
 
 
 
 
“진짜 왔네? 그럼 잘 얘기 해봐요. 나는 여기서 이만 빠져줄게.”
 
“……”
 
 
 
 
 
 

분명 너랑 바람 난 건 저 여잔데 너무 뻔뻔 하더라. 저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막 쥐어 뜯고 싶었는데.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너무 힘들어서 감히 그럴 힘 조차 나지 않았어. 네 얼굴만 보면 나올 것 같은 눈물을 꾹 참고 니 앞에 섰다? 얼마나 잠이 깊이 들었는지 꿈쩍 하지도 않더라.
 
 
 
 
 
 
 
“태형아. 일어나.”
 
“……”
 
 
 
 
 
 

아무 말도 없는 너를 보며 네가 깨기 전까지만 펑펑 울다가 널 깨울까 생각했어. 한 마디만 더하면 울음이 쏟아질 것같아서. 근데 나 마음 굳게 먹었거든. 항상 너에게 이끌려가고, 항상 너한테 져주는 나였지만 오늘 만큼은 절대로 그러고 싶지 않아.
 

 
 
 
 
 
 
 
“야, 김태형. 일어나.”
 

“..아, 왜 깨워..오늘 여기서 자고 가자니까.”
 
 
잠결에서 인지 너는 나와 그 여자 목소리도 구분 못하더라.
 

“일어나.”
 

“조금만 더 있다가자.”
 
 
 
 
 
 
 

눈을 감은 채로 나를 안으려고 하는 네가 너무 미웠어. 너를 원망할 정도로 네가 너무 싫었어.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겨 오는 것도, 그 속에서 너의 향기가 내 코 끝을 스치는 것도, 네가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나를 안은 것도. 모든 게 다 싫고, 짜증이났어.
 
 
 
 
 
 

“일어나!!”
 

“아, 진짜 왜 그ㄹ..”
 

이제야 내가 보였는지 당황을 하는 네 모습을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나더라. 바람 폈다는 게.
 

“뭐야. 오여주 네가 어떻게 여길 왔냐?”
 

“사람을 몇 시간을 밖에서 기다리게 해놓고, 바람까지 핀 새끼가 그게 할 말이야..?”
 
 
 
 
 
 
 
 

너는 내 눈을 피하더니 머리를 긁적였어.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참 멍청하게도 그 순간 네가 나에게 사랑한다 속삭인 게 생각나더라. 내가 진짜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는데, 그랬는데. 아무리 애써도 이번 만큼은 참아 지지가 않더라. 계속해서  눈물이 흐르더라. 소리 내며 흐느껴 울 정도로 제어가 안됬어. 근데 내가 더 비참하고 속상했던 게 뭔 줄 알아? 내가 울면 항상 달래줬던 네가 한숨 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더라. 따듯한 너의 품이, 달콤한 너의 말이 너무 그리워서 정말 목 놓아 울었어.
 
 
 
 
 
 
 

“이 나쁜 놈아!! 어떻게, 어떻게.. 흐윽,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하, 솔직히 너도 알잖아.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쯤은. 우리 구질 구질하게 이러지 말고 그냥 끝내자.”
 

“..누구 마음대로 끝내. 난 못 끝내.”
 

“여주야. 고집 부리지 말고. 이러면 니가 더 힘들어.”
 
 
 
 
 
 
 
 
 

‘이러면 니가 더 힘들어’ 그 말을 듣고 나는 너무 기가 찼어. 지금 이 순간이 난 제일 힘든데 니가 뭘 안다고 그렇게 얘기하는지 나는 너무 어이가없었다? 근데, 그런데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게, 그 못 끝낸다는 말이 오로지 오기가 아닌 조금은 내 진심이라는 게 너무 화가 나더라. 너도 알잖아. 내가 한 말이 오로지 오기가 아니라는 걸. 네가 사랑했던 나를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그런데 왜 모른 척해..
 
 
 
 
 
 
 

“어떻게 넌 미안하다는 말 도 안해..?”
 

“미안해. 됐지?”
 
