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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김태형]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그래 - W.구팔칠팔
[김태형]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그래 - W.구팔칠팔






몇 년 전,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돌보며 살고 있었다. 아내는 아이조차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당시 고작 태어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데려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바쁘게 살아왔다. 처음 유치원을 보낸 날에는 아이가 적응을 잘하지 못한 것 같다고 연락이 닿았었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누구나 다 그런 줄만 알았었다. 내 아이까지도.






아마 일주일에 두세 번쯤은 유치원에 가지 않고 집에 놔두었다. 회사일 때문에 태하와 같이 집에서 놀아줄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낯선 사람과 있는 걸 무서워하는 태하의 성격 때문에 마땅한 보모 하나조차 들일 수가 없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태하는 ‘엄마’라는 말보다 ‘아빠’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또 그런 내 밑에서 자라서인지 확실히 어린 나이에 부려야 할 때조차 잘 쓰질 않는다.






태하는 다른 아이와는 달랐다. 잠시 마트에 와서도 그 흔한 장난감을 사달란 말 조차는 꺼내지 않았고, 그저 엄마 품에 안겨 우는 아이들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눈물을 닦아주고, 등을 어루만져 토닥여주는. 그런 엄마. 태하를 바라보면 태하는 아무렇지 않게 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부러운 걸까, 외로운 걸까.






그런 태하를 볼 때마다 휴대전화를 꺼내곤 한다. 혹시라도 전화 한 통이라도 오지 않았을까, 아이가 보고 싶다며 문자 한 통이라도 보내지 않았을까 하면서. 괜한 생각이나 하면서 혼자 그 검은 바탕화면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굳게 접는다. 태하가 싫다며 혼자 목이 터질 정도로 그렇게 말하던 네가 과연 지금은 보고 싶을까, 아이를.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잘자, 태하야.”





아이가 잠이 들면, 혼자 의자에 앉아 아무 생각도 없이 앞만 바라본다. 태하를 혼자 키우고 나서 생각이 더 많아질 줄 알았는데, 난 왜 아닌지. 아이를 낳으면 산후우울증도 오고 아무 힘도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너는 아니었지. 애 얼굴만 봐도 싫어했잖아. 못 볼 걸 본다는 식으로. 그래도, 그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지금의 태하는 너라는 존재를 잊었을 테니까.





“……!”





태하를 돌보느라 회사 일을 미처 끝내지 못하고 집에 와 업무를 급하게 처리할 때, 태하가 조금씩 걸어와 내 옷깃을 손으로 잡아당겼다. 울먹이면서, 내 옷깃을 잡아끄는 태하에 하던 일을 멈추고 태하를 안아 들었다. 그 크고 예쁜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네, 태하야. 괜찮아, 아빠가 있잖아. 태하, 괜찮아. 아빠가 금방 안 아프게 해줄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안 괜찮다.






그렇게, 태하가 처음 아프고 난 이후, 아이가 말수가 줄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정 표현도 잘 하지 않는 것 같고. 유치원에서도 결과는 뻔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애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하는데, 평소 내성적이던 태하의 성격에 친구들이 많이 피한다고 들었다. 태하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것 같아 몇 차례고 달래어 보아도 변하는 건 없었다.





어느날엔 태하가 친구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 온 적도 있었다. 애 얼굴을 온통 찢어놨다면서 화난 채로 원장실에 들어오는 아이의 부모에게 사과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내 옆에서 내 손만 잡고 있던 태하를 보자마자 애 얼굴을 들이밀며 태하에게 확인시켜주는 그 모습에 몸이 굳었다. 울먹이는 태하를 안아 들어 등을 토닥였지만, 태하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을뿐더러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이의 이런 모습도 처음 봤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애의 얼굴엔 작은 상처 하나만 나 있었을 뿐이었고, 그 일로 태하는 유치원에 가길 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태하는 한 번도 꾸중을 듣거나 강하게 혼나본 적이 없어서 낯선 사람의 그 위협적인 목소리를 듣자 몸을 움츠렸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내 품에 안긴 태하를 달래주고, 이뻐해 주는 것. 그것뿐이었다. 물론 태하도 주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가끔 얼굴이나 몸에 상처를 내올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참았다.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서 따져봐도, 말해봐도 전혀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 오히려 우리 태하만 아파질거라 생각해서, 그랬는데.







