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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1. 퀸의 재림 - W.디귿
01. 퀸의 재림 - W.디귿






























본글 정략결혼물이며 인물의 설정 상, 약간의 욕설과 피, 추행에 대한 묘사를 다루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움짤이 많아 로딩이 걸릴 수 있습니다










포명 & 베댓

YJ9175 님 20점
엔젤로링 님 32점
네에임 님 12점
.ㅂ.ㅌ.ㅅ.ㄴ.ㄷ. 님 50점
개미하나 님 150점
홀라라라라라랄라라라 님 10점
다으빈 님 50점
겅녀딘 님 102점






갓채님 진짜 갓이다 god 500점 너무너무 감사드려요ㅠㅠ






서호밈 1000점 너무 감사드려요 진짜ㅠㅜㅠ 너무 과분한 포인트인데, 제가 드린건 얼마 없어서 어쩌죠?? 감사하고, 시간되면 꼭 옾붕 다시 해요!!ㅋㅋ





헐? 뭘봐니똥꼬님 반가와요ㅠㅠㅠ 저 포인트를 이르케나 많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요ㅠㅠ 너무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후후 과연?(ㅋ)






스프라이트파는 입 다물고 있는다. 아 나도 칠성사이다 포스터 받고싶다ㅠㅠ







와 진짜 그러면 소원이 없겠네여







민아 오랜만에 등쟝해서 쓴 댓글 보고 심쿵했어, 어떡해?















//////































※참고.

이 작품은 모두 작가 본인이 설정한 스토리고 시간대입니다. 최대한 현실과 맞게 적어내렸다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허구의 이야기이며 그저 작품으로만 봐주세요.










그리고 이번 화는 진짜 분량 많아요. 경고했다능 킁.











































এ᭄


এ᭄


এ᭄














황후.









황후












17대 황제의 정비,
황후는 눈을 떠라.












암흑. 눈을 아무리 비벼도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어둠 속에서, 저 멀리 메아리치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듣기만 해도 무겁고 쩌렁쩌렁한 그 목소리가 어디까지 울렸을까, 생각될만큼의 목소리였다.











굳게 닫혀 절대 뜨지 못할 것 같았던 나의 눈이 천천히 떠진다. 당연,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지만, 이 곳은 매우 습하고 찬기가 서린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서서히 드는 정신에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누구십니까...?"









"하늘이다"










하늘. 나를 황실에 넣은 존재.
내게 황제와의 결혼을 명한 존재.








정수리에 번개가 내리찍히듯이, 깜짝 놀란 나는 재빠르게 무릎을 꿇곤 머리를 조아렸다. 고귀하고 인간을 보살피는 하늘에게 기도를 해야한다며 늘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이 귀에 웅웅 울린다.









"죄송하옵니다! 제,제가 몰라뵈었습니다"










연신 꾸벅이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하늘이라는 존재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인간이기에. 두려움과 정체모를 감정이 뒤섞여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내가 너를 황후로 명하였는데... 어찌, 너는 이리도 참담하느냐"



"...... 벌을 받았사옵니다"



"벌을 받았다라..."



"역모를 꾀하였습니다"












그렇게 잔뜩 몸을 웅크리는데, 머리맡으로 희미한 빛이 쏟아진다. 그 어둠 속에서 갑자기 빛이 왜... 푹 숙이던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자, 저 멀리 빛이 공중에 둥둥 떠있다.










손을 뻗어도, 미친듯이 달려도 절대 잡지 못할 것 같은 중압감에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연신 손을 모아 싹싹 빌면서 말이다.










"저 미쳐버린 황제때문이 아니더냐"



"...... 비통하옵니다"



"무엇이"



"왜 제가 이리 만신창이가 되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밤이 새도록 머리를 싸매어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유없이 저 자신을 미워했으며, 그리 고통스럽게 살아온 시간마저 비통하옵고... 눈을 감은 이 순간 또한 비통합니다"












그 순간, 멀게만 느껴졌던 희미한 빛이 갑작스레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빠른 속도로 다가온 그 빛은 나의 콧잔등 바로 앞에 멈춰섰다. 멍하니 쳐다보자, 희미했던 빛줄기가 점차 선명해지더니 어둠을 밝히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멍하니 빛을 쳐다보았다. 주변이 어두워서인지는 모르겠다만, 더욱 그 빛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단 생각이 솟구쳤다. 만지고, 품안에 넣고 싶게. 그 빛은 사람의 마음을 감싸쥐는 재주가 있다.










"기회를 줄까"



"기회..... 제게 말입니까...?"



"지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네가 나의 선택을 받은 고귀한 여인이란 것을 잊은 것이냐"



"무슨 기회를..."














"환생"











환생. 그 단어는 나의 귀를 천천히 자극시켰다. 넋이 나가 빛을 바라보던 초점 없는 나의 눈동자에 순간 생기가 가득 차올랐다. 환생, 매번 책에서만 보던 것인데.











"환생...."



"네게 단 한 번의 삶을 더 부여하겠다"



"하늘신님께서.... 왜..."