 
 
 
 
 
 
 
 
차라리 그 말을 하지 말걸. 너에게 미안하다는 소리 듣는 게 이렇게 비참할 줄 알았으면 그냥 하지 말 걸. 나 너무 후회돼. 진짜 어디 하나 고장 난 것처럼 우는 내 모습이 너에게 보여지는 게 너무 창피해. 울지 말걸, 어떻게 해서든 참아볼 걸 난 너무 후회돼. 울지 말라고, 잘 못했다고 한 번만 안아주지. 내가 사랑했던 너의 품에 한 번만 더 안겨볼 수 있게 해주지. 너는 진짜 이기적이고 못난 놈이야. 내가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내가 미워 질 정도로, 너는 너무 나쁜 놈이야. 알아?
 
 
 
 
 
 
 
 
내가 가면 넌 저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겠지. 내가 다시는 누군 가와 사랑 안 하겠다고 다짐했을 때, 네가 와서 그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잖아. 아마 그 말에 넘어가지 않을 여자는 없을 거야. 남자에게 뜨겁게 데이고, 상처 입은 나조차 너를 사랑하게 했으니.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너를 사랑했던 걸 지도 몰라
 
 
 
 
 
 

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나를 일으키고 문 밖으로 떠 밀었어. 그동안 고마웠다, 미안했다, 이런 말 없이 말이야. 그래 바람 핀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게 더 이상하지. 근데 그냥 내가 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냥 내게 헤어져 달라고 했다면 그게 그나마 덜 아플 것 같아. 다른 사람 이었다면 너를 미친놈이라 하고 친구들 끼리 너를 까겠지만, 너는 나 마음 속에 아물지 않은 상처를 더 깊게 패어 놓은 진짜 나쁜 놈이거든.
 
 
 
 
 
 
 
 

언어의 온도_






10도
 
 
 
 
 
 
 
 
 
 

밖으로 나오니 많이 춥더라. 따듯한 방에서 채워났던 온기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렸어.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내 눈물이 얼 것 같이 말이야. 그 여자는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 인기척이 나서 뒤로 돌아본 그녀는 나에게 살짝 웃더니 어깨를 툭툭 치고 갔어.
 
 
 
 
 
“힘내요~”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그 여자를 한 대 치고 싶었다? 너를 뺏어간 것도 화가 나고, 나를 조롱하는 것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이 화가 났어. 근데 몸에 힘이 하나 들어가지 않더라. 니가 바람을 펴서? 내게 이별을 고해서? 하지만 다행일지도 몰라 그래도 네 덕에 내가 경찰서 가진 않겠네.
 
 
 
 
 
 
모텔 로비로 왔는데 너를 찾아가기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더라. 나를 측은 하게 보는 주인 아저씨도 보였고, 서로에게 기대어 걸어가는 커플들도 봤어. 아까까지만 해도 김태형, 네가 나와 그런 사이였다는 게 참 믿기지 않아.
 
 
 
 
 
 

모텔 밖으로 나왔더니 눈이 내리더라.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내 생일이었나? 그래, 그래서 내가 너와 만나자고 했지. 이제야 생각이 난다. 너와 오늘 만나려고 했던 이유. 니가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몇 시간을 기다린 이유. 그래, 내 생일이라 내가 너무 들떠서 그랬어. 그래서 이게 너와의 마지막 생일이라는 것도 모르고 힘들지만 행복하게 기다렸어. 너와 따듯한 카페에 앉아서 다른 커플들처럼 닭살 돋는 스킨쉽도 하고, 달콤한 너의 말로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끝내려고 했어. 근데 오늘 나는 너에게 아주 차가운 마지막을 들었네.
 
 
 
 
 
 

조금 걸으니까 힘들더라. 너에게 가는 길은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차가운 길바닥에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더라. 도저히 서있을 수도 없어서 남 신경 안 써보고 바닥에 앉아서 울었어. 너 내 성격 알지? 남 신경 쓰면서 이도 저도 못 하는 거. 그에 비해 너는 남 신경을 쓰지 않았지. 그래, 너가 나를 많이 답답해 한 것도 알아. 남 신경 쓰지 말라는 게 소원이라고 했던 네 말. 드디어 이루어졌네. 축하해.
 
