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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3. 생일 서프라이즈 - W.한음
03. 생일 서프라이즈 - W.한음







* 3화는 2020년 3월 9일 개인공간에 특별편으로 올라갔던 글이라 전체 스토리와 거의 상관이 없고 분량이 짧습니다. 이번 화는 그냥 슬쩍 보고 넘기셔도 좋습니다!



ㄴ 재생!






Copyright ⓒ 2020. 한 음 All rights reserved









"자."

"?"

"네 체육복."

"오늘 체육 있잖아."

"응. 그래서 주는 거야. 네 거잖아."




여주가 곱게 개어진 체육복을 내게 내밀었다. 무슨 일일까, 민여주가 체육복을 빼앗지 않는 일은 영원히 없을 줄만 알았다. 근데 이게 웬일이래? 받지 않으면 다시 가져갈까봐 냉큼 집어들었다.




"무슨 일이야, 체육복도 다 주고?"

"헐, 너 설마 모르냐?"

"... 뭘."

"와, 이거 진짜 호구네. 아니, 오히려 잘된 건가?"

"뭘! 내가 뭘 모르는데!"

"아니야. 나중에 놀라지나 말던가."




그게 무슨 말이야? 도통 이해를 하지 못한 나였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드디어 운동장을 뛰지 않을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체육복을 쥐고 내심 기뻐했다.



민여주, 몰라봤는데.















"민여주, 복장 불량."

"죄송합니다. 체육복을 못 가져왔어요."

"열 바퀴 뛰어."




내 체육복을 가져가지 못해 벌을 받는데도 여주는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즐거울까. 저럴거면 애초에 내 걸 들고가지 말지. 내 두 발이 땅에 붙어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와중에 체육은 여주를 평소의 두 배는 더 뛰게 했다. 민여주가 가져갔다는 내 말은 믿지도 않으면서 왜 열바퀴 씩이나 뛰게 하는지. 갑자기 알 수 없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야, 민윤기. 눈깔 좀 풀어. 누굴 그렇게 쳐다보냐?"

"... 어어?"




내 팔을 툭 치며 말하는 호석에 정신을 차렸다. 내가 왜 그렇게 노려보고 있었지. 여주가 벌을 받는 건 나로서 통쾌해야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의 응어리가 나에게서 좀처럼 벗어나질 않았다.




"야, 민윤기!"

"아, 야! 매달리지 마!"

"오늘 밥 나랑 먹자. 응?"

"나 정호석이랑 먹을 건데."

"에이, 원래 이런 날은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는 거야. 알겠니?"




오늘이 무슨 날이나 되나. 얘 오늘 진짜 왜 이래?

내게 끝까지 매달리면서 애원하는 여주를 끝내 저버리지 못하고 호석에겐 미안하단 말만 남겼다. 내 맞은편에 앉은 여주가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왜, 왜. 이번엔 또 뭐.




"와... 급식표 짠 사람 누구냐. 오늘은 대구탕이 나올 날이 아닌데."

"대구탕이 나오면 안 되는 날도 있냐? 맛있기만 한데."

"헐, 너 진짜 눈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지..."

"지, 뭐."

"에휴... 아니다. 네가 맛있으면 된 거야, 민윤기."




오늘따라 진짜 왜 이래. 오늘 여주는 내게 온통 배려 투성이였다. 과제를 못한 내게 제 과제물을 주고 나 대신 벌점을 받거나, 버스에서 하나 남은 자리를 나에게 양보하고, 평소같지 않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다.




"저... 윤기야. 내가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 학원은 너 혼자 가야될 것 같아."




그럼 그렇지. 내가 오늘 다 해줬으니까 오늘 공부는 너 혼자만 해라, 뭐 그런 거잖아.

하는 수 없이 나 혼자 학원으로 향하는데, 확실히 조금 전 여주가 안색이 안 좋아 보이긴 했다. 기침도 좀 하는 것 같고, 이마를 짚는 걸 보니 열도 좀 나는 것 같고. 집에 약도 없을텐데. 혼자서 끙끙 앓는 건 아닌가.




"자, 그리고 136페이지까지 알아서들 해 와."




학원 선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나기가 쏟아졌다. 곧이어 천둥도 요란하게 치기 시작했다. 놀란 내가 창 밖을 바라봤다.

... 민여주 천둥번개 무서워하는데. 아빠도 출장 가서 안 계실거고. 철부지 민여주, 어쩔 줄도 모르고 열 펄펄 나서 쓰러져 있으면 어떡하지.




"... 선생님, 저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볼게요."




그렇게 다른 학생들보다 먼저 나와버렸다.

아홉 시가 넘은 탓에 약국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 그러자 자꾸만 생각나는 민여주 때문에 동네의 약국이란 약국은 다 찾아다녔다. 아홉 시 이후 문을 연 약국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바쁘게 돌아다니다 이제 막 문을 닫으려고 하는 약국을 발견했다.




"저, 아저씨!!"