"싫은 눈치로군"












나는 환생이란 단어에 온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무릎을 꿇던 나는 옆으로 천천히 기울더니 이내 비스듬히 앉아버린다. 환생, 그것이 내 심장을 두드린다. 피가 거꾸로 치솟으며 무기력한 나의 몸 구석구석을 일으켜 세운다.











"너무 비통하다기에, 내가 주는 선물이니라"



"......."



"그 미친 황제를 찾아가 복수를 하던, 다시 사랑을 하던.
아님, 일반인과 같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 하늘...ㅅ"



"그건 네 선택이며, 한 번 뿐인 기회이다"












내 눈앞에 있던 빛은 머리 주위를 산만하게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어찌하겠느냐."



"ㅎ...."



"대답하거라"











"환생하고 싶습니다"












흐르는 정적.









나의 머리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던 빛은 나의 대답과 함께 우뚝 멈춰선다. 왜일까, 나의 주먹에 힘이 바들바들 들어가는 이유가. 흥분감에 휩쓸려 후두둑 주먹 위로 눈물이 두세방울 떨어진다.












그 밝은 빛은 나의 코 앞으로 다시 천천히 돌아온다.















"다시 환생을 하면. 저는 어디에, 누구로 태어나는 건가요?"



"21세기. 한국"



"한국이라면... 조선...?"











코 앞에 있던 빛은 나의 눈 바로 앞으로 다가온다. 더이상 눈을 뜰 수 없는 밝기라 살짝 이맛살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서자, 저 멀리서 나지막이 다시 소리가 들려온다.











"나머지의 정보는 알아서 얻게 될 것이다. 도우러 내려갈테니 기다리거라"



".... 감사하옵니다"



"이번 생은, 부디 행복하길"












눈앞에 바짝 다가온 쑥- 나의 머리통으로 들어온다. 눈동자가 뒤집어지며 순간적인 두통에 `으윽..!`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대로, 또다시 눈을 감았다.



































"으아아악..!"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내 머릿속을 파고든 엄청난 세기의 빛은 어디가고 없어져버렸다.








거칠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가슴팍은 현재 나의 불안정한 호흡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었다. 분명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이건...










체크무늬의 짧디짧은 치마와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는 상의. 그리곤 목을 감싼 얇은 리본끈. 한낮 기생이 입고 있을 법한 의상을 입고 있다니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이는.



수십명의 여자아이들.












"정여주 갑자기 왜 저래...?"



"나야 모르지."



"괜히 쳐다보지마. 재벌이랑 얽혀서 좋은 건 못 봤어."



"야아...! 정여주한테 왜 그래..! 입조심해."



"뭐어- 어쩌라고"
















앳된 외모의 아이들이 일어선 나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왜 다들 내가 입고 있는 옷이랑 똑같은 옷을... 멍하게 주위를 둘러보다 지끈 머리가 아려온다.










`21세기, 한국`










이 곳이, 정녕 21세기란 말인가.








실제로 다시 태어났다는 마음에 내 뺨에는 한 줄기의 눈물이 타고 흘러내렸다. 말도 안돼... 지,진짜 내가...









얼이 빠진 얼굴로 서있자, 앞에 서있던 어느 여성이 목을 가다듬는다.










"큼! 정여주는 자리에 앉도록 하자"



"제.... 제 이름이 정여주입니까?"



".... 하하! 우리 여주가 마지막까지 장난이 짓궂다. 빨리 자리에 앉으렴. 마지막 종례인데"



".... 네"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 아이들은 힐끔힐끔 눈물을 흘리는 나를 쳐다본다. 두리번 대며 상황 파악에 나서는 나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게눈 감추듯 다시 앞을 쳐다본다.










엉거주춤 다시 자리에 앉아 눈물 닦아내었다. 살았어, 내가 살았어...! 아주 매혹적인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내가 다시 살아나다니. 기쁨에 온몸의 세포가 나를 다시 일으키려 용을 쓴다.















"우리 아미여고 3학년 8반. 1년동안, 대학교 가랴 고생 많았고. 나한테 시달리느라 고생이 많았다."



"푸하하하하하!!"



"자아-! 우리 반장! 인사할까?"



"어어- 반장 울어요. 선생님~"
















내 옆에 앉아있는 아이가 저 앞에 서있는 여성의 말이 끝나자 천천히 일어섰다. 여기가 어디이며, 내 옆에 있는 아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 멍하니 옆에 일어선 여자아이를 쳐다보니 그녀의 눈두덩이가 붉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이내 눈물을 뚝뚝 흘려버린다.










이윽고 모든 여자아이들은 옅은 신음과 딸꾹질을 번갈아 가며 눈물을 흘렸고 저 앞에 서있는 여성 또한 고개를 젖히며 눈물을 삼켜낸다. 어디, 슬픈 곳인가. 이 곳이?











벙찐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자, 갑자기 내 머리를 감싸도는 이명이 들려온다. 예상치 못한 고통이라, 나는 귀를 감싸며 상체를 잔뜩 웅크린다. 귀 깊은 곳에 자리 잡힌 고막이 터져버릴 듯한 이 고통은 무엇일까.











"으윽...!"










책상 위로 머리를 기대자 이명이 옅어지더니 웅얼거리는 어느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겁고,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이 소리는.