 

언어의 온도_






20도
 
 
 
 
 
 
 
 
내 앞으로 몇 명의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몰라. 하나 같이 나를 측은 하게 쳐다보고 가더라. 괜스레 쳐다보지 말라고 화를 낼 까 싶다가도 그냥 내가 쳐량한 꼴이 되기로 했어. 벌써 11시 30분. 내 생일이라고 돈 조금만 가지고 오라고 신신당부했던 네 말 때문에 진짜로 돈을 조금 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어. 괜히 그런 말은 왜 해가지고. 택시도 못타잖아. 내가 오늘 안에 집으로 들어가기는 그른 것 같네.
 
 
 
 
 

“저기요. 괜찮아요? 이런 곳에 있으면 감기 걸려요.”
 
 
 
 
 

내 앞으로 내밀어 진 손에 나는 그를 쳐다봤어. 날이 너무 안 좋아서 그런지 그 사람 마저 나쁘게 보이더라. 혹시 나에게 돈을 뜯어 갈까. 혹시 내 몸을 원하지 않을 까. 솔직히 좀 무섭기도 했어.
 
 
 
 
 
 

“자, 어서. 일어나요.”
 

근데 지금 이 상황 보다 나쁘진 않겠지.
 

“손이 많이 차갑네요. 우리 어디라도 들어 갈까요?”
 

“괘, 괜찮아요. 저 그냥 알아서 가도 돼요..”
 

“여기서 내가 그냥 가버리면 나중에 너무 후회할 까봐 그래요.”
 

“나 같은 거..챙겨줘도 좋을 거 없어요. 나 돈도 없고, 더 이상 내 줄 마음 같은 것도 없어요..”
 

“나 진짜 걱정 돼서 그러는 것 뿐이에요. 물론 이렇게 사람 많은 번화가에선 그쪽을 챙겨 줄 누군 가가 또 있을 수 있겠지만 언제 나타날지 모르잖아요. “
 

“……”
 

“그쪽이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그래요.  자.”
 
 
 
 
 
 
 

그 남자는 나에게 핫팩 하나를 건냈다 이미 뜨겁게 달구어 진 핫팩은 얼어 붙은 내 손을 녹였고, 차갑게 얼어버린 내 마음도 조금 녹여냈다.


 
 
 
 
 
 
​"제 이름은 박지민이에요. 그 쪽은요?"

“제 이름은 오여주에요.”
 
 
 
 
 
 
 
 
 

언어의 온도_
 
 

30도
 
 
 
 
 
 
 
 

박지민이라는 사람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 행동 하나 하나에서 배려가 묻어났다. 그는 이 근처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와 동갑인 것과,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 등 말해줬다. 그리고 이것 저것 말해줬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너무 많이 말을 해서 내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는 소심하고 말 수가 적은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내주었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왜 나를 챙겨 주는 지가 의문이었지만 방금 전처럼 길 한복판에 가만히 앉아서 미친 사람처럼 우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여주씨. 혹시 아까 전에 왜 그렇게 울고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
 
“……”
 
“아. 불편하다면 얘기하지 않아도 되요. 역시 첫 만남에 이런 얘기를 물어보는 건 무리겠..죠?”
 
 
 
 
 
 

그에게 내 얘기를 하기에는 아직 내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 얘기를 하지 않으면 다신 이 얘기를 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저번처럼 혼자 끙끙 앓고, 또 똑 같은 사랑은 만나서 또 똑같이 고생하고. 왠지 자꾸 불행한 일들이 겹칠 것만 같아서 이번에는 다르게 행동하기로 했다. 첫 만남이니까 오히려 더 괜찮지 않을 까?
 
 
 
 
 
 
 
“아니에요. 말씀해 드릴게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오늘 있었던 일, 그리고 그 전에 만났던 남자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처음이었다. 내가 나에 대해서, 그것도 나의 아픔에 대해서 이렇게 털어놓은 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들어주던 그에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속이 후련해 진 느낌이었다.
 
