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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2. 그리고 지금의 나 - W.한음
02. 그리고 지금의 나 - W.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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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윤기의 귀로 들어갔다. 왼쪽 귀에 꽃혀 있는 이어폰을 살짝 빼던 윤기가 방문을 쳐다보니 그 문이 열리며 여주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저... 윤기야."

"...? 뭐야, 왜 또 조심스럽고 난리야."

"그......"

"..."

"나 체육복 좀,"

"아, 민여주 진짜...!!"




채육복을 너무 자주 빌려가는 여주에게 짜증이난 윤기가 한바탕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했는지라 여주는 굴복하지 않고 윤기의 가방 옆에 놓여 있는 체육복을 빠른 속도로 훔치곤 문을 닫고 나갔다.




"야, 민여주! 아, 민여주우!! 우리 같은 반이거든?! 나도 오늘 체육 있거드은?!"




찰나의 시간을 이용해 제 방 문을 잠궈버린 여주를 보곤 더욱 화가 난 윤기가 여주의 방 문을 두드리며, 아니, 세게 치며 소리쳤다. 윤기의 체육복이 여주에겐 좀 컸음에도 불구하고 여주는 항상 윤기의 체육복을 훔쳤다.

잃어버렸으면 새로 살 것이지, 하는 윤기의 목소리가 문을 뚫고 들어오는 듯했다. 하지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체육복을 곱게 접곤 가방 깊숙히 넣은 여주가 상큼하게 방 문을 열었다.






"... 내 체육복은."

"딱 한 번만 빌려주라. 응?"

"..."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여주에 윤기는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 틈을 타 윤기가 무슨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여주가 거실로 가는 계단을 빠르게 밟아 내려갔다.




"..."




그런 여주의 발걸음을 멈칫하게 한 건 거실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윤기의 아버지였다. 여주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 다녀올게요, 아빠."

"..."

"...... 아빠."

"어? 어, 여주야. 조심해서 다녀오고."




여주의 표정이 눈에 띄지 않게 굳어졌다. 이번에도 여주는 느낄 수 있었다. 조심히 다녀오란 말은 빈말이다.















"아, 허리...!"



"왜, 체육 때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민여주 말이야. 걔가 또 체육복 훔쳐가서 운동장 졸라 뛰었잖아."

"또?"




매점에서 초코우유를 사들고는 윤기와 복도를 나란히 걷던 호석이 곡소리를 내며 말하는 윤기에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윤기의 체육복이 그렇게도 좋은지, 이제는 체육선생님이 여주가 훔쳐갔다는 윤기의 말을 믿지 않을 정도였다.




"아, 짜증나."

"난 외동이라, 동생한테 체육복 뺏기는 기분이 어떤지도 모르겠다."

"... 너 지금 사람 엿 먹이냐."

"푸핫!"




그 때 저 멀리서 언제 교복으로 갈아입었는지 단정한 차림으로 상큼하게 걸어오는 여주가 보였다.




"야, 민여주."

"어? 맞다, 윤기야. 체육복은 네 가방에 넣어놨어. 흙 좀 묻었는데 괜찮지? 네 거니까 네가 빨아!"

"이런..."

"정호석도 있었네? 안녕!"



"어, 어어... 안녕... 하하."




여주가 그대로 둘을 지나치자 여주에게 인사하던 호석의 손이 제 심장 부근으로 향했다.




"이상하네... 여기 안에 뭔가 쿵쾅거리는..."

"뭐하냐. 어디 아프냐?"

"야, 민윤기."

"왜?"



"나 니 동생 좋아하는 듯."

"......"




윤기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요즘 내 주변 사람들이 다 미쳐가나봐. 윤기는 생각했다.

곱게 펴져 있는 수학책의 가장자리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손으로 얼굴을 받친 여주가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가끔씩 분필이 칠판을 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희한하게도 여주는 그 소리를 자장가로 삼아 더 잘 잠에 들었다.




"저기 세 번째 자리 졸고 있는 애 누구냐. 어... 민여주?"




학생들에게 가려진 여주의 얼굴을 확인하던 수학선생님이 교탁에 놓여진 막대로 칠판을 세게 두어 번 쳤다.

탁탁-. 부드러운 분필소리가 아닌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자 여주의 인상이 잠시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입을 헤- 벌리고는 잠에 드는 여주였다.




"민여주!"

"어! 예, 예?!"

"내가 방금 뭐라고 했어?"

"네? 어어..."




