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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2. 자는 척 - W.디귿
02. 자는 척 - W.디귿



























본글 정략결혼물이며 인물의 설정 상, 약간의 욕설과 피, 추행에 대한 묘사를 다루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움짤이 많아 로딩이 걸릴 수 있습니다










포명 & 베댓




정말 죄송합니다. 작가의 컨디션이나 시간이 때문에 포명과 베댓은 따로 멘트를 달아드리지 못했습니다. 정말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성장하는 디귿이 되겠습니다.




다으빈 님 100점
엔젤로링 님 22점
하얀제비꽃 님 100점
남준러버 님 44점
녹말차 님 50점
슙기력파워보라해 님 60점
보랏빛솜사탕 님 51점
❤태태보라해❤ 님 74점
네에임 님 15점
니닷 님 100점




































//////































눈을 떴다.
어제의 밤공기가 아닌 차가운 아침 공기가 날 깨운다. 교복 치마 속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는 나의 온 신경을 깨워버린다.










" 아아... 추워라"













짧고 얇은 교복을 억지로 웅큼 쥐어 온몸으로 펼쳤다. 어젯밤, 아무 빈 방에 들어가 침대 위에 벌러덩 눕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조용한 어느 방 바닥에 몸을 웅크려 잠을 청했다. 그때문일까? 이 무거운 눈꺼풀은 떠질 생각이 없는건지, 그저 편안한 잠을 다시 취하려고 뒤척이던 몸을 고정시켰다.










그때였다.









끼익-








내가 누워있는 이 방의 문이 열린 것이.







아침공기보다 더 차가운 음성이 들려온다.









"...... 여기서 잔건가"



"......"












방 문이 열리자 나는 곧장 `폐하`라는 생각이 머리 위로 둥둥 떠다녔다. 여기, 남편 집이지... 화들짝 놀란 나는 제발 조용히 아침을 보내고 싶어 자는 시늉을 시작했다. 몸은 더욱 웅크렸고, 눈은 꾹 감으며. 죽은 사람 마냥 꼼짝 않고 누워있었다. 그러자 몇초가량의 정적을 끝으로 폐하의 발자국 소리가 나의 귀에 더 가까워진다.













펄럭-











순간 비명을 지를 뻔 했다. 가만히 누워있는 나의 허벅지 위로 올라온 저 자켓이 온몸의 털을 쭈뼛 서게 만든다. 약간 나의 피부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 실크임에 틀림 없다. 예전에 폐하도, 비단을 좋아하셨지.











훤하게 드러난 나의 다리가 신경 쓰이는지 자켓을 덮어주곤 어딘가로 가버리는 폐하. 그의 발자국 소리는 어느새 다시 작게 들려온다.











제발 이 방을 나가라, 제발.











"김비서. 메일로 보고서 보냈나"



[네... 부회장님]



"수고했어. 그만 퇴근해"



[네...]












시각이 차단되자, 청각이 더 발달한 것일까. 폐하의 목소리 하나에도 폐하의 손동작 하나에도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키보드 소리... 여기서 자택근무를 하는건가? 왜 안 나가는 거지?











"자는 척도 이제 그만하지."



"......"



"아침부터 서재에서 뭐하는 건지"










...!!









애써 자려는 척을 했다. 계속 말을 안한다면, 대답을 안한다면. 착각하고 넘어갈까, 내게 신경 조차 쓰지 않아줄까 싶어서. 약간의 나의 자존심이 섞인 발악이었다. 그렇게 미동도 하지 않는 난 다시 한번 입을 앙 다물었다.











"자는 척 해봤자, 티 난다고 했을텐데"



".....!!"










버티고 있자, 이젠 폐하의 목소리가 나의 귀 바로 앞에서 들려온다. 또한 그의 따뜻한 입김이 뺨에 옅게 서려온다. 어느 무게감이 날 강하게 짓누르는 것 같다. 분명... 폐하와 내가 무지막지하게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은 절대 뜨지 않았지만, 나의 귀는 붉게 달아올랐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폐하와 닿을 것 같아서, 조금씩 경련이 오는 발을 오므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쿵쾅대는 내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숨을 꾹 참았다.