 
 
 
 
 
“진짜 나쁜 놈들이네요.”
 
“네? 아, 그쵸..”
 
“여주씨가 위축될 필요 없어요. 그나저나 진짜로 뻔뻔한 사람이네요.”
 
 
 
 
 

그는 나의 이야기에 대신 화를 내주었고, 나는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나보다 더 화를 내는 그 남자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 방금 웃었다. 그죠?”
 
“네? 아, 네.. 제가 그랬나 보네요.”
 
“에이. 또 그런다.”
 
“네? 뭐가요..?”
 
“우리 그럼 이렇게 해요. 나랑 있을 때는 억지로 라도 더 당당하게 행동하기. 어때요?”
 
 
 
 
 
 
그의 말은 내가 그를 보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 없이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사라지고 입가에 따듯한 미소만이 남아있었다.
 
 
 
 
 
 
“네. 좋아요..”
 
 
“약속!”
 
 
“약속…”
 
 
 
 

언어의 온도






40도
 
 
 
 
 
 
 
 
 
 
 
그는 잘 들어가라는 말을 남기도 나를 떠났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석자. ‘박지민’ 아까 전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온도는 마이너스, 지금은 플러스이다. 나중에 이 또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지만 나는 플러스인 지금을 즐기고 싶다. 김태형의 그 차가웠던 태도를 기억하며 슬퍼하기에는 지금은 너무 힘들다. 차라리 그 남자, 박지민이 했던 미지근한 온도의 언어를 곱씹으며 아직 까진 따듯하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그 온도를 즐겨보려고 한다.
 

집으로 들어가니 바깥보단 따듯한 온기가 나를 감쌌다. 오늘 하루 힘들었던 나를 달래며 이불 안으로 들어가 아직 까지 남아있는 차가움을 떨쳐냈다. 이불의 포근함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그의 미소가 떠올라 괜스레 마음이 두근댔다. 오늘 헤어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설레어하는 내 모습이 바보 같기도 하지만 슬퍼하며 하루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는 것보단 나을 것같다고 생각했다.
 

씻으려고 들어간 화장실에서 본 내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빨간 볼, 그리고 마치 벌에 쏘인 것처럼 부어오른 두 눈. 그 순간 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에게 이런 내 모습을 보인게 창피하다는 생각이었다. 안그래도 빨개진 볼이 더 달아올라 뜨거워졌다. 나는 애써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해봤지만, 달구어 진 불은 쉽사리 온도를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신나게 울려대는 내 핸드폰을 보곤, 빠르게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세 글자.
 
 
 
 

‘박지민’
 
 
 
 
 
 
 
 

콩닥 콩닥하는 내 심장 소리가 귀로 들릴 정도로 빠르고, 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물기를 머금은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받음’ 버튼을 눌렀다.
 
 
 
 
[잘 들어갔어요?]
 
“네? 네에.. 잘들어갔어요..!”
 
 
 
 
 
 

따듯하게 들려오는 그의 언어. 보일러를 틀지 않은 방안에서 나를 따듯하게 해주는 그의 언어가 참 신기했다.
 
 
 
 
 

[다행이네. 난 또 집안에서 울고 있을 까봐 걱정되서 전화했어요.]
 
 
“아, 아니에요.”
 
 
[그쵸? 그런 나쁜놈 잊기 쉽지 않겠지만, 얼른 떨쳐내 버려요.]
 
 
“네에..”
 

[그럼 나중에 또 봐요!]
 
 
“저, 저.”
 
 
[네?]
 
 
“오늘 하루 정말 고마웠어요.”
 

[저두요.]
 
 
 
 
 
 
삐- 삐- 삐-
 
 
 
 
 
 

그가 나에게 무엇을 감사한지 몰랐지만, 그가 나에게 전달한 언어의 온도는 미지근함을 넘어 따듯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그대로 침대 위로 털썩 드러누웠다. 이렇게 다정한 사람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떨까. 뭐, 뭐? 나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정신 차려 오여주! 그 사람은 네가 하도 울고 있으니까 불쌍해서 도와준 것 뿐이야.
 
