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방탄빙의글 02. 다시 마주하다 - W.세상을누비는고래
02. 다시 마주하다 - W.세상을누비는고래


02. 다시 마주하다













여주는 가끔 가다가 말도 안 되게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고는 했다.


‘안 돼.’
‘한 번만, 응?’
‘안 돼, 다음에.’
‘진짜 딱 한 번만, 응? 응?’
‘한 번만이야, 그럼.’
‘아싸! 우리 석진이가 최고!’


이를테면 지나가던 동네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있는 오락기에 쪼그리고 앉아 초등학생들 틈에 껴서 게임을 하자고 조른다거나,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저를 밀어 달라고 떼를 쓴다거나 하는. 또 어떤 날은 멀쩡히 잘 걸어가다가도 길 한복판에 멈춰 서서 석진에게 업어 달라고 조르고는 했다. 워낙에 스킨십을 좋아하는 여주와는 달리 특히나 타인 앞에서는 더욱이 신경을 쓰는 석진은 그런 여주의 조름이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 더구나 석진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매우 신경 쓰는 타입이었다. 하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그러니 석진은 절대 안 된다, 여주는 무조건 업어 달라. 누가 보면 웃기지도 않을 실랑이마저 벌였었다. 하지만 결국 여주의 밑도 끝도 없는 고집과 애교에 기어이 여주를 등에 업고 집까지 걸어야 했다.


그래도 그때는 꽤 먼 거리를 걸었음에도 다리가 아프다거나 걸음이 무겁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분명 기억 속에 제 목을 끌어안고 귓가에 흥얼거리던 여주의 노랫소리가 아직 남아있다. 비록 지금은 제 목을 끌어안지도, 달콤한 노랫소리를 들려주기는커녕 미미한 술 냄새가 석진의 코끝을 스치고 있지만.



“밥도 안 먹고 다니냐, 너는.”


제 어깨 아래로 축 늘어진 여주의 가늘어진 팔에,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체감하는 그녀의 더 마른 몸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원체 입이 짧은 탓에 살이 잘 찌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렇듯 가끔 마주할 때마다 더 마르고 야위어있는 모습은 늘 며칠씩이고 석진의 마음을 쓰이게 만들었다. 헤어진 후에도, 제가 있던 군에 면회를 왔을 때도, 그리고 개강 날 다시 마주쳤을 때도. 늘 돌아서던 그 마른 몸이 문득문득 떠올라 툭툭, 석진의 신경 끄트머리를 건드린 것처럼.


사실 오늘 여주가 이렇게 인사불성이 되지만 않았어도 석진은 기어이 물어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제때 밥은 먹고 다녀? 왜 너는 볼 때마다 말라. 물론 여주로부터 어떤 대답을 듣게 될지 역시도 모르는 일이지만.


‘헤어진다고 그 길로 곧장 남이 되지는 않을 텐데.’


어쩌면 태형의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그 어느 날,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먼발치에 있는 여주를 보게 된 석진이 간단한 인사는커녕 일부러 고개를 돌려 못 본 척을 하던 그에게 태형이 했던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에도 태형은 그랬던 것 같다.


‘이 모자란 놈아.’


못 들은 척하고 잊고 말았는데, 그게 다시금 생각나는 걸 보면 결코 잊혀 지지 않은 모양이다.


“그대로네.”


한때는 이 동네에 사는 청년이 아니냐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이 길을 지나다녔는데, 그 어느 순간에는 발걸음을 뚝 끊었었다. 그게 언제이던가 하니 아마 여주와 헤어지기 얼마 전쯤부터였을 테다. 그리고 난 후 처음으로 다시 찾은 골목이었다. 몇 년이 흘렀음에도 변한 것 하나 없는 골목길이 여주와의 소소한 기억들을 짚고 넘어가게 한다. 물론 가장 큰 기억은 아마도 헤어지기 며칠 전에 여주가 먼저 건네었던 이별의 순간이었다.


