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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1. 내 마음속 너는 - W.한음
01. 내 마음속 너는 - W.한음








ㄴ 재생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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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녕."

"..."




그 윤기라는 아이가 아무 대꾸도 않자 허공에 들려진 여주의 오른손은 민망하기 짝이 없어졌다. 결국 그 손은 새끼손가락부터 구부러지는가 싶더니 그냥 밑으로 떨궈졌다.




"우, 우리 엄마가... 너랑 친하게... 지내래......"

"..."

"..."

"... 내가... 우리 엄마 말은 꼭 듣,"



"그럴 필요 없어."

"... 어?"

"너희 엄마가 뭐라고 하시든 당사자가 안 한다면 안 하는 거야."

"아... 응."




여주의 엄마와 윤기의 아빠가 재혼을 하게 되고, 그들의 외동 자식이었던 여주와 윤기는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두 사람이었다. 윤기는 여주를 어떻게 대할지 미리 생각이라도 했다는 듯 여주를 무시하기 바빴고, 반대로 앞으로 같이 살게 될 윤기와 친해지고 싶었던 여주는 끊임없이 윤기에게 다가가려 애썼다.

하지만 윤기는 그저 집 안에 사는 사람이 더 늘어났을 뿐, 여주와 여주의 엄마는 저와 피를 섞은 가족이 아닌 그냥 같이 사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제가 싫고, 제가 친해지기 싫으면 진짜로 제가 연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고, 이미 오래 전부터 정해놓은 마음이었다.




"나, 나도 이제 강여주 아니고 민여주야...!"

"..."

"이름이 바뀌는 건 싫지만 민 씨는 좀 예쁜 것 같아."

"..."

"그래서 네 이름도,"

"너 참,"

"...?"

"말 많다."




이사 온 집의 제 방에서 물건을 정리하려는 윤기를 쫄래쫄래 따라와 윤기와 조금이라도 친해지기 위해 말을 거는 여주는 윤기의 눈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귀찮음의 극치에 달했는지, 윤기는 들고 있던 연필꽂이를 내려놓고 여주를 바라봤다.




"... 할 말, 있어?"

"여기 내 방이야. 시끄러우니까 좀 나가."

"... 아."

"네가 강여주든 민여주든 난 알 거 없다고."

"... 아. 알 거... 없었구나."




그 때 여주는 윤기가 친해지기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깨달았다. 평소 누구에게나 당당했던 여주는 윤기 앞에서만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따지고 보면 제가 처음부터 무례했던 것 같아 조용히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 근데."

"어?"

"아까 뭐라고 하려고 했는데?"

"뭐가?"

"아니... 그... 너도 이제 민여주라고... 그래서 내 이름도... 뭐라고 말하려고 했잖아."

"칫. 알 거 없다더니?"

"..."




윤기는 나가려는 여주를 붙잡은 것을 후회했다. 다 이긴 말싸움 아닌 말싸움을 다시 되돌려 오히려 자신이 불리해지는 것은 어렸던 윤기에게 가장 찝찝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왕 말 건 것, 들어는 보자는 심정으로 윤기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네 이름 얘기고...! 내 이름이 뭐. 뭐 어떻단 거냐고."

"예쁘다고."

"어?"

"예쁘다고, 예쁘다고! 네 이름이 예쁘다고 민윤기!"

"..."

"근데 이제 보니까 이름만 예쁘지 넌 하나도 안 예뻐. 그럴거면 너도 나한테 말 걸지 마!"




사람을 계속 나가라 마라 하는 윤기 때문에 짜증이 난 여주는 한껏 심통을 부리고 나와버렸다. 윤기의 방 문에 기댄 여주는 한껏 인상을 쓰고는 이제 윤기의 방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여주가 어리긴 어렸는지, 머리로는 그러면서도 정작 난리를 치는 건 여주의 심장이었다.




"생기긴 더럽게 잘생겼어. 칫."




열여섯,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그로부터 삼 년 후였다. 여주의 엄마와 윤기의 아빠가 재혼생활을 하던 일 년, 몸이 허약했던 여주의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난 후 일 년, 윤기가 조금씩 여주에게 말을 트기 시작한 일 년. 그렇게 총 삼 년을 여주는 사랑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그렇다고 가정불화는 전혀 아니었던 집에서 자라왔다.