"부잣집 따님이라, 자존심은 있나보네"



"......"












끝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나에 폐하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어딘가로 나가버린 것이 분명했다. 하... 드디어 살겠네. 참았던 숨 후우- 몰아쉬며 눈을 천천히 떴다. 폐하는 아침부터 사람을 그렇게 구슬리시는지. 분명 무거웠던 눈꺼풀도 몇 번 깜빡이니 정신이 맑아진다.











"안 자네"



"으아...!"








맑아진 정신으로 들리는 저 차가운 목소리에 나는 아까 못 질렀던 비명을 외쳤다. 그리곤 아차, 싶어 손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아침부터 소리 쳐서 죄송해요.."



"......"



"불편하시다면 제가 집밖에 있겠습니다"



"......"



"무례를 저질러 죄송해요"
















엉거주춤, 차가운 바닥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나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진행했다. 어제는 공포가 극심했는데 아침에 새롭게 마주치는 감회가 새롭달까. 제 2의 인생, 더 이상 피할 곳도 없었다. 최대한의 황실 예의를 갖추며 얘기하는 내가 신기한지 눈썹을 꿈틀이며 서재 책상에서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킨다.












"정략결혼. 너 역시 이익을 취하려 내게 온 것이겠지"



"......"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다 전략인가 보군"



"......"



"착한 어린 계집애 컨셉, 맘에 들어. 시끄럽게 떠들지만 않는다면"












교복자락을 꾹 부여잡고 서있는 나를 천천히 지나치며 가시 돋는 말을 내뱉는다. 저... 폐하라는 인간은. 또다른 삶에서도 뭐가 그리 불만스러운지 사람의 아픈 구석을 쿡쿡 찌르는 재주까지 가지고 있다. 싸늘한 그의 비소와 아침의 서늘한 공기와 어울리는 아우라에 흠칫 몸을 굳히며 다시 상처를 받아내었다.











하지만. 나는.
17대 황제의 정비가 아니기에.











"왜 항상 당신은 사람에게 차갑게 대하세요?"



"...뭐?"



"어리석어요, 당신이. 상처 받는 게 두려워 미리 쳐내는 것이 어리석다구요."












폐하는 여전하시군요. 받은 상처를 덮으려 할수록 더 덧날 뿐인데 말예요. 차갑고 딱딱한 폐하의 성격이 참 미련스럽습니다. 나의 말에 인상을 구기며 쳐다보는 당신은 어째서 또다시 모른 척 떠나 버리시나요?












"뭘 믿고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거지"



"나랑 똑같아서요.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나랑 똑같잖아요"



"그래?"












날 지나치려는 그의 무거운 발걸음이 다시 내게로 움직였다. 절대 보지 못할 것 같던 그의 날카로운 콧대와 짙은 눈매. 공기가 서늘해서일까, 순간 온몸에 긴장이 훅 들어온다. 폐하 같아서... 입을 꾹 다물고 나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던 그의 손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곤, 날 밀쳐버린다.











"윽...!"











털썩-












보기 좋게 바닥에 쓰러졌다. 차가운 마루가 나의 허벅지에 달라붙자 이맛살을 가득 찌푸렸다. 바닥 위에 쓰러진 채로 폐하를 쳐다보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햇살과 겹쳐지며, 그가 더욱 눈이 부셔진다.












그 또한 나의 위로 넘어졌다. 정확히는, 그가 쓰러진 내 위에 올라탔다. 그의 큼지막한 손이 바닥을 짚으며, 날 빤히 내려다본다. 너무 가까워... 나의 숨이, 나의 심장소리가 그의 몸에 타고 들어갈고 다시금 숨을 참았다.












키스라도 할 것처럼 그의 큰 덩치가 조금씩 내려오더니, 나의 귓가로 고개를 숙인다. 폐하의 가슴팍과 나의 가슴팍이 맞물리며 나의 심박수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곤 나의 귀엔 그만의 서늘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천천히 스며든다.











