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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0. 만나다 - W.세상을누비는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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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만나다











이른 새벽부터 알람이 울렸다. 아직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3월이라 여전히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기 싫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끈질기게 저를 깨우고자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기어이 성질을 바락바락 내며 이불 속에 꽁꽁 감추어 두었던 팔뚝을 쑥 내밀어 거침없이 알람 소리를 꺼버렸다.



“일어난다, 일어나.”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짜증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석진은 아직까지 떠지지 않는 눈을 한 채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는 길게 하품을 했다. 간밤에 운동장을 좀 뛰고 왔더니 그새 다리가 뭉쳤는지 종아리 뒤쪽이 뻐근한 것도 같다. 운동을 몇 달 쉬었다고 이렇게까지 티가 나다니.


여전히 잠은 달아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겨울잠 자는 곰 마냥 이불 속에서 살 수는 없었기에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난 석진이 다시 한 번 더 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3월. 그리고 개강.


석진에게는 군 제대 후에 하는 첫 복학이었다. 비록 몸은 피곤해도 마음이 괜스레 들뜨는 게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마저 들었다. 욕실 거울 앞에 선 석진은 아직 눈곱도 떨어지지 않고, 붕 떠서 부스스한 머리를 한 제 모습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오늘은 좀 말끔히 차려입어야겠다. 누가 보면 한껏 비웃을지는 모르겠으나, 석진은 그저 그 옛날의 열여덟 소년 마냥 설레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어, 응.”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던 이른 아침 석진의 예감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니, 분명 방금 전만 해도 그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은 제법 잘 맞아떨어지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오랜만에 캠퍼스를 걷는 것도 좋았고, 저보다 먼저 복학해있던 동기들의 반가운 얼굴도, 아직 추운 날씨이기는 하지만 이제 막 갓 입학한 푸릇푸릇한 신입생부터 제 바로 아래 학번 후배들의 인사를 받는 것 역시도 모두가 제가 학교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하는 것들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저 역시도 처음 입학했을 무렵이 떠올라, 우습지만 제법 설레기까지 했다. 그리고 오전 첫 수업의 OT 마저 끝내고 기분 좋게 후배 녀석들과 이른 점심을 먹고 식당을 나서던 참이었다.


“복학했나 봐.”
“어, 그렇게 됐어.”
“여전하네, 넌.”
“어?”
“그냥, 그래 보여.”


오도카니 선채 여전히 말간 눈동자를 하고 저를 바라보는 여주의 시선에 석진은 그제야 제 꼴이 얼마나 우스운지 깨달았다. 너무도 태연하고 담담히 저를 대하고 있는 여주에 비해 제대로 된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고 스스로 어색하게 굴고 있는 제가 한심스러워졌다. 매정히 대하지도, 자연스레 웃어주지도 못하고 바보 같은 이 꼴을 여주가 뭐라고 생각할지. 웃기는 놈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달리 할 말은 없을 것만 같았다. 석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가 폈다.


휴학을 해서 아직 졸업 전이라는 얘기를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저도 복학을 하게 되고, 들려온 여주의 소식이 맞다면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순간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물론 만약 정말로 여주와 마주치게 된다면 어떤 얼굴로 마주해야 하나, 잠시나마 고민스러워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달리 정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급기야는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어떻게 해야 좀 더 쿨하고 멋지게, 나중에 기억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누구라도 좋으니 제게도 좀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차라리 인사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오랜만이라고 저보다 먼저 인사를 건넨 여주에게 잔뜩 얼어붙어서 어설프기 짝이 없는 대답이나 말았으니, 창피함에 얼굴이 다 화끈거려왔다.


“난 또 수업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어? 어, 그래.”
“또 보자, 석진아.”


옅게 웃는 여주의 얼굴이 오늘만큼이나 낯선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문득 헤어지던 날이 떠올랐다. 2년간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던 그 순간에도 여주는 한결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말갛고 올곧은 시선으로.


여전하다는 여주의 말이 바늘처럼 석진의 어딘지 모를 곳을 콕콕 찔러댔다.



“너야말로, 여전하면서.”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삼킨 석진은 입안이 무척이나 쓰게 느껴졌다.



















새작도 많이 사랑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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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미닏  14일 전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정주행 할게여!!!!>

 답글 0
  짖현  15일 전  
 정주행이요!

 답글 0
  볼빤간썬이  19일 전  
 믿고보는 작가님♡

 답글 0
  찌니쇄골에서수영할꺼야  19일 전  
 솔직히 석진오빠 빙의글이 많이 없어서 석진오빠가 최애인 저로써는 많이 슬픈 사실인데 작가님 글에는 다른 작가님들에 비해 석진오빠가 주인공인 빙의글이 많아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찌니쇄골에서수영할꺼야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이엠~  19일 전  
 정주행이요

 답글 0
  깜찍아아  19일 전  
 정주행이요

 답글 0
  진요미  20일 전  
 정주행 이요

 진요미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bbbbbl  20일 전  
 ㅈㅈㅎ ㄱㄱ

 답글 0
  인정눈물  20일 전  
 정주행할께요!!

 답글 0
  djjenenene  20일 전  
 ㅎㅎㅎ

 djjenenene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43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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