‘석진아.’
‘어?’
‘우리, 헤어질까.’


어쩌면 결정적인 계기였는지도 모른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집으로 데려다주던 길에 여주는 그렇게 그저 평범한 남의 이야기처럼 이별을 고했다. 물론 석진의 대답은 당연히 거절이었다. 뜬금없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버럭 화를 내며 여주를 나무라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날 그 순간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헤어질까, 하던 여주의 말은 끊임없이 석진을 쫓아다니며 머릿속에서 그를 괴롭히고 나섰고 결국 그 끝은 가짜가 아닌 진짜 이별로 이어졌다. 여주와의 만남을 처음부터 되짚어 본 결과가 그랬다. 마음이 편하고 늘 웃을 수는 있었지만, 다른 연인처럼 뜨겁고 설렌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석진아.”


알싸하고 시큰거리는 술 냄새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술에 취해 잔뜩 잠긴 목소리였다. 잠이 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어서 석진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러나 다시 한발씩 내딛는데, 어쩐지 아까보다 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석진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 이제 괜찮으니까 그만 내려줘.”
“됐어.”
“......”
“그냥 잔말 말고 집까지 가.”


내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정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주를 등에 업고 걷는 동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심지어 굳이 내려서려는 여주에게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지만, 그저 입을 굳게 다무는 것으로 대신했다. 헤어진 애인을 등에 업고도 모자라 서운한 마음까지 드는 건, 진심으로 알 수 없는 범위에 있는 감정 선 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깊이 파고들 마음은 없다. 그래야만 했다.


“석진아.”


차라리 김석진, 하고 불렀으면 덜했을까. 쓸데없이 그렇다 할 이유도 없이 목구멍 어디쯤에 가시라도 걸린 듯 불편하고 답답해졌다.


“다 왔어. 이제 그만 내려줘.”


고맙게도 더 이상 내려달라고 하지 않고 가만히 석진의 등에 업혀 온 여주가 제 집 앞에 다다르자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취하기는 했는지, 아니면 석진의 말을 곱게 들어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별다른 고집을 부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마 전자일 테지. 신입생 환영회 겸 개강파티를 목적으로 열린 술 파티에 요령 없이 주는 대로 다 받아 마신 게 눈에 선했다. 때문에 그렇게나 취했었겠지, 하고 짐작해 보았다.



“야, 좀!”
“미안해. 괜찮아, 이제.”


다리를 굽혀 내려줬더니 석진의 등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여주가 휘청거렸다. 아무래도 정류장에 그대로 놔뒀으면 큰일 날 뻔했다. 석진은 자연스럽게 미간이 좁혀졌다. 그래도 제 옆에 있을 때에는 이렇게 막무가내로 술을 마신다거나 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굳이 짚어도 되지 않는 지난 순간들이 상황을 참견하고 나선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여주가 술을 먹든, 이렇게 취하든, 뭐든, 저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 것인데도.


“들어가서 얼른 자. 아직 술 안 깬 것 같은데.”
“응.”
“갈게.”


잘 자라는 말은 오버 같아서 하지 않았다. 늘 여주의 뒷모습을 먼저 바라봐야 했던 석진은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성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석진에게는 매번 여주가 그러했다. 늘 먼저 돌아서고, 늘 먼저 안녕을 고하고. 그것이 인사의 의미이든, 이별의 의미이든, 무엇이든. 여주가 그러했다. 그래서 어느 즈음에는 상처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김치찌개.”
“싫어, 파스타.”
“나도 싫어. 그럼 부대찌개.”
“싫어. 봉골레 파스타.”


어째서 내 주변에는 고집쟁이들뿐인가. 석진은 제 인생에 남은 인맥들에 강한 회의감을 느꼈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에 가득 찬 눈으로 아미를 바라보았다.