"너 따위가 함부로 판단할 삶이 아니라서 말야"



"흐읍"



"지금 내 기분이 매우 더러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보는 여자일텐데, 닿일 듯 말 듯한 이 거리에서. 어째서 아무 긴장도 안하고 있는거지? 난 지금 너무 가까워서, 이 행동이 너무 야해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데. 왜 그의 심장소리는 전혀 들리지가 않지? 또 나만... 또 나만 감정에 휩싸이는 걸까?











분명 그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조용했다. 그런데 왜, 나는 더욱 크게 자극 받는거지?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해줄까"



"비,비켜요."



"왜"



". . . 비키라구요"












"내가 당장 덮쳐버릴 것 같아서?"











숨이 들이켜진다. 붉게 달아오른 눈가가 쓰라릴 듯 뻐근해진다. 내 위에 올라탔던 폐하는 다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내가 누워있어서, 그가 더욱 커보인다. 절대로 내가 이겨낼 수 없을만큼.











"다시 경고하는데, 착한 아내 컨셉이면 확실히 착하던지 해. 어설프게 나대는 게 최악이니까"



"...... 당신도 최악이에요."



"그렇게 발악해봤자지"












앞으로, 이 인간과 어떻게 지내야할까.

어두운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এ᭄এ᭄এ᭄















나갈거야. 다시 찾아온 이 인생.
저런 개같은 사람과는 다시 엮기고 싶지 않아.










단지 그 생각 하나로 지금의 집을 나섰다. 뭐, 내 집도 아니잖아. 상관 없어. 챙길 것도 없었다. 얼굴만 간단히 씻고 몸만 챙기면 됐으니까.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차가운 공기가 나의 뺨에 부딪히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걸어나갔다.















잔뜩 미간을 좁혔다. 머리카락과 팔랑이는 교복치마를 정리해나가며 넓은 그의 단독주택 마당을 지나쳤다. 그리곤 차디찬 검은 대문 손잡이를 힘껏 밀었다. 바람 덕분에 손쉽게 밀렸지만 말이다.











대문을 열자 숨통이 확 트인다. 하룻밤만 그와 같이 있어 답답했던 나의 속이 펑 터져버린 것 같다. 나오길 잘했어. 잘했어... 치맛자락을 정리하곤 대문을 쾅 닫아버린다.










"하... 이제 어디로 간담"












눈에 보이는 골목 사이로 몸을 틀었다. 길도 하나도 모르지만, 저 거대한 감옥에서 나오니 속이 뻥 뚫린 것 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졌다. 몇분이 흘렀는지는 모른다. 그저 복잡했던 머릿속이 비어지는 것 같아서 걷기만 했다. 생각 없이 가고 싶은대로 걸어가다보니,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어느 도심이 하나 떡하니 나온다.










빵빵-!











넓은 4차로와 고개가 절로 젖혀지는 초고층의 빌딩들. 다시 환생해서... 이런 도심은 처음 보네. 습관처럼 움직였던 나의 발걸음을 멈추곤 출근길의 바쁜 사람들과 시원한 공기를 한껏 즐겼다.











그래... 이거야. 내가 바랬던 곳이.












북적이는 이 세상, 21세기에 맞는 높은 건물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이 골목과 길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의 이름이 들린다. 딱히 나의 시간을 끊겨지기가 싫어 무시를 했다만, 몇 차례 연속해서 내 이름이 들려온다.











"누구..."



"정여주!"



"과학... 선생님?"




"아직도 교복 입고 있니...?"













과학 선생님이었다. 아니, 정여주란 아이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저 밝은 갈색 빛이 감도는 머릿결을 가진 훤칠한 남자는 기다란 코트를 걸치곤 아메리카노를 한 컵 들고 있었다.










키가 얼마나 큰지, 정호석보다 훌쩍 넘는 키, 대략 190cm로 보이는 잘생긴 외모의 선생이었다. 20대로 보이고, 뭐든지 정열로 가득 차있는 열정파 남선생님인 듯 하다,











백팩을 매곤 날 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과학 선생님을 천천히 스캔해 나갔다. 정여주는 이 남자를 어떻게 여겼을까. 눈을 가늘게 늘이곤 내가 모르는 추억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과,과학쌤!"



"응? 여주니? 무슨 일이야?"



"이... 이거...."



"편지?"