"하늘이다"



"하...."




"지금부터 너의 영혼이 깃든 정여주라는 아이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겠노라"




"하늘신님께서, 제ㄱ"




"이름, 정여주. 나이, 19살. 지금 이 곳은 너가 다녀온 교육기관인 `학교`이며 주위에 있는 모두가 너의 동료이다. Y 그룹 정주환 회장의 외동딸로 모두의 부러움을 삼았으며, 이 시간이 끝나 너와 얘기를 나누는 40대의 여성이 너의 어미가 될 것이다"




"하아.... 하... 제가 살았던 시기는 19세기이옵니다. 2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을 제가 어찌 살아간단 말입니까...!"




"그러니 내가 이곳에 온 것이 아니더냐"




"네...?"




"너는 나와의 대화가 끝난 이후. 본래 가지고 있던 정여주의 정신을 지니게 될 것이다."




"무슨..."




"21세기에. 살아갈 정보를 얻는단 소리지"















다시 이명이 멎어진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온몸은 그제서야 꿈틀대며 제정신을 차린다. 책상 위로 잔뜩 웅크렸던 나의 몸을 일으키자, 빈혈기가 핑 돈다. 머리 한 구석이 뻐근하고, 가슴이 욱신대는 것이... 괜한 허함이 시린 바람을 타고 몸 깊은 곳을 쿡쿡 찌른다.












"ㅎ.... 혜영이...? 반장?"



"흐어엉..! 여주야아!!"



"여긴... 아미여고 졸업..."












세뇌를 당한 듯, 나는 생각없이 중얼대기 시작했다. 그리곤 반쯤 감긴 눈으로 반 여학생들을 쭉 훑어보기 시작했다. 저기 몸을 웅크리고 울고 있는 아이는 한지윤... 담임 선생님 성함은 심정아... 나는.... 정여주.











나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이름과 추억이 둥둥 떠오른다. 발신지를 모르는 추억들이 나의 심장을 뜨겁게 자극한다.












내가 모르는 정여주란 아이는 이 반 모든 학생을 기억하고 있다. 이 반 모든 사물마다 이름을 붙히며 친구들과 깔깔 떠들었고. 이 반 모든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정여주란 아이는 참 정이 많은 아이 인건가`












이 해맑은 육체에 내 정신이 깃들다니,
괜히 미안해지네.














 এ᭄এ᭄এ᭄












스피커의 낮은 음질을 뚫고 경쾌한 종소리가 사방팔방 퍼져나간다. 익숙하게 책상걸이에 걸려있던 책가방을 들고 짐정리를 하자 봇물 터지듯이 교문밖으로 여학생들이 우다다 뛰어나간다. 그와 함께 소란스런 소음을 내며 너도나도 교실에서 꽃다발이 오고간다.










태풍이 휩쓸고 간듯한 허전한 교실. 어깨를 잔뜩 움추리곤 발이 가는대로 가자 나는 어느새 정문을 향하고 있었다.












"졸업이라... 이제 20살이 되려나"











후덥지근하지만 아직 찬기가 남아도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남들보다 늦게 하는 이 졸업. 성인이 되었다며 너도나도 놀거리를 찾아 부모님께 짐을 맡기곤 뛰어다닌다.











그와 달리 터덜터덜 걸어가는 내 앞으로 크락션 소리가 짧게 울려퍼진다.











빵빵-!










"아, 깜짝이야...!"




"우리 딸. 엄마 차 여기 있어!"



"아... 엄마"











저 여성이 나의 어미로군.






레이스가 달린 흰 장갑과 붉게 칠한 립스틱. 햇빛보다 더 빛이 나는 듯한 저 선글라스는 이 곳이 21세기라는 것을 다시 강조시켜주었다. 나참, 적응이 안되는 곳이야.










몸을 잔뜩 움추리곤 눈을 깜빡이자, 어서 타라며 다시 크락션을 누른다.











"딸-! 안 타고 뭐해!"



"아... 탈게요"










자동차 뒷문을 힘없이 열곤 몸을 구겨넣었다. 바깥공기와는 다른 자동차 내부. 서늘한 바람에 식혀져 차시트가 단단히 얼어버렸다. 저 여성도 참, 따뜻하게 있을 것을.










입을 꾹 다물곤 창밖을 내다 보자, 운전석에 앉은 여성은 앞 거울로 나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내게 말할거리를 찾아내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 붉디붉은 입술은 옴싹달싹 움직인다.











"우리 여주. 졸업하니까 어때?"



"...... 아쉬워요"



"에이- 거짓말."





















나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만족한다는 듯 싱긋 웃곤 다시 운전에 집중하는 저 여성. 벌써 피곤해, 대체 정여주란 아이는 얼마나 밝았던거야. 저 여인한테 길러졌다니.











한숨을 푹 내쉬고 눈을 감는데, 다시 그 여성은 나의 눈치를 보며 핸들 위에 놔둔 손가락을 이리저리 가만두질 못한다. 자동차부터, 무슨 회장의 집안이라기에 어미 역시 품격 있을 줄 알았더만. 산만하고 촌스럽기 짝이 없군.











"저기 여주야."



