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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300D] 여름의밑바닥 - W.율무차격
[300D] 여름의밑바닥 - W.율무차격



나 걔한테 키스했다


무저갱의 꼭대기에서 여름의 밑바닥에서 난 그 애한테 키스했다. 걔를 처음 본 건 이천십구년 팔월 육일이었는데 겨우 눈을 마주친 게 내 첫번째 설의 행위로 번진 건 순식간이라 작게 울면서 매인 심장을 쥐었었다. 혀가 얽히고 숨이 섞이고 몸이 달아 견딜 수가 없어도 그냥 참았다. 혀가 얽히면 혀를 물었고 숨이 섞이면 숨을 삼켰고 몸이 달면 온몸이 스러져라 울었다. 키스라는 게 생각보다 숨 막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아파서 좀 힘들었는데 쏟아낼 수 있는 오읍은 그닥 크지 않은 것이어서 굳이 섞은 혀를 거두진 않았다. 제법 견딜 만해서 그랬다. 무저갱의 꼭대기는 생각보다 추웠는데 여름의 밑바닥은 생각보다 더웠다. 어중간한 높이에서 머물며 난 그 애한테 키스했다. 일방적 키스가 무저갱의 여름을 견뎌낼 지는 미지수였지만 길고 짧은 건 대어 봐야 안다고 나는 무작정 들이박았다. 가히 무저갱의 꼭대기에 여름의 밑바닥에 어울리는 자세였다. 너는 종종 나를 보며 미필적 감정이 들었나 싶은 모습으로 웃곤 했는데 내가 제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는 걸 알면서 그러는 건지 그렇지 않은지 알 도리가 없었다. 아마 절대 몰랐겠지 니가 알면 혀 깨물고 뒤질 사람 마냥 모르는 척 했으니까.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혹은 사랑했다고 생각하지 마. 고작 그런 얄팍하고 여린 미완성의 감정으로 입을 맞춘 건 아니니까. 너는 듣지도 못할 말들을 입안에서 굴리며 좀 쓴 약 맛을 머물도록 했다. 꼭대기를 향해 높아지는 무저갱 속에 그리고 폐허가 된 여름 속에 묻혀 버린 사람 마냥 뜨거운 절망에 백기를 들면서도 끝없이 키스했다. 넌 반응이 없었고 내가 저한테 키스하고 있는지도 관심 없는 눈치였으나 개의치 않았다. 난 니 입술이 번질 때까지, 그 때까지 입 맞출 거니까 괜찮아. 오늘 보니까 니 입술 번졌더라. 나는 오늘 너한테 키스하지 않았는데. 너무 높아진 무저갱의 꼭대기와 폐허가 된 여름의 밑바닥에 입술을 묻고 맹세한다. 나는 너랑 키스 안 해.





해석은 자유굳이 몇 줄 적자면 화자에게 키스란 사랑의 의미인데 반하여 화자에게 사랑이란 별 볼일 없는 감정입니다. 이에 대해 화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따로 생각해주셔도 좋고 뭐 그냥 과거에 연애를 하며 문제가 있었겠거니 생각해주셔도 좋습니다. 화자에게 왜 하필 키스가 중요하느냐 하면 그건 화자가 한 번도 키스를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저는 첫번째 설의 행위라고 썼는데 첫 키스 정도로 읽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물론 화자의 생각이기에 실제로 입을 맞춘 것은 아닙니다. 그냥 화자가 말하는 `너`를 첫사랑으로 여긴다는 뜻이에요.). 그런 화자에게 무저갱은 세상에서 가장 추운 나락이고 여름은 세상에서 가장 더운 곳이자 화자가 열망하는 곳입니다. 화자에게 여름은 시간인 동시에 공간입니다. `너`를 처음 본 그 시간과 공간을 화자가 임의로 여름이라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 글에는 여름의 밑바닥이라는 말과 무저갱의 꼭대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여름의 밑바닥이라는 것은 열망하던 여름보다는 달갑지 않지만 무저갱만큼 최악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무저갱의 꼭대기라는 건 죽어도 죽고 싶지 않을 만큼 가고 싶지 않은 무저갱에 있는 느낌이 들만큼 우울하지만 그래도 무저갱치고는 괜찮다라는 뜻을 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표현을 잘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처음엔 나 걔한테 키스했다라는 표현으로 시작해서 마무리는 나는 너랑 키스 안 해라는 문장으로 끝나는데 이건 개인적으론 떠보려는 것처럼 남 얘기하듯이 시작하다가도 어느 순간 솔직해져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입술이 번졌다는 표현은 대충 뭐 립스틱이라던가 하는 게 번졌다는 뜻인데, 다른 사람과 키스했다, 즉 사랑했다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담고 싶었던 디테일이 꽤 많았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까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음 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네에... 벌써 두 번째 작당으로부터 300일째네요... 첫번째는 계정을 잃어버려서.... 어쨌든 300일인데 축하해주시고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 늘 감사합니다. 음... 할 말이 생각이 잘 나지도 않고 하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축전 및 축댓
이무기사랑행


진짜...다들너므감사해욥...ㅜㅜㅜ팬덤에서축하해주신건캡쳐를못해서넣지...못했습니다ㅜㅜ전부너무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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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음표  870일 전  
 300일 축하드려요 ㅠㅠㅠㅠㅠ!!

 답글 0
  여민님  870일 전  
 여민님님께서 작가님에게 7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바다찬솔  890일 전  
 바다찬솔님께서 작가님에게 34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왜내맘을흔드는건데☆★  894일 전  
 300일 추카합니당~!!

 ★☆왜내맘을흔드는건데☆★님께 댓글 로또 1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일시  894일 전  
 일시님께서 작가님에게 4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마나카¿  894일 전  
 핱튜.
 텐님사랑해

 답글 0
  마나카¿  894일 전  
 마나카¿님께서 작가님에게 3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이시드  894일 전  
 이시드님께서 작가님에게 19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이시드  894일 전  
 울 율격 님 300일 너무 축하드려요ㅠㅠㅠ 글도 넘 좋고 필력도 대박이구 못하는 게 없는 울 천재 님ㅠㅠ 사랑해요٩(๑> ₃ < )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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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해행프애앵  894일 전  
 300일추카드려여앞으로도건필♡♡♡

 프해행프애앵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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