졸고 있던 터라 당연히 못 들었을 여주가 대답을 못하고 몇 초간 방황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자리에 앉은 어떤 남학생이 티 나지 않게 여주에게 무언가 적힌 포스트잇을 건넸다. 포스트잇에 적힌 글씨를 읽은 여주가 교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말했다.




"세 번째 자리에 졸고 있는 애 누구냐고 물으셨습니다!!!"

"......"




쿡쿡-. 주변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모두 여주를 보고는 숨죽여 웃었다. 선생님도 웃음을 참는 듯 입술을 꾹 다물었다.

도저히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수학선생님이 막대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종이 치고, 삼 교시가 끝났다.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너무 민망해진 여주는 두 손에 고개를 파묻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여주지?"

"어?"




화장실을 가려 복도를 걷던 여주의 앞에 누군가 나타나더니 말을 걸었다.






"아까 그 포스트잇. 내가 준 건데."

"아, 아아! 아깐 고마웠어."




결국 민망하게 끝났지만, 이라고 속으로 말하며 빙그레 웃는 여주였다.




"나... 누군지 몰라?"

"어?"

"와, 서운하네. 같은 반, 그것도 앞자린데."

"아, 미안. 내가 우리반 애들 이름 외울 경황이 없어서..."

"민여주."

"..."

"민윤기 쌍둥이 동생 맞지?"

"어? 으응..."




누군가 여주에게 윤기와 쌍둥이냐 물으면 여주는 고개를 숙이곤 어색하게 대답했다. 왠지 저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윤기에게 괜히 미안했기 때문이다.




"하나도 안 닮았네?"

"......"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여주의 고개는 더욱 숙여졌다. 그리고 그런 여주를 본 남학생이 살짝 웃음을 짓더니 제 소개를 했다.




"장난이야, 뭐가 그렇게 시무룩해?"

"아니야..."



"난 김태형이야. 네가 나를 모르는 건 그렇다 쳐도, 네가 유명한 건 알고 있지?"

"내가 유명해?"

"어. 네가 맨날 윤기라는 애 체육복 훔쳐가서 이젠 체육쌤이 걔 말은 들어주지도 않는다며?"

"아, 겨울에도 땀 나도록 운동장 뛰는데 넘어져서 흙 묻은 체육복 돌려주면 좀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나부터 챙겨야지."

"푸흐, 너 꽤 이기적이다?"

"음, 내가 쫌?"




몇 마디 대화에 익숙해진 여주와 태형이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몇 분이나 웃고 떠들던 태형이 왼쪽 손목에 찬 손목시계를 보더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여주야. 난 심부름 있어서 가볼게. 먼저 교실 들어가!"

"..."




여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곤 귀여운 미소와 함께 뒤돌아 사라지는 태형. 갑작스런 손길에 당황한 여주가 태형이 제 시야에서 한참이나 멀어지고서야 손을 올리며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어... 잘 가... 태형아......"




근데 쟤, 보면 볼수록 잘생긴 것 같아.

여주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여주의 심장은 그렇게 또 한 번 뛰었다.














"다녀왔습니다."

"..."

"아, 없네."




아홉 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 온 여주는 집 안에 아무도 없는 걸 알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래. 인사를 한다고 반겨주는 것도 아니고.




"왔냐?"

"어? 너 집에 있었어?"

"아빠 오늘 출장 가셔서 내일 쯤 오실 거야. 그래서 그냥 저녁도 먹을 겸, 일찍 왔어."

"오올, 민윤기 요리해?"



"아니, 뭐 딱히 요리라기 보단······."




윤기가 주방에 들어가서 불을 켜더니 무언가 준비할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에 여주는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윤기에게 기대하며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윤기가 선반에서 컵라면 두 개를 꺼냈다.




"아, 뭐야. 진짜 요리할 것처럼 폼 잡아 놓고."

"내가 무슨 폼을 잡아."

"너 요리 잘하잖아. 나 하나만 해주라. 응?"

"뭐? 네가 언제 내가 요리하는 걸 봤다고...!"




요리를 잘한다는 칭찬에 쑥쓰러워졌는지 말을 더듬던 윤기가 컵라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여주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오른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때, 중학교 삼 학년 때였나, 고등학교 입학할 때였나?"

"뭐가."

"네가 아빠 생신 때 파스타랑, 스테이크랑 이것저것 했잖아. 와, 생전 그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먹어봤어."

"내가 그랬나."