여주와 여주의 엄마가 정말로 닮았던 것인지, 윤기의 아빠는 여주만 보면 제가 사랑했던 여주의 엄마가 자꾸만 생각이 나 점점 여주를 피하기 시작했고, 윤기는··· 늘 한결같았다. 여주에게 필요 이상으로 다가가지 않는, 그런 아이였다. 둘이 처음 만나 서로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 받기까지 삼 년, 그들은 어느덧 열여덟이 되어 있었다.




"민윤기 또 체육복 안 가져왔어?"

"아니, 민여주가 자꾸 제 거 가져간다고요!"

"민여주 나와."

"하... 씨."




그들은 많이 성장하고 변화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남들의 눈엔 언제나 한결같아 보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둘은 어떨 때는 친구처럼, 어떨 때는 정말 남매처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의지를 쌓아갔다.




"윤기야."

"..."

"윤기야아."

"으응."




여주가 괜히 핸드폰 안으로 들어갈 것만 같이 게임에 열중하던 윤기를 불러댔다. 윤기는 귀찮다는 듯 으응, 한 마디만 던져 주었고 더 괘씸해진 여주는 윤기를 마구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아, 민윤기!"



"아, 강여주 좀! 너 때문에 죽었잖아!"

"아니..."




어느새 장난기 가득하던 여주의 표정은 주인에게 한 소리 들은 강아지 마냥 축 늘어졌다. 윤기는 여주에게 화가 날 때마다 여주를 `민여주`가 아닌 `강여주`라고 불렀고, 그럴 때마다 여주는 윤기가 저를 자꾸만 밀어내는 것 같아 울상이 되곤 했다.




"하..."

"... 칫."



"강, 아니, 민여주."

"..."

"그 더러운 입꼬리 안 내리면 천 원."

"하하하! 윤기야 나 너무 행복해."

"구라."

"이런 시,"




가끔 난폭하기도 했던 여주와 윤기였지만 어느새 저들도 모르게 남들의 눈엔 조금씩 흔한 남매가 되어가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느꼈을까. 서로가 점점 가족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들의 열여섯, 첫 만남에 윤기를 마주하곤 움직였던 여주의 심장이 과연 무난하지 못했던 삼 년동안 무뎌지긴 했을까.

여주의 엄마가 돌아가신 날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사람이 사람을 잃는다는 게 생각보다 단순하지 못하단 걸 처음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내가 조금 더 자라서 아빠가 죽었다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여주는 생각했다. 그 날 장례식에서도 여주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리지 않았다.

윤기의 아빠는 날이 갈수록 여주를 멀리했다. 사랑하던 새 아내가 죽었으니 그녀의 딸에게는 더이상 관심을 줄 필요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야, 밥 다 됐,"

"......"




하루는 윤기가 평소처럼 아침밥을 먹자고 여주를 부르러 여주의 방에 들어갔다. 저만치 먼 구석에서 여주가 울고있는 것이 보였고, 여주가 우는 것을 처음 본 윤기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주는 윤기가 들어 온 것도 모른 채로 지난 날의 충격을 실감하며 무릎에 고개를 파묻을 뿐이었다.




"야,"

"......"



"울지 마."




윤기가 처음으로 건넨 위로의 한 마디였다. 윤기의 의외의 말에 당황하기라도 한 걸까. 여주가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들었다. 문이 닫히는 자그마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지듯 들렸다. 눈물에 젖어 퉁퉁 부은 여주의 눈이 방문을 향했다.














여주의 마음은 자꾸만 윤기에게로 흘러갔다. 그게 처음 만났던 날부터였는지, 아니면 허공으로 흩어진 윤기의 울지 말란 한 마디가 여주의 심장에 닿았을 때였는지 단정지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주는 윤기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아니야, 그런 마음 생기면 안 돼."




스스로 마음을 컨트롤해보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가족이니까, 이름의 성까지 민 씨로 고쳤으니까 가족을 좋아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 밥 먹으러 내려와."




꼭 어떤 사소한 순간에도 여주의 마음은 꿈틀댔다. 피를 나눈 것도 아니고 난 원래 강여주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잘못된 희망은 싹을 틔우고 말았다.




"다음 여주 차례다. 준비하고 있어."