"네, 엄마"



"어제 아빠랑 얘기 나눈 거 결정했지...?"











아버지... 그 Y그룹 회장, 정주환을 말하는 것이로군.










"당연한 걸 뭐하러 물어요. 저는 아빠편이죠."



"어머! 정말? 아유~! 속이 다 시원하다! 결정한거지? 엄마는~ 어제 네 아빠 눈치 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저 피곤해요, 엄마."



"그럼 여보한테 전화라도 해야겠다."










빨간색 신호등이 번쩍 켜지자, 그 분칠한 입술을 종알종알 움직여댄다. 핸들 위에서 달싹였던 손가락을 오므리며 온갖 콧소리는 다 내면서.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을 자신의 귓가에 가져다대곤 다시 종알댄다. 당장 저 입을 틀어막고 예절을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솟구칠때, 나의 귀를 의심케 하는 단어가 무심하게 날아온다.













"여보~ 우리 여주가 한다고 했어~. 응응. 그으럼-! 바로 부회장님 집에 보낼거야!"



"... 잠시만, 엄마.. 뭐라고 했어요?"



"그으래~. 상견례는 끝냈으니까 여주만 보내면 돼요, 여보~ 빈손으로 오랬잖아~ 아! 빈손을 아무래도 좀 그런가?"



"...잠깐만, 상견례라 했어요...?!"












`상견례`



힘이 다 풀려 늘어진 나의 몸을 일으키기 적합하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엉덩이를 띄워 운전석으로 팔을 뻗는다. 손에 닿이는 여성의 어깨. 또한 나의 손이 올라가자 깜짝 놀란 듯 쳐다보는 그녀.











"여주야, 뭐라고...?"



"아. 아니...! 상견례라니요?"



"어머, 얘 좀 봐? 너 몸 안 좋아서 부모끼리라도 했다고 말했잖아. 너 결혼한다고 얘기한 거 아니니?"



"뭐?! 결혼이라니요?"



"그래, 결혼! 너 그래서 어제 아빠랑 싸웠잖아! 무슨 애 기억력이 이렇게 안 좋아?!"












엉거주춤 일어서 `결혼`이란 단어에 멍하니 얼이 빠진 나는 그대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말도안돼. 신호등엔 초록불이 번쩍 들어왔고, 꼴좋게 나는 뒤로 넘어져버렸다.










다시 운전대를 잡은 여성은 날 힐끗 쳐다본다. 분명, 나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에 놀랐을 뿐만 아니라, 결혼이 싫다고 마음을 바꿀까 불안함이 틀림없다.










"결혼이라니..."



"에이... 여주야~ 기업간의 흔한 일이야~"



"저 이제 20살이에요. 이제 막! 성인 됐다구요!"




"아휴~ 엄마도 하나밖에 없는 딸, 보내고 싶은 줄 알어?! 조용히 해! 너 때문에 3년동안 질질 끌렸는 거 이제 끝냈으니까!"













나의 고함에 같이 고함을 내지르는 저 여성.










결혼이라니. 그것도 정략결혼이라니.
내가 그토록 바랬던 환생이, 새롭게 시작한 인생이.
첫걸음부터 꼬여버리다니.










이제 막 시작하나 했더니, 머리가 다 벗겨진 회장한테 시집이나 가라니. 이것이 진짜 어미가 딸한테 할 소리인가. 부르르 떨리는 나의 주먹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평생을 사랑 받지 못하고 황제라는 존재 아래 고통스럽게 살았는데. 어찌... 왜...! 다시 한 남자에게만 매달려 살아야한단 말이냐. 찢어진 심장에 바느질해서 왔더만, 또다시 나의 심장에 난도질을 해댄다.










"하... 미치겠네"















এ᭄এ᭄এ᭄















한편, 삭막함만이 감도는 이 곳. BTS 컴퍼니의 부회장실이다. 분명 노을은 붉지만, 이 안은 왜 이렇게 싸늘할까. 남녀불문하고 모두 숨을 죽이는 이 싸늘한 부회장실에선 옷깃이 팔락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리석으로 잔뜩 꾸며진 이 사무실. 이것이 사무실이란 말인가. 사람이 100명이 들어와 파티를 벌여도 충분한 크기의 이 곳에서 낮고도 차가운 음성이 울려퍼진다.









"김비서"



"네...?"



"넥타이"











부회장실 벽에 서있는 전담 팀장과 인턴들이 숨죽이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중, 높은 하이힐을 신은 여직원은 극도의 긴장감에 삐끗 넘어지자, 차가운 시선이 그녀에게로 내리꽂힌다. 호석의 시선일 것이다.










시선 하나로도 압도되는 이 분위기. 곧바로 여직원은 허리를 꼿꼿히 펴며 자세를 유지한다. 칼같이 잡혀있는 각도와 백색소음이 감돌아 한 층 더 가슴을 조여오는 분위기에서 호석만이 여유롭다.











서있는 4명의 직원을 등진 채, 자켓을 벗어 테이블에 올린 호석은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옆에서 넥타이를 들고 대기 중인 김비서를 바라본다.












"오후 스케줄은. 있나."



