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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전정국] Still With You - W.한음
[전정국] Still With You - W.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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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재생해주세요!









그날, 청춘이 어스름해지고 황혼의 빛이 아스라지던 날.
나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다.

새벽의 소리는 궁극의 찬란이었다.









/

살살 돌리면 그대로 일렁이는 와인잔에 서울의 야경이 찬란하게도 비쳤다. 조그맣고 빛을 내뿜는 것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그것들을 비추는 또 다른 작은 빛들이 저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둡지만 눈을 반짝- 하고 찌르는 명의 색들이 깊은 눈동자에 더 깊게 담겨왔다. 손을 들어 야경이 담긴 와인잔의 끝을 촉촉한 입술에 갖다 대었다. 목울대가 천천히, 울렁였다.

흰색의 테이블 위로 희미하고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진동이 울렸다. 가운이 덮인 팔목을 뻗어 귀에 대고 소리를 기다리면, 저 너머에서 누군가 망설이는지 둔탁한 잡음만이 들려온다. 그리고 부드럽지 못하게 떨리는 소리를 가진 그 가녀린 목소리가 말하기를,




"헤어져, 전정국."




그리고 그 눈동자에는 더 이상 빛이 담기지 못했다.









_I`M STILL..




그는 거친 손짓으로 옷장 문을 열어 제 손에 집히는 대로 옷을 갈아입곤 현관으로 향했다. 그 문을 밀려던 찰나 그의 시선을 꽉 붙드는 검은 우산에 다시 발을 붙였다. 조금 전 창밖으로 바라보던 그 밤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었지만 왠지 비가 올 것 같아서, 그냥 그럴 것 같아서 새까만 우산을 집어 들었다.

무심하게 덮어쓴 후드에, 두 손은 주머니에 파묻고서 앞머리에 덮여버린 눈을 한 그의 심정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축 처진 입꼬리와 그저 그런 걸음걸이가 꽤 덤덤해 보였다. 손잡이에 달린 끈이 손목에 걸려 대롱대는 검은 우산이 겁을 먹은 듯 굳어있었다. 그리고 그랬다. 그는 여전히 덤덤했다.

완벽히 적나라하고 어두컴컴한 길을 제 구역인 듯 익숙하게 거닐고 익숙한 건물에 익숙한 몸짓으로 들어섰다. 주변이 어떠한 소리로 가득 메꿔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전화가 끊기고 몇 계단을 올라서서 제 집이 아닌 다른 집의 현관을 부서져라 두드릴 때까지 그의 입술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

"......"




예상외로 그 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열렸다. 다만 그 후에, 그 문의 주인의 표정이 썩 마음에 들지 못했을 뿐. 사치를 혐오하는 그녀의 배경은 한없이 초라했다. 맞물린 시선의 뜻을 종잡을 수 없었다. 대립되는 기류가 썩 닮지 못했다.




"...... 왜 왔어."

"......"

"...... 왜 왔냐고."

"...... 넌."

"......"



"왜 그랬는데."




그녀의 동공이 떨림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냈다. 그의 싸늘한 표정에서부터 여태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냉기가 목 언저리를 스치고 가는 바람에 더더욱 그랬다.




"사랑해."

"..."

"나는 너 사랑하는데."

"..."

"너 되게 보고 싶었는데."

"..."



"넌 아니야?"




그녀가 왼손으로 붙든 현관문이 흔들릴 것 같아 더욱더 세게 쥐었다. 그랬더니 더 심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속으로 신경질을 내다 그녀는 깨달았다. 아, 흔들리는 게 이게 아니라 난가. 저는 지금 확실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붉어진 뒤였다.









_ALWAYS WITH..




당신은 내게 사치다. 훅- 하고 들어와 내 심장을 가득 메꾸고도 남을 만큼 내 안에 들어찬 당신이 낯설다. 내가 사랑한 건지. 아님 당신이 날 사랑한 건지. 애를 써서 조금이라도 비워내려 했던 당신의 사랑을 단 한 방울도 흘려내지 못해 내 얼굴을 타 내리는 눈물이 당신을 미워하라 외쳤다. 내 안에 가득 찬 게 사랑인데, 나는 당신을 미워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파아란 눈물은 애초부터 내 눈물이었다.