아니, 그렇다면 왜 전화번호는 주고 갔지?
 
 
 
 
 
“으아..!!”
 
 

새벽이 아침이 될 때까지 나는 밤 잠 못 이루며 나 혼자만의 착각을 하고, 또 부정하며 긴 밤을 보냈다.
 
 

언어의 온도_





50도
 
 
 
 
 
 

그 차가웠던 온도와 따듯했던 온도, 또 그 경계까지 있었던, 그 날 후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sns로 본 너의 모습은 아직 까지도 행복해 보였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에 비해 나는 그 날 이후로 박지민에게서 연락 한 통이 오지 않았다. 혹시 그가 나를 잊어 버린 건 아닐까,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아버린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역시나 그도 그저 지나가던 사람들 중 하나였던 거야.
 
 
 
 
 

띠링-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리고 혹시나 그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부리나케 핸드폰을 켜봤다.
 
 
 
 
 
[광고 오늘만 세일 !]
 
 
 
 
 
 
후. 그럼 그렇지.
기대를 한 내가 바보지 바보야.
 
 
 
 
난 침대 한 구석에 앉아서 할 일도 없이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다. 거의 잠이 들 때쯤 문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나를 깨웠다.
 
 
 
 
 
 
 
 
똑- 똑-
 

“네에~! 금방 나가요.”
 
 
 
 
 
그나저나 누구지. 택배 시킨 것도 없는데.
 
 
 
 
 

찰칵-
 
 
 
 
 

“누구세ㅇ..”
 

“많이 늦었죠? 미안해요.”
 
 
 
 
 
 

문을 연 내 앞에는 박지민이 서 있었다. 그는 코 끝 과 볼이 잔뜩 빨개져 있었다. 혹시 내가 그를 너무 보고 싶어 환상을 보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볼을 꼬집어 봤지만, 역시나. 아팠다.
 
 
 
 
 
 
 
“아야!”
 
“어어, 왜 그래요.”
 
“아, 아니. 꿈 같아서요.”
 
“제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요?”
 
 
 
 
 

능글맞은 말을 하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이 얄밉게도 사랑스러웠다.
 
 
 
 
 
“제가 그 쪽 연락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미안해요. 핸드폰이 고장나는 바람에. 그리고 일이 너무 많기도..”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안았다. 아직 우리의 사이는 친구라고 하기도 썸을 타는 사이라고 하기도 애매했지만 나에게 설렘을 안기고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미워서 그냥 안았다. 그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몰라 조금은 무서웠지만 자신과 만날 때는 당당해지라는 그의 말이 떠올라서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물론 그의 말이 이런 걸 뜻한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많이 속상했나 보네요. 미안해요”
 
“보고싶었어요..”
 
 
 
 
 

토닥 토닥. 그는 나를 감싸 안은채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언어의 온도_
 
 

60도
 
 
 
 
 
 
 
 
 
“나도 보고싶었어요.”
 
“더 빨리 찾아왔어야 하는 데.”
 
“이렇게 슬퍼하고 있을 줄 알았으면 먼저 보러 올걸.”
 
 
 
 
 
 

보고싶었다는 그 말이 이렇게 가슴 벅찬 말인 지 몰랐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그의 언어의 온도는 차차 내 마음을 달구면서 올라갔다. 천천히, 조금씩. 너무 빨라 내 마음이 데이지 않겠금.
 
 
 
 
 

그와 함께 있으면 나를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얼었던 마음을 녹이면서 그에게 마음이 기울어졌다. 그의 따듯한 음성은 내 귓가를 맴돌고, 그의 포근함 품은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는 나의 집안으로 들어와 자신이 그 동안 뭐하고 지냈는지 그리고 내가 뭐하고 지냈는지 물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에게서 연락이 한동안 오지 않아 속상했던 감정은 점점 잊혀져 갔다.
 