"네... 편지는 집 가서 읽으세요! 꼭!"



"뭔 내용이길래?"



"...... 말 못해요!"













그때 준 편지가 고백 편지였지. 큰 키와 넓은 어깨를 가진 과학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코피 터져라 과학만 공부했고. 친해지려고 음료수도 엄청 샀었는데...











정여주란 아이는 과학 선생님을 짝사랑했구나.












어색하게 지은 표정을 풀고 해맑게 웃었다.

지금 내가 연기해야할 역할은
사랑에 빠진 순수한 여학생이였기 때문이다.










"선생님!"



"응 여주야. 어디가는 길이야?"



"......."











남편 피해서 도망쳤어요, 라고 대답하면 선생님이 놀라시려나.











".... 산책중이에요. 선생님은요?"



"선생님은 잠깐 아침 재료 사러 나왔지."



"아... 그렇구나"





"... 가출한거니?"



"네?"



"교복을 입고 어떻게 산책을 해. 어제 집에 안 들어간거야?"



".... 네."












과학쌤은 나의 마지못한 대답에 입꼬리를 쭉 내렸다. 남편 집이나 본가나. 가출한 건 사실이니까.










과학쌤은 큰 키와는 어울리지 않게 순해보였다. 감정표현도 솔직했고, 어느정도의 애교도 부릴 줄 아는 남자였다.










"선생님 집에 갈래?"



"선생님 집을요?"



"갈 곳은 있어?"



"... 아뇨"











없다.
서럽게도, 없어.












"선생님이 아침 해줄게. 너 저녁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을 거 잖아."



"그래도 되는거에요?"



"에이~ 선생님이랑 너랑 본 시간이 몇인데. 가자, 집에"












나의 작은 어깨가 그의 큰 손을 움켜쥐었다.
왠지 의지해볼 법 했다.











내 새로운 삶이 시작할 좋은 곳이 아닐까 하는,
나의 감정이 미소와 엉켜들어간다.











এ᭄এ᭄এ᭄











피식-












웃음 소리가 호석의 사무실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











호석과 같이 서있던 김비서는 깜짝 놀라며 호석을 쳐다본다. 분명히 올라가있는 그의 입꼬리, 호석이 확실히 웃은 것이다. 무서운 부회장님이, 갑자기 무슨 일이시지? 2달동안 같이 일하면서 웃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단 말야!! 김비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석에게 말을 건넨다.











"부회장님...?"




"어, 왜 불러"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













호석의 짧은 대답에 김비서는 속으로 잔뜩 욕을 퍼붓는다. 입을 앙 다물며 다시 업무를 시작하는 김비서와는 달리 호석은 고개를 숙이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다.











잠시 방에서 새로 들어온 파일을 확인하는 새, 그 귀찮은 꼬맹이가 가출이라. 절로 웃음이 나는 이 상황. 그저 생각 따윈 없는 어린앤 줄 알았는데, 가출까지 했다니. 당돌하기까지 하네.










호석은 이 어이 없는 상황부터 귀찮은 짐이 나가버렸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김비서."



"네, 부회장님"



"지금 몇시야"



"9시 30분 정도 됐습니다"



"퇴근해"



"네에?"



"주말까지 아침 근무는 아닌 것 같네. 이만 퇴근하라고"













떨떠름하게 일어나 짐을 싸는 김비서를 지긋이 쳐다보다, 완전히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호석은 자신이 쥐고 있던 볼펜을 내려놓는다.











의자를 쭉 빼며 기지개를 펴던 호석은 인상을 찡그리며 넥타이를 풀어버린다. 이유는 없다. 괜히 신경질을 부려야 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다.











나도 집이나 가야겠어. 딱히 일도 없으니.












다시 말하지만 이유는 없다.
잠시 혼자 있고 싶을 뿐이었다.












문을 박차고 나간다. 그의 손에 쥐어진 가방과 차키는 오늘따라 그의 손에서 요동친다. 그의 빠른 걸음에 맞춰 공중에서 흔들리는 탓에, 가방 속 물건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툭-












"아, 장 이사님"



"우리 부회장님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십니까?"



