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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보랏빛구름200D] 비 오는 파리의 오후 - W.덴델라인
[보랏빛구름200D] 비 오는 파리의 오후 - W.덴델라인







영광, 영광. 오래된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며 흘러나오는 성스러운 찬송가에 환멸이 날 지경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항상 카페에 가는 꽤 이상한 취미가 있는 터라, 코 끝엔 향긋한 커피향이 솔솔 풍겨온다. 그 눅눅한 원두의 냄새마저 지겹게 느껴진다. 툭- 유리창에 가볍게 부딪히고 맺혀버리는 물방울이 괜히 기분 나빴다. 하릴없이 창 밖으로 지나다니는 행인들을 구경했다. 사람들, 또 사람들. 분명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지금 이 순간 화자가 이 파리의 한 카페 창가에서 그를 봄으로써 더 이상 모르는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린 사람들을 구경했다. 비 오는 날 사람들, 이제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는 사이도 아닌 그런 꽤나 이상한 관계의 사람들, 의 착장을 구경하는 것은 은근히 즐거웠다. 어느샌가 카페 직원이 내어준 초라한 바게뜨 한 덩이를 왼 손에 집어들고 그들을 바라봤다. 저기 봐, 저 여자는 무지개 우산을 썼잖아. 우중충한 먹구름에 파묻힌 회색 도시 속 그녀의 무지개빛 우산은 단연 나의 시선을 앗아갔다. 은은한 고동색이 도는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은 그녀의 가슴 부근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자신의 머리와 거의 일치하는 빛의 트렌치 코트를 입고 한 쪽 어깨에는 그 빛나는 무지개 우산을 무심히 걸쳐 놓고 반대 손엔 그녀의 오늘 점심이 될 듯 보이는 작은 크로아상 봉지가 들려 있었다. 으음- 직원이 갓 내린 커피를 가져오자 잠시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그것을 음미했다. 고급스러운 입맛은 없는 터라, 그저 비 오는 날의 에스프레소 한 잔, 그 음료 한잔이 선사하는 미묘한 운치를 즐기며 마셨다.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번엔 그녀가 검은 플랫슈즈를 신은 자그마한 발을 종종대며 바삐 걸어가는 형상이 보였다. 우중충한 무기력 속 무지개 우산의 종종대는 여성이라, 그리도 흥미로운 것이 있으련지. 모든게 느리게 흘러가듯 슬로우모션에 걸린 이 빗속의 파리, 그 한가운데 걸어가는 그녀는 내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충분히 역동적이었으리라. 멀리서 봐도 아담한 키, 또렷한 이목구비와 쾌활하고 밝아 보이는 표정. 왜인지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계속 그녀를 주시했다. 아- 이번엔 전화가 오는 듯 그녀의 손놀림은 바빠졌다. 양 손엔 그녀의 우산과 점심이 대롱대롱 들려있고. 결국 하는 수 없이 무지개 우산을 살짝 내려 놓고선 전화을 황급히 꺼내 든다. 빗방울이 그녀의 갈색 머리를 보슬보슬 적셔온다. 트렌치코트는 다행히 방수인가, 작은 물방울이 표면에 겹겹이 맺혀간다. 어어- 지금 카페 앞이야, 거의 다 왔어. 전화기를 어깨와 귀 사이에 아슬히 끼워 넣고 다시 우산을 집어 드는 그녀다. 전화 속 또다른 누군가에게 거의 다 왔다는 말을 쾌활한 말투로 전하고는 다시금 종종거리며 이 쪽으로 다가온다. 아, 카페가 이 곳을 말하는 것이었나. 파리 시내에 위치한 수많은 카페 중 하필 이 곳에 그녀와 내가, 동일 동시간대에 마주쳤다.






딸랑- 그녀를 닮은 쾌활한 종소리와 함께 서서히 문을 연 그녀가 자그마한 발을 가게 안으로 내디뎠다. 훅 끼쳐오는 원두의 녹녹함이 괜시리 향긋히 느껴졌다. 두리번 거리며 카페 내부를 둘러보던 그녀가 스피커 밑에 자리를 잡는다. 전화 속 그 사람은, 안 온 건가. 혼자 부시럭거리며 무언가에 열중한 옆모습이 괜시리 귀엽게 다가온다. 아, 점심시간이구나. 아까 손에 꼭 쥐고 온 크로아상을 조심히 봉지에서 꺼내어 한 손에 쥐어든다. 그리고는 그 쾌활한 목소리로 점원을 불러 딸기잼과 라떼를 주문한다. 참, 취향도 딱 본인 답다. 근 몇년 간 크림치즈와 에스프레소만 고집해온 화자로서는 굉장히 신선하고 생소한 주문이었다. 곧이어 점원이 내 온 딸기잼을 한 입 떠 먹고는 살풋 미소를 짓는데, 갑자기 몇년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딸기잼이 맛나 보였다지. 츳, 살짝 고개를 비틀고는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삼켰다. 그러자 뽀얗게 살이 오른 크로아상을 한 입 베어무는 그녀가 창문에 비쳐 보인다. 어느새 하늘은 맑게 개어있었다. 영광, 영광. 성스럽기 그지 없는 찬송가가 묵묵히 흘러나왔다. 이젠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어 버린 그녀의 무지개빛 우산을 향해 아쉬운 감정을 항껏 담아 쳐다본다. 답이라도 하듯 표면에 얌전히 맺힌 빗방울들이 반짝거린다. 영광, 영광. 카페에 흘러나오는 오래 된 찬송가, 눅눅한 커피향, 비 내리는 파리의 오후, 그리고 무지개빛 우산. 오묘하게도 꽤나 운치있었다. 회색 구름이 서서히 개이자 느리게, 죽은 듯 그저 호흡하던 거리의 칙칙한 사람들, 이제는 아는 사이인 그들, 이 생동감을 되찾는 그림이 보였다. 그저 꿈 같다기엔 너무 향기로운, 나른한 오후였다.











Cause anywhere with you feels like,

Paris in the rain.



-Lauv, Paris In The Rain 중-



엑소빙의글 작당글 입니다. 똥글... 망글...

보랏빛구름200일 겁나 축하하고 앞으로도 건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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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은설°  6일 전  
 글 대박입니다...분위기가 진짜 그냥 대박적..

 은설°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하늘하을  6일 전  
 와ㅏㅏ 글 멈 져아여

 답글 0
  강하루  6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아미<.>  7일 전  
 작가님 진짜 대박이에요ㅠㅠㅠㅠ♡♡

 답글 0
  구르밍°  7일 전  
 구르밍°님께서 작가님에게 2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구르밍°  7일 전  
 미친다....ㅠㅠㅠㅠㅠㅠ
 사랑해진짜너므사랑해ㅠㅠㅠㅠㅠ♡♡♡

 구르밍°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하원☄  7일 전  
 하원☄님께서 작가님에게 5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바다찬솔  7일 전  
 바다찬솔님께서 작가님에게 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바다찬솔  7일 전  
 내가 일등할거야
 
 헿
 
 밍드리 천제

 바다찬솔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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