내가 아이를 잘 못 키웠나 보다.









“죄송합니다.”






우리 태하는 이렇게 내 품에 안겨 울먹이며 두려워하는데, 그 아이는 전혀 그런 내색 하나 없이 부모가 잡아준 과자만 먹고 있을 뿐이었다. 얼굴엔 그 작은 밴드 하나도 붙이지 않고, 연고도 바르지 않은 상태로 우리 태하만 연신 구박했다. 물론 내 아이 만큼이나 다른 집 아이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 태하는? 우리 태하는 평생, 이 기억을 트라우마로 간직하면 어떡하지?






가늘게 떨리는 작은 몸, 내 옷에 스며든 아이의 눈물.






나 자신이 창피했다. 내 품에서 울고 있는 내 아이 하나도 이렇게 챙기지 못하고, 보살펴주지도 못할 거면서. 내가 여태 동안 이 예쁜 아이를 어떻게 키웠길래, 아이가 이렇게 변해있는 거지? 마음속으로 끝없이 삼켰다. 이러지 말자, 이러면 안 된다. 이러지 말자, 제발. 몇 번이고 괴로워했다.






“치료비는 물론 제가 다 내겠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고작 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은 이것뿐인지, 왜 난 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는 없는지. 내 아이가 다른 사람에 의해 마음에 병이 들면 안 되는데, 정말 안 되는데. 분명 평생 아파하며 살아갈 텐데. 잊으려 해도 계속 생각나고, 없애려 해도 없앨 수 없는 그런 하나의 상처가 생길 텐데. 아무리 치료해도 다시 덧나고 계속 솟아나 결국 마음 밖으로 나올 그런 상처.







‘미안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많이 서투른가 봐.’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가 이런 아빠여서. 널 잘못 키웠나 봐, 널 아프게 키웠나 봐. 그래서 나는 너에게 지금이나, 앞으로나 더 미안해. 이런 기분을 느끼고, 겪게 해서.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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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와4분의3승강장에서널기다려  9일 전  
 아부지 ㅠㅠㅠㅠㅠ넘 슬퍼여 ㅠㅠㅠㅠㅠㅠ
 다음것도 내주실건가여?

 9와4분의3승강장에서널기다려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현송월  11일 전  
 아부지... 보고싶슴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답글 0
  ㅣ반류아ㅣ  12일 전  
 너무.. 슬퍼여.. 8ㅁ8

 답글 0
  루시아4170  13일 전  
 ㅇㅏ빠......빨리 일 마치고 와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ㅠㅜㅠ

 답글 0
  ㅎㅎ재밌다~~!!  13일 전  
 넘..............슬........ㅍ.........ㅡ................ㄷㄷㄷㄷㄷㄷ...ㅏ.....

 ㅎㅎ재밌다~~!!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하리보와젤리  14일 전  
 처음이라서 그럴수 있지...하지만 너무 짠하다..

 하리보와젤리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초친  14일 전  
 갑자기 우리 아빠 보고 싶어요..ㅠ

 답글 0
  초친  14일 전  
 ㅜㅠㅠ

 답글 0
   15일 전  
 아니ㅡㅜㅜㅜㅜㅜㅠ뭐야ㅜㅜㅠㅜㅜ너무ㅜㅠㅜ슬프잖나오ㅜㅜㅜㅜㅜㅜㅠㅜㅠㅠㅜㅜ . ㅡㅜㅜ
 

 답글 0
  CJB  15일 전  
 저는 아빠가 없는 이혼가정 입니다 저는 아빠라는게 싫고 밉지만 한편으로는 보고파요 작가님이 아이 태하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신게 저한테는 사실 고맙습니다 전 저의 지인 아무도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요 위로가 되었어요

 CJB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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