"없습니다. 바로 퇴근하셔도 좋습니다"



"됐어. 내일 처리할 리스트부터 살피다 근처 오피스텔에 가지. 다들 퇴근해"



"아, 저기 부회장님...!"












비서의 손에 들린 넥타이를 매고 자신의 책상에 앉아 파일을 열려던 호석은 김비서의 나지막한 짧은 부름에 파일을 넘기던 손동작을 멈추고 싸늘하게 올려다본다.










`쓸데없는 말이라면 닥쳐`라는 눈빛이 자신의 콧잔등을 톡 쏘아가자 곧바로 김비서는 입을 꽉 다문다. 같이 일한지 두 달이 넘어서는데도, 저 호석의 차가움은 적응이 되질 않는다.










자신의 앞을 막아세우는 일을 가장 싫어하는 호석은 곧바로 인상을 구겨낸다. 허공에 눈길을 주시하던 김비서는 대충 감으로도 호석의 표정을 추측해낼 수 있기에, 더욱 공포감이 몰려온다.











"날 불러놓고도 말을 안하겠다?"



"그게......"



"내가 호구 같아 보이나"



"그..."














정말 말해도 되는걸까,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김비서는 눈을 꾹 감고 얘기한다.












"오,오늘 회장님께서"



"우리 아버지께서. 뭐라고 얘기하시던"



"ㅁ,며늘아ㄱ,가. 올거라고. ㅈ,집에 7시전에 가라고..."



"....."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비서의 말이 끝나자 골치 아픈 듯 아까보다 더 인상을 구긴다. 미련이라도 남은 듯 파일철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목을 졸라맸던 넥타이를 슥슥 풀어낸다. 매끄러운 비단이 와이셔츠 위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듯이 넥타이가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목카라가 엉망으로 올라가 있으며 넥타이로 보이지 않던 두어개 푼 단추가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로 전환시킨다. 싸늘하던 호석이 아닌 감정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을 표현하는 듯하다. 허나,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표정을 유지하는 호석의 표정이 더욱 보는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모두들 퇴근해. 나도 곧 집에 갈테니까"



"저기, 그,"












BTS 컴퍼니의 회장, 즉 호석의 아버지가


`정호석 그 놈이, 은근 자기 성깔이 강해서 거짓말을 기가막히게 하거든. 끝까지 캐물어, 갈건지 말건지. 확실하게. 그리곤 보고하고. 김비서, 부탁하네. 김비서 마저 내게 거짓말을 하진 않길 바라네`


이렇게 말하셨는데. 무서운 호석의 앞에서 귀찮게 계속 물었다가 바로 실업자가 되어버릴 듯해 우물쭈물 호석을 따라간다.











호석은 아까 테이블에 올려둔 자신의 차키를 들곤 자켓을 걸쳐 부회장실 출입구로 나간다. 자켓에 팔을 집어넣으며 사원증을 출입구에 갖다대는 그에 따라 주춤주춤 따라나서는 김비서는 쩔쩔 매며 호석을 쳐다본다.












호석은 똥마려운 똥개 마냥 어쩔 줄 몰라하는 김비서를 지긋이 쳐다본다. 김비서, 등치만 크지. 쯧쯧. 거슬리다만 그의 반짝이는 구두를 꾸벅이며 회사 복도를 걸어나가는 호석이다.










부회장 전용의 복도랄까. 회장과 부회장의 차량만이 주차된 지하 4층 주차장. 지하 4층으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가 호석이 걷고 있는 지금. 이 복도에만 위치되어있다.












금색 조명이 은은하게 감도는 이 복도는 나름 부유하게 살았던 김비서의 입도 쩍 벌어지게 했다. 아, 그보다 처음 이 복도를 보았을 때, 만족한다는 호석의 옅은 미소가 이 복도에 대한 확신을 심어 줄 것이다.










기다란 다리를 쭉쭉 뻗어 엘레베이터로 향한다. 또한 무심하게 엘레베이터를 누르곤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지상 36층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엘레베이터(참고로 호석과 김비서가 서있는 곳은 52층이다) 김비서는 호석과의 마무리를 엘레베이터 앞에서 지어야하므로 조급해져만 간다.










`어떻게 부회장님께 집에 갈 것이냐고 캐물어, 멍청아!`








벌써 50층까지 온 엘레베이터.








그때, 나지막한 호석의 음성이 고요하기 짝이 없는 복도에 울려퍼진다.










"김비서"



"에...에?"



"신경 거슬리게 하지말고. 할 얘기가 뭐야"



"그게.."

















바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계속해서 엘레베이터 층수 화면만 바라보는 호석. 그의 잔잔한 저음은 김비서를 더 살떨리게 한다.










[52층입니다]











맑은 안내음이 나오자 아무 미련없이 엘레베이터로 발을 뻗는 호석. 김비서는 회장님께 보고를 들려야 한다는 다급함에 호석에게 두 손을 뻗었다.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많이 불쾌하시겠지만, 회장님의 지시 때문에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
김비서는 마음 속에서 수많은 갈등 끝에 호석의 어깨팍을 집었다.











"부회장님, 저기...!"



".....?"



"어....?"



"하극상인가"



"아아아앗...!"