지금쯤 당신은 서울의 찬란한 야경을 그 뜨거운 눈동자에 담아내며 와인이라도 들이키고 있는 중이겠지. 지금 연락하면, 받아줄까. 사랑하니까, 당신은 나를 사랑하니까 금방 받아버리겠지. 그런데 그 신호음이 끊겨서 다잡은 내 마음이 한순간에 새하얘지면 어떡하지. 그만큼 당신이 너무 좋아서, 자꾸 그런 생각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면 어떡하지. 나의 이성은 지금 이 순간인데. 누군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왠지 그럴 것 같은데.




`... 여보세요.`




목소리를 들었다. 낡아빠진 기계로 듣는 당신의 목소리인데도 불구하고 내 귓가를 간지럽히는 건 여전하다. 어떡하지, 말이 나오질 않아. 어떡하지, 생각조차 나질 않아. 역시나 그랬다. 당신은 내 흑심을 하얗게 비워버렸다.

안 돼. 그래도 안 돼. 당신은 나에게 사치를 넘어선 사람이다. 나는 당신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아. 사랑할 자격이 없는 건가. 그렇게 해서 나는 결국 당신이 내 머릿속에 펼쳐놓은 백지에 기어이 다시 먹칠을 하고 만다. 난 그게 내 이성이라고 믿어. 이게 내 이성이 아니라면, 나는 천벌을 받아야 할 거야.




"... 헤어져, 전정국."




그렇게 내 입에서 터져 나온 한 마디는 나에게 그 새까만 잉크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걸 증명했다. 전화가 툭- 하고 끊어졌다. 끊기고 나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이렇게 당신을 놓아버리면. 아직 나를 놓지 않은 당신은 나에게 무얼 할까. 이 늦은 밤에 날 찾아오기라도 할까.

오늘따라 의도치 않게 흘러나온 예상들이 모두 들어맞았다. 내 집, 내 낡아빠진 집 문을 저렇게 부서져라 두드려 댈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지친 마음에 심호흡 한 번을 하지 않고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이랬음에, 이렇게 평소같이 않았음에 당신은 당황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마주한 당신은 그런 당황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어두운 표정을 했다. 심호흡이라도 하지 않은 내 탓인 걸까. 내가 한 말이 맴도는 당신의 탁한 눈동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 왜 왔어."




나도 덩달아 어두워지면 조금 버텨낼 수 있으려나. 내가 어두운 척을 하면 당신은 속아줄까. 내가 당신을 미워하면, 당신도 나를 미워할까.




"사랑해."

"..."

"나는 너 사랑하는데."

"..."

"너 되게 보고 싶었는데."

"..."

"넌 아니야?"




백지가 검은색으로 물들자 당신은 그 위에 하얀 물감을 부어 조금의 검은색도 용납하지 못했다. 당신을 향했던 내 검은 잉크는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나의 미움이 당신의 사랑을 훨씬 더 많이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 사랑한다는 말에 무너지고, 보고 싶었다는 말에 무너지고, 나는 아니냐는 물음에 한 번 더 무너졌다. 나도 당신과 같으니까. 그 검은 잉크는 내 이성이 아니었나 봐. 그저 사치에 익숙하지 못해서 잠시 뒤덮였던 그 속,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짜 나였나 봐.

진실된 눈물이, 변덕스럽게도 그를 사랑하라고 외치는 눈물이 두 눈의 밑바닥을 가득 채웠다.

당신의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 눈도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_YOUTH&YOU




아무 대답이 없는 그녀에 심장이 바스러진 그는 이제서야 덤덤했던 거짓된 가면을 벗고 뒤돌았다. 입을 열지 않는 건 여전했지만, 그의 형체 구석구석에서 그의 속마음이 드러났다. 상처받았고, 쓸쓸했다. 이젠 익숙해질 수 없는 건물을 나오며 그는 시야가 흐려지는 걸 느꼈다. 눈가가 뜨겁고 코가 찡했다. 바깥으로 나왔더니 괴이한 천둥소리와 함께 빗물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는 말없이 검은 우산을 폈다.




"... 전정국, 전정국!!"




환청인 듯, 지금 여기서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검정 운동화가 멈추며 금세 바닥에 고였던 물을 튀겼다.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돌았더니 정말로 그녀가 보인다. 울고 있었고, 옷은 얇았는데, 비를 맞고 있었다. 깜짝 놀란 그가 급히 달려가서 그녀에게 우산을 씌웠다.