"일이 좀 있어서요. 수고하십쇼"











빠르게 걸어나가던 호석의 어깨와 늙은 대표이사의 어깨가 부딪혀버린다. 장건후 대표이사라 함은, 실질적으로 이 BTS 컴퍼니를 움직이는 인물이며 회장과 같이 회사를 꾸렸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직위를 가지고 있다. 호석보단 아래 직위지만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조금씩 견제하던 호석과 장건후 대표이사는 평소라면 기싸움 후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없이 급한 호석에 장건후는 조용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장건후는 그의 흰 수염을 쓸어내리더니, 개인 비서에게 아까와는 다른 험상궂은 목소리를 낸다. 휘어진 눈웃음은 단박에 딱딱하게 굳어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냈다.












"어린 놈의 새끼가..."



"이사님, 요즘 부회장님의 평판이 그리 좋진 않습니다. 안심하세요"



"손에 뭐 좀 들려있다고 이리저리 설치고 다니니, 이 BTS 컴퍼니에 발전이 없는게지. 두고봐, 내가 저 싸가지 놈을 부실테니"



"진정하십쇼"











এ᭄এ᭄এ᭄














"하하! 선생님 집이 너무 좁지?"



"아녜요"



"기다려, 금방 밥 가져올게"












원룸. 그 좁은 공간에 티비와 행거와 침대까지 꽉 차있다. 넓었던 정호석의 집을 봐서 그런가, 유달리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 낯선 환경에 쭈뼛쭈뼛 앉아있자 김이 올라오는 밥을 한 주걱 담겨진 그릇을 들고 오시는 과학쌤.










"자, 먹자."



"잘 먹을게요"



"그래, 우리 여주"











숟가락을 들자마자 한 입 크게 넣었다. 저녁부터 아침까지 쫄쫄 굶었으니, 배고파 죽겠어. 허겁지겁 보이는대로 입안에 밀어넣고 씹어대기 바빴다.










"ㅋ,켈록!"



"으이구, 천천히 먹어"












목이 멕혀 기침을 해대는 내게 선생님은 물 한 잔을 내어주신다. 물 또한 급하게 들이키자, 다시 기침을 몇 번 해다었다. 그럴때마다 귀여운지 푸흐흐- 웃어버렸다.












그 단정한 과학선생님의 옷차림은 그저 후줄근하게 변했다. 훤칠한 키는 이 원룸에서 한없이 작아보였다. 젠틀하고 멋있던 이 선생님이 이러셨구나, 새삼 다시 선생님을 바라보게 되었다.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을까?











"선생님"



"응?"



"힘내세요."



"푸하하하하!! 갑자기?"



"그냥... 선생님처럼 멋진 사람이 라면밖에 안 먹고 살 것 같아서"











나와 같이 식사를 하던 과학 선생님은 나의 대답에 꺼이꺼이 웃기 시작했다. 딱히, 웃으라고 한 얘기는 아니었지만. 이렇게라도 웃으니 보기엔 좋았다. 빙그레- 웃으며 같이 미소를 짓게 되는 얼굴이었다.












"우리 여주는 아직도 선생님 좋아하는구나?"



"네?"



"하긴, 그때 러브레터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



"아, 선생님... 부끄러워요, 제발"



"미안미안~"











행복했다. 이 남자와 식사하는게. 아니... 나와 웃으며 여유있게 시간을 보낸 것이 이 남자 뿐인 이유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가 살면서 밝게 웃은 것이 지금 이 순간밖에 없기에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여주야, 잘 곳은 있어?"



"... 없죠. 있겠나요"



"그럼 자고 갈래?"



"네?"



"쌤은 바닥에서 자면 되지, 여주 갈 곳 없는데 그냥 쫓겨내면 안되잖아"



"...... 자고 갈래요"













여기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매일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선생님과 같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창밖엔 어둠만 존재했다. 어두운 밤이 된 것이지.









`선생님 주무세요`



`그래~`













그래서 현재, 선생님과의 인사 이후 나는 깊은 잠에 빠졌다. 오늘 하루를 정리해보았다. 아침엔 폐하를 보느라 끔찍했지만, 그 이후는 과학 선생님을 만나 행복했어. 이렇게 웃었던 건 처음이고. 너무... 즐거웠어. 오늘 행복한 기억밖에 없다니. 꿈도 아주 재미난 이야기만 펼쳐지고 있다.