"내게 쌓인 것이 많나보군"












엘레베이터에 가려던 호석은 김비서의 손길로 인해 몸이 비틀렸고, 김비서에게 멱살이 잡히는 웃기는 꼴이 되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간 탓에 더욱 거세게 쥔 호석의 옷깃. 멱살이 붙잡힌 호석은 그대로 입꼬리를 축 떨어뜨리며 불쾌함을 마구 표현해냈다.











"실수라기엔. 쭉. 실수하고 있는데"



"헉!"











자신의 머릿속과는 다른 모습이 일어나자 당황함에 쩌든 김비서는 몇초간 호석이 멱살을 붙들었다. 열렸던 엘레베이터 문이 다시 닫힐 때까지.










정신이 번쩍 든 김비서는 곧바로 호석을 놓았다. 호석의 목덜미 부분이 구깃구깃 접혀, 김비서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CCTV 보완팀이, 하극상이라며 날 고발할텐데!!`










구겨진 와이셔츠를 툭툭 털곤 다시 엘레베이터 타오르는 호석. 그는 다시 담담하게 얘기했다.














"내 옷깃을 정리하고 있다니. 기특하군."



"부,부회장님..."



"대신 보완팀에서 받지 못한 벌은 내게서 받게 될거야"



"아..."



















여전히 무표정으로 얘기하는 호석에 김비서는 심장이 가득 조여왔다. 윽...! 저 무서운 부회장님한테, 몇일동안이나 굴려져야한다니.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일어날 고통에 벌써 시달리는 김비서. 그에 비해 그런 김비서의 얼굴이 웃긴지 속으로 은은한 미소를 지어내는 호석이다.











[문이 닫힙니다. 지하 4층. 내려갑니다.]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온 호석은 지하 4층을 꾹 누르곤 문 닫힘 버튼을 눌러버린다. 천천히 닫히는 문, 업무 폭탄을 예상하며 힘들어 하던 김비서는 다시 회장님의 지시가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다급히 닫히는 문 사이로 팔을 끼워넣는다.











[문이 열립니다]








"마저 할 얘기라도 있나"



"그... 부회장님..."











엘레베이터의 정교한 센서로 곧바로 열리는 문. 호석은 더이상 못 참겠다는 듯 미간은 잔뜩 찌푸린다. 후회가 파도 밀려오는 듯이 들지만, 굳게 마음을 먹었기에 김비서는 입을 조금씩 떼어낸다.











"그.... 진짜.... 집으로 가실거죠...?"



"어"



"앗, 알겠습니다..."



"손 치워"



"넵"













그대로 엘레베이터 문은 닫혔고, 김비서는 그제서야 마음을 편히 내려놓았다. 긴장감이 달아나며 다리까지 풀렸지만 말이다.
















এ᭄এ᭄এ᭄












"여주야"



"......"



"여주야, 내려야지. 눈물 닦고"



"......"




"어휴, 얘가 정말...!! 엄마가 마음 편한 줄 알아? 엄마도 너희 아빠한테 그렇게 다- 시집 가고 그랬어! 그런데도 지금 너도 낳고 잘 지내잖아!"



"......"



"이미 너가 결정한거야. 지금 부회장님 집이고. 양가 어른들이랑 서로 얘기 다 마쳤어. 너가 여기서 말 바꿔버리면 다 무산되는거야."



"하..."



"내려, 얼른!"
















눈물을 주렁주렁 매단 채, 꼼짝 않고 앉아있자 도착한 것은 부회장이란 남자의 단독 주택이었다. 무서울 것이 없는데, 끔찍한 전생이라고 치면 이딴 현생은 아무것도 아닌데. 이유없이 `BTS 컴퍼니 부회장`이란 단어는 날 멈칫하게 만들었다. 직감적으로 그가 나의 정략결혼의 대상이며, 아주 늙은 남성일 것이라고 판단이 갔기 때문이다.












왜 하늘은 이 고통스런 지상에서 날 도와주지 않는걸까.







가식적인 부모와,
갓 졸업을 마친 소녀가 갖는 기업간의 결혼.













뒷자석에서 또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왜 나는 이렇게 미련하기도 짝이 없을까. 뭐가 그리 아쉬워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을까. 왜 내게는 희망의 빛이라곤 한 줄기 조차도 내려오지 않을까.










무릎을 완전히 덮은 긴 교복 치맛자락을 꽉 붙들어 매자,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시 태어나도 목놓아 울 수 없다는 것이 나를 더 서럽게 만든 탓이다. 운전석에 앉은 저 남성에게도 내 눈물을 감추려 애써 입을 꾹 다물곤 창밖을 바라보았다. 진정 찢어지는 것은 나의 식어버린 심장이지만, 손 하나만이 고통을 표하고 있다.












"여주야"



"엄마..."



"빨리 내려. 엄마 곧 회사 가봐야해."



"...."



"부회장님이랑 잘 지내고."

















이미 눈물을 들킨지는 오래이지만 붉은 눈가가 보일까싶어 푹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점점 저물어가는 강렬한 노을 햇빛을 가려낼 듯한 커다란 대문이 나의 시야를 차단시켰다.