“저녁에 너네 둘이 파스타 먹으면 되지!”
“싫어! 그럼 점심 혼자 먹든가.”
“치사하기는.”
“여기서 네 편 있어? 원래 점심은 다수로 결정하는 거야.”
“도대체 그런 듣도 보도 못한 논리는 어디서 배우냐. 학원 다녀?”


석진은 아미의 어이없는 주장에 결국 내가 졌다는 심정으로 여태 아무 말도 없이 딴청 중인 태형을 노려보았다. 저 새끼는 지 애인밖에 모르지. 뭔가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게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보다 먼저 보란 듯이 태형의 팔짱을 끼고 돌아서는 아미 덕에 그저 혼자 삼키고 말았다. 석진은 입맛이 써지는 것을 강하게 느껴야 했다. 애인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다년간의 우정이 이런 데서 깨지는구나.


그래도 아미나 태형이나 두 사람이 진심으로 밉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늘 투닥거리고 소소한 말다툼을 하면서 재수가 있네, 없네 하고 씩씩거려도 실상 누구 하나 진짜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아는 석진이었고, 아마 두 사람도 그리 생각하리라 의심치 않았다. 물론 태형을 제외한 모든 이에게 까탈스럽고 도도한 콧대가 하늘을 찌르기로 유명한 아미를 진짜 제 사람으로 믿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석진이 누군가를 친구로서든, 뭐든 곁에 두고 보는 방법이 느리기도 했거니와, 아미의 성격도 한몫했던 것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돌이켜보면 아미와의 사이가 좁혀진 것은 역시 여주로 인함이었다.



‘야, 만나다가 아니면 헤어질 수도 있어. 꼴이 그게 뭐냐? 거지같이.’
‘......’
‘밥이랑 반찬 해놨으니까 챙겨 먹어. 그리고 이건 절대 내가 자발적으로 온 게 아니라 김태형이 가라고 시켜서 온 거야. 그니까 감동 같은 거 안 먹어도 돼.’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에 헤어졌지만, 그래도 그것 역시 이별은 이별이라고 석진은 며칠 동안이나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져있어야 했다. 학교도 나가지 않고 질리도록 걸려오는 태형의 전화며, 아미의 전화며 다 무시하고 집에만 틀어박혀있었더니 급기야 아미가 새벽같이 두 손에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집으로 쳐들어왔었다. 석진은 그냥 가라고 했지만 지금이나 예전이나 별다를 게 없는 아미는 그때에도 석진을 무시한 채 제 집 마냥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며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해 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랬다. 태형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정을 준다거나, 고운 말을 할리 없는 아미는 딱 아미답게 석진을 위로하고 나섰다.


“저것들이 또 지들끼리 갔네. 야! 김태형!”


잠시 옛 생각에 빠져 너울거렸더니 금세 또 멀어진 태형과 아미의 다정한 뒷모습에 석진이 눈에 불을 켰다. 빽, 하고 소리를 지르니 지나치던 학생 몇 명이 석진을 흘끔거려 다소 민망스러워진다. 어깨에서 흘러내린 가방을 다시 제대로 맨 석진이 서둘러 성큼성큼 언덕길을 내려가 태형과 아미의 사이를 파고들며 척, 하니 어깨동무를 하자 아미가 버럭 성질을 부려댔지만 석진은 씩 하고 웃었다.


그러고 보니 여주와는 가까워지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도 같다. 만나고 연애라는 것을 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더라. 웃고 있던 석진은 또다시 생각의 끝에 여주가 걸려와서 애써 마음을 부여잡고 동여맨다. 문득 띄엄띄엄 흐르던 기억이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중간고사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과제도 하나둘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코앞에 닥친 과제들이며 자료들을 찾기 바빠, 잦아지기가 다소 걱정스러워질 정도였던 여주의 생각이 억지로 접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수월하게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떠나주고 있었다.