"나도야."

"..."

"나도, 나도 너 사랑해."

"..."

"네가 너무 좋아서, 너를 너무 사랑해서... 감당하기가 힘들었어."

"..."

"근데 놓으려고 하니까... 그러니까,"

"..."

"내가 더, 널 사랑하나 봐."




그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투명하다 못해 빛났다. 그렇게 울지 말아 줬으면. 앞으로는 놓을 생각도 하지 못하게 사랑해 줄 테니 제발 이렇게 슬프게 울지는 말아 줬으면. 그가 우산을 쥔 손과 반대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 눈물을 훔쳤다. 울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얼굴이었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그만 벗고 싶은데 손이 두 개밖에 없다. 우산, 그녀의 얼굴, 둘 중에서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택했고, 우산이 떨어졌고, 동시에 비가 둘의 위로 쏟아졌고, 그가 순식간에 모자를 벗고 나서 그 손으로는 그녀의 남은 볼을 붙잡았다. 두 사람이 함께 눈을 감았다. 거센 빗물도 맞물린 입술을 비집고 들어갈 순 없었다. 대신 혹여나 두 사람이 너무 뜨거워질까, 적당히 식혀주는 역할을 했다. 딱, 적당한 기분이었다.




청춘이 어스름해지고 황혼의 빛이 아스라지던 날
마침내 그 호화의 파편을 붙잡고 쥐어 낼 끝이 보이던 날
그 밝은 어둠 속 무엇인지 모를 빛 조각을 삼켜냈다.

달라지는 건 없었고, 달라지지 않는 것 또한 없었으며
뭉글하고 기분 나쁜 속의 울렁임이 그 끝의 시야를 열어주었다.
이렇게 잠들고 나면 가끔 희미하게 바랬듯
내게 다음이란 건 오지 않겠지

그리고 어김없이 새로운 시간의 틈이 세상을 비췄다.

새벽의 소리는 궁극의 찬란이었다.














**

마지막 부분은 제가 예전에 지어봤던 `끝`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안 어울리긴 하지만..


좀 전에 갑자기 공지 올렸는데

글과 관련된 게 아니어서 대다수 분들이 별로 안 좋아하시고 실망하시는 것 같아서

쿨삭했습니다

죄송해요

앞으론 방빙에는 방빙 관련된 것만 올리겠습니다.


뭐 나쁘거나 안 좋은 건 아니지만 다들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길래.. 괜히 죄송해져서 단편 가지고 왔습니다.

스틸윗유 노래 나왔을 때 급하게 삘 받고 쓴 거라 사실 퀄리티 매우 별로긴 해요


그래두 좋아해주셨음 하는 건 제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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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류서인  34일 전  
 그녀와. .... 우산 .
 망설임 없이 그녀를
 미친 개 설레네..ㅜㅜ
 작가님 글 넘 좋아요...

 답글 1
  서army  62일 전  
 작가님 글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 흐어어어ㅠㅠㅠ

 서army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2
  나는야슙닭  62일 전  
 이런 글 좋아요ㅠㅠ 이런거 많이 올려주세여ㅠ

 답글 0
  트러플  63일 전  
 작가님.... 글 너무 좋은데요 ㅠㅠㅠ 퀄리티가 별로라뇨!!!! 절! 때! 그렇지 않아요!! 너무 좋은데....

 답글 1
  김릴리야   63일 전  
 김릴리야 님께서 작가님에게 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김릴리야   63일 전  
 아 이런 글 너무 좋아요ㅠ

 답글 0
  수달새끼개새끼♡  63일 전  
 묘사가 너무 좋아요

 수달새끼개새끼♡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방탄오래가자^^  63일 전  
 헐헐 글 완전 짱이에요ㅠㅠㅠ 어쩜 그렇게 단편을 감성적이게 잘 쓰시나여ㅠㅠㅠㅠ 진짜 너무 잘쓰세여ㅜㅜㅠ

 방탄오래가자^^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강하루  63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06김태형여친  63일 전  
 필력 진짜 좋으시네요ㅠㅠ 즐찾 하고 갑니다!

 06김태형여친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36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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