그때였다. 이 어두운 방안, 정적만이 감도는 이 늦은 새벽에 좁은 원룸에서 들리는 부드러운 소리가 날 깨운 것이.











"여주 자니?"



"......"



"자는 구나"












대답하기 위해 떨어지려는 내 입술은 그때 얼어버리고야 말았다. 이유는,











"하... 냄새 좋네"












과학 선생님의 커다란 손이 내 허벅지에 올라와 있기에.











뭐지, 무슨 상황인거지.












깜짝 놀라 떨어진 나의 눈을 재빨리 감아냈다. 깨어있는 걸 안다면, 이 거구의 남자가 내게 무슨 일을 저지를까 가늠 조차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요함만 감도는 이 곳에서, 내가 어떻게 대응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그의 손길을 마음 속에서 애타게 밀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제발...












"여주 자는 거 맞니?"



"으읍."



"......"



"흐으.."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고 온 그의 뜨거운 입김 마저 구역질 난다.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나왔다. 너무 무서워서, 내가 상대하기엔 너무 강한 존재라서. 내겐 더이상 희극이란 것은 없구나, 라는 것부터 지금 이 어두운 새벽이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콧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려간다.














그 와중에 소름 끼치는 그의 속삭임이 나의 귀를 타고 들어간다.











"우리 여주, 왜 거짓말해. 깨어있으면서"













এ᭄এ᭄এ᭄














"살려주세요...!! 제발, 아아아아악!!"



"이 미친년이, 진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 늦은 새벽.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어느 액체가 내 눈앞을 막아버린다. 그리곤 갸날픈 나의 다리와 팔목은 공중에서 힘차게 허우적 거렸다.











그의 속삭임을 끝으로 소리를 지르며 급하게 원룸 밖으로 뛰쳐나갔다. 순간적인 나의 행동에 놀란 과학 선생님은 멍하니 앉아있더니 날 따라 뛰쳐나왔다.











그리고 우리의 추격전은 빗속에서 이뤄졌다.











딱히 긴장감 있진 않았다. 살려달라고 줄줄 새어나오는 눈물과 나의 비명은 어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고, 큰 키의 남성은 이제 막 졸업한 여고생 보다 훨씬 빨랐다.











그의 거센 손길에 나는 빗물 웅덩이를 털썩 쓰러져버렸다.















"이 년이 진짜. 허억... 허억... 존나 빠르네"



"흐으윽... 흐어어엉!!"



"시끄러우니까 입 다물어!"



"꺄아아아악!"













그의 커다란 손이 나의 얼굴을 덮쳤다. 쓰러진 내게 날아온 그의 뺨에 이 새벽엔 살 마찰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곤 꼴좋게 얼굴이 웅덩이 속에 파묻혔다.











아, 죽겠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상대는 내게 화가 나있고, 나는 한없이 떨기만 했다. 쓰러져있는 날 내려다보는 190cm는 젖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미친듯이 웃어버린다. 정말 미친듯이.











"하하!! 하..!"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그딴 식으로 말하지마. 누가 보면 내가 너 어떻게 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제발..."












그의 폭력에 터져버린 실핏줄과 입술, 빗문에 씻겨내려며 날 더 비참하게 만들어버린다. 퉁퉁 부은 볼과 젖은 온몸은 날 더 불쌍하게 만들어버린다. 그의 광기 어린 눈빛이 날 더 죄여온다.











"너가 나 좋다며, 아냐?"



"가까이 오지 마세요, 제발...!"



"씨발 니가 3년 내내 따라다녔잖아!!"



"으윽...!!"













그는 깔깐 웃더니 다시 정색을 해버린다. 싸하게 굳은 그의 미소가 폐하보다 더 무섭다면 진실일 것 같아 더 소름 끼친다. 그는 큰 키를 낮추더니 주저앉은 내 눈높이에 맞춘다. 그리고 침을 잔뜩 튀기며 크게 소리친다. 잔뜩 구겨진 나의 교복 블라우스를 꽉 쥐고 날 흔들더니, 밀쳐버린다. 자신의 분노가 폭발했음을 알려준다.