사실 석진은 왜 자꾸 시도 때도 없이 여주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왜 생각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생각이 나야 하는지조차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들었다. 봄이었다. 헤어진 애인을 만나게 되었고 하필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마저 봐야 했으니 살랑거리는 봄바람마저 부는 이 시점에 마음이 흔들리기 딱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으레 한 번쯤 겪는 순간적인 동요이겠거니 하고 말았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빠진 덕에 헤어지고 남남이 된 사람을 굳이 기억 속에 붙잡아두고 머리를 굴리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도 못했으며, 설사 이제는 제게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가뜩이나 바쁜데 복잡하게 뭐 하러 더.


마음을 귀찮아한 것은 어느 순간부터 굳어진 석진의 악습관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알지 못하는 점이기도 했다.



“돌겠네.”


분명 도서관에 여분으로 몇 권 더 비치되어 있다고 들었던 자료집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아서 난감해졌다. 과제 때문에 한 번 보고 더 이상은 필요가 없는 책이라서 굳이 사기에는 낭비라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지만 이미 한발 늦은 건지 두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아니나 다를까, 뒤늦게 도서 검색대에 검색을 해보니 이미 다섯 권 모두 대출 상태였다. 아마 저와 같은 수업을 듣는 이들 중 하나겠지. 과제 기한은 고작 사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들 중 그 사흘 안에 누가 언제 반납할지 알고 기다린다는 말인가. 짜증이 치밀었다. 가뜩이나 다른 과제들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꾸만 쌓여가고 있는 와중에 이런 난감함은 허탈하고 기운 빠지는 일이었다.


“혹시 이거 찾아?”


검색대 앞에 죽치고 있는다고 이미 도서관에 없는 책이 나타날 리 없음에도 괜히 미련을 못 버리고 밍기적 대던 석진은 제 등을 툭툭 건드리며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


돌아본 제 뒤에는 여주가 노트북 가방을 한쪽 어깨에 맨 채, 석진이 그렇게도 찾고 있던 자료집을 손에 들고 있었다. 기가 막힌 우연이다.


“강 교수?”
“응, 수업 때 못 본 거 보니까 다른 반이었나 보다.”


간혹 한 과목의 클래스에 수강인원이 다 못 들어가게 되면 분반으로 나누어져 서로 다른 교수들이 나누어 수업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여주와 석진이 그러한 경우에 속했다. 같은 과목을 수강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강의실에서 다른 교수님으로부터 수업을 받았기에 마주칠 일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담당 교수가 달랐으니 과제 역시도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그를 위해 필요한 자료집이 하필이면 여주와 일치하는 경우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경우였고 우연이었다.


“난 이제 필요 없으니까 네가 보고 반납해. 어차피 기한도 남았어.”
“그래, 고맙다.”
“의외네.”
“어?”
“지루한 건 딱 질색이잖아, 너. 최 교수 수업 지루하기로 소문난 건데, 아니야?”
“뭐, 어쩌다 보니까.”


사실은 나도 처음에 강 교수 수업 신청했다가 튕겼어, 라고 말해도 특별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석진은 이상하게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말이 자꾸만 헛돌았다. 넌 지루한 거 싫어하잖아. 게다가 익숙하게 저를 잘 알고 있다는 한 여주의 목소리에 가슴속에 얼음이라도 가득 찬 것처럼 싸해졌다.


‘무슨 잠을 그렇게 자?’
‘지루하잖아. 자장가가 따로 없네.’
‘맨날 그렇게 퍼질러 자다가 학점 빵꾸난다.’
‘아, 몰라. 우리 착한 여자친구 씨가 필기 보여주겠지?’
‘누가 그래? 난 안 보여줄 건데?’


그리고 지워졌던 기억의 파편이 또다시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나 석진의 눈앞을 어지럽혔다. 분명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저보다 더 태연한 얼굴로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스물다섯의 여주임이 분명한데, 어째서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스무 살의 저와 여주의 모습인 건지. 석진은 또다시 제 머릿속 회로가 뒤죽박죽으로 엉켜들어가는 것이 마뜩지 않아 짧게 미간을 좁혔다가 폈다.



