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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종이컵 블랙홀 - W.마몽드
종이컵 블랙홀 - W.마몽드

이 세상 모든 천지만물을 갈구했고
마침내 공허만이 존재하였다





종이컵 바닥에 뚫린 작디작은 구멍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물을 따르면 따를수록 구멍은 해져갔으며 코팅된 종이들은 불어터져 흐물흐물 떨어져 나갔다. 구멍이 감당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계속해서 밀려오는 떠맡을 물들에 구멍은 꾸역꾸역 물을 흘려보낸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힘을 다 바쳤던 작은 구멍은 끝내 종이컵에 차오르는 물들을 애달프게 쳐다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정상까지 차오른 물을 보면서도 아직도 성에 차지 않은지 넘치는 물까지 일일이 받아내는 종이컵을 보고 작은 구멍은 한탄한다. 저리도 바보 같은 짓이 또 있을까. 종이컵은 자신의 몸뚱어리가 불어 가는 것도 모르고 그 많은 물을 집어삼킨다. 꼴에 컵이랍시고. 끝내 종이컵은 자신이 사랑하는 물들이 만들어낸 웅덩이 안에서 갈기갈기 분해된 하찮은 종잇조각이 되었다. 그 상황에서 까지도 종이컵은 과도한 사랑을 차마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고 치부하였다. 종이컵에게 물이란 사랑이라는 감정 그 이상 이었을까. 아니라면 그저 무엇이라도 넘쳐흐르게 채워 넣고 싶었던 자신의 욕망을 이뤄주는 존재였을까. 종이컵은 마치 우주에 자리 잡은 하나의 작은 블랙홀 같았다. 자신의 크기도 모른 채 몇 배는 더 커다란 것들을 집어삼킨다. 밀려나오는 구역질을 눌러 담고 오늘도 스스로를 키워나가기 위해 다른 존재들을 희생시키는 블랙홀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성을 잃어간다. 자신이 뒤집힌 건지 아닌 건지, 지금 집어삼키고 있는게 빛나는 행성인지 우주 쓰레기인지도 모른 채 그 커다란 입을 미친듯이 벌려댄다. 마침내 욕망을 모두 채우고 몸뚱어리를 휘청이며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한 우주 한가운데에 힘없이 주저앉은 블랙홀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이제 더이상 내가 삼켜낼 것은 없구나. 작고 여렸던 블랙홀에게 남은 것은 공허 그 자체뿐이었다.





어쩌면 종이컵과 블랙홀은 외로웠던 게 아닐까
스스로를 환상에 밀어 넣게 할 만큼









paper cup black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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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프로시크러.  8일 전  
 글 넘 좋네요 잘 읽고가요

 프로시크러.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들레민들  9일 전  
 글 너무 좋아요! 인지도 생기셨으면 좋겠어요♡

 답글 1
  보라슬라임  9일 전  
 댑악 댑악!!! 글이 너무 좋아여!!!!

 답글 1
  강하루  9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한련가넷  10일 전  
 완전 대박입니다♡ 글 너무 좋아서 반하구 가♥

 답글 1
  뿌링♡  10일 전  
 헐 글 분위기 완전 제 스타일이네요 ㅠㅠ♥♥ 은근 슬쩍 즐찾하고 갑니당 !♡!

 뿌링♡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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