그런 희망이 한 층 더 자라는 건 대부분 학교 체육 시간이었다. 넓적한 운동장에서 이어달리기를 하던 날 모래바닥에 미끄러졌는지 바톤을 넘겨받은 여주가 넘어져 바닥에 쓸리고 말았다.




"쓰읍, 아... 피 나네."

"누가 여주 보건실 좀 데리고 가라.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체육 선생님의 말을 얼핏 들은 윤기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들 여주를 걱정했지만 정작 보건실에 데리고 가는 사람이 없었고, 여주의 무릎에 난 상처는 오 미터 거리에 있던 윤기의 눈에도 잘 보였다. 윤기가 뒷머리를 털며 짜증을 내더니 여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야, 일어날 수 있어?"

"어어?"

"하... 업혀 봐."

"나... 나 괜찮은데..."

"자존심 내세우지 마라. 못 걷는 거 아니까."

"나 몸무게 오십,"

"아, 빨리!"




얼떨결에 윤기의 등에 올라 탄 여주가 주목되는 시선에 얼굴을 붉혔다. 여주의 긴 생머리가 그 얼굴을 가려서 적어도 망신은 피할 수 있었다.

보건실에 도착해 의자에 여주를 내려 준 윤기의 얼굴에 땀방울이 가득했다. 괜히 미안해진 여주가 아무 말도 않고 있자 한숨을 내쉬던 윤기가 나가려는 듯 보건실 문 쪽으로 향했다. 너무 건강해서 보건실에 올 일이 없었던 여주는 처음 와보는 불 꺼진 으스스한 모습의 보건실에 몸을 움츠렸다.




"아니, 저, 윤기야..."

"..."

"보건 선생님 오실 때까지만 같이 있어주면 안돼?"



"... 내가 니 단짝이냐."

"..."




그는 다정해 보여도 여주가 한 발짝 다가가면 항상 한 발짝 물러났다.




"휴..."




조금 전의 상황이 자꾸만 생생하게 떠올랐다. 분명 여주가 많이 다친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제게 딱히 관심을 두지 않던 윤기가 저를 번쩍 업어들고 갈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하지마... 그런 마음 갖지 마......"




그렇게 여주는 한 층 더 불안해져갔다.














behind.




드르륵, 탁. 보건실 문을 닫고 주변을 둘러보던 윤기의 걸음이 갈수록 빨라졌다. 학교 안을 계속해서 뛰어다니다 앞에 보이는 한 여선생의 앞으로 뛰어갔다.




"선생님...!"

"어...?"

"보건 선생님 맞으시죠?"

"어... 응... 근데 누구니?"

"지금 제 친구가 보건실에 있는데 무릎을 많이 다쳐서요. 빨리 가주시면 좋겠는데..."

"어, 그래. 근데 뛰어왔니? 땀을 엄청 많이 흘리네."

"아..."

"..."



"체, 체육하다 와서 그래요..."




어쩌면 윤기의 진짜 속마음은 여주의 생각과는 사뭇 달랐는지도 모르겠다.














**


이 작은 장편이고요, 갠공에 7화까지 연재되어 있는 글입니다!
(옛날 옛적에(??) 세상을 누비는 고래 님께서 보고싶다고 하신 소재로 쓴 글이에요!)
때문에 아마 방빙에서는 빨리 연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1화는 분량이 되게 적어보이지만 점점 늘어나면서 6화부터는 어느정도 안정적인 분량을 가지고 있어요!

아, 참고로 말쌈드리는 건데 물론 지금까지 제가 방빙에 올린 글 모두 제 개인공간에 담겨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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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방탄을사모하는민경이  4일 전  
 ㅈㅈㅎㅇㅇ

 방탄을사모하는민경이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apuwb  4일 전  
 정주행이여

 apuwb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제최애는김곰돌입니다  4일 전  
 정주행이용

 제최애는김곰돌입니다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Puma  5일 전  
 정주행이요

 Puma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다현찡  49일 전  
 우0ㅏ 정주행이여

 답글 0
  찌니킴  61일 전  
 오 정주행이요

 답글 0
  녹말차  63일 전  
 주제가 신박하다아ㅏ 정주행이요오

 답글 0
  꾸꾸X망개사랑해  63일 전  
 정주행이욥!!

 꾸꾸X망개사랑해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후하나  63일 전  
 정주행이여!

 후하나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_라온_  63일 전  
 정즈행이용

 _라온_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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