“채여주.”
“어?”


문득, 궁금해졌다. 저와는 판이하게 달리 불편한 기색 하나 없는 얼굴을 한 여주의 마음이.


“왜? 할 말 있어?”
“너도.”


너도 나처럼 이렇게 불쑥 찾아온 지나간 기억에 당황하고 불안해진 적이 있었을까. 왜 당황스럽고, 무엇이 불안한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고 있는 지금의 이 감정들을 너도 느껴본 적이 있을까. 아니면 이미 너는 이 기분을 알기에 그렇게 태연한 척 무관심한 얼굴을 할 수 있는 걸까.


“아니야, 아무것도.”


결국에는 묻지 못했다. 물을 수가 없었다. 목적도 대책도 없는 질문은 섣부르고 경솔하기 짝이 없는 짓이니까. 그게 무슨 싱거운 소리냐는 얼굴로 저를 보는 여주의 시선에 석진은 괜한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여주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에 절로 입안이 바싹 말라 왔다. 모래알을 씹어 삼킨 것처럼 입안이 온통 까슬거리고 텁텁했다. 입안에 가시처럼 돋아난 뾰족뾰족한 무언가들이 목구멍을 찌르고 내려가 어딘지 모를 가슴속까지 파고들었다.


“쉬어가면서 해.”
“어?”
“피곤해 보이길래.”


갑갑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앞에 여주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마른 세수를 하던 석진은, 여주의 말에 절로 안으로 말려들던 시선을 다시금 여주를 향해 뻗었다. 검은 여주의 눈은 불안함 따위는 없었다. 깊숙한 어느 곳에서부터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곧은 나무처럼 한결같았다. 석진은 저 혼자 불안한 길을 걷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는 왜 그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볼까도 싶어졌다.




















서빈SEOBIN 님(3000)
어어우워어 님(500)
우리영 님(270)
김녜린 님(51)
노란오월 님(45)
댬닝 님(42)
~이엠~ 님(35)


항상 감사합니다!



















여주의 마음은 차차 나올 거에요.
도대체 여주는 무슨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지 ㅎㅎ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평점은 작가에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0화에 가서 눌러주세용!
↓↓↓↓↓↓↓↓↓↓↓



추천하기 18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세상을누비는고래 작가님의 다른글 보기       전체보기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봄례은  13일 전  
 여주.. 여주는 어때..?? 난 석진이면 뭐...

 답글 0
  선물실  14일 전  
 읽으면 읽을수록 여주의 마음이 궁금해지네요ㅠㅠㅠ 석진씌도 하루 빨리 마음 알아채야 할텐데요 그쵸!

 선물실님께 댓글 로또 2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what2do  14일 전  
 what2do님께서 작가님에게 8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ab6ix123  14일 전  
 석진이 쫀당

 ab6ix123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이엠~  15일 전  
 역시 고래 작가님이시다!

 ~이엠~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김녜린  15일 전  
 김녜린님께서 작가님에게 4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유류해。  15일 전  
 오늘도 너무 좋아요ㅜㅜ
 고래님 글의 특유의 어떤 분위기랄까
 아무튼 읽을때마다 힐링되는 느낌이에요♡
 항상 예쁜글 감사드려요♡♡

 유류해。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유류해。  15일 전  
 유류해。님께서 작가님에게 62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레몬라벤더  15일 전  
 작가님 글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잘 보고 갈께요

 레몬라벤더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민윤지짱짱맨뿡뿡♡♡  15일 전  
 꼭 이어지진 않아도 서로에게 좋은 추억만 남겨줬음 좋겧네용!!!! 너네 아프면 내가 더 아퍼ㅜㅜㅜㅜ
 

 민윤지짱짱맨뿡뿡♡♡님께 댓글 로또 2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12 개 댓글 전체보기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