여주가 계속 칭찬을 늘어놓자 멋쩍어진 윤기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정했다. 하지만 생각과 행동이 전혀 달랐던 건지, 윤기의 입꼬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뭐가 먹고 싶은데."

"어?"




윤기가 컵라면 뚜껑을 뜯다 말고 여주에게 물었다. 몇 초 후 상황을 이해한 여주가 신나는 표정을 애써 감추려 눈알을 요리조리 굴려댔다.




"나 파스타 해줘!"

"파스타?"

"응. 웬만하면 그 때 했던 거랑 똑같은 걸로."

"흠."




잠시 후 고민하던 윤기가 집과 가까운 마트에서 재료를 이것저것 골라 사 오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요리를 시작했다. 그 사이 씻고 나온 여주가 솔솔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에 금방 주방으로 달려갔다.




"오, 민윤기! 혹시 나를 위해서 이렇게 준비한 거?"

"착각 좀 작작.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거거든?"

"칫."




아무렇지 않은 윤기의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아무렴 여주는 상관 없었다. 괜스레 제 심장만 떨리는 것 같았으니까.




"어우, 미쳤어. 나 미쳤나 봐."

"뭐라고?"




입꼬리가 눈꼬리까지 올라가던 여주가 정신을 차리려고 제 뺨을 때리다가 그만 윤기에게 들킬 뻔했다. 아하하, 아니야, 라며 겨우 넘겼지만 여주의 심장은 얌전할 줄을 몰랐다.




"헐. 일단 비주얼 합격."

"합격은 무슨."

"아, 근데 밖에 비 오네. 비 올 땐 라면인데. 이거 먹고 컵라면도 먹어야지."

"어휴, 행복한 돼지같으니라고."

"어쩔? 지는 비실, 비실 해가지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흔한 남매간의 말다툼도 잠시,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크림파스타의 맛에 여주는 말을 잃었다.




"와, 민윤기. 너 요리 어디서 배웠음?"

"나?"

"..."

"... 엄마한테."

"..."

"너희, 아니."

"..."



"우리 엄마한테."




아. 우리 엄마.

여주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윤기가 가끔씩 여주의 엄마를 제 엄마라고 인정해주는 건 기뻤지만, 그 말은 또 다른 의미도 될 수 있었다.

엄마가 같으면 좋아하면 안 되잖아.














Behind.




"어, 여주야. 난 심부름 있어서 가 볼게. 너 먼저 교실 들어가!"




태형이 여주의 머리를 흐트려놓듯 쓰다듬곤 떠났다. 홍조가 가득한 여주의 볼은 멀리 있던 윤기의 눈에도 잘 띄었다.






"네가 김태형이야?"

"어? 누구... 아, 그 여주랑,"

"친해질래?"

"어? 어어... 그래."




그래야 내가 먼저 막지. 윤기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

비하인드에서 윤기가 여주를 좋아해서 태형을 막으려고 한 건 아니구욯ㅎ

그냥 여동생한테 남자가 걸리적거리는 게 싫은 오빠의 마음..?(???)

뭔지 아시죻ㅎㅎㅎ



이 글이 사실 올해 1월부터 쓴 거라 초반엔 조금 유치한 면도 없지 않아 있어요.

하지만 4화 내지 6화 때부터는 어느정도 흥미진진해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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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찌니킴  61일 전  
 나 오빠가 필요한데 여주야 민윤기좀 빌려줘

 답글 0
  꾸꾸X망개사랑해  63일 전  
 윤갸 내 오빠할래?ㅜㅜ 내 방에서 과자먹고 안치우는 돼지말고 윤기가 내 오빠면 좋겠다ㅜㅜ

 답글 1
  love,love  64일 전  
 윤기야 우리집에 오빠대신 울집와라...

 love,love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서army  65일 전  
 미늉기 내오빠해죠ㅠㅠㅠ

 답글 2
  이구미  65일 전  
 민윤기 너 내오빠해라...

 답글 1
  다좋아여  66일 전  
 ㅋㅋㅋ

 다좋아여님께 댓글 로또 1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롸쥐붤뢀롸_  66일 전  
 내 주변사람들이 다 미쳐가나봨ㅋㅋㅋㅋㅋ 글 너무 재밌어요!!

 롸쥐붤뢀롸_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항상보라해  66일 전  
 까하 태형아... 윤기는 다 계획이 있어.....

 답글 1
  야옹냐옹애옹  66일 전  
 글 진짜 좋아요!

 야옹냐옹애옹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66일 전  
 적지만 받아주세욥..ㅎㅎ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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