"아, 학생, 지금 문 닫는데?"

"아저씨, 제 동생이 지금 많이 아파서 그런데, 종합감기약 하나만요. 네?"

"하이고, 동생 걱정해서 이렇게 뛰어온 거야? 비 오는데 우산은 좀 쓰고 다니지."




약국 아저씨의 말에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하지만 신경쓰이지 않았다. 감기약이 시급했다.




"아저씨, 약 하나만 살게요, 네?"

"알았다. 그래도 우산은 쓰고 들어가."




약을 계산하고 나서 아저씨가 주신 수건으로 잠깐 머리를 말렸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호석이었다.




"여보세요?"

- 야, 민윤기! 너 집에 안 들어가고 뭐해!

"왜? 민여주 무슨 일 있대?"

- 너 전화 안 받는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나한테 전화하더라. 아무리 그래도 너 땜에 고생한 애를...!

"뭐? 걔가 왜 나 땜에 고생을 해?"

- 와, 너 진짜 바보냐? 오늘 니 생일이잖아!

"뭐?!"




황급히 전화를 끊고 폰을 쳐다봤다. 3월 9일이었다.




"하... 망할 민윤기 새끼."




망했다는 생각이 겹쳐왔다.














"민여주!!"

"..."

"..."

"아, 민윤기!!! 왜 이제 와아... 흐으......"




천둥이 한 번씩 칠 때마다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르는 여주 앞에 다 식어버린 미역국과 촛농이 반 쯤은 녹아있는 케이크가 보였다.

그제서야 모든 게 이해가 갔다. 체육복을 가져가지 않고 웃으며 벌 받는 민여주, 미역국 대신 대구탕이 점심 메뉴여서 속상해했던 민여주, 과제를 주고 벌점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웃던 민여주, 하나 남은 버스 좌석을 양보하던 민여주, 그리고... 아프다고 거짓말 하면서까지 내 생일상을 차려 준 민여주.

무릎을 감싸안은 손가락에 밴드가 어설프게 붙어있었다. 저거 칼질하다가 베였구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커튼을 내리고 불을 켰다. 한쪽 무릎을 꿇고 여주에게 눈높이를 맞췄다.




"... 어디 아픈 건 아니지?"

"... 으응, 흐끅,"

"하... 손 줘봐."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새 밴드를 꺼내서 엉망진창인 밴드를 떼고 새로 붙여줬다. 젖은 머리에서 자꾸만 물이 뚝뚝 떨어졌다.




"... 윤기야, 너 머리..."

"하... 난 너 진짜 아픈 줄 알고 이 비 오는데 문 연 약국 찾아다니느라 고생 깨나 했다."

"... 흐아아앙......"

"아, 왜 또 울어!"

"미늉기 생일 축하한다고오...!! 흐아앙...!!"




고개를 돌려 케이크를 바라봤다. 촛농이 케이크에 스며들 것만 같아서 재빨리 초를 불었다.




"... 소원... 안 빌어?"

"... 그 딴 거 필요없어."

"..."

"...... 그냥, 고맙다고."

"... 흐아아아앙...!!"

"아, 그만 좀 쳐 울어!!"




무슨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우냐. 철부지 민여주. 근데 또 그 모습이 웃겨 죽을 것 같아서 애써 웃음을 참으며 눈물을 닦아줬다. 하여튼, 진짜 못 말린다니까.

그 날의 미역국은 굉장히 짰다. 그래도 맛있었다. 누군가가 날 위해 애써줬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어쩌면, 생애 최고의 생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엄마야 엄청 빨리 올라갑니다





글구 (공백) 님 포인트 감사합니다❤❤
어쩌면 나중에 단편 포함해서 포명이랑 베댓 써야 될지도 모르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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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다현찡  49일 전  
 ㅠㅠ

 다현찡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나는야슙닭  56일 전  
 나는야슙닭님께서 작가님에게 1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찌니킴  61일 전  
 그냥 둘이 사귀면 안돼?

 답글 1
  꾸꾸X망개사랑해  63일 전  
 천둥번개 무서워하는거 진짜 공감..ㅜ 트라우마 있는 사람만 아는..

 답글 1
  바나나카레  64일 전  
 아 눈물 날것같아요ㅠ 왜 저만이렇게 울죠? 감동엄청받았어요ㅠㅠ

 답글 1
  love,love  64일 전  
 ㅋㅋㅋㅋ

 답글 0
  이구미  65일 전  
 천둥 나도 무서워해 여쥬야...ㅠㅠㅠㅠㅠㅠ

 답글 1
  예똥이랍니다하~  66일 전  
 흐ㅓㅜㅠㅠ감동적이예요ㅠㅠ

 답글 0
  예똥이랍니다하~  66일 전  
 흐ㅓㅜㅠㅠ감동적이예요ㅠㅠ

 예똥이랍니다하~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다좋아여  66일 전  
 ㅋㅋ현실남매ㅋㅋ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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