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방탄빙의글 [민윤기] 로즈마리의 꽃말 - W.연짱
[민윤기] 로즈마리의 꽃말 - W.연짱
 


로즈마리의 꽃말

​w. 연짱



 

삼 일 동안 감지 않은 머리를 긁적였다. 무릎이 다 나온 츄리닝에 자기 발 사이즈라고는 모르는 것 인지 슬리퍼가 부러 그렇게 걷지 않아도 찍찍 끌렸다. 편의점에 들렀다 가는 것인지 주머니에 집어넣은 손목에 검은 봉지가 부스럭거렸다. 크게 하품을 하더니 눈곱까지 떼어냈다. 그런 여주를 보고 윤기가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어, 이사 왔다는 사람이죠. 그렇죠?!"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여주가 가던 길을 멈추고 윤기에게 아는 체를 했다. 아, 예. 짧다 못해 싸가지 없다고 봐도 무방한 대답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김여주는 실실 웃었다. 태생부터 성격이 그랬다. 뭐하나 크게 싫은 것 없이 둥글둥글. 하지만 그마저도 이미 첫인상을 망쳐 버린 윤기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역효과였다.




"잘 부탁해요! 나 옆집 사람."




여주가 방금 전까지 떡진 머리를 긁던 손을 내밀었다. 잡을까 말까 고민하던 윤기가 겨우 여주의 손끝만 잡으니 오히려 여주 쪽에서 양손으로 윤기의 손을 덥석 잡고, 크게 흔들었다. 아, 미친. 절로 욕이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참아내고 윤기는 억지로 웃었다. 옆집이어도 잘 마주칠 일은 없겠지. 그게 그나마 윤기에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이사 온 방에 들어와서 이제 자신이 살아야 할 방을 쭉 스캔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내가 이딴 곳에 살아야 하다니...한순간에 빈곤해진 자신의 생활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깟 음악이 뭐라고. 이제 자신한테 남은 거라고는 이 좁아터진 방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미디와 앰프가 다였다.




"우와... 저게 다 뭐예요?"

"아, 저게 그러니까... 으악!!! 

뭐야! 여긴 언제 들어왔어요!"

"아니~ 문이 활짝 열려있길래 들어오라는 건 줄 알았죠."




능글맞게 말하는 여주를 보고 윤기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방세가 지나치게 싼 것을 의심했어야 한다고 더러운 왕초 꼴의 또라이 여자가 옆집에 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차라리 귀신이 낫지. 벌써 두통이 몰려오는 통에 윤기가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망했다 시X.





"윤기! 오늘 치맥?"

"꺼져."


.


"윤기~ 햄버거 세트 안 시켜 먹을래?"

"응, 안 시켜 먹을래."


.


"윤기야! 라면 고?"


"좀 혼자 먹으면 안 되냐."





여주는 윤기가 동갑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윤기의 허락도 없이 말을 놓더니 저렇게 매번 끼니때가 되면 꼬박꼬박 윤기를 찾아와 물었다. 물론, 윤기는 죽어도 여주와 겸상할 생각이 없었고. 그래서 저렇게 매번 단칼에 거절해도 여주의 낯빛은 한 번을 변하지 않았다 매번 싱글벙글. 그것조차도 맘에 안 들어서 항상 윤기가 여주를 떠올릴 때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먹는 건 또 얼마나 더럽게 먹을까. 됐어. 그런 거 생각해서 뭐해 싶은 윤기는 곡 작업이나 하자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발견하고야 말았다. 자신의 발밑에 등장한 왕 바퀴벌레를.




"으아아악!"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윤기!!"




윤기의 비명에 여주는 기다렸다는 듯 윤기의 문을 열어젖혔다. 남의 집 문을 이렇듯 아무렇지 않게 여는 것도 참 윤기 입장에서 최악일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은 윤기의 눈에 바퀴 말고는 뵈는 게 없었다.




"바... 바퀴!! 바퀴익!!!!!!!"

"아, 바퀴 나왔어? 난 또 뭐라고."




여주는 윤기의 방 한가운데에 등장한 바퀴에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한방에 발을 들어 꾹 그것을 밟아버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맨발로 바퀴를... 더 이상의 묘사는 생략하겠다. 아무튼 그러고 나서 윤기를 향해 평소와 같이 웃어 보였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병신 같지만 멋있어의 서사가.





그 뒤로 윤기는 여주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왜냐, 여주는 윤기에게 있어 꽤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이따금 방에 불이 나가면 전등을 갈아주는 것도 여주였고, 혼자 있으면 끼니를 못 챙겨 영양실조가 걸리기 일쑤였는데 여주가 하도 밥을 얘기하는 바람에 먹었다고 하지 않으면 같이 먹자고 할까 봐 끼니를 챙기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여주는 윤기가 제일 싫어하는 바퀴도 잘 잡았다. 뭐 같이 지내기는 좀 더럽긴 하지만.




"오, 이거 네가 만든 곡이여?"




그렇게 자기 물건 만지지 말라고 했건만, 여주는 또 윤기의 물건을 만지다가 기어코 윤기가 작업한 곡을 틀었다. 아, 만지지 말랬잖아. 짜증을 내려던 윤기가 뒤이어 나온 여주의 말에 입을 다시 다물었다.




"와 대따 좋당...! 너 짱이다. 윤기야."


