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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보라빛구름님 200일 기념] 암스테르담의 꿈 - W.프록시마
[보라빛구름님 200일 기념] 암스테르담의 꿈 - W.프록시마





종종 꿈을 꿨어.


우리가 다시 태어나는 꿈을.


더러운 모든 것이 씻겨나간··· 너의 몸을.









*

- 둘만 있으니까 좀 울린다.

- 뭐가?

- 말하는 소리랑, 발걸음 소리랑, 이렇게 너랑 내가 닿을 때도 소리가 울리고,





여주가 석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결혼식의 잔해가 남은 성당이었다. 잔해로 남은 작은 꽃잎이 여주에 밟혔다. 꽃잎이 밟힌 흔적 없이 살아났다. 어정쩡하게 의자에 기댄 석진의 앞에 여주가 섰다. 석진이 눈을 여러 번 깜박였다. 두툼한 입술이 움찔거렸다. 여주가 시선을 올려 석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심장소리도. 심장소리도 울려.





여주의 오른쪽 귀에 걸쳐있던 머리카락이 앞으로 떨어졌다. 여주의 오른쪽 눈이 반쯤 가려졌다. 석진이 손을 뻗었다.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손이 여주의 귀 뒤를 깊게 훑었다. 제자리로 돌아가던 석진의 손과 여주의 팔뚝이 스쳤다. 여주가 눈에 힘을 줬다가 풀었다. 여주의 머리카락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여주가 눈을 길게 감았다 떴다. 쌍꺼풀이 진하게 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여주가 입을 뗐다.






곧 사람들이 올걸?






여주가 침을 삼켰다. 승부수였다. 석진이 오른쪽 입술을 올려 웃었다. 기꺼이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 자신감이었다. 석진이 왼손에 찬 시계로 눈을 돌렸다. 12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경고이자 선공이지만 일리가 없는 말은 아녔다. 석진이 작게 한숨 쉬었다.





석진이 무대로 올라갔다. 한쪽에 마련된 피아노 의자에 앉은 석진이 여주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봤다. 닫힌 피아노에 팔을 대 턱을 괸 석진의 눈이 감겼다. 여주가 눈살을 구겼다. 여주의 밑입술이 윗입술에 의해 물렸다. 밑입술이 해방된 뒤의 붉은 입술이 이질적이었다. 여주의 팔이 잘게 흔들렸다. 다시 눈을 뜬 석진이 무대에서 내려와 맨 앞자리에 앉았다. 무대 쪽을 바라보며 석진이 말했다.





주님,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주지 못한 것과 같이 이 자의 죄를 사하여 주지 마시옵고 다만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악에서 구원하지 마시옵소서. 대게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그거 하지 말라니까!







여주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양쪽 귀에 걸쳐있던 머리카락이 다시금 얼굴 앞으로 내려왔다. 석진은 멈추지 않았다. 여주는 머리가 아팠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여주의 팔뚝이 빨개졌다. 눈이 빨개지게 울면서도 긁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살이 손톱에 긁히는 소리가 자꾸 났다. 말을 멈춘 석진이 일어났다.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으로 여주를 보던 석진이 성당을 나갔다. 완벽하게 혼자였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명소인 로테르 대성당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진화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첨탑이 결국 무너져 내렸습니다.



국제부 연결합니다. 김석진 기자!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죠?





화재 현장에 나와있는 국제부 김석진 기자입니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필사적으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당은 여전히 화염에 휩싸여 있습니다.



아름답게 솟아있던 첨탑은 화마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됐습니다.


불은 어제 새벽 2시쯤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중심에 있는 로테르 대성당의 첨탑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구쳤다고 보도했습니다.




네덜란드 국왕은 오늘 저녁 예정돼있던 인터뷰를 취소하고, 이번 화재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화재 원인조차 밝히지 못해 현지 경찰들이 출두했고, 성당 내부에 있던 시민 7명이 경미한 부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아, 그렇습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화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로테르 대성당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명소로써 14세기, 15세기에 걸쳐 완공된 뒤에도 다양하게 지어지면서 네덜란드의 상징물로 손 꼽혀 왔습니다. 또한, 꾸준히 왕실 부부들의 결혼식이 이루어짐으로써 더욱 그 명성을 드높여 왔습니다.


화재가 빠르게 진압되고 회복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btn, 김석진입니다.







*
보라빛구름 작가님의 200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글은 보라빛구름님의 `경건함은 개뿔`을 리메이크한 글이에요! (물론 내용이 크게 비슷하진 않습니다... 비슷하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달라졌네요 ㅠ.ㅠ) 석진이가 읊는 구절은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 다들 `경건함을 개뿔` 읽으러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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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ssom0919  7일 전  
 좋아용

 ssom0919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구르밍°  7일 전  
 구르밍°님께서 작가님에게 2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구르밍°  7일 전  
 아 시마님 제 글이 이렇게 고퀄인 글이 되다니요...ㅠㅠㅠㅠㅠㅠ 너므 감사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네요ㅠㅠㅠㅠㅠ 진짜 최곱니다ㅠㅠㅠㅠ 축글 너므 감사하고 200일 축하해즈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헤헤♡♡♡♡♡♡♡

 구르밍°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뿌링♡  7일 전  
 구름 언니 200일 축하해! 작가님... 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뿌링♡님께 댓글 로또 3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비제로원  7일 전  
 비제로원님께서 작가님에게 4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하루  8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김솔티  8일 전  
 헉... 너무 잘 쓰셨어요ㅜㅜ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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