저딴 어미 밑에서 자란 정여주란 소녀가 가엾어 입술응 앙 다물고 차문을 열었다. 덜컹, 쾅-! 그리곤 힘을 주며 문을 닫아버렸다.










"엄마 간다."



"......"




"너 진짜... 지 애비는 똑닮았지. 고집 센 거 봐."



"가세요. 잘 먹고 잘 살테니까"



"...... 갈게"











그렇게 멀어진 차. 바깥공기로 인해 나의 눈물은 바싹 말라들어간다. 휑 하니 가버리는 탓에 치맛자락과 나의 머리칼은 살짝 펄럭이었다.











"이 곳이... 내 남편 집이란거지...."











그리곤 당차게 뒤를 돌았다. 나를 잡아먹어버릴만큼 커다란 저 검은 대문을 보려 고개를 하늘 높이 쳐들었다. 교복을 입고 이제 막 성인이 된 내가 정녕 이 곳에 들어가 지낼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그래서 괜히 주먹에 더 힘을 주었다. 그래도... 나와 달리 웃음이 많았을 `정여주`에 대한 예의였다. 잘 살아보자고, 무언의 기합을 주었다.











"지금 들어가면... 그 늙은 할아버지랑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겠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들어가봤자, 어수선한 집안에서 눈치만 보다 늙은 부회장과 저녁을 먹을 것이 뻔했다. 저녁 9시즈음, 들어간다면 바로 씻고 잠이 들겠지. 싶어 대문 앞 돌계단에서 쭈뼛쭈뼛 움직였다.












그나저나, 이 추운 곳에서 4시간을 어떻게 버티려나. 낮엔 시원해도 해가 지면 추울텐데. 담요나, 외투도 없는데, 말이야.












엉거주춤 서있는 나는 커다란 대문 앞 돌계단에 몸을 잔뜩 쭈구려 앉았다. 교복치마를 정리하면서 좋은 자리를 확인하다 이내 확신이 드는 곳에 엉덩이를 짓누르고 앉았다. 앗, 차가워. 벌써 바람에 차가워진 바위에 살짝 허벅지를 들썩였지만, 병이라도 걸릴세라 치마를 정리하고 온몸을 웅크렸다.










온몸 구석구석 퍼지는 나의 체온에 그제서야 미소를 지어냈다. 아... 따뜻해라. 찬 바람에 얼얼해진 허벅지는 입김을 호호 불어 손으로 마찰시키기 시작했다. 비비는 건 20초였지만, 고작 따뜻한 건 5초밖에 안돼서. 무한 반복하면 시간을 보냈다.












이 얼마나 좋은가.
몸도. 마음도.











드디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다니 말이야.











এ᭄এ᭄এ᭄















"으윽... 춥다, 추워"








깜빡 잠이 들었는지, 정신이 들었을 땐 코와 귀가 얼얼해졌다. 지금이 몇시지? 다급히 주머니를 더듬거리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팔을 축 늘어뜨렸다.










밤하늘이 이렇게 어두운데. 10시는 족히 넘어보이네... 교복치마를 툭툭 털곤 일어서자 모래 몇 알이 후두둑 떨어진다.










찬바람에 얼얼해진 나의 팔다리를 삐걱이며 일어서자,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계단에서 넘어질 뻔 했다. 콧구멍 사이로 질질 새어나오는 콧물을 한 번 스윽 닦곤 이 대문을 본지 몇시간이 지나서야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고요한 이 골목가에 요란스러순 소리가 울린다. 꽤나 큰소리에 잔뜩 어깨를 움추리고 주위를 살피자, 대문이 초인종 소리와는 다르게 맥이 빠진 채로 열린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저택. 아까 나의 집도 큰 편이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이 집은 나의 집 몇 배나 커다란 것 같다. 빨갛게 불거진 콧망울과 눈은 크게 벌어진다. 여기에 내 남편이 산다니. 이정도면 옛 황실 하녀들이 다 합숙하고도 남는 크기인데.










주춤대며 걸어가자 바닥에 폭신폭신한 감촉까지 느껴진다. 잔디, 이것도 황실 마당에 있던건데. 추억이라면 추억인, 나의 옛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만들었다.











나의 감상을 끝으로 보이는 현관. 커다란 대문보다 이 현관이 더 굳게 닫혀있는 것 같다. 또다시 앞으로 벌어질 비극이 상기되어, 초인종에 향하던 손은 허공에서 멈춘다.











그때였다.











문 또한 맥없이 열린 것이.










"뭐야, 문이 다 열려있나...?"












멍하니 조금 벌어진 문틈으로 손가락을 넣어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바깥바람과는 다르게 쾌쾌하면서도 시원한 공기가 그 좁은 틈 사이로 새어나온다.
















"누구... 없나요?"










문을 열자 보이는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곳에서 나는 무슨 자신감인지 집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아까 느껴졌던 쾌쾌하고 시원한 냄새가 짙게 들이켜진다. 이 텁텁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이 공기란 정체가 무엇일까.