누군가에게 자신의 음악이 좋다고 말해 준 것이 처음이었다.




윤기는 자기 전마다 자꾸만 여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 대따 좋당...! 배시시 새는 웃음을 더 참기란 어려웠다. 이쯤이면 이제 김여주가 문을 쿵쿵 두들기며 야식 먹자고 올 참인데 오늘따라 조용했다. 뭐, 일찍 잠들었나 싶다가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 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냥 담배 피우는 척하면서 슬쩍 뭐 하나 봐야겠다. 싶어서 자신의 방을 빠져나왔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작은 마당 그리고 바로 옆문에 쓰여 있는 102호 표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 하는데 오늘은 안 오지 싶었는데, 마침 여주의 창문이 그대로 안을 비추고 있었다. 미쳤네, 여자애가 혼자 살면서 커튼도 안 달았나.



"김여주... 자나.."




그래도 자기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는지 슬쩍 창문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윤기는 여주의 집으로 뛰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김여주 괜찮아?"




여주는 윤기의 물음에 대답도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 빠르고 짧은 호흡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말로만 듣던 과호흡인가 싶었다. 윤기가 재빠르게 부엌 쪽에 가서 비닐봉지를 하나 가져다 여주의 코에 들이밀었다. 그러니 점차 여주의 상태가 호전되었다. 그제야 여주의 방이 눈이 들어왔다. 없는 살림에도 이곳저곳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다.



"보지 마. 나가 줘...."



아직도 옅게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여주가 힘없이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싶었는데 언제 났는지 입가에 상처가, 눈 옆에 커다란 멍이 돋보였다.




"너 도대체 무슨... 일...."

"나가라고 했잖아!!!"




윤기가 처음으로 여주가 잔뜩 찡그린 얼굴을 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음에 갑자기 자신의 마음이 무언가 탁 끊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손가락 하나도 닿기 싫었던 여주였는데 그런 여주를 윤기는 자신의 품에 안았다. 안고 한참 토닥여주니 여주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처음으로 여주의 맨 얼굴을 마주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여주는 다시 평상시처럼 떡진 머리를 긁적이며, 바보 같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언제나처럼 윤기의 집에 하자 있는 부분을 집 주인도 아닌데 뚝딱 고쳐내었고, 밥을 같이 먹자며 문을 두드렸고, 아무렇지 않게 바퀴를 잡아주었다. 그날 일을 물어볼까 하다가도 언젠가는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며 묻지 않았다.




".... 이게 뭐야."




그래도 그때 물어봤어야 했다. 이렇게 쪽지와 낙서 같은 꽃 그림을 남기고 여주가 홀연히 영영 자취를 감출 줄 알았다면, 물어보기라도 할걸...





[윤기야, 나는 네 음악이 좋아.
그리고 이 꽃은 로즈마리야.
꽃말은 기억, 나를 생각해요.
나 기억해 주면 좋겠어.]





갑자기 떠나간 주제에 기억해 달라는 것은 꽤 이기적인 부탁이었다. 그럼에도 그 쪽지를 윤기는 자신의 지갑에 고이 꽂아 넣었다.





여주야, 나는 네가 없어지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왜 나는 울고 있을까.






벌써 그것도 꽤 여러 해가 지난 이야기였다. 윤기는 그날 이후 이를 악물고 곡 작업을 했고, 지금은 여러 곡을 히트시킨 작곡가, 프로듀서였다. 아마 여주가 아니었다면 윤기는 아무리 좋아했던 음악이라고 할지라도 포기했을 터였다. 처음으로 자신의 음악이 좋다고 한 여주의 말로 여기까지 온 것이니까.




"곡 이름이 로즈마리네요. 혹시 이렇게 지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뭐, 그 꽃을 좋아하셨다든지 하는 그런 거요."




인기 생방송의 인터뷰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챙겨 보는 그런.





"...로즈마리의 꽃말이 기억, 나를 생각해요.예요."

"아, 꽃말이 마음에 드셨던 거구나..!"




나 아직 너 기억해.

나 아직 네 목소리가 들려 여주야.

네 바람대로 최선을 다해서 널 기억하고 있으니까.


김여주,




"너도 나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어. 나 전화번호 그대로야."




이번엔 내가 네가 그랬던 것처럼 다가갈 테니까.




"연락해. 기다릴 테니까."

 



 
로즈마리의 꽃말 完





 


추천하기 7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권여은  12일 전  
 권여은님께서 작가님에게 28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프로시크러.  14일 전  
 잘 읽고가요

 프로시크러.님께 댓글 로또 2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별꽃유린  14일 전  
 헐 ㅠㅜㅜ 이거 대박이네여 ㅠㅠㅜㅜㅜㅜ

 답글 0
  데미소다.  14일 전  
 ㅠㅠㅜㅡ진짜 인연이라는게 이렇게 아프게도 표현될 수가 있네요ㅠㅠㅜ

 답글 0
  레몬1000  17일 전  
 대박이네요

 레몬1000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17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삐리빠라뿅  17일 전  
 완전완전 조아여 ㅠㅠ

 답글 1
  야옹냐옹애옹  17일 전  
 글 진짜 좋아요 ㅠㅠㅠ

 야옹냐옹애옹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CHA01  17일 전  
 재밋다

 답글 1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