 
 
 
 
 
 

언어의 온도_










99도
 
 
 
 
 
 
 
 

시간이 지나고 밤은 깊어져 갔다.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갔고,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이상 꺼낼 말도 없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도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 침대에 기대어 앉은 그와 나는 서로에게 기대어 있었다.
 
 
 
 
 
 
 
 
“여주씨, 우리 이제 말 놓을 까요?”
 
“그래..”
 
그는 나에게 가볍게 미소 지었다.
 
“이제 그 사람은 잊었어?”
 
“응. 완벽히까진 아닌 것같아도 이제 전처럼 힘들지 않아.”
 
“다행이네.”
 
“가끔 생각 나기도 해서 그의 sns에도 들어 가보는 데 역시 별거 없더라. 그냥 미련인가 봐. 걔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조금 분하긴 하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없어.”
 
“그렇구나.”
 
“응.”
 
“사실 나도 그 날 많이 힘들었다?”
 
“응?”
 
“나도 너랑 비슷한 처지였어. 그런 내가 널 위로 한다는 게 좀 웃겨 보였지만 촉촉하게 젖은 너의 그 눈이 너무 슬프더라.”
 
“그렇구나. 너는 아직도 그 사람 생각 해?”
 
“나도 너와 비슷한 것 같아. 가끔 생각은 나지만 그저 지나가던 인연으로 생각이 나는 것 같아.”
 
 “그렇구나.”
 
“나 사실 오늘 너한테 고백하려고 찾아온거야.”
 
“응..?”
 
 
 
 
 
 

그의 한 마디에 심장이 쿵- 하고 떨렸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했어. 핸드폰이 고장 난 순간에도 너에게서 온 연락을 받지 못할 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 나 너 좋아하나 봐. 너에게 다가간 건 그저 위로였는 줄 알았는 데 그게 아니었던 것같아. 내가 위로를 받고 싶어서 그랬던 거였어.”
 

“단순히 같은 처지여서가 아니라 그냥 너한테 끌렸나 봐.” 
 
 
 
 
 
 
 
나에게 따듯한 언어의 온도를 선물해준 너에게 나의 온도를 선물해주었다.
 
 
 
 
 

“사랑해.”
 
 
 
 
 

마지막으로 본 그의 얼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천천히 떨어지는 눈물을 머금었다. 차가워서가 아니라 너무 따듯해서. 그의 마지막 언어의 온도는 ‘뜨거움’ 이었다.
 
 
 
 
 
 
 
 
방탄소년단지민
“사랑해”


 
 
 
 
 
 
 
 
 
/
 
 
 
오늘 생일이에요! 사실 그렇게 대단한 날은 아니지만 혼자 축하고 싶어서 글 하나 끄적여 봤어요!
기한을 맞추려고 조금 급하게 쓴 감이 있지만 되게 집중해서 쓴 글 같아요!
필력이 좋지 않아서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은 것같지만 좋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글 많이 많이 올리겠습니다! 학업에 밀려서 앞으로 얼마나 자주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틈틈히 써보도록 할게요!
아, 그리고 일곱남자와 고양이는 어느 정도 틀이 잡혀 가는 것같아서, 쓰고 나서 매끄럽게 하고 올릴게요!
이제 연중은 아니지만, 아마 전처럼 많이 올라가진 않을 것같아요! 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황월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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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황금막내망개떡  14일 전  
 생일 정말 축하드립니다!!

 황금막내망개떡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하늘하을  14일 전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하늘하을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강하루  14일 전  
 생일 축하드려요

 답글 1
  슈몬스  14일 전  
 역시 작가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슈몬스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태연  15일 전  
 조금...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생일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좋은일 만 있기를 바랄게요❤❤

 태연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제비꽃7  15일 전  
 제비꽃7님께서 작가님에게 5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짧수니  15일 전  
 생일추카드려요오오❤❤

 짧수니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보라색물방울  15일 전  
 세상에.. 이렇게 좋은 글이ㅠㅠ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잘 읽고 갑니당

 보라색물방울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뷔태석태ˊᗜˋ*  15일 전  
 뷔태석태ˊᗜˋ*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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