나는 또 그의 손길에 따라 맥없이 흔들리다, 웅덩이로 또 온몸을 적셔버린다.











그의 강한 악력에 나의 블라우슨 한쪽이 뜯겨져나가, 빗방울이 맨살에 닿아버린다. 아아...! 내 옷!! 저 사이코한테 내 옷이...!










아슬아슬하게 속옷이 비춰지자 나는 황급히 온몸을 웅크렸다. 무서웠다. 블라우스가 뜯긴 체로 무서움에 미친듯이 눈물을 줄줄 흘리는 나를, 더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보는 과학 선생이.











그때였다.












다 뜯어진 블라우스로 보이는 나의 속옷과 맨살을 덮어버리는 고급 정장 자켓이. 두려움에 잔뜩 비에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내 앞에 어두운 우산 하나가 툭 떨어진다. 이 자켓... 익숙한데.












"...... 여기서 잔건가"



"자는 척 해봤자, 티 난다고 했을텐데"



"자는 척도 이제 그만하지."












ㅍ,폐하...?













그 빗물 소리가 울리는 이 새벽, 무섭게만 들리던 그의 차가운 음성이 잦은 소음을 뚫고 들려온다.












"내 아내한테 뭔 짓이야"



"뭐야, 이 놈은"



"어린 애 가지고 뭐하는 건지. 한심하네"



"너 이 씨발, 뭐냐고....!!!"













날 가리는 우산 때문에 두 남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그저 간단히 과학 선생이 폐하에게 달려들었고,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몇 차례 난 것밖에 난 알지 못했다.











"키만 더럽게 큰거였네"



"으으윽..;! 이,이거 안놔?!"



"시끄러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분명 과학쌤의 목소리였다. 내가 이때껏 들었던 것 중에 가장 고통스러운 비명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거야... 눈물이 나오던 나의 눈을 비에 가득 젖은 손으로 몇 차례 닦아내었다. 공포에 쿵쾅이던 내 심장은 나의 옅은 숨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저벅저벅.












과학쌤의 비명을 끝으로 우산으로 가려진 나에게 어느 구두 소리가 가까워진다. 나는 그에 반응하듯 잔뜩 몸을 웅크렸다. 아직은, 그 잊을 수 없는 두려움과 살기가 가시지 않아서, 빗물로 인해 파랗게 변한 입술과 덜덜 떨리는 어께를 감싸안았다. 폐하가 벗어주신 자켓을 두르면서.












나의 시아를 차단했던 우산이 젖혀진다. 흐읍...! 깜짝 놀라 몸을 잔뜩 움추리자, 그 빗물이 고인 웅덩이가 요란하게 소리를 낸다.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눈 떠, 아가"



"흐..... 흐읍.으.."













이유는 없다. 그의 차가웠던 목소리가 너무 따뜻해서.
그냥 눈을 떠버렸다.










눈을 뜨자 눈물은 더욱 줄줄 새어버린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다. 나 무서웠다고. 이때까지 숨겨만 놨던 나의 모든 감정이 그를 향해 쏟아진다.











폐하, 아니 21세기의 나의 남편은 그의 회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단추는 두어개 풀고 소매를 걷어 보이는 힘줄과 빗물에 젖은 그의 초라한 머리까지.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우산의 손잡이를 들며 내게 기울었다. 나의 몸을 차갑게 적시던 빗물은 그의 행동에 멈춘 것 같다.












"흐....흑흐윽..... 흐어어엉!"



"많이 아프겠네."



"으윽...으어엉...!"



"괜찮아, 나 여기 있잖아"



"끅,흡, 흐으으.."
















그가 토닥이는 손길이 너무 부드러워서,
눈물이 더 새어나왔다.





















CAST







이름 /
정호석


직급 /
BTS 컴퍼니 부회장


나이 /
25살


키 /
약 179cm


가족 /
친부, 양모, 새 동생


mbti /
ESTJ


성격 /
지극히 이성적이다. 관심 없는 것에 철저히 벽을 세우며, 흥미가 가는 것에 주의깊게 관찰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즐기며, 생각이 깊은 편이다. 하지만, 가끔 단순해질때가 많다.