신발을 천천히 벗곤 은은히 들어오는 빛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이 워낙 커서, 방도 엄청 많을 줄 알았더만. 높은 층고에 심플하게 필요한 방으로만 구성된 집이었다. 넓은 거실과, 간접조명으로 보이는 저 아름다운 야경까지. 내가 왜 밖에서 고생해가며 버텼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나의 경계심은 허물어졌다. 현관문이 잠기도록 문을 굳세게 닫곤 집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1도 없는 이 집은 왜인지 허전하기 짝이 없다. 나의 미래 남편은 회사에 있으려나. 하긴, 부회장이라니까.
(빛을 켜고 회사에 간 것을 보아 전기세 걱정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잘난 부회장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놓고 나의 발걸음은 더 과감해졌다. 신발장을 벗어나자 보이는 샴페인 냉장고가 복도의 1열을 차지했다. 아이보리색의 따뜻한 느낌을 주는 대리석으로 구성된 이 집은 거추장스런 인테리어 따윈 없었다. 딱, 필요한 것으로 간추려진 곳이다.











"와... 진짜 멋있다"











그때였다.
집안 구석구석 새어나오는 빛으로만 의지하고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나의 머리 위에 있던 밝은 빛이 켜지는 순간이 말이다.












얼음.
이 집에 사람이 있다.
무너졌던 나의 경계심은 최고치로 차올라 나의 심장을 미친듯이 두드린다. 이 집이 조용해서일까, 나의 심장 소리가 집에 울려퍼지는 것 같다.













몸을 움추린 나의 귓가에 치명적인 음성이 들려온다.











"고딩?"



"ㅎ,황제폐하...?"











황제폐하.
날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장본인.
날, 가장 비참하게 만든 이 목소리.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황제폐하가 확실했다. 새벽마다 들었던 목소리니까. 나의 심장에 대못을 박아넣은 남자니까. 나의 신경 하나하나, 그 소리에 거센 자극을 받았다.











그리곤 2층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화들짝, 놀라 위를 쳐다보자 어느새 계단을 타고 내 앞으로 걸어오는 남자. 흐릿하게 보이는 저 비주얼부터 손짓 하나하나까지.











닮았어, 아니.
동일인물이야.














"황제라..."



"그게 아니라, 으,아...!"











그대로 주저앉았다. 폐하가 걸어오는 속도에 맞춰 다리 힘은 잔뜩 빠져나간다. 그리곤 그가 내 앞에 멈춰섰을때 가득 눈물을 머금곤 주저앉아버렸다. 기억도 하기 싫은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아직 미자(미성년자)인건가"













그의 한 마디가 나의 눈물샘을 자극시킨다. 싸하고 냉기가 서린 저 음성이 나의 심장을 보채기 시작한다. 들끓는 피가 훅 들이밀어온다.










"아,아니,그건"



"아버지도 참. 양심도 없으셔라"



"흐으..."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날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폐하. 그는 돌아오는 것이 자신의 말에 대한 대답이 아닌 나의 옅은 신음 뿐이란 것에 단단히 짜증이 난 것이 분명했다.












샤워가운을 걸치고 붉은 레드와인 한 잔을 들고 있던 폐하. 분명 예전의 폐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지만, 지금 이 순간 마저 나의 숨을 조르는 것은 같았다.












"걱정마. 너같이 젖살도 안 빠진 여자애 가지고 해코지 하는 아저씨 아니니까"



"하..... 흐,읍"















눈물을 쏟아내는 날 보다, 시크하게 뒤돌아선다. 망할 하늘... 피해자는 나인데, 저 천하의 죄인은 기억을 모두 잃고. 나만 이 고통스런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말이야? 서러움에 나의 감정을 북받쳐오른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던 황제폐하는 중얼대듯 낮은 특유의 저음으로 넌지시 한 마디를 건넸다.











"밤이 늦었어. 비어있는 아무 방이나 들어가던지."













우리의 악연
200년이 지나서야 다시 시작되었다.

























흐허. 이제 남겨둔 화 별로 없는데 어떡하지.
하ㅠㅠㅠ 이제 저 시험 때문에 많이 못 올 것 같아요 흑흑 셤 끝나고 또 폭풍연재할게요.









인순 3위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띠귿이들 너무 고마워요:)♡♡










저는 급하게 2화 써야하네요!






띠귿이들도 요즘 시험시즌인데 힘내요 힘!!♡♡

















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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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큐우이잉  4일 전  
 와...대박

 큐우이잉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푱포오  4일 전  
 우어.... 대박이닷.

 푱포오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코난덕  5일 전  
 무슨....드라ㅏ니보는눌. .

 답글 0
  박치미captive_0312  5일 전  
 어머........

 답글 0
  O²  24일 전  
 와 여주가 행복했으면 좋게ㅆ는데 과연 해피엔딩일까요?

 답글 1
  아리미미미  24일 전  
 1화부터 미쳤다 아니 오진다 아니 지렸다 어떠한 말로도 표현이 안 되는데요 작가님...? 이거 정상엔 거죠?

 답글 1
  정상입니다만  30일 전  
 와 진짜 1화부터 대박..

 정상입니다만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파카하  35일 전  
 헐 다시 만났어
 여주입장에서는 진짜 와....

 답글 1
  ILYILY  38일 전  
 으어어어어

 답글 1
  JHH101  47일 전  
 재밋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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