취미 /
시계 모으기. 회사 출근하기. 커피 마시기. 카펫에 발 올려놓기.


특기 /
눈 오래 뜨기, 가지런하게 글씨 쓰기.


싫어하는 것 /
시끄러운 것. 매운 것. 가식.


좋아하는 것 /
강아지. 손목 시계. 넥타이. 모닝 커피.












이름 /
정여주.


직급 /
전 제국의 황후, 현 무직


나이 /
20살


키 /
대략 163cm


가족 /
친부, 친모


mbti /
ISTP


성격 /
쉽게 울지만, 쉽게 털어낸다. 약해보이지만, 강하며 늘 씩씩하다. 주위에 영향을 받기보단, 영향을 주며 긍정적이다. 적응력이 뛰어나 누구와서 쉽게 친해진다. 눈치를 보지만, 분위기를 이끌어나간다. 티가 나지 않지만 혼자만의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취미 /
산책하기. 노래 듣기. 연극, 드라마 시청


특기 /
노래 부르기, 정리정돈하기.


싫어하는 것 /
욕설, 폭력을 습관처럼 하는 것. 사람을 무시하는 것.


좋아하는 것 /
대화하는 것. 요리해먹는 것.










































인순 1위 정말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정호석의 집 구조>






전체적인 집(?)




지하 1층.




1층




2층




단면도(?)







그냥 겁냬 큰 집이고 급냬 높은 집입니댜.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겁냬 부잣집보다 더 넓고 간지나는 집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시험공부때매 늦었죠? 죄송해요.




지금부터 잘하면 시험 끝날때까지 못 올것같아서 새벽에라도 올립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


_\_\_\_\_\_\_










문의, 하고 싶은 이야기, 표지/넴텍은 오픈채팅 `방빙 디귿`을 검색하여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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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보랏빛솜사탕  16시간 전  
 보랏빛솜사탕님께서 작가님에게 3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보랏빛솜사탕  16시간 전  
 왜!!왜 떄문에 저는 항상 포인트가 없는 것 입니까...?저 정말 포인트 꾸준히 쏴드리는 거 작가님 밖에 없는데ㅠㅠㅠ셤 기간이라 포도 못 모으고...시간도 없고..흐엉...아 정말 죄송합니다아..이게 전재산..ㅋㅎㅋㅎㅎㅋ큐ㅠㅠㅠㅠ

 답글 0
  아미주주  2일 전  
 저 ㅅㄲ 죽이고 깜빵 갈게여..... 그나저나 우리 호석이 너무 스윗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

 답글 0
  러슙  5일 전  
 작가님은 천재십니다ㅜㅜㅜㅠㅠㅠ

 답글 0
  겅녀딘  6일 전  
 진짜 작가님 글 퀄리티가 높다고 하는 게 빈말이 아닌게요 저렇게 등장인물 소개 하나하나 글 속에서 흘러가는 상황 하나하나가 다 너무 상세하게 나와있는데 .. 어떻게 칭찬을 안 하냐구요 ㅠㅜㅜㅜ

 겅녀딘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두까  7일 전  
 제가 여주에 빙의를 한거니까 제가 저 과학 삐이ㅣ이이이를
 따라간건가요.....?이런!

 답글 1
  유노_  7일 전  
 아 저 왜이렇게 늦게 확인한거죠 ,,, 진짜 글이랑 분위기 너무 좋ㅎ아요 ㅠㅠㅠㅠ 그나저나 저 과학선생님 정말 ,, 저런 사람들은 없어져야되는데 ,,,ㅠㅠㅠ

 유노_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라뜌라뜌  7일 전  
 호석이 따뜻하니까 제가 다 설레네여... 쩝

 라뜌라뜌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이세상에사는사람  8일 전  
 저저 과학 집에 오라고 할 때 알아봤어...

 이세상에사는사람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실바누스  8일 전  
 아가래....아가...아가라구 불럿서...
 네 저는 여기 뼈를 묻겠습니다 허헣

 답글 1

68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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